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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마미아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13

'인간복제'
여러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이제, 먼 미래의 과학적 상상력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어느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피할 수 없는 명제입니다.

과연 그것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섰을 때, 어떤 일들이,
당사자인 인간과 복제인간 사이에 일어날 수 있을까요?

그건 단순한 인간의 도덕을 떠나, 수천 년 인간의 역사를 지배해 온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복제인간' (Human Clone)의 문제를, 우리는 당사자들인 유전공학자들의 알량한 도덕적 양심에만 맡겨두고 있어야 할까요?

저는 이 유전공학적 문제를, 인간 심리학을 통해 들여다보았습니다.

임신, 출산, 수유, 성장…….
학습, 결혼, 사회생활과 자아실현.
그리고 죽음.

이러한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보편적 행동양식은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의식’에 의해 지배당합니다.

그리고 다시, ‘의식의 세계’는, 그 기저에서 언젠가 발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무의식’에 의해 또 지배당하지요.

이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아주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며,
죽음에 까지 이르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결정짓는
한 개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그건 “엄마”입니다.

서두가 길었나요?
자, 이제 이 소설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유전공학과 교수인 주인공 조인성 박사는, 현대 유전공학의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던 ‘엄마’를
생각해내고, 드디어 “마마미아”를 탄생시킵니다.
“마마미아”는 라틴어로 “나의 엄마”이지요?

우여곡절 속에 탄생시킨 “마마미아”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기저에서 지배하고 있던,
죽었던 “엄마”와 현실에서 다시 조우합니다.

인공이어서 그랬을까?
완벽한 신체, 조각 같은 얼굴…….

그리고 주인공은 그렇게 자신이 탄생시킨 “마마미아”에게서 여자를 느낍니다.
그의 “의식세계”의 기저에서 억압되어 있었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현 이었을까요?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어릴 적, 아마 여섯 살 때였나…….
내가 잠들기 전,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가 내방에 와
이불을 덮어주고, 내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했지.

그때 건너편 엄마의 방에서 아빠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
“여보, 뭐해? 빨리 와!”

난, 나의 아빠에게 증오심을 느꼈어.
왜 그랬을까?

난 그때 나이 여섯 살 이었지.

인간, 특히 남자에겐 의식의 기저에 이런 감성이 숨어있는 거야.
그리고 난 그것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한다네. “


‘마마미아’, 그건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엄마’ 였으며,
또한 자신이 창조해 낸 복제인간 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복제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마마미아는
자기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지요.
태어나면서 부터 이미 육체는 성숙해 있었지만, 그녀의 자아는 아직 어린 태아의 수준이었으니까요.

오직 본능에 의해서만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던 그녀는,
조인성 박사에 의한 부단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의식이 성숙되어 가면서,
복제인간으로서의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마마미아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녀의 복제연구에 관여해 왔던 조인성 박사의 여자, 차지혜.
마마미아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차지혜는, 마마미아와 조인성의 사이에서,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떠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전개를 지켜보며 갈등을 느낍니다.

그것은 단순한 연인에 대한 질투를 넘어, 현대과학의 맹목적인 발달이 가져올 비극적 결과를 예측하고 염려하는,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고백이었습니다.

출생과정에서의 과다한 단백질 공급과 산성염기의 배양액 영향으로 정상인과 다른 신체능력을 갖고 태어난 마마미아.

그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무수한 사건들 속에서,
사회악과 만나며 자신과 자신의 아들인 조인성을 위해
싸워나갑니다.

그녀의 타고난 미모와 초능력 앞에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들…….
그건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는 인간사회의 모순과 어두움들이겠지요.

완벽한 육체, 하지만 백지 같은 '무'의 내면세계를 갖고 태어난
마마미아.
오직 이어지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의식이 빠르게 성숙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본능과 이성사이의 혼란을 느낍니다.

그녀의 본능은 급기야 조인성을 이성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무구한 의식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오직 한 남자를 향해
동물적 구애를 서슴지 않게 됩니다.

이어지는 자신의 엄마, 마마미아의 구애 속에서,
인성은 끝없이 빨려들어가는 자신을 느끼며 고민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무엇일까?"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과학자로서의 양심, 그리고 도덕적 책임…….
끈질기게 이어지는 자신의 여자, 차지혜의 충고와 조언…….

자신의 창조물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하는 가련한 과학자는
마치, 자신의 창조물인 인간들 앞에 떳떳이 나서지
못하는 신의 모습처럼, 비열한 자기 자신에게 죄의식을 느낍니다.

주인공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해결책’을 생각해 냅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요?”

이 소설에는 많은 심리학과 유전공학적인 용어,
이론들이 등장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다보면,
여러분들은 자신 속에 내재되어 왔던,
자신의 “마마미아”와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그녀를 “에로스”의 눈으로 쳐다보세요.

이상형을 찾으신다고요?
당신의 이상형은 “마마미아”입니다.

-청아람-

 
'마마미아'의 탄생 -제 5화
작성일 : 16-09-16 18:14     조회 : 556     추천 : 1     분량 : 5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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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배가 불룩해진 클램비아 2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지혜는 기대에 차있었다. 이제 몇 달 후면 2호의 새끼가 태어날 것이다.

 

 그 시간, 인성은 시뮬레이터 앞에 앉아 인간 복제배아의 1차 분열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클램비아 1호 때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세포핵 속에서 분리된 염색체가 방사체에 의해 제자리를 잡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클램비아의 실험 자료를 바탕으로 배양액의 성분을 달리해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벌써 두 달째 같은 결과만 되풀이되었다.

 

 보육 실에서 관찰을 마치고 2차 실험실로 들어온 지혜에게 인성이 말했다.

 “방사체가 문제인데 풀어내질 못하겠어.

 인체세포의 방사체 단백질구조가 동물과 다른 게 문제야. “

 

 지혜는 자기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8개의 실험체 중에 마지막까지 생존한건 단 하나예요.

 죽은 나머지 7개와 비교했을 때 다른 건 역시 단백질이고요. “

 

 “어떻게 다르지?”

 “일단 단백질 양도 1.25배나 많고요,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산성 아미노산의 성분도 다른 것들과 달라요.”

 

 인성은 배양액 속의 단백질 분석표를 보면서 말했다.

 “좋아. 단백질 양을 2배로 높여봐. 산성 아미노산도 두 배로 증가시키고. 그리고 각각의 조합으로 4개의 시험 체를 만들어보자!”

 

 “두 배요? 너무 과다한 거 아닐까요?”

 “일단 해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사체 문제부터 잡아내야 해!"

 지혜는 뭔가 꺼림칙했지만, 연구 당사자인 조인성 박사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인성은 연구의 책임자이기도 했지만, 이 실험에 자신의 모세포를 제공한 세포 공여자이기도 했다.

 

 며칠 후.

 

 인성의 판단은 정확했다.

 성분을 변경시킨 배양액속의 모세포가 일차분열에 성공했다.

 

 “됐어! 성공했어!

 나머지 세 개는 치워버리고, 이것만 집중해!

 변형 단백질 공급, 계속 유지시키고. “

 

 인성은 일차분열을 성공시킨 2개의 양성 딸세포에서, 여성 염색체를 갖고 있는 세포만 남기고, 나머지 한 개를 제거 시켰다.

 그가 제거한 남성 염색체의 딸세포는 바로 그가 증오해왔던 ‘아빠’의 모세포였다.

 

 인성은 이제 하나만 남아있는 여성 배아세포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증가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공급받고 있는 2차 딸세포는 빠르게 분열을 계속했고, 일주일 만에 태아의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다.

 

 인큐베이터 안의 연한 분홍색의 태아는 푸른 조명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곧, 장기가 분화되면 심장박동이 시작될 것이다.’

 

 모니터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는 인성과,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라고 있는 복제인간의 태아를 보면서, 지혜는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

 

 네 시가 되어 직원들이 모두 퇴근했을 때, 지혜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인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랜만에 머리도 시킬 겸 외식하러 가요.”

 

 인성은 기지개를 켜며,

 “그래. 배도 고프고. 오랜만에 바람이나 쐬러 나갈까?”

 

 둘은 실험실 문을 잠그고 용인시내로 나왔다.

 

 “뭐 먹고 싶어?”

 “이 년 전, 대전 카이스트에 있을 때, 교수님과 마지막으로 먹었던 닭도리탕이 생각나요.”

 

 “좋지!”

 

 그들은 용인 성당 옆, ‘감미옥‘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실내는 붐비지 않았다.

 

 지혜는 테이블 위에서 끓고 있는 닭도리탕을 뒤적이며 말했다.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 거 같아요.”

 

 인성이 지혜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을 받았다.

 “맞아. 나도 모르게 연구에 한없이 끌려들어가는 것 같아.”

 

 “전 좀 불안해요.

 우리는 지금 결과를 모르는 위험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나도 알아. 자! 연구는 잊어버리고, 오늘은 사람 사는 얘기를 해보자고.”

 

 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인성의 잔에 소주를 부었다.

 

 “혹시 보신탕 드실 줄 아세요?”

 엉뚱한 질문에 인성은 웃었다.

 “하, 하······. 왜 닭도리탕을 앞에 놓고 개고기 얘기를 해?

 난 개고기 안 먹어. “

 

 “전 개고기 먹는 사람들과는 이질감을 느껴요.”

 

 “흠······. 난 말이야, 다른 이유에서야.

 나는, 닭, 돼지는 먹으면서 왜 개는 안 되냐고 따지는 사람들, 이해한다고! 그 말이 맞지. 인간도 육식을 하는 동물이고, 단백질 공급을 위해 개를 먹을 권리가 있어.

 하지만 난 말이야,

 우리 사는 세상에, 적어도 인간과 가까운 동물 한두 종류는 사랑하고 배려하는 정서도 필요하다고 봐.

 그게 개고기 논리에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건 인간 정서의 문제야. “

 

 지혜는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하며 말을 이었다.

 “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교수님은 감성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이 이 남자를 만들 때, 지식을 위해 감성을 제거 시킨 거라고 생각 했지요.

 헌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감추어진 교수님의 내면세계에는 감성이 지성을 지배하고 있어요. “

 

 둘은 소주 두병을 비우고 식당을 나왔다.

 

 “술 깰 때까지 좀 걷고 싶어요.”

 

 지혜는 인성의 팔짱을 낀 채 중안공원을 걸었다.

 

 ‘물빛 쉼터’ 옆의 벤치에 앉았을 때, 지혜는 피로했는지 인성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인성은 지혜의 머릿결에서 라일락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여자의 작은 어깨를 감싸 안은 채 그곳에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연구소 2층의 숙소에 도착했다.

 

 지혜가 자신의 방 앞에서 말했다.

 “저녁 잘 먹었어요.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푹 쉬세요.”

 

 인성은 몸을 돌려 방문을 여는 지혜의 손목을 잡았다.

 지혜의 가는 몸이 남자의 힘에 휘청거리며 인성의 품에 안긴다.

 

 지혜는 한 손으로 방문을 열고 인성에게 안긴 채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의 거친 호흡을 들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마세요.”

 

 지혜는 핸드백을 옆의 탁자에 내려놓고, 입고 있던 감색 재킷을 벗었다. 그리고 하얀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었다.

 

 남자는 눈부신 흰 살결이 드러난 지혜의 몸에서 브래지어를 떼어내고 스커트의 지퍼를 내렸다.

 

 여자는 가늘고 긴 손으로 남자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작은 가슴에 묻는다.

 

 지혜는 눈을 감은 채 머리를 뒤로 젖히고 남자의 뜨거운 호흡을 몸으로 받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여자의 가슴을 지나 미끄러져 내려오며 젖은 숲에서 멈춘다.

 

 “아!”

 

 지혜의 짧은 신음이 적막한 방안을 울렸다.

 

 2차 실험실 철제 칸막이 안의 인큐베이터 안에는, 어느덧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한 태아가 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작고 하얀 몸에서 나오는 심장박동이 심박 측정기의 모니터에 뚜렷한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태아의 성장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져 가는 태아의 신체 변화를 지켜보며, 인성은 얼마 남지 않은 ‘엄마’와의 조우를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안동의 ‘성광축산’은 벌써 1등급 한우고기의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무균 실에서 생산된 소고기는 이상적인 단백질과 지방의 조합을 갖추고 있었고, 어느덧 6개월에 걸친 임상실험도 통과되어, 회사는 마케팅 사업이 한창이었다.

 

 전국 시도별로 인공 소고기 시식회가 열렸고, 3대 공중파 TV는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용인 연구소를 방문한 차회장은 성광축산이 생산한 한우 등심을 가지고 와, 구내식당에서 전 직원 회식을 열었다.

 

 테이블 위에서 굽고 있는 1등급 한우등심을 바라보며 차회장이 말했다.

 

 “일단, 맛이 기막혀! 적당한 마블링과 색깔을 봐.

 이게 인공이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

 

 지혜는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이제 소고기값 떨어질 일만 남았어요.”

 

 “하, 하. 우리 최 박사는 가격에 민감하군!

 시집가면 현모양처가 될텐데! “

 

 “전 이미 시집가기는 그른 것 같아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이가 좀 들어서 그렇지, 지성에 미모에······.

 정신 나간 놈 아니면 대한민국 남자치고 마다할 놈 있을까!

 안 그래 조 박사? “

 

 조인성은 겸연쩍은지,

 “하, 하. 맞습니다. 지혜만한 색시감도 없지요.”

 

 최회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둘이 참, 잘 어울리는데 말이야! 세상사 알 수가 있어야지!”

 

 인성과 지혜는 미소만 지은 채 차회장의 짓궂은 덕담을 듣고만 있었다.

 

 인성은 녹색 무균복을 입고, 머리에 비닐 캡을 쓴 채, 푸른빛을 발하는 인큐베이터 안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체나이 12세.

 푸른빛 속에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소녀의 가슴은 이미 발육을 시작해서 봉긋했고, 곧게 뻗은 다리 사이에는 음모가 자라기 시작했다.

 

 인성의 눈이 소녀의 몸을 타고 내려가 길고 하얀 발가락에서 멈춘다.

 “내 발을 닮았어!”

 

 인성 옆에 서있는 지혜는, 이 경이로운 광경 속에서, 불안과 기대의 눈으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의 윤곽이 어쩐지 인성을 닮았다.

 

 두 달 후.

 

 인큐베이터 안의 소녀는 어느새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윤곽이 뚜렷해진 얼굴.

 긴 팔과 곧게 뻗은 다리.

 잘록한 허리가 상체와 하체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 짖고 있었다.

 

 신체나이 24세.

 여인은 눈을 감은 채 평화로운 수면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인성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푸른빛 속에 잠들어있는 엄마의 벗은 몸을 보며,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혜는 경직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성장속도가 줄었어요.”

 

 “이틀 후에 출산 시켜야겠어.”

 

 지혜는 인성의 ‘출산’이라는 말이, 이 성숙한 여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심박, 혈압, 체온······. 모두 정상이다.

 

 다음날 인성은 혼자서 용인 공원묘지를 찾았다.

 

 인성은 분홍색 장미를 엄마의 무덤위에 올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그는 이미 15세의 소년이 되어 있었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게 될 거야.

 언젠가 ‘고갱’의 그림을 보며, 타히티에서 살고 싶다고 했지?

 난 엄마하고 타히티로 갈 거야.

 거기서 엄마하고 고갱처럼 남국의 낭만을 만끽하며 살아보고 싶어. “

 

 이제 막 새순을 움트는 무덤위의 잔디는 다시 겨울이 돌아올 때까지 길지 않은 생명의 과정을 되풀이 할 것이다.

 

 인성은 지혜와 함께 푸른빛 속에 반듯이 누워있는 여인의 신체 변화를 체크하고 있었다.

 

 이제 여인은 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단백질 공급 정상으로 낮추고, 혈액 염기도 7로 줄여.”

 지혜는 조인성 박사의 명령에 따라 인큐베이터와 연결된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렸다.

 

 “혈압 115에 80, 체온 36.5도, 심박 수 85.”

 “좋아. 모든 게 정상이야! 시작하자.”

 

 인큐베이터의 유리커버를 여는 인성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 조금 후면 ’엄마‘를 만날 수 있어!’

 

 인성은 복받쳐 오르는 감동과 기대를 절제하기위해 꼭 다문 입술을 깨문다.

 그는 자신의 의식세계를 점령해버린 감성을 억누르고, 절제된 지성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여인의 머리와 가슴에 붙어있던 센서를 제거했다.

 푸른빛 속의 여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인성은 자신의 손으로 여인의 몸에 붙어있는 인공탯줄을 잘랐다.

 

 기계로부터 독립체가 된 여인의 눈동자가, 감고 있는 눈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성과 지혜는, 이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며 다가오는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여인이 눈을 뜬다.

 여인의 깊고 맑은 눈동자는 천정에 고정되어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여인의 눈에 초점이 잡히고, 푸른빛 조명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성의 얼굴이 들어온다.

 

 여인을 바라보고 있는 인성의 눈은 한없이 평화로웠고, 여인은 이 낮선 남자의 얼굴에서 뭔가 불안감을 느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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