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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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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4 화
작성일 : 16-07-08 13:25     조회 : 561     추천 : 0     분량 : 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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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사장님요, 잘 부탁드립니데이. 야가 현성이라꼬 내 후밴데, 요 가게에 깽판 치는 놈들 있으면 마 깔끔하이 처리해 줄 낍니더. 이래 보여도 아가 엄청 착하고 싹싹하니까 일도 잘 거들끼고, 괜찮지예?”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허허,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진의를 양 사장이 모를 리 없었다.

 어디서 거하게 한잔하고 왔는지 몰라도 시뻘게진 얼굴을 한 젊은 조폭 놈이 한 손은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아버지뻘 되는 그를 아랫사람인 마냥 대하고 있으니 밸이 꼴리긴 했다.

 하지만…….

 “하모, 그래야지! 이름이 현성이라꼬?”

 이 바닥이 그런 바닥이다. 저 젊은 조폭 놈은 현재 동성로파에서 상당히 잘나가는 신인이고, 동시에 상당히 난폭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놈이었다.

 물론 연줄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인맥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양 사장이 허허, 웃으며 함께 온 큰 덩치를 힐끔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술을 얼마나 거하게 마시고 온 것인지, 자기 몸 가누기도 어려울 정도로 만취해서는 서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음…….”

 일반적으로 웨이터들을 뽑을 때는 손님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단신에 싹싹한 용모를 선호한다.

 그런데 집채만 한 덩치에,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굴러먹은 자신이 보기에도 움츠러들 정도의 위협적인 외모라니……!

 막상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이건 좀 너무한다 싶어 영 떨떠름한 얼굴로 양 사장이 현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장현성이라꼬 합니더…….”

 비틀거리며 악수하는 그 손이 어찌나 크던지 순식간에 양 사장의 손을 애기 손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야, 진짜 크네.”

 양 사장이 이걸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난처하다는 얼굴로 창호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속내를 감추고 능숙하게 웃음을 지으며 감탄하듯 말하자 창호가 껄껄 웃으며 ‘하모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야가 우리 핵교 댕길 때 존나 날리던 놈이었심다! 요 대구에 있는 학교 다 합쳐가 장현성이 모르면 그거는 일진 취급도 안 해줬으요! 부산이랑 거 어디고? 저짜게 인천이랑 서울에도 대구에 존나 잘 치는 아가 있다 소문났었다 아입니꺼? 진짜 최고, 최고!”

 현성만큼이나 많이 퍼마시고 너끈하게 취한 창호가 자랑스럽게 현성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창호 자랑의 반 정도는 허풍이겠거니 싶지만 그 덩치와 얼굴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양 사장이 억지로 웃으며 ‘이야, 장군감이네’ 하고 미소 지었다.

 “…아입니더. 그냥… 빙시 짓 좀 한 거지예…….”

 취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현성이 그의 억지웃음을 느끼곤 고개를 흔들었다.

 평생 살아오면서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취해서조차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흔드는 현성의 모습에 창호가 ‘아니긴 뭐가 아이고!’ 하고 다시 손을 흔들었다.

 “어쨌거나… 양 사장님. 제 후배, 잘 부탁드리겠심더. 조만간에 우리랑 같이 일도 할 아니까, 잘 좀 봐주소.”

 창호가 양 사장의 옷깃을 매만지고 톡톡 치며 이야기하자 양 사장이 ‘그, 그래야제…’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몬 오늘 새 식구 들어온 기념으로 환영회 안 합니꺼?”

 떡 본 김에 제사도 지내자고 창호가 양주와 아가씨들을 만나고 싶었는지 실실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양 사장이 ‘아, 그래야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게 김 사장님, 방 한 개 내드리라!”

 “아가씨는 사장님 알아서 넣어주이소! 오늘 마, 내 반 쥐기놓을 끼니께 쌔끈한 아들로 해주소.”

 낄낄 웃으며 허리를 앞뒤로 움직인 창호가 현성의 어깨를 툭툭 쳤다.

 “마, 니도 오랜만에 물 좀 빼야제?”

 “아입니더, 지는 그냥…….”

 “그카고 보이 현성이 니 아직 아다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창호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자 현성이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지 같이 생긴 거… 누가 좋아하겠심까. 그냥… 행님만 불러주이소.”

 앞으로 여기서 함께 일을 하려고 하는데 첫날부터 난장을 부리긴 뭣했던 현성이 양 사장을 보며 그리 이야기하자 양 사장이 의외라는 듯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생긴 걸로 따지면 창호보다 훨씬 더 무섭고 험악하게 생겼지만 말하는 투나 눈빛을 봐선 그쪽보단 훨씬 온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장사만 삼십 년을 넘게 했는데, 그동안 오간 사람만 몇이던가?

 사람 보는 눈은 나름대로 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자부하던 양 사장이었다.

 그는 현성을 생각보다 괜찮은 놈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들어가서 기다려 보소’ 하고 그의 등을 툭툭 쳤다.

 “에라이 자슥아! 히야가 오늘 니 진짜 남자 만들어주께! 그래 안 봤는데, 요거… 아직 애기네, 애기!”

 술에 취한 창호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잘 풀려간단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낄낄 웃으며 현성의 팔을 툭툭 쳤다.

 지금은 너무나도 다정한 동네 형님이지만 이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단 생각에 현성은 그저 쓴웃음만 띤 채 고개를 끄덕이곤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양 사장이 아이고,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장사도 안돼가 죽겠구만……. 김창호, 저거는 인간이 안 될 놈이다.”

 하지만 이 바닥을 꽉 쥐고 있는 조직의 조직원이기에 어찌할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바닥에서 힘없는 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순응이었다.

 양 사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아가씨들이 대기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저들끼리 이야기하며 떠들고 있던 아가씨들을 향해 말했다.

 “혜주야! 김창호 왔데이. 아들 몇 명 좀 델꼬 드가가 비위 좀 맞춰줘라.”

 “그 개새끼 왔다꼬요? 아, 씨발…….”

 양 사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가씨들이 싫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그 모습에 양 사장이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내 좀 살리도!’ 하고 두 손 모아 애원했다.

 “…그 개자슥, 오늘은 또 왜 왔다는데요?”

 아가씨들 가운데 가장 베테랑이자 가게 에이스인 혜주가 정말 싫단 얼굴로 양 사장을 바라보았다.

 “…지 후배 여 좀 일시키 달라꼬 델꼬 와서 환영회해 달란다.”

 “하! 뭐 그런 미친놈이 다 있노! 끄지라 하세요!”

 기도 차지 않는다는 혜주의 말에 양 사장이 ‘내 우에 그라겠노? 혜주야……!’ 하고 애달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혜주는 그나마 이 바닥에서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고, 또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양 사장의 부탁을 외면할 수는 없어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꽁짜론 못 하는 거 알지요?”

 올해로 스물일곱 살.

 이 바닥에서는 닳고 닳은 그녀의 말에 양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그래, 그래. 고생 좀 해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아까 잠깐 봤는데요. 김창호가 델꼬 온 거 혹시 장현성이라 카는 아 아니에요?”

 그 와중에 대기실에 있던 막내 아가씨가 뭔가 궁금한 게 있다는 듯 양 사장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 말에 양 사장이 ‘어?’ 하고 막내 승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니도 가 아나? 가 유명하긴 유명했나 보네? 창호가 그래그래 자랑하드만.”

 그 말에 승지가 ‘당빠 유명했죠!’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 목사님 뚜들겨 패가 죽인 아잖아요.”

 달리 유명한 게 아니라 역시나 그 방면으로 유명하다는 승지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짧은 정적 후 아가씨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양 사장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인지 눈을 크게 뜨고 ‘목사님……?’ 하고 물음을 던졌다.

 “잘은 모르겠는데… 그래가 가 소년원 들어갔을 걸요? 그 전에도 진짜 유명했는데! 막 혼자서 세 명이랑 싸워서 이기고 캤다 카던데!”

 그런 카더라 소식이 있더라, 하는 승지의 말에 양 사장이 ‘하이고!’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괜찮은 놈인가 싶었는데 감이 떨어진 모양이다.

 “우에 목사님을…….”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참 너무하다 싶었던 양 사장이 과연 끼리끼리 논다,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개새끼들이 그라고도 얼굴 들고 잘도 다니네!”

 혜주가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말종을 보긴 했지만 그러고도 이렇게 뻔뻔스러운 놈들은 처음이라는 듯 치를 떨었다.

 ‘진짜 가기 싫다!’ 하고 아가씨들끼리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동안 웨이터 범수가 ‘사장님!’ 하고 달려왔다.

 “빨리 안 보내주냐고 또 지랄하는데요?”

 “하아……. 진짜 저 개자슥! 혜주야, 부탁한데이. 내 좀 살리도.”

 양 사장의 부탁에 혜주가 마지못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가 ‘야, 대강 좀 술이나 처맥이고 오자!’ 하고 아가씨들을 돌아보았다.

 “언니, 저는 가 무서워요…….”

 승지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가기 싫다는 듯 이야기하자 다른 아가씨들도 덩달아 겁을 먹었는지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 모습에 혜주가 ‘대충 앉아 있다 오자꼬!’ 하고 승지를 일으켜 세우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혜주를 따라나섰다.

 

 “언니, 제가 차라리 그… 김창호랑 같이 마시면 안 돼요? 저 그래도 아직 교회 다니는데 목사님 때려죽인 애랑은 술 못 마시겠어요…….”

 승지와 혜주는 양 사장을 따라 그들이 있는 룸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긴장이 되는지 덜덜 떨며 승지는 혜주에게 부탁을 했다.

 아직까지 경험이 없고, 겁 많은 승지의 모습에 혜주가 위로 하듯이 ‘그래, 알았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뭐가 뭔지는 몰라도 싹싹한 승지가 이렇게 무서워할 정도면 아주 나쁜 놈이 분명했다.

 앞으로 그런 놈과 같이 일해야 한다면 이 가게도 슬슬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혜주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양 사장의 뒤를 따랐다.

 “김 사장! 오래 기다맀나?!”

 양 사장의 외침에 먼저 양주를 마시고 있던 창호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술에 많이 취한 듯 흐려진 동공으로 ‘하모요!’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사… 아가씨들 얼마나 기댕깄는데……! 어이, 저 누꼬? 혜주 아이가……?”

 꼬부랑 구부러지는 목소리에 근처도 가기 싫은 듯 혜주가 ‘안녕하이소, 오랜만이네예’ 하고 퉁명스럽게 인사했다.

 “저 가시나, 저거는 저래 까탈스러운 게 매력이라카이!”

 그 퉁명스러운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창호가 곁에 앉아 있던 현성을 툭툭 치며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자가 저래 보여도 밑에서 아… 오빠야, 살살……! 하고 소리 내면 을마나 섹시한지 모른데이!”

 그 저질스러운 말에 혜주가 굳은 얼굴을 하고서 정말 싫다는 듯 치를 떨며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동안 승지가 빨리 술이나 처먹이고 쫑 내야겠다 생각한 듯 ‘오빠야! 내는 기억하나?’ 하고 꺄르르 웃으며 창호의 곁으로 다가가 팔짱을 꼈다.

 한껏 드러난 가슴이 팔꿈치에 닿자 창호는 누군지 기억은 안 나도 기분이 한껏 업됐는지 ‘하모!’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혜주는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는 현성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양 사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양 사장이 ‘그라면…’ 하고 눈치를 살피며 이야기했다.

 “그라면 김 사장, 재밌게 놀다 가이소!”

 약자는 강자에 기어야 한다.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그 논리를 몸소 실천하는 양 사장의 말에 창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심데이!’ 하고 소리쳤다.

 “어이, 혜주야. 니, 야 아다 좀 떼줘라. 알겠제? 아다란다, 아다! 대구서 주먹으로 대장 먹고 나온 놈인데 이게 말이 되나?!”

 뭐가 그리 웃긴 건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창호의 모습에 혜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반면 승지는 ‘어머, 진짜예?’ 하고 정말 놀란 듯 현성을 바라보며 창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팔을 꼭 안으며 밀착하는 승지의 적극적인 몸짓에 창호가 ‘맞나 아이가! 장현성이!’ 하고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현성의 어깨를 툭툭 때렸다.

 “아…….”

 빈속에 소주를 마시고 막걸리까지 마신 터라 잠깐 잠이 들었던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창호가 다시 푸하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이래가 오늘도 아다 못 떼겠데이! 자슥아, 닌 좀 쉬라!”

 그 말에 현성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승지가 ‘한잔 올리께예~’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창호의 잔에 양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일찌감치 보내버릴 작정으로 ‘오빠야, 남자는 뭐?’ 하고 앙증맞은 얼굴로 물음을 던졌다.

 “원샷! 노 브레이끼 아이가!”

 단순 무식한 창호가 거기에 의심 하나 하지 않고 남자답게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동안 혜주는 옆에 앉은 현성을 힐끔 바라보았다.

 앉아 있어도 정말 크다 생각이 드는 덩치에 고개를 들었을 때 본 무서운 얼굴.

 화상 자국이 있어서 특히나 더 무서워 보이는 얼굴이 승지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더욱더 싫어 보였다.

 하지만 기분은 맞춰줘야 했다. 그게 그녀의 일이고, 오늘의 몫이었으니까.

 “…오기 전에 술 많이 먹고 왔어요?”

 혜주의 물음에 현성이 또 잠깐 잠이 들었다 정신이 돌아온 듯 ‘아…’ 하고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이예’ 하고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면 좀 쉬어요.”

 범수가 깎아 놓은 사과를 혜주가 급하게 포크로 찍어서 현성에게 내밀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다가 손으로 사과를 받아먹었다.

 그 모습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척 풋풋해 보여 혜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내가 이걸로 찌를까 봐 그캐요?”

 혜주의 물음에 현성이 ‘예……?’ 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혜주가 정말 의외라는 듯 ‘이런 데 처음 와봐요?’ 하고 물음을 던졌다.

 “예…….”

 말수가 무척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혜주가 ‘귀엽네’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목사를 때려죽인 놈이란 사실이 사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게 그나마 좀 낫게 느껴졌다.

 “와! 오빠야, 진짜 멋있다! 저 옆에 오빠가 덩치는 더 좋은데 술은 오빠야가 더 잘 마시네!”

 곁에서 승지가 창호를 보내려고 각고의 노력을 펼치는 동안 혜주는 계속 말없이 안주를 내밀었다.

 그때마다 입으로 받아먹기가 어색하여 손으로 집어먹던 현성이 ‘안 그라셔도 됩니다’ 하고 첫말을 떼었다.

 “좋아가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머뭇거리며 다시 안주를 받자 혜주가 따분하고 싫다는 듯 문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승지의 치맛자락에 놀아나는 창호를 뒤로한 채 현성 역시 그 분위기가 무척 어색하고 불편했기에 말없이 술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혜주가 술잔 채우는 건 자기 일이라는 듯 먼저 양주 병을 들고 글라스의 1/3 정도를 채우곤 그 안에 얼음을 넣었다.

 “그냥 따라 마실라 그랬죠?”

 “…예.”

 “양주는 그렇게 먹는 거 아니에요.”

 “아…….”

 다시 한 번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여전히 눈도 못 마주치는 그 모습에 생긴 건 징글징글해도 하는 짓은 제법 귀엽네, 하고 혜주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 현성이 ‘왜……?’ 하고 그녀를 힐끔 바라보자 혜주가 ‘그냥요!’ 하고 도도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현성은 또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보기와 다르게 정말 순둥이 같단 생각이 혜주의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이내 그녀가 승지를 힐끔 바라보았다.

 “아앙…! 오빠야아아…….”

 혜주는 인사불성으로 변해가는 창호의 품에 안겨 웃음을 팔고 있는 막내를 보며 없는 말이 생겨나진 않았겠지,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현성이 혼자서 양주를 홀짝이는 모습에 자기 잔도 채우곤 일이 거의 끝나간다 싶어 혜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몇 살이에요?”

 “내년 되믄 스므 살 됩니다.”

 어색해하는 현성의 대답에 혜주가 글라스에 얼음을 동동 띄우곤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라믄 앞으론 그래 쓰레기 같이 살지 말아요.”

 그 목소리에 현성이 크게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별말 없이 받아주던 그녀의 눈빛에서 혐오감, 경멸감을 읽은 것일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정말 하는 짓을 봐선 그런 짓을 한 사람 같진 않은데…’ 하고 생각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그라고 싶습니다.”

 그러다 그 순간 스친 무척 슬퍼 보이는 눈빛과 작은 목소리에 ‘응?’ 하고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험악한 얼굴과 달리 그 눈빛은 무척이나 색이 깊었다.

 어쩐지 서글퍼 보이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사람의 눈치고는 너무나도 깊이가 묻어나는 눈빛에 혜주가 궁금증이 생긴 듯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걸 굳이 그녀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혹시 가게 일함서 문제 만들고 하지 말아요. 그라면 내가 가만 안 둘 거니까. 알겠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쓰레기 같은 자식이고 상종해선 안 될 놈일 것이다.

 사정이 있든 없든, 그리고 목사든 뭐든,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단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예…….”

 그 묵직한 대답에 혜주가 다시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는 동안 현성이 다시 한 번 잔을 입에 가져갔다.

 차가운 얼음에 시원해진 양주가 목구멍을 타고 번져갔다.

 끈적하고, 달콤하고, 화한… 마치 몸이 녹아내려 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현성이 혜주와 마찬가지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긴긴 하루가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후우, 하고 한숨과 함께 눈을 감으며 현성이 다짐하듯이 말했다.

 “절대로… 안 그라겠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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