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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개인적 시간
작성일 : 18-11-13 12:44     조회 : 280     추천 : 1     분량 : 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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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 시간

 

 오후 다섯시 오십오분이 되었다. 라니는 마음이 들떳다. 이 단조로운 일을 마치면 나는 나의 자아를 찾으러 갈 수 있겠지. 나만의 세상과 나만의 철학... 수학보다 더 깊은 음악, 마치 상상의 개념 속에만 존재하는 흠없는 완벽한 원, 라니에게 음악은 그런 것이었다. 라니 자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원을 머리 속에서 그리면. 완벽한 원을 따라하고 따라하기 위해 노력하는 끝 없는 미로. 중심 점과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의 집합. 머리로는 존재하나 만들어서 닿기에는 너무나 먼 이상향.

 

 라니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피아노를 사랑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아노는 자기고백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 말로 하기에는 부끄러워 하지 못하는 말이다. 또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여 도저히 말로는 통할 수 없는 그런 감정. 라니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영혼을 채울 수 있는 물 뿐이었다.

 

 음악과 철학과 수학. 음악이 지루해지면 철학을 했고 철학이 지루해지면 수학을 했다. 수학이 지루해지만 다시 음악을 한다. 이 세계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라니는 도저히 이 세계 밖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재미없는 것이었다. 앞에 술 몇병을 놔두고, 달아오른 얼굴로 휴짓조각같은 농담을 던지는 것은 라니의 흥미 밖에 있는 것이었다.

 

 라니는 맑은 영혼을 가꾸고 싶었다. 영혼을 더욱 맑게.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세계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라니는 피아노 선생님과 일주일에 두번 씩 만났다. 영혼을 가득 채우는 음악의 세계. 그 세계를 배우고 싶다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모차르트가 아름답게 들립니다. 쇼팽의 감수성이 좋습니다라는 말을 나누고는 했다.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난다. 페달을 밟으면 더 길게 난다. 살살 눌러볼까. 명랑하게 눌러볼까. 조금 더 또렷한 느낌으로.. 라니는 음악의 세계가 좋았다. 특히 말로 하지 않는 음악의 세계는 라니를 들뜨게 했다. 말... 사람의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벽을 베토벤이 무너뜨렸던가!

 

 "좋은 저녁입니다. 식사는 하셨는지요."

 

 피아노 레슨실은 협소한 곳이었다. 단촐한 건물 속 고작 한 방 크기만한 공간을 쪼개고 쪼개어 업라이트 피아노 두대를 놓아서 연습실 두개를 만들었다. 레슨실에는 기독교의 흔적이 사방에 서려있다. 두꺼운 성경, 성가대 악보와 그밖에 성모마리아상과 같은 걸 보아서 선생님은 기독교인임이 틀림없다. 라니는 선생님을 아주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 사실 라니는 다른 선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별로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처음 보자마자 라니의 나이를 맞힌다던가, 대충 보면 실력을 다 알겠으니 별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다는 태도는 라니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니가 원했던 것은 단지 자신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철학은 어느 피아노 연주자와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알아주는 것이었다. 바로 음악성말이다. 라니는 뭔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 있었다. 지금 선생은 그것을 알아봐주었다. 라니에게 연주를 시켜보기도 하고, 당신의 머릿속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 있는데 손이 따라주지를 않는 군요, 라는 말로 라니를 만족시켰다. 레슨은 순조롭고 즐거웠다. 라니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점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서 만족감을 느꼈다.

 

 "오늘은 하농을 아주 빠르게 쳐볼 겁니다."

 

 라니는 선생과의 레슨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라니가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 사람을 만날 때는 오직 그 이유가 음악이었다. 라니는 선생을 만나 메트로놈 사용방법을 알았다. 삑삑 거리는 메트로놈은 아주 교묘한 물건이었다. 숫자만 조절하면 걷는 발자국같은 리듬으로 삑삑거리다가 다시 조절하면 청중이 박수치는 리듬으로, 또 조절하면 마치 다리를 떠는 것 같이 삑삑삑삑 거렸다. 라니는 자신이 원해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지만, 사실 라니에게 레슨을 권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라니의 육촌오빠였다.

 

 라차는 라니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라니는 라차를 생각하면 복잡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절대 라차를 이성으로서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라니는 라차를 은근슬쩍 존경하고 있었다. 라차는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라차의 어미가 피아노 전공자였던 영향이 있었으리라. 둘은 어릴 때 부터 일년에 한두번씩 꾸준히 보아왔지만 서로 잘 알지는 못하였다. 둘 모두 성인이 된 후 라니는 우연히 라차가 콘서트마스터로 있는 교향악단의 연주회에 갔다. 라차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2악장의 솔로파트를 라차가 연주하였다. 라니는 머리를 관통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은 후 작은 소망이 생겼다. 이 사람이 나의 뮤즈가 되어주었으면... 라차와 함께 음악을 하고 싶소.

 

 그 후 라니는 라차와 한 번 만나 함께 음악을 하자 청하였다. 하지만 라차는 아직 학생이었고 음악을 할 여유는 없었다. 그 후 라니는 집착적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금 바로 앞에서 삑삑거리는 메트로놈을 보며 처음 떠오른 사람도 바로 라차였다. 라차도 메트로놈을 켜고 연습을 하라고 했었다. 삑삑거리는 메트로놈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메트로놈은 아무 음악도 없다. 라차는 메트로놈을 천천히 맞추어서 서서히 속도를 올려 연습하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박자가 있다고. 그랬다.

 

 삑삑거리는 메트로놈에 맞추어 하농을 쳤다. 삑삑 메트로놈은 항상 같은 속도로 삑삑거린다. 변하는 건 우리다. 라니가 마음이 급하면 메트로놈이 느려지는 것같고, 라니가 딴 생각을 하면 메트로놈이 갑자기 빨라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기계적인 템포, 박자.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진짜 음악에 다가가는 것이라 라니는 믿고있다.

 

 갑자기 왼팔 근육이 아프다. 쓰라리는 느낌에 하농을 멈추었다 연주하기를 몇번 반복한다. 선생은 여전히 듣고 있다. 라니는 계속 피아노를 친다. 쳐댄다. 치댄다. 오른팔까지 저려온다. 피아노를 다 쳤다. 저린 팔을 부여잡고 선생을 쳐다본다. 선생은 웃고있다.

 

 "팔에 힘이 들어갈 때는..."

 

 라니는 왼팔이 너무 쓰라리다. 손가락은 아프지 않았다. 예술은 아름답다. 음악은 예술이지만 음악을 하는 과정은 스포츠와 같다. 작곡가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몸을 앞뒤로 움직여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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