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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설령 당신이 저를 기억 못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작가 :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18.11.9

병원에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듯이. 눈을 뜨자 옆에서 남녀 성인이 나를 껴안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주후, 부모는 일 때문에 거의 집을 비어 나 혼자서 사는 거나 다름없었다. 조용하고 아늑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쌀쌀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없는 것처럼.
어느 때나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하던 중,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대낮에 집에 올 사람이 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문을 열었다. 열었는데...
"주인님~!"
위험한 말을 하는 소녀를 만나고.
"이거 어때요~?"
쇼핑같은 데이트를 하고.
"언제까지 지상계에 머무르고 있을 거지?"
라며 하늘 위의 나라인 천상계인이라고 주장하며 미첼을 추궁하는 사람도 만났다.
평범하지 않은 계속되는 만남. 평범하지 않은 우연이 나 - 남수현의 평범한 인생을 뒤바꿨다.
"설령, 주인님이 저를 기억 못하셔도... 저는 주인님을 사랑하는 걸요...!"
라고, 천사가 웃었다.

 
귀엽고 위험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 4화
작성일 : 18-11-12 22:43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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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다 먹고 나서 설거지는 미첼이 하겠다고 해서 나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그런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졌다. 집안일 잘하는 여자가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 법이라고 하던가...

  - 그런 건 어떻게 알고 있지?

  생각해보니 그렇다. 기억을 잃었는데도 이런 건 잘 기억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는 생각일까?

  쿠당탕, 소리에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딱 봐도 뭔가를 무너뜨린 것 같은데...

  "괜찮아?"

  미첼이 어색하게 웃는다.

  "네... 아하하하."

  안 괜찮군. 도와줘야 겠다.

  "우우..."

  나는 관대하고 이해를 잘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거에 흔들리지 않는다. 부엌으로 가서 몇 개 안 되어보이는 그릇들을 물에 흘려 보낸 다음에 수세미에 세제를 묻힌 다음에 익숙한 듯한 손놀림으로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다 닦은 그릇들은 왼쪽으로 빼놓고 물을 튼 다음에 다시 비눗기를 흘려보냈다.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뽀득뽀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완벽하다!

  "...죄송해요..."

  "응?"

  "그게..."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너가 한 행동은 날 위해서잖아? 너무 마음에 두지는 마."

  머리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 정리가 잘 됐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강아지털처럼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살살 쓰다듬어줬다. 그제서야 슬픈 표정을 짓지 않고 볼에 홍조까지 붉히며 웃는 미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같이 웃었다.

 

  이제는 뭐할까. 밥도 먹었고 시간은 오후대. 이 시간대가 제일 나른해지기 좋은 시각이다. 집에만 있다보니 다시 자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다. 나가고 싶지만 막상 미첼이랑 어디가면 좋지, 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에 빠뜨리게 했다.

  역시 집에 있는 게 최선인가. 소파에 다시 드러누웠다. 핸드폰을 켜 유X브에서 동영상을 대충 둘러봤다. 게임, 만화, 뉴스, 외국의 재미있는 순간.... 축구볼까?

  "주인님~~~"

  미첼이 내가 누운 소파 옆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깜짝이야.

  "왜?"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심심해요~"

  같이 놀자는 건가? 음... 강아지랑 같이 놀 게... 아니, 지금은 사람이지. 미첼이랑 뭘 하면서 놀면 좋을까?

  "축구 동영상 볼래?'

  "축구요? 그게 뭔가요?'

  아, 미첼은 원래 동물이여서 사람이 하는 건 모르지. 그러면...

  "...미안... 너에 맞춰서 뭘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

  "주인님이 편하신 대로 하면 돼요."

  "어째서?"

  - 어째서, 나에게 맞춰서 하는 거지...

  "그야... 저는 주인님의 애완동물이니까요?"

  "난 널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네...?"

  나는 핸드폰을 껐다. 아마도 지금부터는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짧지만... 말이다.

  "기억을 잃기 전의 나는 아마도 널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둘도 없는 친구. 사람처럼, 오랫동안 지내온 친구처럼 대하고, 그리고 널 챙겨주고, 좋아해주고..."

  "...그런 거군요... 그렇다면 저는..."

  내 말을 듣고서는 마치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렇게 큰 잘못까지는 아닌데...

  "그러면 밖으로 나가요!"

  아, 내가 생각한 게 아니었다. 물어내! 인마!

 

  밖. 해가 지기 시작해 하늘이 붉게 물들어져간다. 노을이 예뻐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공원에서 보는 노을은 너무나도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여기저기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보이고, 가족이랑 같이 나온 사람도 보인다. 아마도 이 노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공원을 걷다가 벤치가 보여 벤치에 앉았다. 미첼도 옆에 앉았다.

  "나오길 잘한 것 같네."

  "그러게나 말이에요!"

  이 노을을 보는 게 처음이 아닐까. 아니면은...

  - 기억을 잃기 전에 몇 번 봤다던가?

  하지만 낯이 익다. 아마도 나는 미첼이랑 같이 공원으로 몇 번 산책하러 온 거겠지.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는 미첼. 무겁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가볍게 느껴지는 그녀의 얼굴에 나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이런 날이 나에게 올 수나 있나, 라고 생각했다. 아름답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너무나도 평범한 이 공원에서 뛰어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그리고...

  - 머릿속이 울린다.

  기억을 잃기 전의 나. 그리고 강아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 너머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을 보고 싶다. 기억을 잃기 전, 그녀와 나는 어떤 관계였는지를, 알고 싶다.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 깨질듯이 아프다. 자연스럽게 머리가 숙여졌고,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 그림 속에 있는 너는 누구? 기억을 잃기 전에는 난 누구지?

  "주인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지지직 거리는 머릿속을 마구 헤집으며 모자이크 너머에 있는 강아지를 바라본다.

  점점 더 선명해지는 강아지의 형체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주황색 털... 초록색 눈동자... 선명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 생각했었다.

 

  지지직...

  - 뭔데.

  지지직...

  - 무언가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확한 형체는 모르겠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지 않을래? 라고 속으로 속삭였다. 이런다고 그 형체가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지지지지지지직.

  형체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더욱 심해진다. 네가 무슨 슬렌더맨이세요? 지지직 거리는 소리 때문에 머릿속이 멍해져간다. 떨어져.

  - 떨어지라고.

  그 형체를 강하게 밀쳐내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오지 마. 머리가 더 아파지잖아. 그리고 점점 선명해져가는 형체의 모습. 고개가 살짝 숙여지는 모습이 보였다. 슬픔? 아니면 아쉬움? 얼굴만 보면 좋은데, 얼굴이 보이지 않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머리를 흔드는 걸 멈추고, 흐릿해보이는 형체에 손을 뻗었다. 넌 왜 고개를 숙이고 있니? 내가 손을 뻗고 있는 걸 알아챘는지 살짝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곧 내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아 기도하듯이 꽉 쥐는 형체. 부드럽지만, 차가운 두 손.

  형체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그대로 내 손을 놓고서 등을 돌린 채 어디론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어쩐지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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