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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색순찰자
작가 : 이현주s
작품등록일 : 2018.5.7

숲에 스산한 어둠이 내려앉거든, 작은 소리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순찰자의 화살이 그대의 심장을 찾는 소리일지 모르니.

 
19화
작성일 : 18-11-17 13:37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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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생각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자루를 비단으로 감싸고, 도끼날에는 아베나키를 상징하는 푸른 뱀이 장식돼 있으며, 날 반대쪽에는 담배를 넣어 피울 수 있게 만든 토마호크가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둘 중 하나입니다. 마수한테 당했거나, 부중대장이 배신자였거나.”

  “흠. 입, 닥치게. 흠, 흠. 리처드.”

  리처드라 불린 사내는 냉소를 지었다.

  “그럼 지금 현 상황을 뭘로 설명하실 겁니까? 헨리 경을 찾으러 갔던 부중대장이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복귀를 안 한다. 현실적으로 두 가지로 압축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딱! 도끼가 멈췄다.

  “현실적으로 전자가 말이 됩니까. 아무리 청색산맥의 마수라 한들, 드미트리가 마수로 다시 태어난 게 아닌 이상 부중이 마수 따위에 당할 리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현실적으로, 흠. 닥쳐주겠나.”

  쿠인은 눈앞에 있는 괜찮은 친구지만, ‘거의 자신만큼 거슬리는 말버릇과 도무지 정이 안 가는 말투’의 순찰대장을 응시하였다.

  “쉽게 당할, 흠, 사람이 아닐세. 흠흠. 배신은 더더욱.”

  “흐음…….”

  리처드는 품에서 담배를 꺼낸 뒤, 도끼 자루에 달린 파이프를 통해 피웠다. 그러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그는 머리를 뒤로 젖혀 나무 둥치에 기댄 자에게 물었다.

  “야, 덩치. 넌 어떠냐? 부중이 나쁜년 같애?”

  그 남자는 ‘덩치’라는 말대로 체구가 상당히 컸다. 거의 오크에 비견될 정도로. 그에 반해 얼굴은 전혀 각이지지 않은 동글동글한 얼굴이엇고, 촌스러운 바가지 머리는 그런 순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덩치는 막대사탕을 쪽쪽 빨며 말했다.

  “뿌, 뿌중?”

  얼굴만큼이나 동글동글한 목소리였다.

  “그래, 임마. 그년이 나쁜년 같애?”

  “뿌중! 차, 착해. 바보지만. 어제, 어제도 나 사탕 줬어.”

  “어제? 나흘 전이겠지. 넌 어째 그 나이 되도록 날짜 개념이 없냐.”

  덩치가 눈을 꿈뻑였다.

  “나알짜아?”

  “됐다. 말을 말자.”

  리처드는 머리를 되돌리며 입김을 후, 불었다..

  “후우, 저 바보 말은 됐고. 암튼 부중이 배신자가 틀림없다 생각합니다, 전.”

  “흠, 어느 쪽이건…….”

  리처드가 뱉은 연기를 정면으로 받은 쿠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느 쪽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 흠. 순찰 1조를 보내 확인해, 보지.”

  말을 하면서도 쿠인은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녀가 배신자인 걸까? 마수에게 당했다는 선택지는 고려하기 힘들었다. 드미트리가 실종된 지금 그녀는 간부 중에서는 독보적일 만큼 생존력이 뛰어난 순찰자니까. 그렇다고 그녀가 배신자일 거 같진 않고. 그렇다면…….

  문제의 답은 이지선다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가정은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

  ‘그럼 누가 배신자인 거지?’

  ‘그녀는, 지금 어떻게 된 거지?’

  우선 두 번째 고민은 나중에. 급한 건 첫 번째다. 배신자 무리의 정체조차 모르는 상황이니시급한 상황.

  ‘틈을 내주면 반응을 보일 거라 생각했거늘.’

  자신과 칼, 그리고 부중대장. 이 셋이 한꺼번에 빠지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때가 놈들을 색출할 기회였는데…….

  ‘호락호락하지 않군.’

  이 정도로 신중한 자가 있었던가? 있다면…….

  ‘아니, 그럴 리가.’

  부중대장에 대한 의심은 접기로 했다. 사선을 넘나들며 쌓은 신뢰는 깨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배신을 하면 했지, 그녀가 배신을 하진 않으리라.

  아무튼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쪽. 행여 놈들이 배신자들과 내응해 아군을 습격한다면 최악이다. 어쩔 수 없다.

  ‘모험을 해야겠군.’

  “어제 그대로, 흠, 가지. 자네, 가 지휘하게. 흠, 흠.”

  “굳이?”

  갸웃거리던 리처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이번에도 칼?”

  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신호하자 무리에 섞여 있던 칼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두 사람이 무리를 떠나 산을 올라갔다. 적의 흔적이 이어지는 곳으로.

 

 

  네 사람은 약간 곤궁에 처해 있었다. 헨리의 흔적을 쫓는다고 돌아다니다 보니 엉뚱한 무리를 찾게 된 것이다. 성기사로 추정되는.

  “그래도 면대면으로 안 만난 게 어디야. 서로 민망할 일은 없잖아.”

  앤더슨이 농담조로 지껄였다. 그때 아이린과 아리엘이 다가와 말했다.

  “흔적을 찾았어요. 근데…….”

  “한 사람이 아니야.”

  아리엘이 아이린의 말을 끊었다. 둘이 또 싸우기 전에 로저가 재빨리 되물었다.

  “한 사람이 아니라니?”

  “하나가 더 늘었어요. 추격자인지, 조력자인진 모르겠지만.”

  “형.”

  “하나가 더 늘었다라……. 순찰자 쪽에서 헨리를 찾은 건가?”

  “형?”

  “아, 닥쳐봐. 생각 중이니까.”

  “형!”

  “왜 이 새…….”

  목소리를 높이려던 로저의 입은 필사적으로 손을 내뻗은 아리엘과 아이린에게 막혀버렸다. 그사이 앤더슨이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형, 우리 말야, 좆된 거 같애.”

  “……?”

  세 사람이 동시에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앤더슨은 천천히 설명했다.

  “쟤네, 성기사밖에 없어. 성 동포회가 없다고. 뭐, 그럴 수 있다 쳐도……. 쟤네, 환상인 거 같애.”

  ‘환상?’

  그 순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로저가 창을 뒤쪽으로 휘둘렀다. 챙! 그의 목을 휘감으려던 쇠사슬이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불과 십 보 뒤에는 성 동포회 병사 셋이 있었고, 그 뒤로는 이십여 명의 성 동포회가 몰려들고 있었다. 로저는 입술을 깨물고는 세 사람에게 외쳤다.

  “이런 젠장. 다들 뛰어!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그러자 앤더슨이 로저의 어깨를 잡았다.

  “역할 바꿔. 내가 막을게. 난쟁이 영감은 애들이나 보쇼.”

  잠시 앤더슨을 보던 로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 마라.”

  “음? ‘죽이지 말라’고? 글쎄, 그건 좀 힘들 듯.”

  “……미친 새끼.”

  킥 웃은 로저가 아이린과 아리엘에게 말했다.

  “가자.”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오빠는요?”

  “너네 챙기면서 싸울 순 없어. 빨리 뛰어!”

  “…….”

  뭐라 항변하려던 아리엘은 검을 뽑은 앤더슨이 성 동포회 병사들을 베어 넘기는 걸 보고 아이린의 팔을 잡아끌었다. 앞뒤에서 재촉하자 아이린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뛰었다. 로저는 약간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을 뒤따랐다.

  혹시 앤더슨을 지나친 성 동포회 공격을 막기 위해 한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론 틀린 판단이었다. 교활한 볼턴가 도련님을 간과했으니. 나무둥치에 매복해 있던 그는 아리엘이 지척에 이르자 모습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선두에 선 그녀 머리를 베었다.

  “위험!”

  나머지 말을 잘라먹은 아이린이 아리엘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던 아리엘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요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볼턴의 일격을 완벽히 피해낸 건 아니었다.

  “아아아악!”

  뺨을 쥔 아리엘이 비명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얼굴 절반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지척에서 피를 본 아이린도 창백해진 얼굴로 얼어붙었다. 그런 그녀에게 볼턴의 검이 날아들었다.

  챙! 아이린을 베려던 검이 중간에 박혀버렸다. 그녀의 어깨를 타 넘어온 로저가 창을 들이댄 것이다. 그와 함께 내지른 발차기에 맞은 그루크는 뒤로 물러났다. 그루크 앞에 착지한 로저의 안색이 굳어졌다.

  ‘뭐야, 이거 맞은 거 맞아? 맞은 감각이 전혀 없잖아.’

  분명 충분히 닿고도 남는 거리였는데, 타격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땅에 서 있던 게 아니라지만…….’

  창에 닿은 검의 무게가 꽤 묵직했다.

  쉬운 상대가 아님을 직감한 로저가 아이린에게 손을 뻗었다.

  “저놈은 내가 상대하마. 아리엘 부축하고 도망쳐.”

  “네…….”

  얼어있떤 아이린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아리엘을 일으켰다. 신음을 흘리던 아리엘은 아이린을 따라 옆길로 빠져 나갔다. 그러자 볼턴 뒤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늙은 성기사였다. 그루크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쫓을까요?”

  늙은 성기사가 머리를 흔들었다.

  “제가 쫓지요.”

  “쳇. 맘대로 하십쇼.”

  그때 로저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창을 휘둘렀다. 신속히 늙은 성기사의 목을 떼놓을 참이었지만 미리 대비하던 볼턴에게 막혀버렸다.

  그루크의 방패가 땅을 찍자 방패에서부터 황금빛 막이 일어나 로저의 창을 후려쳤다. 창을 쥔 오른팔 뼈가 부러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로저의 몸이 날아갔다.

  “윽!”

  촤아아악-!

  그가 밀려난 사이 늙은 성기사가 두 소녀를 쫓았다. 이를 가는 로저의 등에 누군가의 등이 맞당았다. 로저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쪽은? 힘드냐?”

  이마가 찢어진 앤더슨이 검을 쥔 오른팔로 이마의 피를 훔쳐냈다.

  “아, 이제 전력탐색 끝났어.”

  “……피냄새 나는데, 바꿔주랴?”

 앤더슨의 입술이 비틀렸다.

  “왜, 영감님은 잔챙이들 쪽을 선호하시나? 아님 실눈 꼬마한테 쪼셨나?”

  “지랄하네. 어느 쪽이건 내 상대는 아니거든?”

  “아하, 양쪽 다 버거운 상대시다?”

  아옹다옹하는 둘을 보던 그루크가 픽 웃었다.

  “보통 이럴 땐 악당 쪽이 말이 많고 그쪽에서 ‘시끄럽군. 넌 주둥이로 싸우냐?’고 해야 맞지 않습니까? 어째 반대가 된 느낌인데…….”

  앤더슨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럽쇼, 지가 악당이란 자각은 있나보네.”

  “뭐, 아무래도 다수인 쪽이 악당이 되는 법이니까요. 곧 죽을 사람들한테 주인공 대접해주는 게 마땅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그루크의 뜬 건지 감은 건지 모를 눈이 로저를 향했다.

  “불청객이 있다길래 누군가 했더니, 설마 다른 난쟁이일 줄이야.”

  “기왕이면 그 뒤의 키다리도 언급해주지?”

  “어떻게 알았지? 역시 병사들 쪽에 첩자가 있나?”

  로저는 헨리가 실종된 곳에 매복해 있떤 병사들을 떠올렸다. 볼턴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릴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거야 나중에 저승길에서 천천히 고민해 보시고.”

  그루크가 손을 까딱였다.

  “죽여.”

  앤더슨은 검을 들며 말했다.

  “안 본 사이에 죽어 나자빠지지 마쇼, 영감.”

  “누가 할 소릴.”

  두 남자가 서로에게서 등을 떼고 각자의 상대를 향해 걸었다. 그 길에 선 적들이 그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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