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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와룡과 봉추의 궤변학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18.11.8

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아니면 믿지 않습니까?

과거의 괴이한 사건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현덕. 그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하지만 운명은 현덕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방과 후 학교 교실에서 현덕은 최근에 학교에서 소문난 괴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와 만나게 된다.
‘갓난아기를 본 사람은 7일 이내에 저승으로 끌려간다.’
남은 목숨이 7일 밖에 없는데다가 문득 문득 보이는 끔찍한 아기의 모습에 밤잠하나 못이루던 현덕. 그는 결국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못푸는 난제 미스터리가 없다’라는 괴담을 따라 열리지 않는 ‘미스터리 부’의 교실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가 본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환상의 ‘와룡 진소미’와 학교의 아이돌 ‘봉추 방원혜’였다.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지 않아."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고 있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 두 사람.

과연 현덕은 무사히 저주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2화
작성일 : 18-11-12 22:39     조회 : 286     추천 : 1     분량 : 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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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나 다름없던 그날 방과 후.

 

  나는 궁시렁거리는 익덕을 어떻게든 달래주며, 저녁노을 진 붉게 물든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그 새끼는 한 번 여자에게 크게 데여봐야해. 그래야 우리가 그렇게 소중한 지 알 수 있지. 안그래?”

  “그래, 그래.”

 

  익덕의 반응을 설렁설렁 대답하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어차피 이렇게 불평불만이 있어도 또 다음날 되면 어김없이 둘이 붙어서 시시덕댈 것이다.

 

  우리들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친구라 불리기엔 가깝고, 가족이라 불리기엔 조금 다른 관계. 우리는 그것을 ‘끊어지지 않는 질척한 우정’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반의 여자애들은 이런 우리들을 보며 묘한 눈으로 쳐다보긴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러다가 무심코 폰을 찾으러 주머니를 뒤적이던 손이 무언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라……?”

  “왜? 뭐 잊어버렸어?”

 

  불평불만을 일삼던 익덕이 묻는다.

 

  “어? 어… 응.”

 

  나는 무어라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교복에 매달려 있던 주머니를 전부, 허겁지겁 뒤지기 시작했다. 없다? 없어? 대체 어디에 떨어뜨린 거지?

 

  당황했다.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 어떤 이유에서든 잃어버려선 절대로 안 되는 물건이 사라진 것이었다.

 

  나는 불안해져 계속해서 뒤져보았지만,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폰 하나랑 지갑하나, 동전 몇 가지 뿐. 그 밖에 나오는 것은 없었다. 내가 하는 모양새를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익덕이 말을 걸었다.

 

  “그거 혹시 아까 네가 떨어뜨린 거 아니야?”

 

  그 순간 눈동자가 홱 돌아갔다.

 

  “뭐? 어디서?”

  “아니, 그게 뭐냐…. 오늘 체육시간이 있었잖아. 그때 교실에서 옷 갈아입을 때, 너에게서 [짤그랑]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짤그랑.

 

  그 말이 기점이었다.

 

  “야 익덕. 미안한데 먼저가, 나는 잠깐 교실에 가서 뭐 좀 찾고 올게.”

  “야야, 너 어디가! 우리 학교는 방과 후면 조금 있으면 문 닫는 거 몰라?”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교실로 곧장 달려갔다. 부탁이니 그곳에 있기를, 누가 들고 가지 않았기를.

 

  아무도 없어서였을까?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학교 내부는 어느새 조용해져있었다. 나는 아무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열고, 학교 내부로 진입했다.

 

  학교 안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이 학교의 특이한 규칙인 [저녁 6시 이후에는 어떠한 사람도 이 학교에는 있어서는 안된다.]로 인해, 학생들도 일찍 학교 파하고, 교사들도 일찍 퇴근한다.

 즉 아무도 없는 곳이다.

 

  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PM 5 : 50

 

  이제 10분만 있으면 이 학교는 문을 닫는다.

 

  학교 안에는 아무도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규칙을 감시하기 위해 이사장이 누군가를 학교에 남겨놓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최대한 조용하고 민첩하게 걷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거 사실 밤에 학교에 [서서걷는 갓난아기]귀신이 나오기 때문이래.

 

 

  낮의 익덕이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조용한 학교 복도가 어째선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설마 진짜 귀신이 나오겠어? 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런 규칙을 만들고 학교 선생님들까지 지킨다고 하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니까.

 

  고작 10분. 10분이면 되. 그 안에 가지고 나오며 된다.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심호흡을 하자 흥분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는 고양이 같은 몸짓으로,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학교 복도를 살금살금 걸었다.

 

  빠르게,

  하지만 조용히,

  소리 나지 않게,

  하지만 잽싸게.

 

  그렇게 조심스럽게 교실로 올라갔다.

 

  학교는 점점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황혼을 불태우듯 점차 진해지는 노을빛.

 

  시간이 얼마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냥 내일 일찍 등교해서 찾을까 라고도 생각해보았지만, 만 하루 동안이나 그 물건이 수중에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스마트 폰의 시간이 52에서 53으로 막 바뀔 무렵에서야 나는 우리 반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정입구와 교실의 거리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빨리 온 셈이다.

 

  곧바로 교실 문을 열었다.

 

  후덥지근한 기분 나쁜 저녁 바람이 나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디선가 고양이가 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시선이 자연스레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향했다. 커튼이 천천히 나부끼며 창문에서 불어온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주번은 뭐하는 거야. 문단속도 제대로 안하고….”

 

  입으로는 투덜댔지만, 마음속으로는 묘하게도 안도하고 있었다.

 

  나는 규칙을 어긴 게 아니다. 그저 주번이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는 바람에 내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뒷정리를 하고 가는 것이다. 그런 치졸하면서도 누가 들어도 납득 갈만한 변명거리가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만들어졌다.

 

  나는 긴장감에 굳어 있던 어깨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닫고, 엉망이 된 커튼을 가지런히 잘 정돈했다.

 

  이제 그것만 찾고 바로 나가자.

 

  나는 곧바로 내가 앉았던 자리를 살피며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청소는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쓸었던 흔적은 있지만, 대충 대충한 티가 여기저기서 눈에 보였다.

 

  내일 선생님께 혼날 주번의 명복을 빌며, 최대한 교실 구석구석 열심히 훑어보았다. 혹시나 빗자루에 쓸려 구석에까지 밀려났을 수도 있었다. 이정도로 정리를 안했으니, 아마 구석까진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샅샅이 뒤졌는데도 머리핀은커녕 핀이라고 생각되는 그 어떠한 물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왜 이리 보이지 않지? 누가 주워갔나?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일은 없다. 한 눈에 보기에도 그 물건은 엄청 오래됐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지저분해 보였다. 그런 헌 것을 누가 예쁘다고 들고 갈 것인가. 차라리 청소당번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다.

 

  순간 머리에 무언가 번뜩하고 스쳤다.

 

  쓰레기통.

 

  설마 오늘 버렸을까? 시선이 곧바로 쓰레기통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분명 교칙 중에는 쓰레기통은 매일 비우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정도로 뒷정리를 안하고, 청소까지 대충할 정도면, 과연 오늘 쓰레기통을 비웠을까?

 

  어디선가 또다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내 생각을 맞장구 쳐주는 것 같았다.

 

  재빨리 쓰레기통으로 다가갔다.

 

  파란색의 삼각머리를 가진 뚜껑을 그대로 뜯어내듯이 열었다.

 

  그리고 보이는건,

 

  많은 양의 하얀 종이들과 잿빛으로 이루어진 먼지들.

 

  다행이다라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두 손을 과감하게 쓰레기들 속으로 넣었다. 부스럭거리는 종이를 뒤지는 소리와, 퍽퍽이는 먼지를 뭉친 기분 나쁜 감각이 함께 쏟아져왔다.

 

  이를 악물었다.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기분 나쁜 느낌을 조금이나마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덜컥

 

  딱딱한 무언가가 검지손가락 끝에 닿았다. 이건가? 나는 손끝에 닿은 딱딱한 물건을 그대로 빼냈다.

 

  익숙한 감촉.

  익숙한 느낌.

  그리고 익숙한 그 형태.

 

  빛바래고 오래된, 칠이 군데군데 빠진 분홍색 머리핀.

 

  그리고,

 

  어렸을 적 죽은 유일한 여동생의 유품이었다.

 

  “차, 찾았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았던 여동생의 유품을 겨우 찾아낸 것이었다.

 

  나는 옷자락이 먼지로 인해 잿빛으로 변한 것도 잊은 채, 소맷자락으로 머리핀을 닦아냈다. 옛날처럼 반짝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동생이 곁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젠 나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마트 폰 시간을 확인했다.

 

  PM 06 : 02

 

  “어…?”

 

  흘러나오는 외마디 신음.

 

  머리핀을 찾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설마 진짜 문을 잠가버리진 않겠지?

 

  나는 머리핀을 품에 넣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바깥은 커다란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져 있었다. 저녁때가 다 되었고, 이제 밤의 시간이 시작된다.

 

  교실문을 열었다.

 

  드륵 하는 미닫이 문 특유의 소리가 조용한 복도를 일깨웠다. 조금 더 조용히 열어야 겠다는 쓸데없는 다짐을 하고, 문을 닫았다.

 

  문득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야옹야옹거리는 소리. 창 밖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나?

 

  나는 교실문을 한 번 보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복도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무언가 보채는 것 같은, 마치 아기 울음소리 같은 구슬픈 소리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향했다.

 

  실수로 학교에 들어온걸까?

  묘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소리.

  어째선지 내버려 둘 수 없는 소리였다.

 

  저 멀리 엎드려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저녁노을이 짙게 깔려 저게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엎드려 있는 모양세를 보니 조금 많이 큰 고양이 같아 보였다.

 

  어디가 아픈 걸까?

 

  마음에 자그마한 동정심이 일어난다. 나는 고양이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가갔다. 작고 약한 생물을 배려하는 마음을 발걸음에 녹이고는…….

 

  그대로 멈췄다.

 

  “…….”

 

  왜 자신이 그대로 멈춘 것인지 아무런 자각도 이해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정신차렸을 때는, 배려함도, 동정심도,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호기심도 차갑게 식은 뒤였다. 아직도 정면에서는 고양이가 배고파 보채는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응애응애

 

  마치 갓난 아기가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그런 종류의 울음 소리. 그 사실을 깨닫을 땐, 이미 웅크리고 있던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응애응애

 

  제일 처음 엉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하늘 높이 올랐다. 그리고 두 팔이 마치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쭉 펴는가 싶더니, 점차 다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처음에는 중심을 못잡는 듯, 비틀 거리며 다리를 흔들다가, 곧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리를 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번도 일어서 보지 못한 갓난 아기가 젖먹던 힘까지 쨔내서 겨우 몸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괴이한 광경에 이성이 송두리째 뽑혀져 나갔다. 저게 뭐지라는 답 없는 물음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그러다가 문득 익덕이 해준 괴담하나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서서 걷는 갓난 아기 괴담]

 

  사랑했던 선생의 의해 죽임을 당한 임신한 여학생과 뱃속의 있던 아기이야기. 어째서 그 이야기가 지금 떠올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이야기를 떠올린 순간,

 

  고작 이야기였던 괴담은 현실이 되었다.

 

 

  -찰박

 

 

  눅눅한 걸레가 바닥에 달라붙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천천히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마치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도하는 아기처럼, 좌우로 비틀거리며 그림자가 걷는다. 팔을 앞으로 어색하게 내민 상태로 걷는 작은 난쟁이처럼 보이는 그림자. 점차 창문에 내리쬐는 주황색 빛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아장아장 걸어오는 어두운 아기의 그림자.

 

  복도 안을 가득 메우는 광기어린 공포가 내장을 심하게 짓눌렀다. 허파가 쪼그라드는 고통에 숨을 게워내지만, 답답함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안돼.

 

  오지마.

 

  보이지마.

 

  극도로 높아지는 시커먼 긴장감이 정신을 좀 먹었다. 움직일 수도 없다. 도망쳐야 하는데,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과 광기가 잡아 끄는데로 시선을 그림자에게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찰박

 

  어느 사이엔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아기의 형태를 가진 그림자가 경계선으로 발을 한발 내딛었다. 길게 늘어지는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빛과 어둠의 경계선 사이,

 

 

  조그마한 다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하얀 진액이 바닥에 뿌려지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진득한 살점이 노을에 의해 오래된 것처럼 싯누렇게 보인다. 마치 요리 시간에 하얀 밀가루반죽으로 사람의 다리 형태를 본 떠 만들다 만 실패작처럼 보였다.

 

  -찰박

 

  그림자의 다른 쪽 다리 하나가 또다시 경계를 넘는다. 갈아놓은 생고기 반죽을 그대로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도저히 사람의 다리라고 볼 수 없는 작은 반죽덩어리가 경계선 바깥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몸의 절반 이상이 창문으로 비치는 어두운 빛의 비쳐, 눈동자가 허용하는 공간안에서 낱낱이 공개되었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것은 실로 무시무시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아직 덜 만들어진 듯, 반죽이 덜된 피부가 액화된 것처럼 아래로 흘러내린다. 작은 몸뚱어리에 겨우 붙어있는 조막만한 팔 다리. 그 마저도 제대로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살덩어리가 녹아 눌어붙어 겨우 팔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으…아….”

 

  내 입에서 새어나오는,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애처로운 신음. 고작 몸의 절반부분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끔찍한 그 형태에 비명조차 제대로 터져 나오지 못했다.

 

  끔찍한 모습의 아기는 계속해서 나에게 걸어왔다. 눌어붙은 두 팔을 양옆으로 벌리고, 마치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기처럼, 좌우로 비틀거리며 한 발자국씩 다가온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두워 보이지 않던 아기를 닮은 끔찍한 모습의 [이형]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리가.

  오지마.

 

  소리 없는 비명이 내제된 공포속에서 터져나간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가 어떻게든 피하려고 조금씩 뒷걸음칠 치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이제 창밖으로 비치던 노을은 어둑어둑한 빛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기의 형태만은 무서울 정도로 잘 보였다. 오로지 저것을 보아야겠다는 쓸데없는 호기심이 자신의 마음을 부추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커다란 머리가 드러났다.

 

  “……!”

 

  마음속에서 공포와 절망과 역겨움이 뒤섞여 무시무시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아기의 얼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참혹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엉망진창으로 반죽한 누런색 살덩어리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한쪽이 무너져 주름만이 가득했고, 두 개의 눈과 그리고 입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아직도 덜 만들어졌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구멍만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기의 모습을 닮은 녹아내린 살덩어리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에게 다가가, 손이라고 도저히 부를수 없는 살덩어리를 가져다 댄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살이 닿는 불쾌한 촉감과, 동시에 커다란 머리에서 제일 큰 시커먼 구멍하나가 꿈틀꿈틀 대더니 목소리라고 부를 수 없는 기묘한 소리를 냈다.

 

 

 

  -맘마….

 

 

 

  “으아아아아아악!”

 

  억제하고 있던 긴장과 공포가 그대로 폭발했다.

 

  거칠게 다리에 붙은 살덩어리를 거칠게 쳐냈다. 부드러운 물컹한 감각이 손끝에서 전해져왔다. 소름이 돋았다. 경악과 공포의 비명이 다시금 고요한 학교를 깨웠다.

 

  학교는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집에는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내달렸다. 남은 건,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공포심과 집에 도착한 뒤에도 손에 남아있는 불쾌한 감각뿐. 그 미치도록 무시무시한 광경은 이 사건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이것이 하룻밤 악몽이기를.

 

  한 숨 자고나면 내가 사랑하는 평범한 날이 다시 오기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한 낱 무서운 사건의 끝이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서 다시 없을,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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