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레이지아츠
 1  2  >>
 
자유연재 > 무협물
팔사구생
작가 : 시후
작품등록일 : 2016.9.10

죽지 않는 무공. 죽을 수 없는 무공을 익힌 한 사내의 이야기.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4
작성일 : 16-09-16 04:32     조회 : 450     추천 : 0     분량 : 698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남궁환은 무림맹에 전서를 띄우고도 소진태와 한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붉은 노을이 지평선 끝에 걸쳐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슬슬 식사나 하러 가세."

 

 "그러지. 헌데 아이들은 뭘 하고 있으려나."

 

 "왜? 영기가 망나니 같은 자식이라 걱정이 되는가?"

 

 "아닐세."

 

 소진태가 아는 아영이는 거절을 못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영기는 어리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혼인까지 허락을 했으니 혹여 영기가 뭔 짓을 하려고 해도 아영이는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혼인도 안하고 합방을 하는 건 후레자식이나 할 만한 일이었다. 그래도 벗의 자식인데 앞에서 대놓고 불안한 내색을 보이기에는 아무리 직설적인 성격의 소진태라도 쉽지 않았다.

 

 "걱정 말게. 영기가 못나기는 했어도 그리 막돼먹은 놈은 아닐세."

 

 "흠흠. 누가 뭐라고 했나?"

 

 "그리 불안하면 뭘 하고 있는지 직접 가보는 건 어떤가? 나도 마침 궁금하던 참이네만."

 

 소진태는 못이기는 척 받아 들였다.

 

 "그럴까...?"

 

 "가세."

 

 소진태를 데리고 집무실을 나온 남궁환은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나아갔다. 영기가 갈 곳은 뻔했다. 세가 구경을 시켜줬을지 안 시켜 줬을지는 몰라도 결국엔 꽃밭에 가서 시간을 때우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남궁환의 예상과는 달리 꽃밭엔 아무도 없었다.

 

 "이놈이 어디 갔지?"

 

 "자네 집이고 자네 아들놈인데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나?"

 

 "이럴 리가 없는데."

 

 마침 영기의 전담시녀 미미가 지나갔다.

 

 "미미야."

 

 "네. 가주님."

 

 "혹시 영기녀석이 어디 있는 줄 아느냐?"

 

 질문은 받은 미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놀란 눈치였다. 말까지 더듬었다.

 

 "저... 저기... 그게... 그러니까..."

 

 "옳지. 알고 있구나? 어디 있느냐?"

 

 미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안 그래도 방금 전 여느 때와 같이 영기의 방을 정리하러 들어갔다가 기절초풍할 만한 광경을 목격 했다. 방안에는 술 냄새가 진동을 했고 범인으로 추측되는 두 남녀는 곤히 잠이 들어 있었는데 여인이 거의 반나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태로 영기의 팔을 베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칠게 두방망이질 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급하게 빠져나오는 길이었다.

 

 심상치 않은 미미의 반응에 남궁환이 재촉했다.

 

 "어서 고하지 못할까!?"

 

 "도... 도련님은... 방에 있습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할까. 미미는 솔직하게 말했다.

 

 "... 방에...? ... 혼자...?"

 

 "그게... 저기 계신 소단주님의 여식과 함께..."

 

 소진태가 급히 물었다.

 

 "뭘 하고 있느냐?"

 

 미미가 남궁환의 눈치를 살폈다. 말을 해도 될지 말지 구분이 잘 서지 않는 까닭이다.

 

 남궁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거라."

 

 소아영의 행색이 떠오른 미미는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둘이... 술을 마시고 지금은... 자고 있었습니다..."

 

 "이놈!!!"

 

 남궁환은 다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자고 있다는 말만 들렸다. 붉어진 미미의 얼굴을 보니 자고 있다는 말이 단순한 잠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막돼먹은 놈은 아니라고 호언장담을 하였건만, 분기를 참지 못한 남궁환이 곧바로 영기의 방으로 달려갔다. 혼인을 허락했다지만 이러면 안 돼는 거였다. 소진태도 뒤따랐다.

 

 

 

 ***

 

 

 

 콰앙!!!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에 정신이 번쩍 든 영기가 눈을 떴다.

 

 본능적으로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으나 팔을 베고 있는 소아영때문에 등이 다시 바닥에 닿았다.

 

 "이놈!!!"

 

 방안이 울릴 듯한 남궁환의 노호성에 소아영의 눈도 천천히 벌어졌다.

 

 뒤늦게 방에 들어온 소진태는 아연실색을 했다. 그토록 애지중지 하는 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는 무릎위로 한 뼘 이상 올라가 매끈한 다리가 다 드러나 있었고 상의는 속이 다 비치는 옷만 걸치고 있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입고 있지 않았다. 명치까지 벌어져 가슴가리개가 훤히 다 보였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옷도 벗기지 않고 사고를 친후 잠이 든 모습 같았다. 지나친 억측일수도 있으나 눈이 뒤집힌 소진태에겐 그렇게 비쳤다.

 

 남궁환 보다도 소진태가 먼저 영기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네가... 네가 감히!!!"

 

 영기는 온 진심을 다해 부정했다.

 

 "절대 아닙니다! 무슨 상상을 하시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제 말씀 좀 들어 보세요!"

 

 그 순간 소아영이 울먹였다.

 

 "아... 아버님... 소녀는... 흑..."

 

 갑작스러운 소아영의 눈물에 영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니가 여기서 울면 내가 뭐가돼?

 아니지, 니가 울긴 왜 울어? 울어도 내가 울어야지!

 

 영기의 기분이야 어떻든 소진태의 마음은 찢어졌다.

 

 "아영아... 이게 대체 어찐 된 일이냐. 응?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좀 해보거라."

 

 "모르겠어요. 소녀도 모르겠어요... 남궁공자가 한 잔만 하라며 술을 권하는데 거절을 할 수도 없고... 한 잔을 마시니 또 한잔을 하라고... 연달아 두 잔을 마시고 나서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흑..."

 

 영기의 입이 쩍 벌어졌다.

 

 술 마시고 싶다고 그래서 술을 줬다. 더 마시고 싶다고 그래서 더 줬다. 같이 마시자고 협박을 해서 같이 마셨다.

 

 그런데 뭐? 몰라? 기억이 나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인지 진짜 모르는 사람은 영기였다.

 

 영기는 소아영이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못했다. 사실 극구 거절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얼마를 마시든 내공으로 주기를 태워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소아영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왜냐면 그건 절정이상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평생을 수련해도 절정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무인이 대부분인데 한량으로 알려진데다가 이제 갓 지학이 지난 나이로 보여줬다가는 큰 소란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소아영이 많이 취하거나 잠들기를 기다렸는데 계속된 폭음으로 먼저 정신 줄을 놓은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아직 한 번도 취할 정도로 마셔 보지 못해서 주량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실수였다.

 

 영기는 멱살을 잡고 있는 소진태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아버지는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팔 전체가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주먹도 꽉 말아 쥐고 계셨다.

 

 졸지에 모든 잘못을 덮어 쓴 영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제!!!"

 

 "흑..."

 

 소아영은 영기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흘렸다.

 

 술 두 잔에 기억이 끊겼다?

 

 일의 전말을 모르는 소진태와 남궁환은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첫 째 소아영이 정말 술 두 잔을 마시고 기억을 잃은 경우.

 

 둘 째 절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영기가 술에 수작을 부렸을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가 떠올랐지만 결론은 하나다. 어찌 됐든 영기가 죽일 놈이라는 것.

 

 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흘러가자 영기는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제가 마시자고 안했어요! 아영누이가 마시자고 했습니다! 전 이따 다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며 말렸어요! 술도 제가 누이에게 권한 것이 아니라 누이가 저에게 권했습니다! 전 마시기 싫다고 했는데 누이가 협박을 했습니다!"

 

 "협박이라..."

 

 나직이 읊조린 소진태가 실소를 터트렸다.

 

 소진태가 아는 소아영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순진한 딸이었다. 그런 아이가 남을 협박했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물었다.

 

 "그래. 뭐라고 협박을 하더냐?"

 

 "그... 그건..."

 

 영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슴을 만졌다고 말한다?

 

 그건 이미 파놓은 무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무덤을 파는 격이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다? 아니다. 말을 하는 게 옳았다.

 

 이대로 있어도 어차피 무덤 속엔 들어가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죽더라도 혼자 죽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하나 더 파서 소아영도 끌고 들어가야 그나마 덜 억울했다.

 

 영기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실직고하기로 마음먹었다.

 

 "말하기에 앞서 분명히 하겠습니다. 그건 사고였습니다. 누이도 인정을 했으면서 제가 술을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것을 이르겠다고 협박을 한 겁니다."

 

 "그 사고가 무엇이냐?"

 

 "아영 누이의 가슴에 제 손이 닿았습니다. 정말 사고였습니다!"

 

 남궁환과 소진태의 시선이 동시에 소아영을 향했다.

 

 사실인지 대답을 하라는 것이다.

 

 소아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떨군 상태로 계속 흐느끼기만 했다.

 

 "흑..."

 

 소진태가 물었다.

 

 "아영아. 영기의 말이 사실이냐?"

 

 소아영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영기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너 나한테 왜 이래? 대체 나랑 무슨 원한을 졌다고!"

 

 "이놈!!! 거짓말까지!!!"

 

 "거짓말이 아닙니다! 왜 제 말은 믿지 않으십니까!"

 

 소진태에게 항변하는 영기는 억울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이어 남궁환을 바라보며 피를 토하듯 불렀다.

 

 "아버지!!!"

 

 남궁환은 영기를 외면했다. 눈을 감고 소진태에게 말했다.

 

 "자네에게 맡기겠네."

 

 무슨 결정을 내리든 소진태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이었다.

 

 일견 영기의 처분을 전적으로 맡긴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 소진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영기와 아영이의 혼인을 취소 할지 말지.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저런 자식은 아영이와 혼인을 시킬 수 없다고 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막말로 벗의 자식을 때려죽일 수는 없잖은가? 게다가 혼인을 하면 오늘의 사고는 덮이는 거다. 좋게 넘어 갈 방도가 있는데 죽이진 않더라도 벗의 하나뿐인 자식에게 평생을 짊어지고 갈 형벌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허허허허. 일이 이렇게 됐으니 진정 당장 날을 잡아야겠구먼."

 

 소진태의 결정이었다. 소진태는 영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아 사고를 쳤냐고 물어봐야 당연히 아니라고 할 것이고 그 말을 믿기도 힘들었다.

 

 자식의 처분을 기다리던 남궁환이 눈을 떴다.

 

 허탈하게 웃고 있는 소진태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죽을죄를 진 기분이었다.

 

 "후회 하지 않겠나?"

 

 "후회...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살아 봐야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정말... 정말 고맙네."

 

 남궁환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대경한 소진태가 얼른 남궁환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한 세가의 가주는 죽을지언정 절대 남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은 굴복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남궁환도 굴복의 의미로 꿇은 무릎이 아니었다. 사죄의 의미였고 고마움의 표현이다. 영기를 그만큼 아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됐네. 자네가 내입장이라도 똑같았을 걸세. 아닌가?"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소진태건만 그는 남궁환을 위로 했다.

 

 남궁환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당연히 그랬을 거다. 하지만 이처럼 그냥은 넘어가지 않았을 거다. 아마 딱 죽기 직전까지 흠씬 두들겨 팼을 거다. 당연히 영기도 팰 거다. 소진태가 가면.

 

 "그만 나가세."

 

 마지막으로 영기를 한 번 더 노려본 남궁환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진태도 소아영을 부축하며 뒤따랐다.

 

 혼자 남겨진 영기를 슬쩍 돌아 본 소아영이 혀를 낼름 내밀었다.

 

 영기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소아영에게 당한 사람이 과연 자신 한 명뿐일까?

 

 그제야 소아영이 편하게 사는 거라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짜 세상 편하게 살고 있었다.

 

 소아영은 확실한 믿음을 심어 둔만큼 무슨 말을 해도 믿어 준다. 그게 설사 거짓일지라도.

 

 반대로 영기는 무슨 말을 해도 믿어 주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가면을 쓰고 사는 소아영과 내키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궁영기.

 

 세상을 편하게 살기 위한, 같으면서도 다른 삶의 방식이었다.

 

 

 

 ***

 

 

 

 다음 날.

 

 소진태는 바로 남궁세가를 나왔다. 소향상단이 동네 상단도 아니고 단주가 자리를 오래 비울 수는 없었다.

 

 "아영아. 괜찮으냐?"

 

 큰 일이 있었음에도 변함없는 소아영이 대견한 한 편 걱정도 됐다.

 

 "괜찮습니다. 아버님."

 

 "그래. 네가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겠지."

 

 "정말 괜찮아요. 어젠 너무 당황해서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큰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소진태는 대번 말뜻을 알아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이다. 한 번도 사내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던 만큼 사달이 벌어졌으면 충분이 느낄 수 있을 터였다.

 

 "허허허. 다행이구나."

 

 "네. 남궁소협은... 소문이 틀리진 않았지만 악한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

 

 "그 녀석 말이 나왔으니 내 물으마. 말을 해보거라. 네가 싫다면 혼인은 없던 것으로 하마."

 

 남궁환 앞에서는 혼인을 밀어붙였지만 소아영이 싫다면 얼마든지 취소할 수도 있었다. 소아영이 내켜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하면 잘못이 있던 만큼 남궁환도 기분나빠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소진태는 알고 있었다. 절대 소아영이 거절하지 않을 거란 걸. 아버지의 뜻을 단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아니에요. 아버님의 뜻에 따르겠어요."

 

 역시나 소진태의 예상대로 였다.

 

 "그래 주겠느냐?"

 

 "네."

 

 그 때였다.

 

 "소 단주.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이오리까."

 

 일단의 무리가 앞을 막아섰다.

 

 재빨리 퇴로를 확인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남궁세가를 벗어나 황산에 들어섰다. 산길이라는 말이다. 좌우로도 갈수는 있었으나 길이 아니다. 무공도 익히지 못한 소아영을 데리고 길도 아닌 곳으로 도주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따라오지를 못할 것이다. 당연히 호위 무사를 대동하긴 했지만 빠른 이동을 위해 딱 열 명만 골라서 데려왔다.

 

 정예를 데려온 만큼 일반 산적들은 수가 몇이든 상관없었지만 상대는 소진태의 신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더해서 어디를 다녀오는 지 물었다. 의미가 있는 질문이었다.

 

 소진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설마 한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상대가 어디서 나왔을지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 짐작이 맞다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었다.

 

 소진태는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물었다.

 

 "혹... 천산에서 오셨소?"

 

 "하하하."

 

 웃음을 뚝 그친 괴한이 검을 뽑아 들며 말을 이었다.

 

 "잘 아는군. 그럼 우리가 왜 왔는지도 알겠지?"

 

 "이미 늦었소."

 

 "알아. 천산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참 지랄 맞게도 멀단 말이야. 죽자 살자 피똥을 싸가면서 왔는데도 늦었어. 근데. 늦었다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잖아? 네 목이라도 가져가야 하지 않겠어?"

 

 "단주님과 아가씨를 보호해라!"

 

 괴한들의 목적이 뚜렷해지자 호위대장이 소리쳤다. 호위대는 재빨리 소진태와 소아영을 둘러쌌다.

 

 앞뒤로 포위가 된 상태. 나타난 수는 얼핏 세어 봐도 오십 명이 넘었다. 다섯 배가 넘는 전력 차.

 

 싸움을 시작도 안했는데 검을 쥔 호위대의 손이 축축해졌다. 긴장을 하고 있는 탓이다.

 

 그들도 대화를 들으며 괴한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천산. 일명 십만대산. 마인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산에서 온 자들.

 

 마교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후기지수들에게 닥친 위험-1 2016 / 10 / 16 609 0 5994   
13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6 2016 / 10 / 13 448 0 5657   
12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5 2016 / 10 / 11 426 1 5360   
11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4 2016 / 10 / 8 426 0 5391   
10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3 2016 / 10 / 7 449 0 4776   
9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2 2016 / 10 / 7 445 0 4827   
8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혼인은 운명-1 (2) 2016 / 10 / 2 589 0 5906   
7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7 2016 / 9 / 22 491 0 5386   
6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6 2016 / 9 / 20 434 1 5260   
5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5 2016 / 9 / 18 442 0 5104   
4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4 2016 / 9 / 16 451 0 6980   
3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3 2016 / 9 / 14 468 0 5522   
2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2 2016 / 9 / 11 455 1 7220   
1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1 2016 / 9 / 10 882 0 60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