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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설령 당신이 저를 기억 못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작가 :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18.11.9

병원에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듯이. 눈을 뜨자 옆에서 남녀 성인이 나를 껴안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주후, 부모는 일 때문에 거의 집을 비어 나 혼자서 사는 거나 다름없었다. 조용하고 아늑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쌀쌀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없는 것처럼.
어느 때나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하던 중,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대낮에 집에 올 사람이 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문을 열었다. 열었는데...
"주인님~!"
위험한 말을 하는 소녀를 만나고.
"이거 어때요~?"
쇼핑같은 데이트를 하고.
"언제까지 지상계에 머무르고 있을 거지?"
라며 하늘 위의 나라인 천상계인이라고 주장하며 미첼을 추궁하는 사람도 만났다.
평범하지 않은 계속되는 만남. 평범하지 않은 우연이 나 - 남수현의 평범한 인생을 뒤바꿨다.
"설령, 주인님이 저를 기억 못하셔도... 저는 주인님을 사랑하는 걸요...!"
라고, 천사가 웃었다.

 
귀엽고 위험한 소녀를 만났었습니다. - 5화 (과거)
작성일 : 18-11-18 22:32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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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는 미첼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또 나도 모르게 의식을 잃었던가? 아니면 잠에 빠졌을까.

  "주인님! 괜찮으세요?"

  일어난 나를 보고 마구마구 몸을 더듬는 미첼. 간지럽다. 나는 괜찮다며 미첼을 진정시켰다.

  "정말이죠?"

  "응.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강아지... 인가? 어쨌든 강아지에게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게 제일 좋으니까. 그런데 미첼은 볼을 부풀리더니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우으으... 맨날 기절만 하시고... 과거를 기억하시려고 하시니까 그렇죠."

  "하하... 미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 어떻게, 내가 기절한 이유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아니,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기억을 잃었다고 미첼에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증상까지는 내가 말해줬나? 다시 생각해봐도 증상 같은 건 말한 적이 없다.

  묘하게 느껴지는 의문감에 나는 입을 열려고 했다가.

  "다른데도 가봐요!"

  미첼이 먼저 말하는 바람에 나는 이 의문감을 마음 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미첼의 손에 이끌려 따라간 곳은 백화점... 야, 잠깐만.

  "...여기는 왜 왔어?"

  "옷 사려고요!"

  "누구 옷?"

  고개를 갸우뚱하는 미첼.

  "음... 주인님 옷이랑, 제 옷 정도 일까요?"

  "나 돈 많이 안 갖고 왔는데..."

  "제가 있어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지폐를 보여준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다섯 장... 심지어 5만원 권...? 왜 이렇게 많아? 위조지폐는 아니겠지? 5만원 권 한 장을 꺼내 햇빛에 비췄다. 선명하게 숨어있는 신사임당의 모습이 보인다.

  "...돈은 어디서 났어?"

  "주인님."

  무섭다.

  "응...?"

  "여자는 비밀이 많은 법이에요!"

  5만원 권을 돌려주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서 내 손을 잡은 채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묘한 패배감과 미안함이 가슴 속에서 피어 올랐다.

 

  백화점 안. 웅성거리지만, 사람은 많지는 않았다. 점점 안쪽으로 끌고 가는가 싶더니, 여성 옷과 남성 옷을 파는 구간이 나왔다. 남성 쪽은 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여성 쪽은 치마와 오픈 숄더 옷이 있거나... 소매 쪽이 널널한 옷들도 보였다.

  여러가지 옷을 보여주며 어떠냐는 미첼의 질문에 나는 한 번 입어보는 게 어떻냐고 답했다. 겉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지. 냅다 가져가서 탈의실로 들어가는 미첼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가 저렇게 신난지.

  다시 생각해보자. 미첼이 어떻게 내 증상을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아무에게도 내 증상을 말한 적이 없다. 굳이 알려면 의사선생님을 찾아가야 하는 건데... 그렇다면 미첼은 내가 사고로 병실에 누워있을 때 의사선생님을 찾아갔다는 건가?

  가능성은 그것밖에 없지만, 사고 이후로 부모님은 강아지를 버렸다고 했다. 저주받은 강아지라며, 어딘가에 버렸다고 했다. 다시 주워오지 못하도록 장소도 말하지 않았다. 몸이 낫고 나서 찾아보려고 했지만, 단서도 증거도 없어 어디에다 버렸을지 추리도 하지 못했다. 강아지에게는 미안함과 나에게는 자책감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왔다. 주인님이라는 위험한 호칭을 붙이면서 사람들 사이에 몰래 끼어들었다. 그런 그녀는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탈의실 문이 열리더니 미첼이 옷을 갈아입고 나한테 다가왔다. 오픈 숄더와 치마의 조합. 나를 만났을 때의 옷은 원피스를 입었지만, 지금 옷은 뭔가 화려하고, 예쁘다.

  "어때요?"

  환하게 드러나있는 쇄골 뼈. 살짝 보이는 가슴골. 게다가 치마 아래로 보이는 하얀 피부가... 아, 안 돼. 빠져들어버린다.

  시선을 제대로 못 마주치겠다. 눈을 살짝 돌렸다.

  "잘 어울려..."

  그 말을 듣고서는 볼이 빨개진다. 어찌됐건, 미첼은 그 옷이 어울리다고 해서 바로 구매했다. 내 돈으로 사겠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자신의 돈으로 산 건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해야겠다. 어차피 아는 사람은 없지만.

 

  나는 옷을 사지 않고 미첼이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주면서 백화점을 구경했다. 백화점이 이렇게 컸던가, 대충 사고 싶은 것만 사고 나오는 게 상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첼이랑 같이 다니니깐 백화점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것 같다.

  계속 둘러보면서 주방용품이나 세제용품... 조금 더 가보니 스포츠 용품들도 보였다.

  "저기 저기 저기 가봐요!"

  미첼이 손가락으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KFC라고 보이는 음식점 같았다. 두 자리가 붙어있는 곳을 찾아 앉았다.

  "뭐 먹을거야?"

  "조금 허기가 지네요... 헤헤..."

  나도 그렇다. 밥을 간단히 먹어서 그런지 배가 금방 꺼졌다. 메뉴판을 펼쳐 음식이 뭐가 있나 둘러봤지만... 역시 햄버거밖에 없다. KFC엔 이런 거밖에는...

  -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이런 음식점같은 곳으로 먹으러 온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것도 과거의 기억과 관련이 있는 걸까?

  - 한 번 더 머리가 아파온다.

  누구랑 같이 여기로 밥을 먹으러 왔는지, 나는 메뉴판을 덮고서 생각에 집중했다. 미첼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 식은 땀이 볼을 따라 흘러 체온을 낮췄다. 누구랑 왔을까...?

  - 어떤 소녀와, 왔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온몸에 힘이 풀려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아픔보다는 두통이 앞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눈치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힘들다. 기억해내기 힘들다.

  "...! ...!"

  마치 [ 그 때 처럼 ].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나는 점차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멍! 멍!"

  "왜 그래?"

  허리를 숙인 채로 손을 뻗어 나를 보면서 짖어대는 강아지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이내 내 팔로 점프하는 강아지를 나는 안정적으로 끌어안아 소파에 앉았다.

  내 뺨을 마구 핥아대는 강아지의 입술에 살짝 뽀뽀했다. 그러자 더욱 핥아댄다. 나는 강아지의 턱을 이리저리 만져댔다. 아유, 부드러워. 너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다.

  "멍!"

  이번에는 창문 쪽을 향해 짖는다. 창문에 뭐가 있나, 고개를 돌렸다.

  - 아무것도 없다.

  강아지는 귀신을 볼 수 있다고들 하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무서워졌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린 순간.

  - 어떤 소녀가 서 있었다.

  연한 주황색 머리카락과 호박처럼 초록색 빛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솟은 가슴과 그 아래로 하얀 피부가...

  근데, 왜 이 소녀... 왜 알몸이여? 바바리맨도 아니고. 고개를 빠르게 돌려 못 본 것같이 행동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우웅? 주인님?"

  뭐가 주인님이여. 옷이나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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