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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6화. 악성
작성일 : 18-11-16 15:0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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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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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자인 신부의 말만 듣고 움직이기엔 수색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사방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법도 했다. 도대체 악성이 어디로 추락했는지, 그 누구도 대략의 범위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채 신부는 일단 한가지 사실에 집중했다.

 

 ‘악마는 사람이란 매개체가 필요하다.’

 

 심신이 뒤틀린자, 마음이 공허한 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인가. 테이블에 펼쳐진 전국 지도 위, 채 신부의 손은 서울을 가르켰다.

 

 채 신부는 가용 가능한 모든 신부들을 이끌고 서울의 고아원, 보호소, 무료 급식소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최근 이 곳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나 혹시 거동이 이상해진 사람들은 없었습니까?”

 

 스스로도 생각해도 터무니 없는 질문이었다. 하루에 수백명씩 방문하는 급식소에서 누가 일일이 얼굴을 기억한단 말인가. 봉사자의 표정에서 경계가 드러나자 옆의 양 신부가 그의 손을 끌었다.

 

 “일단 돌아가세..”

 

 신부들은 2인 1조로 다니며 행동이 불순한 자나 거동이 수상한 자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모두가 불과 하루만에 이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를 깨달았다.

 

 별안간 물벼락을 맞거나, 기분 나쁜 시민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사이비나 납치범들로 오해하여 경찰에 신고당하기도 부지기수였다.

 

 채 신부는 공원 벤치에 주저앉았다. 고작 이틀의 수색만에 그의 얼굴이 무척 수척해졌다. 단순히 몸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가 소속된 교구에서의 압박과 원성이 그를 지치게했다.

 

 악성을 쫓으려 할수록 도리어 쫓기는 쪽은 자신이 되어간다는 걸, 채 신부는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온전히 다 맡기시죠.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처음 회의실의 김 신부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진정 그의 말이 맞았던건가..

 

 “젠장! ..오, 주여..”

 

 채 신부는 자신이 뱉은 욕지기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얼마나 구석으로 몰린 것인가. 채 신부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렸다.

 

 “채 신부!”

 

 순간 멀리서 양 신부의 외침이 들렸다. 그 목소리에서 무언가 범상치 않음을 느낀 채 신부는 양 신부를 향해 뛰어갔다.

 

 양 신부 앞에는 한 청년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청년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몸을 감싼채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이상하지 않나? 왜 급식소에서 떨어진 이 외진 곳에 혼자 있냐는거지? 그것도 이토록 젊은 친구가..”

 

 양 신부의 말에 채 신부는 청년의 눈을 바라봤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거의 감싼 통에 그의 동공을 확인하긴 힘들었다.

 

 “이봐요, 학생. 괜찮다면 여기 신부님 한번 쳐다봐 줄 수 있을까요? 여기서 혼자 무얼하고 있었습니까?”

 

 채 신부가 나긋히 물었다. 그리고 청년의 어깨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청년은 움찔거리며 더 빠르게 혼잣말을 했다. 무언가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채 신부는 그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다. 청년의 혼잣말이 무엇일까, 혹시 구조신호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인가.

 

 채 신부는 청년의 얼굴에 귀를 가져다 댔다.

 

 거의 흥얼거리는 것 같은 혼잣말은 그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채 신부는 집중했으나, 그 말 뜻을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었다. 아니, 계속 듣고 있다보니 그건 한국어가 아니었다.

 

 “양 신부님.. 혹시 유학다녀오셨죠?”

 

 “네에..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몇 년 있었습니다만..”

 

 “와서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네?.. 그것이..”

 

 청년의 기이한 행동에 겁을 먹은 양 신부가 선뜻 다가오기를 망설이자, 채 신부는 입모양으로 청년의 말을 따라해보았다.

 

 “쥐이퍼..지퍼어.. 집집... 쥐이퍼...”

 

 “그게.. 프랑스말로 하면 배고파란 뜻이거든요.”

 

 “음.. 다른 말도 합니다. 쥬..쥬.. 쥬비..르..모제..”

 

 “그건 먹겠다란 뜻... 저기, 신부..님?”

 

 양 신부의 반응에 뭔가 불안감을 느낀 채 신부는 귀를 떼고 청년을 바라봤다. 청년은 어느새 고개를 들고 채 신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신부를 노려보는 청년의 눈동자가 무척이나 붉었다.

 

 “저...저..저희 주님이신 하느님, 당신의 종을 굽어보시어.”

 

 양 신부가 덜덜 떨면서 기도문을 외웠다. 채 신부는 양 신부가 꺼내는 손바닥만한 나무 십자가를 보며 악을 질렀다.

 

 “그만 두십시오!”

 

 "꺄아아아아악!"

 

 순간 청년의 입에서 거대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십자가에 대한 방어기제, 채 신부는 이를 갈며 청년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비명은 주변 모든걸 진동시키며 신부들을 주저앉혔다. 채 신부의 코에서 피가 품어져 나왔다.

 

 비명이 끝나자 청년이 내달렸다. 채 신부가 쫓아가려 몸을 일으켰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채 신부는 이를 악물곤 풀려버린 다리를 십자가로 내려찍었다. 다리가 불타는 듯한 고통과 동시에 근육들이 움직였다.

 

 “양 신부! 양 신부는 교구에 전하시오! 악성을 찾았다고!”

 

 채 신부는 그대로 곧장 청년을 쫓았다. 두발로 혹은 네발로 내달리는 청년은 갑자기 방향을 꺽었다. 그가 달리는 방향은 주민센터였다.

 

 텅 빈 공원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간은 여러모로 채 신부를 곤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채 신부는 중간에 잔디밭을 넘어 최단 거리로 청년을 쫓았다.

 

 유리창을 깨질 듯이 문을 밀고 들어간 청년은 경비원 앞에서 발이 묶였다.

 

 “아니, 문을 그렇게 쎄게 열고 들어오시면 어떻합니까!”

 

 청년이 자신을 제지하는 경비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 채 신부가 그를 덥쳤다.

 

 여태 달렸던 운동 에너지에 청년과 채 신부가 서로 뒤엉켜 나자빠졌다. 채 신부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서 눈 앞에 보이는 화장실로 청년을 밀어붙였다.

 

 “이봐요들!”

 

 “천주교 사제입니다. 사정이 있으니, 잠시 화장실 좀 빌리겠습니다.”

 

 채 신부는 경비원을 말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가 곧장 문을 잠궜다. 쾅-! 경비원이 화장실 문을 걷어찼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경비원이 아니었다.

 

 “그어어어!”

 

 괴이한 비명을 지르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청년을 향해 채 신부는 낡은 십자가를 들었다. 돌진하던 청년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목이 꺽이며 뒤로 거꾸러지듯 넘어졌다.

 

 “성물이오, 특히 당신처럼 다치고 약해진 악마들에게 더욱 강력한 효과가 있는 주님의 성물이지.”

 

 채 신부는 기도문을 암송했다. 신부의 기도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을만큼 고요했지만, 십자가의 힘은 더욱 거세져 청년을 압박했다.

 

 청년 안의 악성은 그 힘에 갈기갈기 찢기고 짖눌러져 더 이상 청년을 잠식할 수 없었다. 힘이 약해진 악성이 희미하게 바래져 결국 소멸되어갈 때 채 신부는 기도를 끝냈다.

 

 채 신부는 죽은듯이 쓰러진 청년을 살폈다. 다행히 안정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두 뺨을 조심스럽게 때리자, 청년이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채 신부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습니까?”

 

 청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손을 내민 채 신부를 바라봤다. 그는 힘없이 떨리는 팔을 들어 채 신부의 손을 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이 선...입니다. 혹시 제가 어떻게 된겁니까?”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건가요? 큰 일을 당하실뻔 했습니다. 저는 채자인 신부라고 합니다. 성당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좀 더 나누시지요.”

 

 채 신부는 이선을 부축하여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화장실 앞에는 아까 그 경비원이 안절부절한 얼굴로 채 신부를 맞이했다.

 

 “도대체 무슨 일 입니까?”

 

 “그저 마음이 아픈 신도가 있었습니다. 제가 잘 이야기했으니 이제 괜찮을겁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채 신부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경비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경비원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둘을 한번씩 돌아가며 살폈다.

 

 이선은 경비원과 실랑이하는 신부의 부축을 거절하고 먼저 주민센터를 빠져나왔다.

 

 아침의 해를 본 것이 얼마만인가. 이선은 눈 부신 햇살을 본 것이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햇살이 따뜻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선은 날이 제법 춥다고 느꼈다.

 

 양 손으로 팔을 감싸고 채 신부가 나오길 기다리던 찰나, 이선은 반팔차림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한 겨울처럼 시린 추위인데 어떻게 다들 반팔로 거리를 지나는 것인지.

 

 '혹시 나만 추운 건가?'

 

 순간 이선은 자신과 세상 사이에 지독한 거리감을 느꼈다. 자신은 저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점점 더 추위를 느끼는 자신이 두려워 이선은 고개를 돌렸다.

 

 채 신부는 이제서야 경비원에게서 빠져나와 이선에게 향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이선씨?”

 

 채 신부는 이선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까까지도 떨리던 이선의 어깨가 차분했다. 아침햇살이 도움이 된 것인가?

 

 채 신부가 안심하고 그를 부축하려는 순간, 그의 귓가에 축축한 느낌이 났다.

 

 “더러운 손 떼, 개새끼야.”

 

 순간 이선이 채 신부의 귀를 물었다. 좌우로 흔들며 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채 신부의 귀가 짓이겨지며 떨어져 나갔다.

 

 “캬아아악!”

 

 이선이 괴성을 지르며 그대로 도망치듯 내달렸다. 채 신부가 다시 쫓아가려 했으나 몸이 마비된 듯한 고통에 주저앉았다.

 

 뜯겨진 귀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신부는 너덜거리는 귀를 쥐어잡고선 손수건을 꺼내 상처부위를 지혈을 했다. 귀가 뜯겨져 나간 고통에 채 신부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네 죄가 보인다. 네 악이 보인다. 네 놈의 추악한 이면이 보인다.】

 

 귀에 닿은 악마의 타액 때문인가. 머리 속을 울리는 속삭임에 채 신부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곧 그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의 신부복이 온통 피로 더럽혀졌다.

 

 고통에 마비된 듯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십자가를 꺼낸 채 신부는 그것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기도했다.

 

 “..하느님! 겸손되이 당신께 청하오니 그를 감금하소서. 그리고 천상군대의 영도자시여,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사탄과 모든 악령들을 지옥으로 쫓아버리소서!”

 

 피를 토하는 그의 기도는 성물의 힘과 함께 악마의 목소리를 밀어냈다.

 

 “후하!”

 

 마비 된 몸에서 간신히 숨이 터져나왔다. 채 신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선이 도망간 방향을 살폈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양 신부인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찍힌 번호는 양 신부의 것이 아니었다. 제롬이었다.

 

 채 신부는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본론부터 얘기했다.

 

 “...악성을 놓쳤다. 대상 수배는 끝이 났나?..”

 

 사조직원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하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채 신부는 일부러 전화를 빨리 끊었다. 그리고 다시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 탓에 자꾸 오타가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각각 다른 두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마지막 문자의 수신인 이름이 꺼지는 핸드폰에 잠시 지나쳐갔다. 장준영, 채 신부는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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