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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2. 비겁한 모의
작성일 : 16-09-16 18:09     조회 : 624     추천 : 2     분량 : 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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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겁한 모의

 

 

 

  탁자 앞에 앉은 상루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는 상루의 얼굴은 어두웠다. 상루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제가회의1)를 주재할 때나, 소노부2)를 지휘할 때나. 한 올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바로 상루였다. 왕에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운 얼굴을 짓고 있으나 의중을 짚어가면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카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상루는 소식을 들고온 가노에게 말했다.

 

 

  "얼마나 됐느냐?"

  "한 다경 즈음 됐습니다."

  "가자."

 

  상루는 가노를 따라 후원으로 나왔다. 예상대로 카이는 어깨를 세우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하여 ‘흑사’라고 불리는 카이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왕이 즉위할 즈음에 나타난 카이는 왕을 호위하였다. 카이는 검신이 긴 칼을 메고 다녔고 눈 밑에는 초승달 모양의 흉터가 그어져 있었다. 카이가 말을 할 때는 왕의 명을 전할 때 뿐 이었다. 말을 하기 전에 카이는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비틀었는데 그 모양이 똬리를 튼 뱀이 모가지를 쳐드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대신들은 가슴이 졸아 붙는 것 같다고 하였다.

 

 

  상루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가회의 의장의자 소노부의 수장으로서 두려운 것이 없는 상루였지만 어쩐 일인 지 초승달 모양의 흉터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졸아 붙었다. 카이를 볼 때마다 상루는 이번에야 말로 담담하게 대해야겠다고 결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흉터, 뱀이 모가지를 쳐드는 것 같은 모양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이 밤에 무슨 무슨 일이냐?"

  상루는 움츠러진 어깨를 쳐들면서 다가갔다.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폐하께서……?”

  “……”

  “무슨 일이라더냐?”

  "……"

 

 

  상루는 카이가 내민 안대를 썼다. 왕이 한밤에 카이를 보냈다는 것은 밀궁으로 오라는 뜻이었다. 처음에 상루는 밀궁의 위치를 계산하려고 하였다. 상루의 집에서 대궐까지 한 다경, 그 이후의 시간을 계산하면 위치를 잡을 것 같았다.

 

 

  카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느 날은 반 시진이 걸렸고 또 어느 날은 한 다경이 걸리지 않았다. 상루의 생각을 읽은 것이었다. 상루가 카이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카이가 중원에서 만나는 평범한 살수였다면 대단찮게 생각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카이는 수만 가지의 수를 생각할 줄 아는 살수였다.

 

 

  "들어가십시오."

 

 

  카이가 이끄는 대로 가마에 오른 상루는 생각에 잠겼다. 왕이 한밤에 밀궁으로 부른 다는 것은 비밀스럽게 지시할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일 것이다. 왕좌를 위협할 만한 사람, 왕으로서도 쉽게 죽일 수 없는 사람을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 분명하였다.

 

 

  '누구일까?'

 

 

 

  왕이 왕좌에 오른 것은 여덟 달 전이었다. 그전까지 왕의 위치는 불안했다. 정후의 장남으로서 태자에 오르기는 했으나 탐탁찮게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안국군 때문이었다. 안국군은 차비 소생으로서 계승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나 그것을 뛰어넘을 능력과 덕망을 갖추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숙신이었다. 안국군은 숙신을 정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안국군은 단석괴3)의 출현이후 급격하게 성장하는 선비족3)을 견제하려면 숙신이 필요하다면서 자치권을 주자고 하였다. 안국군의 계책은 절묘하였다. 선비족의 성장을 경계하던 숙신은 안국군의 말에 따랐고 불안한 내정에 시달리던 진(晉)5)나라는 안국군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복잡한 대외상황 속에서도 전란에 휩쓸리지 않았던 것은 안국군의 노력덕분이었다.

 

 

 

  왕은 안국군이 두려웠다. 왕이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은 안국군이 아니었다면 나라는 벌써 선비족에게 넘어갔을 것이라면서 안국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선비족 한 명이 한 족 삼십 명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것을 생각한다면 백성들의 칭송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왕은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안국군이었다. 안국군은 왕이 즉위하자마자 충성을 맹세하였다. 안국군은 장수가 있어야 할 곳은 전장이라면서 숙신으 떠나겠다고 하였다. 아울러 안국군은 조정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노라고 하였다.

 

 

  그러나 왕은 안국군을 믿지 않았다. 안국군이 숙신으로 떠나기 전날, 왕은 숙질간에 술이나 한 잔 하자면서 기로로 오라고 하였다. 안국군이 약속한 기루로 들어가는 순간 지팡이를 짚은 비렁뱅이가 동냥을 구걸하였다. 안국군이 은굽을 줄 찰라 왕이 고용한 살수들이 달려들었다. 이제 왕은 새로운 표적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카이의 말에 안대를 벗은 상루는 눈앞에 있는 복도를 바라보았다. 상루가 여러 번 와본 바 있는 복도는 격자문이 늘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카이의 명을 받은 라존5) 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었다. 상루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까지였다. 상루가 들어온 전각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는 지 아는 사람은 카이 뿐이었다.

 

 

 

  그것이 왕의 방식이었다. 왕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밀궁을 마련해 놓고 생각하는 바를 지시했다. 말하자면 궁궐 안의 궁궐이었는데 누구든 밀궁에 들어올 때는 카이의 지시를 받아야 했으며 도착할 때까지 안대를 써야 했다. 상루는 머리끝까지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불빛이 어룽거리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왕은 모서리가 휘어진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왕은 두 손을 올려 논 탁자 위에는 덮개가 열린 다종이 있었고 탁자로부터 다섯 뼘 즈음 떨어진 곳에는 언제나 왕을 호위하는 무사가 서 있었다. 무사는 두 손을 정중하게 잡고 있었으나 여차하면 뽑아들 칼을 메고 있었다. 상루는 무사를 살피면서 정중하게 물었다.

 

 

  “부르셨습니까?”

 

 

  왕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삽시루 혹은 상부 라고 불리는 왕은 포악한 사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인자하게 대했으나 사람들이 떠나면 돌변했다. 왕은 작은 것 하나도 넘어가지 않았으며 그것을 빌미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그러한 모습은 왕위에 올라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전에서는 그래도 왕의 풍모를 지키면서 인자하게 앉아있었으나 밀궁에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은 왕이 예민한 상태이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왕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물었다.

 

 

  “국상은 돌고를 어떻게 생각하는 가?”

 

 

  왕의 말에 상루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돌고는 오래 전에 궁궐을 떠난 동생이었다. 천성이 모질지 못하고 착하기만 한 돌고는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사람이었다. 결국 돌고는 궁궐을 떠나겠다고 하였다. 죽고 죽이는 궁궐에 살 수 없다면서 계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왕은 그 돌고, 권력보다는 편하게 사는 것을 선택한 동생을 의심하는 것이었다. 상루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추가6)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통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란 말이야.”

 

 

 

  왕의 말은 돌고를 죽이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왕이 즉위한 후 상루가 한 일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 나라의 국상으로서 할 일이 아니었지만 상루는 개의치 않았다. 상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권력이었다. 권력, 권력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따라 소노부의 운명이 결정도는 것이었다. 상루는 그것을 잊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상루는 제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상에 임명될 수 있었으며 문제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워낙 조용한 분이라……”

  “그것이 국상이 할 일이오.”

 

 

  쏘아붙이는 말에 상루는 목까지 올라온 숨을 삼켰다. 돌고를 죽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돌고가 권력이나 재물을 탐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간단했다. 탐욕에는 결과가 따르게 마련이고 그것을 빌미로 사건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돌고는 탐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무뢰배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것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상부였다. 상루의 충고를 무시하고 안국군을 무참하게 살해한 왕은 제가들의 저항에 부딪친 바 있었다.- 비록 궁궐을 떠났다고 하나 돌고는 계승권자였다. 따라서 돌고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함정을 파는 것 뿐 이었다.

 

 

  “함정을 파는 것 밖에 없겠군요.”

  “함정?”

  “그러려면 미끼가 필요한데……?”

  “미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내걸어야 하는데?”

  “……”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고?”

  “아들과 함께 산다고 하오.”

  왕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들요?”

  “그 놈이 궁궐이 나갈 때 다 버리고 아들 하나 만을 데리고 나갔지 않았소. 그 놈을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하오.”

  “끔찍하게 생각해요?”

  “아홉 살인데, 보통 별쭝맞은 아이가 아니라더군.”

 

 

 

  왕의 말에 상루는 눈을 감았다. 돌고가 궁궐을 떠난 후, 왕은 돌고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것은 돌고가 궁궐을 떠난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제가들도 그에 따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왕은 아무도 모르게 사람을 붙여놓고 있었던 것이다. 상루는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떴다.

 

 

  “그거 잘됐군요.”

  “잘돼?”

  왕은 얼굴을 찌푸렸다.

  “폐하께서 아시다시피 고추가는 세상에 관심이 없는 분 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아들은 끔찍하게 생각하신다면서요."

  "그렇지."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아들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군요."

  "아들을?"

  "아들이 위험하다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바로 그것을 이용하는 겁니다."

  상루는 자신이 생각해도 신묘한 계책을 얘기했다.

 

 

 

 

 

  주석.

  1) 제가회의-고구려 때 국사를 논의하던 귀족회의로 5부인 계루부, 소노부, 절노부, 관노부, 순노부로 이루어졌다.

  2) 소노부-5족부의 하나로 비류부라고도 불리며 건국초기에는 소노부의 영향력의 막강했으나 모본왕이 죽고 태조왕이 등극한 후 세력이 약화되었다. 명림답부 이후 급격한 성장한 절노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중천왕이 상루의 아버지 음우를 국상에 임명하면서 세력을 되찾게 되었다.

 3) 남만주와 몽골지방에서 산 투르크족과 몽골 족의 혼혈 유목민족으로 선비라는 뜻은 혼혈이라는 뜻이다.

 4) 단석괴-유목민족인 선비족의 대군장. 흉노의 옛 영토를 세력하에 넣었으며 후한의 회유책에 불응하고 계속 중국 땅을 침공했다. 단석괴의 활약으로 모용족은 세력을 확장하는 기반을 얻을 수 있었다.

 5) 진(晉)4)-사마염이 조조가 세운 위나라를 멸하고 세운 왕조.

 6) 라존-왕의 친위대원을 일컫는 말. 친위대는 왕의 직속부대로 정보, 감찰, 경호의 업무를 맡았다.

 7) 고추가-왕족과 특수한 귀족을 부른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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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mia 16-09-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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