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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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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3 화
작성일 : 16-07-08 13:21     조회 : 589     추천 : 0     분량 : 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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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래, 나온 지는 얼마나 됐다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러운 해물 파전과 땀 같은 물기가 송골송골 맺힌 막걸리를 앞에 두고도 별생각 없는 현성이 ‘며칠 안 됐심다…’ 하고 멍하니 파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다소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진 그 모습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창호가 ‘에헤이, 이 자슥 봐라!’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와 이래 축 늘어졌노! 니 장현성이 아이가? 와 이카노!”

 그 말에 현성이 피식, 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까 빈속에 마신 소주 기운이 점차 올라오면서 노곤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한껏 풀린 눈이 무척이나 깊어 보였다.

 “힘드네예… 창호 히야.”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퍼다 마시는 것밖에 없다는 듯 현성이 막걸리 주전자를 잡았다.

 그러자 창호가 ‘에헤이! 이 봐라!’ 하고 주전자를 들어 현성의 사발에 막걸리를 따랐다.

 “와 그라는데? 나오고 우에 지내는지 얘길 좀 해봐라! 히야 아이가!”

 “…뭐 별거 있심까? 갈 데도 없고, 오데 써주지 않고… 그렇심다. 지 같은 꼬라지 누가 써줄라 캅니꺼. 아무도 안 쓸라 그라지예.”

 술기운이 올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나마 옛정이 있어 다정해 보이는 창호의 호의가 굳게 닫은 마음을 슬쩍 열었던 것일까?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털어낸 현성이 그걸 안주 삼아 잔을 채우기 무섭게 술을 비우자 창호가 쯧쯧, 하고 혀를 차며 다시 사발을 채웠다.

 밀로 만들어 단맛이 없는 막걸리의 향취에 현성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쉬자 창호가 ‘마이 힘든가 보네?’ 하고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예……. 좀 그라네예. 힘들다 싶었는데 이만큼 힘들 줄은 몰랐심다. 내사 일은 하고 싶은데 써주는 사람이 없네예. 좆같은 시끼들이 시비나 트고 우에 살면 될란가 막막합니더.”

 “니 고모 집에서 살았다 아이가? 고모는 뭐라 안 카드나?”

 “사람 때리 쥑이가 소년원 갔다 왔는데 누가 좋다 캅니까? 고모부가 전화도 하지 말라 카데예……. 이맨치 나이 처묵고 기대기도 뭣하고, 쪽팔린다 아입니까.”

 이제 스무 살을 목전에 둔 녀석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성숙한 구석이 있었다.

 세상 풍파에 너무나도 거칠게 휩쓸려 마치 은퇴를 앞둔 노병 같은 눈을 하고서 다시 현성이 사발을 들자 창호가 ‘니가 참 갑갑하긋다!’ 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를 따라 사발을 들었다.

 이내 챙! 하고 사발을 부딪치고 꿀렁꿀렁 막걸리를 들이켜니 그 시원하고 알싸한 느낌이 목구멍을 톡톡 쳤다.

 “아나! 안주 좀 무가면서 무라!”

 창호가 씩 웃으며 아직까지 김이 나는 전을 젓가락으로 찢어 두툼한 오징어 다리 살과 아삭하니 싱싱해 보이는 파가 있는 부분을 고추 간장에 푹 찍어 현성에게 내밀었다.

 “아이, 괜찮심다.”

 그게 조금 뻘쭘했던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자 창호가 ‘마! 팔 아프다!’ 하고 다시 한 번 파전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아…’ 하고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전을 받아먹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입안에 퍼지는 짭쪼름한 맛, 그리고 풍성한 오징어 살의 질감이 가득 퍼지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맴돌았다.

 꿀꺽……!

 거의 첫 끼니나 다름없는 안주에 현성이 ‘그래도 히야 만나가 다행이네예’ 하고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니 카믄 지금 어서 지내노?”

 “원에 있을 때 돈 좀 모아놔가… 그거 가지고 모텔서 지내고 있슴다.”

 “에헤이! 와… 진짜 너거 고모도 너무하네. 암만 그래도 핏줄인데 우에 그라노?”

 “…그래 싫어하는데 굳이 드갈 필요 있슴니까. 눈치도 보이고, 가봐야 민폐지예. 지금도 일 하나 못 구해가 이래 빌빌거리는데…….”

 고개를 흔드는 현성의 모습에 창호가 ‘하기사’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고생이 많네, 쉐이! 나는 니 우에 잘 지내는가 했는데. 참 천하의 장현성이 우에 이래 됐노? 새끼, 그때 좀 참지 안 그랬나!”

 “그러게예, 빙시 같은 짓 했심다…….”

 씁쓸한 얼굴로 현성이 눈을 감았다. 온몸에 화하게 퍼져가는 술기운이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것만 같았다.

 질척한 양손, 화상 자국이 지끈거릴 정도로 뜨거웠던 날씨, 그리고 ‘살려주이소…’ 하는 낮은 신음 소리.

 그 더러운 느낌에 현성이 번쩍 눈을 뜨고 주전자를 들었다.

 “…히야는 우에 지내는데예?”

 소년원에 있을 때 건너 다리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지마는 현성은 모르는 척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창호가 ‘내?’ 하고 피식 웃으며 사발을 내밀었다.

 “임마! 히야 요새 존나 잘나간데이. 동성로파라꼬 알제? 거 들어가 있다.”

 건너 다리 소식으로 미리 접했지만 그걸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것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현성이 ‘그렇습니꺼…’ 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 비슷하게 자라온 창호는 알아주는 동네 건달이었고, 결국 조직 생활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는 그 얼굴에 현성이 자신의 종착점도 저런 데 아니겠나, 하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야, 말 나온 김에… 현성이, 니 할 거 없으면 히야랑 같이 일 안 해볼래?”

 그리고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창호를 만나 반갑긴 했지만, 다른 면으론 그리 반갑지 않았던 이유.

 그 이유가 어둠 속에서 슬슬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현성이 ‘지예……?’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 사람 때리가 쥑인 놈입니더. 주먹질로 못 벌어먹심다.”

 “아! 요게 또 요래 답답한 자슥 하나 있었네!”

 그 말에 창호가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거 아이라카이!’ 하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곤 막걸리를 들고 벌컥벌컥 들이켜며 크아~ 하고 소리를 냈다.

 이어 파전을 덥석 집은 창호는 우걱우걱 그것을 씹어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새 임마, 응……? 음… 깡패라꼬… 누가…”

 “다 드시고 말씀하이소.”

 현성의 졸린 눈빛과 조용한 목소리에 창호가 푸헛, 웃음을 터뜨리며 ‘오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전을 우걱우걱 씹다가 삼킨 그는 젓가락을 들고 ‘잘 봐래이!’ 하고 말을 이어갔다.

 “아들이 뭐 조폭이다, 뭐다 해가 다 착각하는데 사람 때리고 그런 거 한 개도 안 한다! 그냥 가가… 주점이나 나이트 사장님덜한테 인사 좀 하고, 요즘 누가 괴롭히는 사람 좀 있다 싶으면 잘 타일러가 말해주고… 또 뭐꼬? 술 마시고 난리 피우는 씹숑 있다 그러면 가가 ‘그러지 마이소’ 하고! 그게 다라카이!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한~ 개도 읍다!”

 주먹질은 정말 해본 적 없다는 듯 창호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흔들자 현성은 그저 어색하게 웃음 지어 보였다.

 “…그렇심니꺼?”

 그 목소리에 신이 난 듯 창호가 ‘마, 봐봐라!’ 하고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하는 것이, 이 갈 곳 없는 후배를 끌어들일 생각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

 현성은 취한 와중에도 그 의도만은 빤히 보여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사이 창호가 팔을 걷어 왼손에 찬 고급스러운 시계를 보여주었다.

 “그래, 임마! 히야, 짐 옷 입은 거랑 요거, 시계 보이나? 이거 존나 비싼 거거든! 로렉스, 알제? 그냥 가가지고 ‘아~ 사장님! 우에 좀 잘 지내는교?’ 이 이야기 하나 하면 돈이 술술 들어온다! 또 가면 대구 인심이 그래 좋아가 공짜 술에, 아가씨에! 딱 자리 하나만 잘 물어뿌면 아가씨랑 샤바샤바해가 나중에 보도 채리가꼬 운전만 해다 날라주면 한 달에 오백만 원, 천만 원은 금방이라카이! 내도 지금 아가씨들 좀 모으고 있는데 조만간 한 다섯 명 찍으면 봉고 하나 사가, 보도 실장 할라꼬 안 카나!”

 ‘요즘은 예전처럼 그런 거 없다!’ 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창호의 목소리에 현성이 졸린 듯 풀린 눈으로 ‘좋겠네예’ 하고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창호가 실실 웃으며 ‘와, 구미가 땡기나?’ 하고 물음을 던졌다.

 “모르겠심더…….”

 힘없이 고개를 흔드는 현성의 모습에 ‘야, 현성아!’ 하고 창호가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솔직히 히야가 니랑 몇 년 알고 지냈노? 내가 진짜 지금 니 보이까 맴이 아파서 안 되겠다! 히야 믿고 내 밑으로 들어온나! 그카면 히야가 니 한 달에 천만 원, 아니! 한 달에 이천만 원, 삼천만 원 요래 벌게 해주께! 쒸바, 사내 새끼가 좆 달고 태어났으면 뭐든 크게 함 놀아야 하는 거 아이가? 막말로 공부 잘해가 펜 잡고 돈 버는 거랑, 쌈 잘해가 주먹으로 돈 버는 거랑, 무슨 차이고? 안 그렇나?”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말에 현성이 쓴웃음과 함께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리될 것을 알고 있었는데, 지금 현성은 그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도무지 말이다.

 술기운이 올라서?

 아니, 아니. 정말로 그것 이외에는 그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 니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났으! 뭐, 조선 시대… 뭐꼬? 고구려라 카나? 암튼, 뭐 그때 태어났음 니는 김태희, 한예슬이 요런 아들 첩으로 삼고 장군질했을 놈이라카이! 쒸바, 근데 세상이 뭐꼬? 존나 좆같이 돌아간다 아이가! 막말로 니 생긴 게 뭐 어떻노? 씨발, 좆만이 새끼들이 지들이 겁은 많아가 쫄아놓고 무섭게 생겼네, 뭐네 하는 거 아이가? 야… 솔직히 히야도 니만큼 험악하게 생깄잖아? 안 글나?”

 언제 말을 이렇게 잘하게 된 건지 몰라도 현성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창호의 말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이 식어버린 파전처럼 축 늘어진 가운데 창호의 일장 연설이 너무나도 그럴 듯하게 현성의 귓가를 흔들었다.

 “내도 고삐리 졸업하고 취업할라 그랬지! 근데 씨바… 내 생긴 거 보고 사람들이 뭔 일만 생기면 다 저 새끼 탓이다, 요 카는 거라! 씨발, 내가 뭐했는데? 존나 억울하잖아? 화가 나도 참고, 막 존나 참았지. 근데 그러면 뭐 우야는 줄 아나? 내를 더 우습게 보는 기라! 씨발, 좆도 안되는 것들이 완전 날 물로 보고 깝싸댄다 안 카나? 내가 그때 때리 치면서 개작살을 냈다, 씨발 놈들. 그러니까 울면서 미안하다꼬 빌데? 내 그때 알았다. 애시당초에 그런 새끼들은 우리 같은 놈들 겉만 보고 선을 그어버리는 기라. 너거는 오지 마라, 여는 우리 땅이다! 뭐 씨발, 얼라 같이 그런 거 있잖아?”

 묘하게 공감되는 창호의 말에 현성이 점차 마음이 천천히 기울어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삼 일간 하루에 삼십 통 넘게 전화를 하고 몇십 군데를 찾아다녔던가?

 그렇지만 돌아온 결과물은 이것이 다였다. 아무 곳에서도 그를 써주지 않았다.

 창호 역시 현성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더러운 인상과 안 좋은 전력이 있었고,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 이야기가 공감이 됐다.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을 바라보며 창호가 ‘봐라!’ 하고 테이블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힐끔 그들을 바라봤지만 이내 무시무시한 외모를 보고는 모른 척 홱, 고개를 돌렸다.

 “보이나? 이게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다. 현성아, 히야랑 같이 함 제대로 남자 같이 살아보자. 좆같은 새끼들한테 비위 맞추지 말고, 우리끼리 당당히 살아보자꼬! 저거들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는데? 안 글나?”

 아마 현성이 창호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의 직속 부하가 되어, 그를 형님으로 모시고 함께 잡일들을 하러 다닐 것이다.

 주먹질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걸 모두 다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남 일 같지 않아서, 지금 너무나도 세상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다만 아주 작은 양심 하나가 그 마음을 붙잡고 ‘글로는 가면 안 된다!’ 하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아직 몰겠심다.”

 “에헤이! 이 양반 답답한 거 좀 보라카이! 내 알아듣게 이야기 안 했나?!”

 창호가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그게 아니고예’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보호 관찰 기간입니더. 그런 거 하고 싶어도 아직은 못 합니더.”

 정말로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창호가 막연하게 던진 말들은 현성이 남들보다 잘나가고, 잘나게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면접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잘린 것과 달리 이렇게 역설하며 손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그래서 더 끌린 것인지도 몰랐다. 세상에 혼자인 괴물에게 또 다른 괴물이 손을 내밀고 있어 ‘혼자’가 아닌 것 같다는 기분 말이다.

 “아, 그래? 니도 생각은 있었네, 자슥이!”

 창호가 크크, 웃으며 친근하게 현성의 팔을 툭 쳤다.

 그 손길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근데요, 진짜 몰겠심더’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반 년 남았는데예, 그때까지 생각 좀 해봐도 되겠심까……?”

 “반 년? 씨발, 존나 오래 남았네! 뭐, 이 새끼들은 다 끝내고 나왔는데도 죄인 취급하노? 존나 씨발 놈들이네!”

 ‘와, 열 받는다!’ 하고 사발에 막걸리를 따르며 창호가 술을 권했다.

 이제는 알딸딸한 기분이 온몸으로 퍼져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지만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빙글빙글 도는 느낌에 현성이 그를 따라서 사발 그릇을 들었다.

 “마! 히야는 다른 새끼들이랑 다르다 아이가? 니 언제라도 하고 싶다 카면 도와줄 수 있다! 히야, 지금 진짜 좀 잘나가거든! 알제? 로렉스!”

 왼팔을 짤랑짤랑 흔들며 창호가 씩 웃음 지었다.

 여전한 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나쁜 짓이긴 했지만 어린 시절 함께했던 선배와의 좋은 추억거리를 떠올리며 현성이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험악하고 무서운 얼굴이지만 그 애틋한 얼굴에 창호가 정말 말로만 안타까운 건 아니었는지 ‘한잔하자! 오늘 뒈져보제이!’ 하고 건배했다.

 꿀꺽, 꿀꺽.

 얘기를 하는 동안 조금 미지근해진 감이 있지만 여전히 시원한 막걸리가 목구멍을 넘어갔다.

 곧 구들장의 열처럼 올라오는 술기운에 현성이 후, 하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니 술 약해짔나? 요거 묵고 벌써 그라노?”

 창호가 ‘오늘 끝까지 가야 되는데?’ 하고 실실 웃으며 다시 사발에 막걸리를 채웠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 현성이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달리 부정할 수 없는 창호의 말들이 가슴에 박혀 들어가고 있었다.

 애써 그 쓰라림을 달래며 현성이 ‘히야…’ 하고 그를 불렀다.

 “와? 말해봐라. 뭐 필요한 거 있나?”

 한때 대구를 주름잡았던 싸움꾼 장현성이 아니던가?

 요놈만 부하로 만들면 앞으로 승승장구할 게 틀림없다 생각한 창호가 ‘말해보그라!’ 하고 호의 가득한 얼굴로 씩, 웃음 지었다.

 “…당분간 지 생각도 좀 하고… 일할 데 좀… 알아봐 주시면… 안 됩니꺼? 뭐든 열심히 할 게예, 참말로…….”

 정신이 없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이야기하는 현성에게 창호가 ‘안 될 거 뭐 있노!’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현성이 감았던 눈을 뜨고 촉촉한 눈으로 창호를 바라보았다.

 어둠의 세계로 인도하는 악마든 뭐든, 세상에 외면당한 장현성에게는 그가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결국은 그리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한 기분에 현성이 고개를 흔들며 술기운과 함께 그 불안까지 떨쳐내려 했다.

 그리고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사를 전했다.

 “진짜 고맙십니더, 히야밖에 없네예. 진짜, 진짜… 은혜 안 잊겠심다…….”

 그 말에 창호가 ‘마! 치아라!’ 하고 쑥스러운 듯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정도는 분명히 그 이득을 위해서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수 있는 일이겠지만…….

 “니 담배 피나?”

 “…예, 한 까치만 주이소.”

 “아나.”

 창호가 품에서 말보로를 꺼내 현성에게 한 개비 내밀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눈을 감은 그에게 ‘마, 정신 챙기라!’ 하고 창호가 피식 웃으며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담배를 쭈욱 빨아들이곤 캬~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오늘 촥촥 감기네! 쥑인다!”

 그 말에 현성이 반쯤 감긴 눈으로 담배 연기를 들이켰다.

 “후우…….”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괴물’들의 세계인지 잘 모르겠다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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