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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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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2 화
작성일 : 16-07-08 13:20     조회 : 487     추천 : 0     분량 : 10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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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형범 교위님이 소개해 줬다고?”

 “예.”

 단순히 주소지만 보고 찾아오기가 여간 쉽지 않았던지 매서운 겨울바람에 시뻘겋게 굳은 얼굴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무서워 보이는 외모 탓에 조금 겁을 먹은 중년의 보호소 담당자가 ‘흐음…’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장현성입니더.”

 “나이가……?”

 “내년 되믄 스므 살 됩니더.”

 그 말에 담당자가 ‘음…’ 하고 뜨뜻미지근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들고 있던 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나마 따뜻한 실내에서 따뜻한 차라도 마실 수 있어 행복한 듯 현성이 녹차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동안 담당자가 난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도 지금… 자리가…….”

 무척 곤란하다는 듯한 그 말에 현성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괜찮심니더’ 하고 대답했다. 사실 애당초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갈 데가 없어요?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더.”

 무뚝뚝한 그 목소리에 담당자가 ‘아…’ 하고 조금 안타까운 듯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있는 화상 자국에 연상되었는지 ‘화재?’ 하고 그녀가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담해 보이지만, 무서운 용모와 다르게 예의 바른 모습이 더욱 처연하게 느껴졌다.

 그런 덕분인지 담당자가 조금 상냥해진 목소리로 그를 향해 이야기를 꺼냈다.

 “미안해요, 정말. 지금 여기 보호소에도 애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겨울엔 특히 더 그렇거든요. 여유가 없는 곳이라서…….”

 그녀의 미안함 가득한 음성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에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괜찮심다.”

 실망할 게 아니라 당장에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여기가 안 된다고 한다면 따지고 우겨봐야 이득 될 일이 없단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 이야기하는 현성의 모습에 담당자가 측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소년원에는 왜 들어간 거예요?”

 그러다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인지 그녀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현성이 ‘그냥…’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빙시 짓 좀 했슴다. 어릴 때라가… 멍청해서.”

 무뚝뚝한 얼굴로 뭉뚱그려 대답하는 태도에 담당자는 그가 얘기하기 싫어한단 것을 느낀 건지 ‘아…’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좀 쉬고 가요, 날도 추운데.”

 “아입니더. 그냥… 빨리 가서 숙소부터 구할랍니다.”

 연이은 그녀의 호의에 현성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 말에 담당자가 ‘흐음…’ 하고 물음을 던졌다.

 “어디 갈 만한 데 있어요?”

 그녀의 물음에 현성이 ‘모텔 드갈라꼬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담당자가 걱정이라는 듯 그를 바라보며 ‘돈은?’ 하고 물음을 던졌다.

 “…소년원 나오면서 좀 모아놓은 거 있습니더.”

 소년원과 제휴한 현장에서 노동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일부 있다는 그 말에 담당자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가가 빨리 일 구해야지예.”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세상에 내던져진 소년은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담당자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잘되길 응원할게요’ 하고 위로를 더했지만 현성은 무뚝뚝하기 그지없었다.

 “예. 일 보이소.”

 아마 그 모든 호의들을 겉치레라고 생각한 듯 차가운 말을 남기며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나 어딘가에 기대거나 의지하면 안 될 일이었다.

 그것들을 다시 한 번 느끼며 현성이 청소년 보호소를 나섰다.

 그가 떠나가고 남은 자리에서 담당자가 ‘장현성, 장현성’ 하고 이름을 되뇌다 낯이 익다 싶었던지 키보드를 두드려 보았다.

 “목사님 폭행 치사 사건이면… 그 유명한 애였구나.”

 담당자가 한숨과 함께 그가 사라진 빈자리를 바라봤다.

 어쩌면 그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행동이 좀 과하긴 했지만 그게 결코 ‘악의’를 가지고 벌였던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에휴…….”

 세상사가 얼마나 막막하던가?

 가끔은 그녀로서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게 세상이었다.

 “잘됐으면 좋으련만.”

 담당자의 한숨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온 현성이 다시 한 번 더 몸을 움츠리며 걸음을 옮겼다.

 일 년 육 개월 동안 원과 제휴된 현장에서 일을 하며 모아둔 돈이 꽤 있기 때문에 사실 당장 갈 곳이 없다 하더라도 지낼 수는 있었다.

 어차피 세상과 동떨어진 지 일 년 육 개월이 지났고 그 이전에도 세상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

 딱히 원망하거나 그것들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씁쓸한 마음만큼은 감출 수가 없었던 현성이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막막한 것이 있다면 바로 앞으로의 문제였다.

 모아둔 돈으로 당장 지낼 곳을 구하고 그 나머지로 생활비를 충당하면 되겠지만 정말 문제는 일을 구하는 것이었다.

 중졸에 불과한 학력에 가진 기술조차 없고, 보는 사람들이 슬금슬금 도망칠 정도로 험악한 인상과 덩치는 그가 어디에도 갈 수 없도록 만들 게 틀림없을 테니까.

 “하아…….”

 길었던 여름보다도 지독스러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막막해서 발걸음조차 떨어지지 않아 현성이 걸음을 멈춰 섰다.

 그리고 이제는 차갑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얼어붙은 얼굴로 멍하니 늦저녁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봄이라도 오면 좋긋네.”

 

 ***

 

 “아… 미안합니다. 저기 벌써 사람을 다 구해가…….”

 “아까 전화할 때는 아직 구하고 있다고…….”

 “아, 예! 그게요… 그 사이에 일이 그래 돼가…….”

 머리를 긁적이는 인력 사무소 직원의 말에 현성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화상 자국과 더러운 인상 때문에 서비스직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나마 얼굴 따지지 않는 생산직에 지원을 했지만 이것 역시 방문을 하면 이 모양 이 꼴이었다.

 그나마 현성을 쉽게 받아줄 막일도 겨울이다 보니 일이 없었다.

 벌써 며칠째, 몇 번째 까이는 상황이 이어지자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현성이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미안하게 됐심다, 나중에 자리 생기면 제일 먼저…….”

 “치우소.”

 들고 왔던 이력서를 직원에게서 빼앗듯이 낚아채고 돌아선 현성이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힘없이 사무실을 나서는 그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인력 사무소의 작은 철문 너머로 희고 울퉁불퉁한 벽과 나선 모양의 층계가 보였다.

 그 좁디좁은 곳에서 현성이 ‘씨발!’ 하고 저도 모르게 울컥 치밀어 오르는 울화에 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묵직한 소리와 함께 벽을 때린 주먹에 소리만큼이나 묵직한 충격이 밀려왔지만 답답함은 결코 풀리지 않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주먹을 벽에 댄 채 그가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퍽! 하고 벽을 두드렸다.

 “씨팔!”

 벌써 주먹이 까진 듯 새하얀 벽에 핏자국이 찍혔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프지도 않았다.

 도리어 맘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에 현성은 입술을 물어뜯듯이 꽉 깨물었다.

 소년원을 나오게 되면 그 앞에 펼쳐질 일들이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일 아닌가?

 벌써 삼 일째 모텔에서 생활하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다.

 벼룩 신문에 널려 있는 일자리 대부분은 사람들을 대하는 일인지라 애당초 험한 인상과 덩치를 가진 그를 고용해 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힘을 쓰는 일이나 공장 일을 알아보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공장에서 직접 면접을 보지도 못하고 인력 사무소에서 컷을 당할 정도라면 할 말을 다한 것이다.

 외모란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그것뿐이 아니란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아마도 고교 중퇴 이후에 비어 있는 공란. 별다른 경력 없이 비어 있는 그 시간을, 담당자가 물어봤을 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대답하니만 못 한 부분이니까…….

 그저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지만 그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비어 있는 일 년 육 개월의 시간이 그에게 새로운 장애가 되고 있었다.

 과거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엔 그 험한 외모만이 장애물이었다면 이제는 범죄자라는 새로운 편견이 더해져 더욱더 두껍게 그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현성이 허탈한 기분으로 이력서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다 으득, 하고 이를 갈며 이력서를 구겨 버렸다.

 솥뚜껑마냥 큰 손으로 종이를 구기고 바닥에 세차게 내던졌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다.

 이젠 들고 있어봐야 쓸모없는 종이에 불과했다.

 씁쓸함과 막막함을 감출 길이 없어 답답한 듯 망연자실한 얼굴로 현성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안에 면접을 보러 온 크로스백을 멘 평범한 용모의 남자 둘이 움찔하며 길을 비켜섰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하는 남자들.

 그 모습에 현성이 속 깊이 한숨을 내쉬며 꾸벅 고개를 숙이곤 걸음을 옮겼다.

 다른 누구는 되고 자신은 안 되는 것. 너무나도 불공평하다 느꼈지만 타고난 것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외모뿐 아니라 소년원 경험 또한 장벽이 되었지만 그것조차도 어떤 의미에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하아…….”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현성이 부쩍 수척해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소년원을 나설 때, 그래도 꿈과 희망이 없는 그 자리보다는 여기가 나을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힘들어도 너무 힘든 곳이었다.

 오히려 창살이 가린 스트라이프 하늘이 그리워질 지경이었다.

 걸음을 멈춘 채 현성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단단해 보이는 각이 진 튼튼한 턱과 굳게 다문 일자 입술, 그리고 얼굴의 1/4을 차지한 화상 자국이 징글징글하게 남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악당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너무나도 애잔하고 슬펐다.

 “…어떡하노?”

 하늘인지 자기 자신인지,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상대에게 물음을 던져봤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고 환영하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소년원에서 모아둔 돈을 모두 써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현성의 머리를 스쳤다.

 “하아…….”

 만약 외모만 보통 사람 같았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거라는 원망이 절로 가슴을 치고 나왔다.

 아니, 최소한 얼굴에 화상만 없었더라면…….

 부모님을 앗아가고 얼굴에 상처를 남긴 이 화상.

 하지만 그것조차 ‘그의 잘못’이었으니 누굴 원망할 텐가?

 마땅히 받아야 할 큰 벌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현성이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갑갑하고 막막하고… 외로움과 괴로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충만하나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 괴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건 술밖에 없었다.

 

 숙소로 잡은 모텔 근처의 국밥 집으로 들어간 현성이 ‘따로 국밥 하나랑 소주 한 병만 주이소’ 하고 주문하자 벌써 며칠째 그를 보는 이모가 움찔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해질 법도 하다만 여전히 그를 무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다시 한 번 쓴웃음과 함께 ‘소주 먼저 가져다주소’ 하고 무뚝뚝한 얼굴로 이야기를 전했다.

 부리나케 소주와 소주잔을 들고 와 ‘여기 있심다…’ 하고 이모가 소주병을 내밀자 현성이 ‘고맙심다’ 하고 소주를 바로 빈 소주잔에 한가득 채웠다.

 꿀꺽!

 달고 쓰고 화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따라 흘러가다 온몸으로 퍼졌다.

 그리고 이후 찾아오는 알딸딸한 기분. 그 기분에 현성이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이어 안주를 기다릴 시간도 없이 한잔을 더 채우고 홀로 술을 들이켜는 모습이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삼촌, 오늘 무슨… 안 좋은 일 있는 갑지예……?”

 무섭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싶었던지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지는 식당 이모의 말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같심더.”

 한숨 가득한 대답에 식당 이모는 그가 생긴 것은 좀 그래도 안타깝게 보였는지 ‘기운 내이소’ 하고 밑반찬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측은해서라기보다는 혹시 저리 마시다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건 아닐까?

 이젠 호의도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현성이 한숨과 함께 ‘고맙심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분명히 아직도 자신을 무서워할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은 아마 겉치레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에 대해서 너무나도 부정적이 되어버린 그가 아무 말 없이 세 번째 잔을 채우고 다시 소주를 들이켰다.

 국밥이 채 나오기도 전에 한 병을 순식간에 비운 현성이 ‘한 병 더 주소’ 하고 술을 시키자 식당 이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소주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

 후딱 마신 만큼 취기가 빠르게 올랐다.

 그래도 몽롱한 기분이 그나마 우울한 현실을 잊게 해줬기에 현성이 살며시 웃음 지었다.

 “이거밖에 없네…….”

 친구도, 가족도, 무엇도 없는 외톨이.

 어린 시절 불리던 ‘괴물’이라는 별명처럼 마치 세상과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고독한 종(種)이 되어버린 기분을 느끼며 현성이 다시 한 번 술잔을 채웠다.

 식당 이모가 따로 국밥을 들고 와 뚝배기와 밥그릇을 나란히 놓았지만 그때까지도 현성은 밥과 국 대신 술만 마시고 있었다.

 “한 병만 더 주소…….”

 “아이고야, 젊은 사람이 뭐 이래 술을 빨리 자시노? 무슨 일인교?”

 식당 이모가 걱정이 조금 되는지 한마디 거들자 현성이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 같은 놈은 쓸데없나 보데예. 생긴 게 이카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나 봅니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그의 모습에 식당 이모가 안타까운 듯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긴 게 무섭긴 했지만 그 역시 그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냥 무서워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주 한 병을 가져다 놓고 ‘너무 많이는 드시지 마소’ 하고 위로하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에 현성이 공허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소주잔을 채웠다.

 마음껏 취해서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소주잔을 따르는 손등의 상처를 보니 서글픈 마음이 들어 현성이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술도 잘 취하지 않는 게 또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세 병째 술잔을 들이켜며 현성이 드디어 국을 한 숟갈 뜨는 사이에,

 “와… 씨바, 뭐 저거 저렇게 생깄노? 장난 아이네!”

 그 귓가를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성이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숟가락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들어와서 소주 세 병을 올려두고 시뻘게진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 보였다.

 “니 뭐라 캤노.”

 그가 무섭게 굳은 얼굴로 그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흉폭한 그 말에 움찔하며 맞은편에 앉아 있던 녀석이 ‘아, 아닙니다! 다른 거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 말에 현성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참고 다시 등을 돌렸다. 분명히 그건 자신을 향한 이야기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고를 쳐서는 곤란한 시기였다.

 인내심을 가지고 꾹 참으며 현성이 한숨을 내쉬는 동안,

 “내 같으면 저런 쌍판 가지고 못 산다. 죽지, 죽어.”

 이내 다시 낄낄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망설임 없이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이고! 총각! 와 카노!”

 그 모습에 놀란 식당 이모가 그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일 듯한 현성의 눈빛에 주춤하며 다가오지도 못하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인지 전화기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은 차라리 다시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 들어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쓴웃음과 함께 그들 앞에 섰다.

 “씨발 놈아, 니 뭐라 캤노?”

 “아… 그쪽 얘기한 게 아니고요…….”

 정작 얼굴을 마주하니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어물어물 다른 이야기를 했노라 변명하는 그를 보며 현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니 내 빙시로 보이나 보네.”

 그러곤 그 말과 동시에 앉아 있던 남자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으악! 놔라! 놔! 씨발 놈아!”

 다른 사람의 두 배는 될 듯한 큰 덩치에 걸맞은 엄청난 힘이 머리채를 낚아채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지 질질 끌려 나오던 남자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거, 그쪽 보고 한 소리 아니라니까요! 그냥 우리 핸드폰 사진 보고……!”

 “디지기 싫으면 아가리 다물어라.”

 당황한 듯 맞은편의 친구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와 목소리를 높였지만 보통 사람과는 다른 현성의 눈빛에 움찔하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곧 밖으로 비아냥거리던 남자를 끌고 나온 현성이 바닥으로 그를 집어던지자 우당탕, 하고 남자가 바닥을 굴렀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 모양인지 아픈 머리를 움켜쥔 남자가 ‘씨발 놈이!’ 하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취기와 흥분감에 겁을 상실한 듯 체중을 잔뜩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퍽!

 무섭던 기세와 달리 현성의 얼굴에 남자의 주먹이 의외로 쉽게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주먹에 현성은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자 남자는 생각보다 현성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기가 올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씨발! 좆밥 새끼가!”

 그리고 그가 등 돌린 현성의 등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역시 제법 운동이나 힘을 쓰는 일을 했는지 덩치가 보통 사람보다는 큰 편이었다.

 ‘막싸움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이는 듯 허우적거리며 주먹을 크게 휘두르는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저거 뭐야?’ 하고 구경하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자코 맞고만 있던 현성이 어느 순간인가 등을 돌려 남자의 손목을 낚아챘다.

 보통 사람보다 더 큰 남자의 손을 쉽게 감싸 쥘 정도로 큼직한 손. 그 손의 악력에 순간 ‘아야! 놔라!’ 하고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제 정당방위데이, 씨발 놈아.”

 현성은 그리 말하고는 여태껏 맞은 게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들며 몸을 일으켰다.

 “어, 어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릴 정도로 때렸지만 미동도 없는 그 모습에 당황한 남자가 주춤했다.

 그사이 현성이 벽을 쳤던, 울분을 토했던 주먹으로 남자의 왼쪽 얼굴을 후려쳤다.

 예비 동작도 없이 그대로 어깨에서 뻗어나간 묵직한 주먹이 마치 중세 시대 성벽을 부수던 공성 망치처럼 엄청난 소리를 냈다.

 뻐억!

 “아이고야! 세상에!”

 덫에 걸린 참새마냥 푸드덕거리던 남자의 주먹과는 차원이 달랐다.

 구경꾼들도 절로 감탄을 터뜨릴 정도로 강한 주먹에 남자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가 버렸다.

 남자가 더미마냥 뒤로 넘어지며 의식을 잃은 듯 부들부들 떨자 현성이 퉤, 하고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그 대단한 광경에 ‘와……!’ 하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 현성이 품에서 국밥과 소주 값을 꺼내 식당 이모에게 내밀었다.

 “소란 떨어가 미안합니더…….”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기는 그였다.

 “씨, 씨발! 니 고소할 끼다!”

 그 순간, 끼어들지 못하고 구경만 하던 그 일행이 쓰러진 친구를 일으키며 소리치자 현성이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차라리 그라믄 좋고…….”

 그리 말한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보호 관찰 기간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담당자와 만나야 하는 그에게 있어 아마 이번 일은 문제가 될 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다시 소년원으로 돌아가 육 개월을 채워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세상과 단절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모든 걸 포기해 버린 채 홀로 지내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현성은 그리 생각하며 사람들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어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 장현성이 맞제?!”

 어쩐지 익숙한 음성에 힐끔 고개 돌린 곳, 그곳에 현성도 익히 알아볼 법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창호 히야……?”

 술기운이 뒤늦게 올라와서 그런지 미심쩍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현성이 말하자 까만 양복을 걸친 그가 씩 웃음 지었다.

 “그래, 임마! 장현성이 맞네!”

 그리고 현성을 반기며 다가왔다. 껄렁한 얼굴을 가진 그는 현성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험한 외모에 큰 덩치를 가진 동네 형님이었다.

 “마! 니 소년원 갔다 왔다매? 벌써 나왔나? 우에 지냈는데?”

 출소 이후에 유일하게 그를 반겨준 사람이지만 썩 반갑지만은 않아 현성이 ‘그냥 그렇심다’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끼, 그래도 한 개도 안 녹슬었네. 쥐기드라, 방금!”

 방금 전 있었던 싸움을 본 모양이다.

 그 말에 현성이 쓴웃음과 함께 ‘빙시 짓 좀 했네예’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어봐라! 저 븅신 새끼들한테 내 잘 이야기하고 올꾸마! 욜로 나가면 파전집 하나 있는데 고 가가 있으라. 간만에 봤는데 술이나 한잔 하자!”

 그 말에 현성이 후,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원을 가기 전, 창호가 조직 폭력배가 되었단 소문을 들었었다.

 ‘그렇담 아마 지금은…….’

 창호는 다시 그 현장으로 돌아가 수습을 하는 모양인지 현성이 때린 남자와 그 일행을 두고 뭐라 엄포를 놓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바짝 겁을 먹은 듯 움찔한 남자 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로를 부축하며 황급히 사라졌다.

 그동안 현성은 고개를 돌려 쓸쓸한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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