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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키워서 잡아먹을거다
작가 : 플로라
작품등록일 : 2018.11.1

"오라버니, 어릴 때부터 한 집에 살았고 이만큼 친하면 그게 남매죠. 피가 섞였어도 원수 같은 남매가 있듯이,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남매인 사이도 있는 거랍니다.”

환히 웃는 벨과는 상반되게 그의 반듯한 미소가 비틀어졌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남매? 개나 주라지.’

(남주) 회귀, 계략, 상처, 집착, 순애보, 제국제일 검, 공작
(여주) 능력, 명량, 다정, 외유내강

 
벨과의 1년 (9)
작성일 : 18-11-18 23:47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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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기사님이 어디 계시려나... 집무실, 정원, 회의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자신의 집보다 더 큰 방이 몇 십 개나 있다는 것에 경악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저 샹들리에를 봐도, 보석 장식을 봐도 ‘돈이 썩어 넘치네.’ 라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이해의 단계를 뛰어넘은 해탈의 경지였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 꽃잎?’

 벨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코에 자그마한 연분홍 꽃잎이 내려앉았다. 무심결에 꽃잎이 날아 온 창문을 보니 꽃비 속에 눈 감고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있는 기사님이 보였다.

 긴 은빛머리가 휘날리고, 고뇌하는 미남 위로 꽃비가 내리는 모습은 마치 사진의 한 폭 같았다.

 

 ‘뭐야! 벌써 찾다니 나 오늘 운 너무 좋은데?’

 그런데 그 황홀한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벨은 어서 빨리 기사님과 케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1층이라서 그저 담을 넘은 정도였다.

 “기사님, 여기 계셨군요?”

 “헉!”

 소리가 들리자 눈을 번쩍 뜬 그는 일어나려다 무릎을 숙인 벨의 이마와 콩 부딪혔다. 벨은 그리 아프지 않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반짝 빛냈다.

 오늘도 도망 가버릴 기사님을 붙잡을 방법을 찾았다.

 “아고고고, 기사님. 저 죽어요. 아고고...”

 “어...어? 그럼 의사...의사를...”

 역시나, 기사님은 벨의 예상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맸다. 저번처럼 도망가겠다는 생각조차 안 나는 것 같았다.

 

 벨은 몰래 씩 웃으며 풀밭에 털썩 주저앉아, 자신의 옆을 툭툭 쳤다.

 “무슨 이정도 일에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해요. 그냥 제 옆에 좀 앉아보세요.”

 “어? 그게...그러니까 말이다...”

 “여기 혹 보이시죠? 이거 기사님 때문에 생긴 거예요. 어서 앉아서 ‘호’ 불어주세요.”

 벨은 아직도 아프지 않은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 공작은 빨갛게 부었을까, 혹이 크게 났을까 싶어 벨의 옆에 주저앉았다.

 벌써 며칠 째 도망가듯이 나간 후 벨이 찾으면 다시 도망가는 일상이 반복 됐는데, 이렇게 도망가지 않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호, 호...”

 “...?”

 “왜 그러나...?”

 그가 정성스럽게 이마에 난 혹에 ‘호-’ 하고 불었다. 사실 혹은 처음부터 없었기에, 빨갛지도, 혹이 있지도 않은 멀쩡한 이마에다가 분 것이었다.

 

 벨이 아직도 열심히 불고 있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하세요?”

 “어? 혹에 ‘호-’하고...”

 그가 잘못 불었나 싶어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까지 멀리서 본 적은 있어도, 해본 적이 처음이라 어색했다.

 그런 기사님을 오색이는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자신의 이마를 더듬댔다.

 “혹이요? 아무리 만져도 없는데 기사님은 혹이 보이세요?”

 “네가 있다고 했지 않나.

 아론의 입에서 일말의 지체도 없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벨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기사님의 손을 자신의 이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그저 기사님 옆에 앉게 하려고 한 헛소리였어요. 잘 만져 봐요, 혹이 있나요?”

 “음...없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나는 굳은살이 많아 손이 무딘지라...”

 아론이 말을 제대로 끝맺지 않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벨의 손 안에 있는 그의 손도 힘이 빠지고 벨의 이마에서 떨어졌다.

 

 벨은 다시 기사님의 손을 자신의 이마로 올렸다.

 “없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없는 거예요. 손이 안 느껴지신다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잖아요. 이러다가 제가 돌보고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믿겠어요.”

 “걱정마라.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믿을 것이다.”

 아론이 표정을 굳히고 굳게 주먹 쥐었다. 그 진지한 모습에, 벨이 꺄르르 넘어가며 배를 붙잡았다.

 요즘 기사님을 보며 문득문득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그 생각의 종지부를 찍었다. 아마 지금 기사님의 모습을 본 사람들 중 웃음이 터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풋, 푸끅...! 농담이에요. 뭘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세요.”

 “아...농담...”

 “그보다 기사님!”

 “어?”

 벨이 웃음을 멈춘 체 그가 도망가지 않도록 손을 꽉 쥐었다. 그녀의 심각해지는 얼굴에, 그의 눈썹도 같이 아래로 축 쳐졌다.

 벨은 마치 강아지의 기운 빠진 모습에, 다시 웃음이 나올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냈다. 빨리 중요한 얘기를 하고 케이크를 먹어야 한다.

 “요즘 매일매일 왜 자꾸 도망가세요?”

 “...그게, 그게 그러니까...”

 “물론 저도 앙드레님과 자주 놀기는 했지만 이제는 안 그러잖아요. 그리고 그때는 기사님께서 혼자 집무실에 계셔서 심각하게 화날 확률이 거의 없었어요.”

 “... ...”

 “이렇게 계속 저 없이 밖으로 나가시면 또 사고치세요. 물론 신기하게 근래에는 그런 일이 없었고, 다른 이들도 공작님이 많이 나아지셨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벨이 그의 손을 가만히 도닥거렸다. 비록 불편할지라도 참으라며 위로하는 토담임이었다. 벨의 손에 있는 자신의 손을 잠시 동안 물끄러미 본 아론이 어렵게 입을 뗐다.

 

 “샤벨, 요즘 말이다...그게...”

 “기사님, 주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저는 기사님을 도울 거예요.”

 벨이 일정한 박자로 계속 그의 손을 토닥였다. 아론은 그 박자에, 자신의 심장도 같이 뛰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론이 자유로운 한 손으로 가슴께를 얕게 누르며 입을 뗐다.

 “그... 막 두근거리고 아릿거리고 쿵쾅거리고 그런... 그 세상에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끓어다 넣은 그런 감정은 뭐라고 부르나?”

 “두근거리고 아릿거리고 쿵쾅거리는 그런 것이라면...?”

 벨은 그의 질문이 이 상황에 무엇이 연관된 줄은 몰랐으나 열심히 고민, 고민했다. 기사님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이 질문으로 좌지우지 될 것 같은 직감이었다.

 ‘공포심? 조바심? 아니지...그거보다 더 정확한 말이...’

 순간 벨의 발치에 내려놓았던 케이크가 스쳤다. 당장 먹고 싶은 달콤한 케이크와, 저것을 준 그 남자가 기억났다.

 “맞아, 사랑! 그 감정은 사랑이에요!”

 벨이 손뼉을 쨕-치며 크게 외치자 아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랑.

 무도회장에서, 연극에서, 오페라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그 단어이다. 들을 때마다 알 수 없어 기억의 저편으로 넘겼었다.

 “사랑...?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하나?”

 “네. 두근거리고, 아릿거리고, 쿵쾅거리는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거든요.”

 벨이 고개를 틀어 아론의 눈을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그에게 확신을 심어주려 그런 것이지만, 그의 눈에는 웃는 그 얼굴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랑...그래, 사랑...’

 둘이 얘기할 동안 잠시 멈췄던 바람이, 한 줄기 다시 불었다. 그 바람에 큰 나무 한가득 맺힌 봄꽃들이 아래로 내려앉았다.

 벨과 그의 머리에도, 몸에도 꽃잎들이 내려앉았다. 아론은 벨의 휘날리는 머리와, 그 위에 앉은 꽃잎들, 그리고 풀밭 위에 풍성하게 부풀은 치맛자락...

 아니, 그냥 눈앞을 새하얗게 만드는 그 모든 모습들을 보고 생각했다.

 ‘그래, 이건 사랑이야.’

 

 비록 오늘 알게 된 단어이지만, 오늘 알게 된 감정이지만 확실하다. 지금의 이 상황에 더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가 입술을 달싹달싹 움직였다.

 “사랑... 그, 그럼...”

 “네? 뭐라고요?”

 벨이 못 들었다며 얼굴을 그의 귓가로 가까이했다.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숨결에, 그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그저 말 한마디 하는 것인데 어느 때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말을 처음 배우는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는 다시 마음을 궂게 잡으며 용기 내보았다.

 “...내가,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추었다. 한 줄기의 바람도, 떨어지는 꽃잎도, 벨의 휘날리는 머리칼도 멈추었다.

 “... ...”

 “...네에...?”

 벨은 삐거덕거리는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탁- 잡았다. 벨이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자, 아론은 다시 용기내어 말했다.

 

 “그, 그게 요즘 내가 널 보면 그... 막 두근거리고 아릿거리고 쿵쾅거리고 그런... 그 세상에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끓어다 넣은 그런 감정을 느낀다.”

 “... ...”

 “그러니까, 그...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니, 사, 사랑한다.”

 “...아, 아니에요. 그럴 리 어, 없어요.”

 벨은 잠시 동안 사고회로가 멈춘 기분이 들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의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일은 없다. 그와 자신은 마치 부모 같은 사이였다.

 자신은 항상 사고치고 힘들어하는 그를 보며 아들 키우는 기분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는 아마 자신이 주는 포근함에 어렴풋이 엄마 같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옛날에는 기사님이 엄마 품 같다는 말도 하였다.

 

 벨의 절레절레 움직이는 얼굴을 보고, 아론은 다시 물었다.

 “아니야...?”

 “네, 그... 제 생각에 기사님은 이제껏 화만 나는 상태에서 저를 만나고 다른 감정들을 느끼신 거잖아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여자고, 그 여자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고 느끼면 누구나 사랑이라 착각할 수 있어요.”

 “아...”

 그의 얼굴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이제까지의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해결되나 싶었는데, 오색이는 아니라고 한다.

 오색이가 땅만 보고 있는 그의 머리를 토닥토닥 위로해주었다.

 “언젠가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될 거예요. 그렇게 기운 빠진 표정 짓지 마세요, 기사님.”

 “...그래.”

 아론은 마음속으로는 뭔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성적으로 그 생각을 밀어냈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굴 믿을까...네가 내 저주를 풀어주는데, 네 덕분에 이제 인간답게 사는 것 같은데.’

 둘은 그렇게 나무기둥에 기대어 한참을 쉬다가 다시 들어갔다. 무언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날은 어김없이 밝았고, 약속의 그 날이 왔다.

 

 ***

 

 똑똑

 “아가씨, 저 들어가겠습니다.”

 “이비...”

 벨이 침대에 걸터앉아 퀭한 눈을 들어 올려 이비를 올려다봤다.

 “아, 아가씨!”

 이비는 벨을 보자마자 아연 질색한 얼굴이 되었다.

 “오늘 샤벳 보는 날인데 이 꼴로 보면 어쩌지? 퀭한 눈에 푸석거리는 얼굴이라니.”

 오색이가 토끼같이 빨간 눈과, 다크써클이 턱 끝까지 내려와 있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내일은 중요한 일이라고 빨리 잤건만, 동생을 보는 날인데다가 앙드레님과 데이트를 하는 날이라 한숨도 못 잤다.

 긴장에 밤이 새도록 가슴이 두근거리기만 했다.

 이비는 새파래진 얼굴을 감추며 벨을 빨리 일으켰다. 치장할 시간도 부족한데, 저것까지 해결하게 생겼으니 앞으로는 번개같이 움직여야 한다.

 “거, 걱정 마세요, 아가씨. 제가 오늘 빡세게 힘주어볼게요. 일단 씻어요.”

 “응...나는 이비만 믿을게.”

 

 이비가 샤벨의 손을 잡아 이끌고 욕실로 가 얼굴마사지를 해 피곤함에 굳은 근육들을 풀어 주었다.

 그 후 푸석푸석한 얼굴에 달팽이 기름을 발라주니 제법 뽀송뽀송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 후 바셀린을 조금 섞은 분을 바르니 푸석함은커녕 물방울이 톡 툭 튈 것 같은 촉촉한 피부가 되었다.

 이비는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는 뿌듯해하며 웃었다.

 “그래도 화장은 잘 먹어서 다행이에요. 오늘은 과한 분 냄새를 풍기면 안 되니 색조 화장까지는 들어가지 않을게요.”

 “응, 고마워. 머리는 양 갈래로 땋는 것 어때?”

 “저도 딱 그 생각 했어요. 아가씨는 귀여워 보이시는 것이 매력이거든요”

 이비가 밖에서 수다 떠는 하녀들을 불렀다. 화장은 공간이 적어 혼자 한다지만, 머리를 하는 것과 드레스를 입는 것은 손이 많이 가 사람이 여럿 필요하다.

 하녀들이 머리를 반으로 가르고 3갈래로 나누어 촘촘히 엮었다. 그 사이에 하늘색의 비단 끈을 넣어주어 멀리서 보아도 결이 다 보였다.

 벨이 마음에 들어 환하게 웃으며 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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