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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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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6 화
작성일 : 16-07-08 13:35     조회 : 756     추천 : 0     분량 : 10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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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씨발 거… 오늘 뭐 이래 바쁘노!”

 불경기 탓에 한동안 조용하던 주점이 연말 분위기를 타서 그런지 송별회를 겸해서 연이어 만취한 상태의 손님들로 북적이자 범수가 정신없이 이 방, 저 방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본디 주점에서는 손님들의 상태가 항시 중요한 법이다.

 어느 정도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까지 술을 즐기는 손님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원만하게 처리하는 편이었다.

 반면 그들과 반대로 술을 목숨 걸고 마시는 손님들이 가장 큰 문제를 만들었다.

 돈을 냈으면 돈값을 누려야 한다는 본전 정신 때문인지 무척이나 많은 것들을 요구하면서 아가씨들, 혹은 웨이터들과 트러블을 일으키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역시 새해를 삼 일 앞둔 시점인지라 주점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초뺑이가 된 손님들이 룸을 잡는 바람에 범수를 비롯한 주점 웨이터들 모두가 발붙일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주방과 룸을 오갔다.

 그리고 그건 한동안 주방 일만 도맡아 하던 현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성아! 3번 방에 또 과일 안주 갔다 줘야 된데이!”

 범수가 쟁반을 한가득 채워 다시 서빙을 나가며 목소리를 높이자 현성이 ‘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속이 울렁거리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그에게만큼은 이렇게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별거 아니다, 별거 아니다!’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현성이 과도를 들고 과일들을 빠르게 깎아내기 시작했다.

 조금 미안스러워도 그 와중에 다른 웨이터가 오면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려 했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내 과일 안주를 세팅하고 나서 ‘별거 아이다…’ 하고 현성이 스스로에게 이야기라도 하듯 혼잣말로 긴장한 자신을 다독이며 안주를 들고 3번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말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하는지 본인 스스로가 아주 우습고 한심할 지경이었다.

 얼마 전에 가게 에이스인 혜주에게 한 소리 들어서 더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선원을 모집하는 광고가 그리 많지 않았다.

 연락을 한 곳도 시기가 맞물리지 않아 아직도 몇 달은 더 이곳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눈치가 보였다.

 혜주 말대로 웨이터가 서빙을 하지 않는단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었고, 이걸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올라와 더욱더 몸을 뻣뻣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후우…….”

 서빙을 전혀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몇 번 해봤지만 왜 이렇게 더 긴장이 되는 건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원하지 않으니 정말로 그들이 바라는 대로 사라지고 싶은데, 그것조차도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일까?

 “…쓰잘 데 없다.”

 잡생각들을 떨쳐 내며 현성이 심호흡을 하고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 마침 혜주가 그 방에서 다른 아가씨들과 함께 접대를 하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반사적으로 문쪽을 힐끔 바라본 그녀의 눈과 현성의 눈이 부딪쳤다.

 엄밀히 말해서 현성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데다 덩치는 반밖에 되지 않지만 그 눈빛이 두려웠다.

 싸우거나 때리거나 다투는 것보다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더 무서웠다.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있으면 왜 꺼지지 않냐고 화를 내고, 성을 낼 것만 같았다.

 그 느낌에 현성이 위액이 역류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혜주의 눈을 피하며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하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며 안주를 내어놓았다.

 “아이고, 깜짝이야! 마! 뭐가 이리 생깄노?”

 그 와중에 이미 너끈하게 취한 사십 대 중반의 두 사람이 그를 보고 정말로 놀란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야… 내가 여지껏 삐끼 하는 아덜 마이 봤는데 니카이 몬생긴 건 처음 본데이!”

 그러곤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의 눈앞에서 보란 듯 삿대질을 하며 껄껄 웃어댔다.

 그 모습에 혜주가 저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진 듯 눈썹을 꿈틀하는 동안 주변의 아가씨들이 덩달아 호호호,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뻘게진 얼굴의 현성이 억지로 웃으며 ‘죄송합니더…’ 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자 ‘미안하나?’ 하고 실실 웃으며 중년의 두 사람이 말을 던졌다.

 “그카면 삼촌아, 니 노래 함 해봐라. 오늘 우리 기분이 윽수로 좋아가 노래 함 하면 봐주께!”

 어찌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지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억지로 버티고 있는 마당에 차마 문제를 일으킬 순 없었다.

 이내 현성이 ‘죄송합니다, 사장님. 지금 너무 바빠가…’ 하고 고개를 숙였다.

 웃고 있던 아가씨들도 덩달아 민망해질 정도로 그의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3번 방의 두 손님은 그게 용납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야… 안다, 안다! 노래 함 썩 잘 뽑아주면 내가! 아나? 이거 보이나?”

 그들이 지갑에서 빳빳한 지폐를 꺼내 흔들며 ‘불러 봐라’ 하고 난처해하는 그를 놀리듯이 낄낄거렸다.

 보통 웨이터들이 팁을 올리려고 노래를 부르고 아가씨들도 많이 받아가라고 호응을 해주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현성처럼 계속 거절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다.

 현성은 가슴이 꽉 죄어오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며 다시 한 번 더 정중하게 ‘죄송합니다, 사장님…’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행동이 오히려 그들의 오기를 불러온 모양인지 점점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 뭐꼬? 웨이터가 손님 대접 아주 개판으로 하네! 쉐끼가 생긴 것도 더러버가… 임마, 손님은 왕이다 모르나? 빨리 함 불러봐라!”

 밖이라면 말도 걸지 못하겠지만 이곳에서는 돈을 든 사람이 왕이었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요구에 현성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곳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고립무원이라고 해야 할까?

 범수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리면… 또 일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현성이 ‘진짜 지 참말로…’ 하고 다시 한 번 애원하듯이 손님들을 바라봤지만 그들은 잔인할 정도로 완강했다.

 “마! 덩치는 산만 해가 그거 뭐꼬? 프랑켄슈타인? 뭐 그래, 생기가 뭐 이래 빌빌거리고 빼샀노! 빨리 제대로 함 불러보라카이!”

 그 모습에 그를 좋아하지 않던 아가씨들도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딱 봐도 연말에 생긴 보너스로 기분 좀 내러 온 진상들인데 하필 이런 방에 와서 말로 두들겨 맞고 있는지.

 그 모습을 보고 즐기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같은 업계 종사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모두 불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가운데…

 “사장님요! 뭐 저런 아 노래 들을라 캅니까? 오늘 내 노래 땡기는데 내가 불러보께예! 분위기도 못 맞추는데 빨리 가라 카소! 연말 아입니까?”

 혜주가 구세주처럼 나타나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에 그들 두 사람이 못생기고 험악한 데다 재미도 없는 웨이터보단 차라리 예쁘고 산뜻한 아가씨가 좋겠다 싶었는지 ‘그르까……?’ 하고 고개를 돌렸다.

 “와! 사장님, 진짜 운 좋으신데예! 우리 언니야가 노래 진짜 잘 안 하는데!”

 아가씨들 역시 꺄르르 웃으며 분위기를 맞추자 두 사람이 ‘그래?’ 하며 흥미가 완전히 혜주에게로 돌아간 듯 반색했다.

 그 와중에 혜주가 ‘가라, 빙시야!’ 하고 나가보란 듯 눈빛을 보내자 현성이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숙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아…….”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에서는 노래방 반주가 울렸다.

 그리고 혜주의 노래에 맞춰서 아가씨들이 분위기를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로 바삐 다니는 웨이터들의 분주함 속에서 여기저기 방마다 들려오는 노랫소리.

 그 모든 것이 마치 환상처럼, 환청처럼 정신없이 맴돌고 있는 가운데 현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현성아, 뭐하노?”

 이내 지나가던 범수가 그럴 시간이 없다는 듯 땀을 뻘뻘 흘리며 부엌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현성이 ‘예…’ 하고 조금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주방에서 과일을 깎아 안주와 술을 날랐다. 그리고 들어갈 때마다 아까와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던해질 만도 하다만 아직도 상처 날 구석이 남아 있던 모양인지 조금씩,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렸다.

 그게 아니면 생각보다 너무나도 풀리지 않는 현실에, 더 내려갈 데도 없는 비참함에 내몰려 아무런 확신도 없는, 그런 자신이 너무 초라해져 무던함조차 잊어버린 모양이다.

 마치 힘겨운 악몽을 꾸는 것처럼 정신없이 일에 임하자 어느새 시간이 흘러 새벽 네 시 무렵이 되었다.

 “아암…….”

 분주하던 가게도 이제 바쁜 시간이 끝이 나고 집에 아직 가지 않은 진상들 몇만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 범수가 퀭한 얼굴로 하품을 했다.

 “…씹새끼들, 뽕을 뽑을라 카나.”

 “그러게요. 아… 집에 좀 가자, 개새끼들아! 오늘 피곤해 죽겠는데!”

 그렇지만 이렇게 바쁜 날은 주머니가 두둑했다.

 다들 피곤하다, 힘들다 짜증을 부리고 있지만 그래도 주머니 생각하면 그나마 버틸 만하던지 ‘니 오늘 얼마 벌었노?’ 하고 기분 좋게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사이 현성이 우두커니 서서 벽에 등을 붙인 채 멍하니 불빛을 바라보았다.

 “오늘 저 완전 대박 났어요! 한 방에 요거, 요거… 보이십니까?”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두식이가 백만 원짜리 수표를 들고 자랑하자 순간 모여 있던 웨이터들의 눈에 부러움이 스쳤다.

 “와… 씨바, 니 대박이네…….”

 보통 이런 걸 자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바로 나가기 때문이다.

 아직 어려서인지 이 바닥 생리를 몰라서인지, 자랑하고 싶어 난리 난 녀석을 바라보며 범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머지 웨이터들은 그걸 또 뜯어먹으려고 두식을 설득 중이었다.

 “한턱 쏴라, 두식아! 보도 불러 가지고 이따 나가서 놀자!”

 어린 웨이터는 하룻밤에 번 큰돈의 가치도 모르고 마냥 좋아서 ‘그렇게 할게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을 마치면 뭐를 먹으러 갈까 고민하며 즐거워했다.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멍하니 있는 현성을 범수가 힐끔 돌아보았다.

 오늘 유독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걱정되는지 그의 곁에 다가가 ‘니 괜찮나?’ 하고 물음을 던졌다.

 이에 현성이 ‘예…’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룸을 다니면서 받은 팁 이 만원. 두식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지만 처음으로 받은 돈을 주머니 속에서 꾹 움켜쥐며 그가 말했다.

 “저 담배 좀…….”

 그 말에 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터들 사이에서도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담배를 태우러 가는 외로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범수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현성은 천천히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룸마다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손님들이 오진 앉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담배와 술, 여자 향수 냄새가 가득한 곳이 이곳인데 말이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현성이 눈을 감고 깊숙이 연기를 빨아들였다.

 이쁘장하고 싹싹한 막내가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번 동안 그는 오늘 하루 이만 원을 벌었다.

 그게 나쁘단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보다는 많이 번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무엇인가가 불공평하게만 느껴졌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그때 문득 창호가 술에 취해서 했던 이야기가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창호가 있는 자리, 그리고 그가 있어야 할 자리…….

 그 생각이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현성이 담배를 깊숙이, 아주 깊숙이 빨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눈이 너무 침침했다. 피곤이 쌓여서 그런지도 몰랐다.

 낮에도 잠을 자기는커녕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자리를 옮기고 싶어 아직도 백방으로 이곳저곳에 연락을 취하고 있었으니까.

 우울하고, 슬프고, 절망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건덕지조차 없는 현실이 너무 고달팠다.

 “…벌, 너무 씨게 받는 거 아닌가…….”

 서러울 정도로 고달픈 현실에 그가 담배를 세 모금 만에 다 태워 버리고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내일은… 아니,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만 자야겠다’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가 화장실에서 복도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새벽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하던 정적과 쉬고 싶다는 그 바람까지 깨뜨린 소리가 말이다.

 “이거 놓으라꼬! 미친 새끼들이 돌았나!”

 무슨 일이 벌어진지는 몰라도 익숙한 혜주의 음성에 현성이 걸음을 재촉하려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멈칫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새벽이 다 되도록 나가지 않고 진상을 부리던 3번 방 손님 두 사람과 혜주를 비롯한 아가씨들이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2차 안 간다 안 카나!”

 “니미 쒸빠… 좆같은 가스나가 돈은 돈대로 받아 처묵고 안 간다꼬?! 여 완전 개판이네! 개판!”

 “지랄하고 있네, 미친 새끼들이! 니 딸뻘 되는 아들이랑 떡 치고 싶나? 개새끼들이, 싫다 안 카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한쪽 어깨끈이 내려온 홀복, 그리고 화내며 소리치는 혜주와 두 사람에게 손목을 잡힌 막내 승지. 모르긴 몰라도 대충 견적 나오는 그림이었다.

 현성이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동안 웨이터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저기… 손님, 진정 좀 하시고요……. 아가씨가 아파하니까 손을 좀 놓고…….”

 “씨발! 너거들 내가 누군지 아나?! 이런 쒸발 좆같은 데를 봤나! 사장 나오라 캐라! 사장!”

 젊을 때 한 주먹 했던 모양인지 자신감 있게 고래고래 소리치는 그 모습에 웨이터들이 주춤했다.

 괜히 엮이기 싫은 듯 주저하는 와중에 혜주가 ‘너거 신고한다!’ 하고 소리를 지르자 ‘이 쉬발 년이!’ 하고 그가 손을 치켜들었다.

 “손 내리놓으소.”

 그때 현성이 천천히,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묘하게 귀에 박히는 그 음성에 그가 주춤하다 현성을 발견하곤 하, 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쒸빠… 저거 덩치만 커가 밸도 없는 거 아이가? 니 뭐, 야 기둥서방이가? 어? 씨발 새끼가 어디서 어른한테 눈을 부라리노!”

 현성이 무뚝뚝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오자 순간 웨이터들이 긴장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손님 앞으로 가당치도 않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간 그는 승지의 손목을 잡은 남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나가서 얘기합시데이.”

 “이 쉬발 넘이! 놔라! 이거 안 놓……! 아, 아아아아!”

 붙잡힌 손목이 아픈지 금방 승지의 손목을 놓고 그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여 안 되겠네!’ 하고 덩달아 화를 내는 나머지 일행까지 현성이 반대쪽 손으로 붙잡고 질질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 쒸발! 개새끼야!”

 두 사람이 힘에 못 이겨 끌려가면서 비어 있는 그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치고 욕을 내뱉었지만 현성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범수가 ‘누, 누나!’ 하고 혜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혹시나 그가 사고를 칠까 아가씨들과 웨이터들도 걱정 반, 불안 반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이에 혜주가 ‘잠만 기다리 봐라!’ 하고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

 힘이 어찌나 센지 현성은 어렵잖게 두 사람을 가게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아야! 쉬발… 니 오늘 뒤졌다! 이 괴물 새끼……!”

 “이거 안 놓나!”

 악을 쓰며 발버둥 치는 두 사람!

 현성이 내던지듯이 그들을 내동댕이쳤다.

 “이 새끼! 니 내 누군지 모르제?! 디질라꼬!”

 바닥을 구른 손님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무심한 눈으로 말했다.

 “여 가게 밖이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뭐?! 뭐 임마!’ 하고 두 사람이 소리치자 현성이 순식간에 그중 한 명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몰아붙였다.

 “여 가게 밖이라고.”

 이내 우악스러운 현성의 손에 멱살을 잡힌 채 벽에 몰린 취객이 아등바등하는 동안 현성이 지그시 그의 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악력에 남자가 숨이 막혀오는지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내한테 뭐라 캤노?”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현성이 오싹한 목소리로 귓가를 속삭였다.

 “이 쒸바……!”

 “아가리 닥치라. 잡아 뜯기 전에.”

 그의 말은 무게가 달랐다.

 “니 어디 건방지게!”

 “디지기 싫으면 가만있으라.”

 차원이 다른 그 섬뜩함에 다른 하나가 뒤에서 덤비려다 주춤했다.

 “아, 아니! 진정 좀 하고! 이거 좀 놓고 얘기를 하자고……!”

 겁을 먹은 건지 손도 대지 못하고 말만 꺼내는 또 다른 취객!

 그동안 현성의 힘에 점점 숨을 쉬기 어려운지 붙잡힌 취객이 켁켁거리며 ‘놔라, 놔… 놓으라꼬!’ 하고 소리쳤다.

 허우적거리는 그 모습에 현성이 잡고 있던 목을 놓자 그는 그대로 주저앉으며 ‘씨바, 니 내 누군지 모르제!’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현성이 차가운 웃음과 함께 받아쳤다.

 “모른다, 씨발 놈아. 니는 내 누군지 아나? 내 벌써 사람 하나 죽여봤는데.”

 조용한 그 목소리와 눈빛이 남자에게 꽂혀들자 순간 그가 크게 움찔했다.

 술에 취해서 나갔던 정신이 바깥 공기 마시고, 또 이렇게 제압당하고 나니 점차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얼핏 봐도 위압적인 용모와 가게 안이 아니라는 그 말에 순간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아니, 그게 아이고… 우리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허세가 사라지고 본연의 비굴한 모습이 드러난 그 실상을 비웃을 틈도 없이 현성이 그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우리는 그냥, 참말로 그냥 좀 기분 좋게 할라꼬 왔는데… 저 아가씨들이 돈만 받아먹고 제대로 안 하이…….”

 이내 뒤쫓아온 혜주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 듯 놀란 얼굴로 ‘야! 니!’ 하고 현성을 불렀다.

 마침 등장한 혜주의 모습에 주저앉았던 남자가 ‘저년! 저거!’ 하고 소리치며 현성에게 그녀가 문제라는 듯 말을 이었다.

 “저게 우리 베껴 먹고 제대로 안 해가, 그래가 화가 나서 그런 기라! 다 저 미친년이……!”

 “아가리 닥치라 안 카드나.”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현성이 무뚝뚝한 얼굴로 한마디 내뱉었다.

 그 말에 남자가 ‘그, 그게 진짠데…’ 하고 우물쭈물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혜주가 정말 열이 받는다는 듯 ‘참 나!’ 하고 기도 차지 않는다는 얼굴로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조금 부어오른 뺨이 아마도 머리채를 잡혔거나 맞은 것으로 보였다.

 울분 섞여 있는 그녀의 얼굴에 이 업종이 아가씨에게도 쉬운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 현성이 왠지 모를 동병상련의 기분을 느끼며 남자를 향해 이야기했다.

 “사과해라.”

 그 목소리에 남자가 정말 기도 차지 않는다는 듯이 ‘하, 참말로…’ 하고 현성을 바라보았다.

 “아니, 잘못은……!”

 “씨발 놈아, 돈 내고 즐기러 왔으면 곱게 즐기고 나가면 되는 거지, 돈 내고 진상 부리러 오라 카더나? 아가씨들한테 사과해라. 뒈지기 싫으면.”

 그 울분 섞인 목소리에 혜주가 저도 모르게 통쾌해진 듯 옅은 미소를 띤 채 현성의 크고 넓은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가게 밖으로 구경하러 몰려온 아가씨들과 웨이터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겁먹은 남자가 ‘아… 저…’ 하고 머뭇거리자 현성이 말없이 웨이터의 명찰을 뗐다.

 백 마디 말보다 위협적인 그 행동에 불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남자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쳤다.

 “미, 미안합니다! 미안해……!”

 “너무 취해가……!”

 시뻘게진 얼굴로, 기어들어 가고 싶은 듯 고개를 숙인 두 남자! 굴욕적인 순간이었으나 도리가 없었다.

 현성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끄지라, 씨발 놈들아.”

 두 남자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부리나케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술에 취해서인지 그에게 겁을 먹어서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저들끼리 철퍽, 하고 넘어졌다.

 아가씨들과 웨이터들이 그 모습을 보며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에 또 오소!”

 언제나 진상들에게 시달리던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겐 그렇게 통쾌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현성만큼은 그게 그리 편치는 않았다.

 점점 ‘우리의 자리’란 것의 의미가 자신에게 가깝게 다가옴을 느끼며 현성이 가게 쪽으로 뒤돌아섰다.

 우르르 몰려 있던 가게 식구들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다시 명찰을 달았다.

 어쩜 창호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창호의 말대로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따로 있는 게 맞는지도 몰랐다.

 “후…….”

 무거운 한숨과 함께 걸음을 내딛는 현성. 그러자 그를 바라보던 혜주와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아…’ 하고 어물어물 길을 비켜주었다.

 “현성아! 니… 수고했데이!”

 그런 그를 향해 혜주가 한껏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어색한 얼굴로 소리치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내 빙시 아입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서글프게 들리는 그 말을 남긴 채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여 있는 그들을 피해서 도망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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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 15 화 2016 / 7 / 12 559 0 6806   
14 제 14 화 2016 / 7 / 12 785 0 11746   
13 제 13 화 2016 / 7 / 12 599 0 10500   
12 제 12 화 2016 / 7 / 12 566 0 8643   
11 제 11 화 2016 / 7 / 12 536 0 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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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 7 화 2016 / 7 / 8 640 0 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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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5 화 2016 / 7 / 8 532 0 6830   
4 제 4 화 2016 / 7 / 8 560 0 8480   
3 제 3 화 2016 / 7 / 8 588 0 7891   
2 제 2 화 2016 / 7 / 8 485 0 10569   
1 제 1 화 2016 / 7 / 8 980 0 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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