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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비밀의 탈출
작성일 : 16-09-17 05:36     조회 : 604     추천 : 0     분량 : 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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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아픈건지 무서운건지 모를 무언가가 몸 위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야 해.'

 

 목이 말랐다. 화장실도 가고 싶었다. 몸을 일으켜 세울 엄두가 나지 않아, 참고 또 참다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다다라서야 겨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지금보다 더 견딜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게 될 거란 걸 생각하니, 아찔하고 까마득했다.

 그리고 더 비참하게 마주한 현실은, 몸이 이 지경이 되었어도, 병원 한번 제대로 갈 수 없는 사실이다.

 하루 벌어 하루먹고 사는 입장이라 이주에 한번씩 방값을 내는 것도 빠듯했다.

 어찌어찌 병원에 갈 돈이 마련 되었다고 해도, 외국인 앞에서는 입도 뻥긋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하찮은 영어 실력이 더 주연을 힘들게 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문을 향해 내딛는다.

 그때 강철과 혜리가 나누는 대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민석이가... 죽었다....'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계속됐다. 민석이를 죽인 범인이 강철이 아닌, 혜리도 아닌 바로 주연이 자신에게 덮어 씌우려 한다는 이야기에 눈이 크게 떠지고 사지가 떨렸다.

 

 '내가 이렇게 맞아야 하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모든 걸 덮어 쓸 것만 같아 무서웠다. 다시 뒷걸음질로 조용히 침대에 걸터 앉는다.

 눈동자가 초점 없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여기서 나가 모든 걸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두려움과 배신감이 눈물로 흘러 나왔다. 소리 내지 않으려 목구멍으로 애써 삼켜본다.

 침과 눈물의 진한 짠맛이 코를 타고 느껴졌다. 잠시 후, 양 손을 내딛고 있던 침대 시트가 천천히 따뜻해졌다.

 어둠 속에서 좌우로 시트를 더듬거리며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따뜻한 축축함.

 화장실을 가기 위해, 저 문을 열 이유가 더 이상 없어졌다.

 

 주연은 다시 침대에 누워버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인다.

 

 '방문을 열고 나가서 저들과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니, 절대로 대화로 통할 리가 없어.

 그럴거였다면 애초에 이런 일도 꾸미지 않았겠지.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경찰한테 얘기하면 내 말을 믿어줄까?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를 경찰한테 얘기라도 할 수 있을까?

 

  영어라고는 어학원 두 달 남짓 다닌게 전부인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어리버리 하는 새에 어느새 내가 범인이 되어 있을 수 있어.

 

  하아.... 어떡해야 할까...?'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민석이는 어쩌다 죽었을까?

  강철이는 왜 민석이를 죽였을까?

  어젯밤 강철이와 민석이 그리고 혜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 수 없는 물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 때, 거실에서 강철과 혜리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숙소-거실

 

 

 강철 : 정리하자.

 

 혜리 : 민석이 물건은 어떡....해?

 

 

 강철은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고민한다.

 

 

 강철 : 일단 내버려둬.

 

 

 말없이 가방에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는 혜리.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자신과 민석이의 휴대폰을 바라본다.

 혜리의 휴대폰만 집어 들어 가방 안에 집어 넣고, 쇼파 위에 여기저기 널려져 있는 옷가지들을 들춰보다 역시나

 자신의 것만 꾸역꾸역 가방 안에 집어 넣는다.

 그렇게 강철과 혜리는 자신들의 짐을 신속하게 그리고 말없이 정리하고 있다.

 

 짐을 챙기고 혜리가 비닐봉투를 들고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 남은 음식물들을 한데 모아 담는다.

 사용했던 그릇과 접시들을 세제로 깨끗이 닦아 내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시 한번 주방을 빙 둘러본다.

 거실에서 짐 정리를 마친 강철이 주방으로 들어와서 눈으로 점검하듯 둘려본다.

 혜리와 강철이 눈이 마주치고 암묵적인 사인을 주고 받는다.

 

 쇼파에 강철과 혜리가 마주보며 다시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민석이의 휴대폰과 이어폰, 옷가지들 그리고

 가방이 올려져 있다.

 두 사람 다 말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민석이의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다.

 

 

 혜리 : 이거...어쩌지?

 

 강철 :...................

 

 

 강철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아무말 없이 계속 쳐다만 본다.

 

 

 혜리 : 일단, 그래도 정리해서 들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 것만 챙겨 나오는 건 이상하잖아.

 

 강철 : ....................

 

 혜리 : 주연이 것도 챙기자. 쟤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일단 내일 아침에는 어찌됐든 같이나가야 하니까. 다시 들어오게 되겠지만....

 

 강철 : ....................

 

 

 여전히 말이 없는 강철. 답답한 혜리의 목소리가 격양되기 시작한다.

 

 

 혜리 : 지금 내말 듣고 있는 거야?

 

 강철 : ....................

 

 혜리 : 이거, 민석이꺼 어떡 할 거냐고. 주연이껀 챙겨 말어?

 

 

 민석이의 물건에서 시선을 떼어 혜리를 똑바로 쳐다보는 강철이 낮게 말한다.

 

 

 강철 : 혜리야.

 

 

 혜리는 질문한 답변을 기다리는 듯 빤히 강철의 얼굴을 쳐다본다.

 

 

 강철 : 주연이..... 없애자.

 

 

 순간 혜리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린다.

 

 

 강철 : 지금은.... 주연이 가장 위험한거 같아. 뭘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모르고.

 차라리 주연이까지 없어지면, 민석이의 죽음을 설명하는데 더 자연스러워질거야.

 난 방에서 잔거고. 주연이와 민석이는 둘이 바람이 난거고, 넌 그냥 피해자인거고.

 그럼 더 설득력 있어지지 않을까?

 

 

 혜리는 여전히 말이 없다.

 

 '우연이었던 민석이의 사고.

  의도적인 주연이의 죽음.'

 

 무언가를 꾸며내기에 이쪽이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을 혜리도 짧은 순간 잘 이해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용기가 없었다.

 

 

 혜리 : 우리... 여기 며칠만 더 있다 나가면 안돼?

 

 강철 : 더 있다 나가면 뭐가 달라지는데?

 

 혜리 :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해.... 사람죽이는게 장난도 아니고.... 좀 더 생각해보자.

 

 강철 : 시간끌면 끌수록 우리만 손해야. 민석이 시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견될 줄 알아?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실종신고를 해야해.

 주연이를.... 없애자.

 난 술에 취해서 일찍 잠이 들었고, 너는 속이 좋지 않아서 화장실 가느라 집에 있었던거야.

 민석이와 주연이는 섬 밖, 절벽으로 향했던거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리바이가 성립될거야. 군더더기 없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처리 될 수 있어.

 

 혜리 : 여기 우리 네 명이 섬에 들어온걸 아는 사람이 누구지?

 

 강철 : 여기까지 보트로 태워다 준 사람, 숙소 주인 JOE.

 

 혜리 : 그럼, JOE만 입막음하면 되지 않을까?

 

 강철 : 나중에 민석이 시신 발견되면? 신원조회 들어가고 그러면 우리가 일순위로 용의선상에 오를텐데.

 그때 되면 더 복잡해져. 내일이든 며칠뒤든 섬에서 나가자 마자 바로 먼저 신고부터 해야돼.

 

 혜리 : 주연이를 죽이지 않고 알리바이를 좀 더 확실히 만드는건?

 

 강철 :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 너든 나든 분명 드러나게 될거야. 확실한 건 그게 나는 아닐거야.

 

 혜리 : 그럼 결국 내가 범인이 된다는 얘기네. 넌 아예 범인으로 몰릴거라는 생각 조차도 안하는거네.

 

 

 강철은 흔들림 없는 강한 어조로 낮게 말을 이어간다.

 

 

 강철 : 혜리야.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주연이도 없애자. 이번 고비만 넘기면 우리 둘 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어차피 셋 다 살아남을 수 없어.

 

 

 혜리의 표정은 차라리 차분하고 홀가분해졌다.

 

 

 혜리 : 그럼 왜 그랬어? 결국 이렇게 할 거면서 왜 그렇게까지 주연이 때린거야?

 어차피 죽일거 멀쩡하게라도 보내면 좋았잖아.

 

 강철 : 당황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났어. 그냥 민석이를 죽인 범인의 증거를 남겨야만 했어.

 차라리 잘 됐지. 몸에 난 상처들이 더욱 확고하게 알리바이를 성립시켜 줄거야.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아무 말이 없다. 가식적인 웃음으로 포장된 우정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렇게 누군가를

 죽이고 음해하는 걸로 끝이 나야했다. 셋 다 살아남을 순 없다. 누군가는 민석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주연이 아니면 혜리. 혜리는 자신이 없었다. 주연이 확실히 죽어야지만 숨통을 트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해.'

 

 짧은 사과의 생각을 마치고 천천히 주연이 있는 방으로 혜리는 일어선다.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침착하게 방문을 연다.

 

 아무렇게나 돌돌 말려 있는 이불이 침대 한 쪽 끝에 몰려 있고, 활짝 열려진 창문에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들어 왔다. 그리고 깊게 잠들어 있어야 할 주연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혜리 : 주연이... 없어!

 

 

 쇼파에 앉아있던 강철이 깜짝놀라 일어나 방으로 들어온다.

 

 '없다. 주연이...없다!'

 

 찾아야만 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주연이 도망친 것임에 틀림 없었다.

 새벽 2시 13분. 이 작은 섬에서 주연을 찾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일 오전 11시 JOE가 들어오기 전까지 모든 상황을 정리해 놓으면 됐다.

 

 '서두르지 말자.

  계획한 대로만 진행하자.

  주연이... 주연이만...

  주연이만 죽어주면 다 괜찮아 진다.'

 

 

 

 #숙소-밖

 

 강철과 혜리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한 여름밤인데도 불구하고 바닷바람이 제법 선선해서 이따금씩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어디로 갔을까...'

 

 숨바꼭질이 채 시작도 되기 전에 호흡은 제법 거칠어져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무색해질 정도로 손과 목 뒤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강철 : 씨발... 어디로 간거야!

 

 혜리 : 만약에... 만약에 주연이 못찾으면 어떻게 되는거야?

 

 강철 : 찾아야지. 무조건.... 무조건 찾아야지....

 

 

 눈빛과 표정이 한껏 거칠어진 강철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갔을까...'

 

 좀 전보다 한껏 독기가 올랐다. 그런 강철을 바라보는 혜리도 자연스러웠다.

 주연이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혜리에게 더 간절했다.

 

 

 

 #숙소-주연이의 방

 

 

 '여기서 나가야 해!'

 

 더 이상 길게 생각 할 여유가 없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지금, 몸을 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오전 11시.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 방안을 확인해본다.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상 밑에 주연의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고 옷을 갈아 입는다.

 힘들지 않게 창문을 넘어왔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살고 싶었다. 살아 남아야 했다.

 

 다행히 바람소리가 거칠었다. 신발을 신고 있지 않은 터라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았다. 뛰고 또 뛰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는 멀리까지 뛰었다.

 

 '헉...헉...헉...'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군데 군데 놓여진 바위를 기대어 잠시 바닥에 앉아 숨을 고른다.

 

 '어디로 가야하지...'

 

 눈물이 핑 돌았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더 이상 없었다.

 우리가 아닌 나 혼자, 주연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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