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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도십병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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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힘이 이어지다!
그 뜨거운 불꽃은 꺼지지 않고 다시 활활 타오른다!
열혈 대한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달굴
거센 사나이들의 장대하고 호쾌한 투쟁의 시간이 다가온다.

 
5 화
작성일 : 16-07-08 10:36     조회 : 468     추천 : 0     분량 : 8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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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게다. 천하에 많은 종류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지만 묵죽(墨竹)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일 테니까.”

 “묵죽이요? 그럼 이게 물을 들인 것이 아니라…….”

 묵조영이 을파소가 들고 있는 낚싯대를 살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본래의 색이다.”

 “하지만 묵죽이라면 먹으로 그린 대나무를 말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종류의 대나무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요?”

 “알려지진 않았어도 묵죽은 틀림없이 존재했다. 오직 천산(天山)에서만. 그것도 아주 소량으로 자란 적이 있었지.”

 “자란 적이 있었다면…….”

 “그래, 지금은 멸종되었다. 애당초 천산은 대나무가 자라기 힘든 혹독한 기후로 그곳에서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것이니까. 하긴, 그러한 조건에서 견뎠기에 이렇듯 강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믿을 수가 없어요.”

 고개를 흔드는 묵조영을 보며 을파소가 엷은 미소를 흘렸다.

 “그럴 만도 할 게다. 나도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네가 만년홍학과 음양쌍두사의 기운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역시 전설로만 내려오던 영물들이 아니더냐?”

 “그렇긴 해도…….”

 “아무튼 천마조는 천산에서만 자란다는 바로 그 묵죽으로 만들었다. 네가 보았듯이 가벼우면서도 탄력이 있고 강하기가 철보다 더하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묵조영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이 낚싯줄 또한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그럴 것 같아요.”

 낚싯대와 마찬가지로 천 년을 버텼다고 하지 않던가. 예사롭지 않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할 것이다.

 “인면지주(人面蜘蛛)라고 들어봤느냐?”

 “인면지주라면… 거미의 몸통에 사람의 얼굴을 가졌다는 그 괴물 말인가요?”

 “괴물이 아니라 영물이다.”

 “하지만 그것도 전설에서나…….”

 “쯧쯧, 다시 한 번 말해야겠느냐? 지금 네 몸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전설로 가득 차 있음을.”

 을파소의 혀 차는 소리에 묵조영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음양쌍두사보다는 못해도 인면지주 역시 그에 못지않은 맹독을 지닌 영물이다. 크기 또한 손바닥만 한 것부터 큰 것은 어른의 몸통보다 훨씬 크다고 전해진다. 물론 전설에서 말이다.”

 전설을 강조하는 을파소의 표정이 몹시 짓궂었다.

 “인면지주가 뿜어내는 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지만 질기기가 천하에 으뜸이다. 스치기만 해도 절명할 정도로 강한 독도 묻어 있고.”

 “바로 그 줄로 낚싯줄이 만들어진 것이군요?”

 “그래. 독성을 제거한 인면지주의 거미줄을 꼬아 만든 것이 바로 네가 들고 있는 낚싯줄이다. 하나로 보여도 그게 백여 가닥이나 엮어 만든 것이야.”

 “그렇군요.”

 길게 대답을 뺀 묵조영은 낚싯줄을 눈앞에 들고 요리조리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여러 가닥을 엮어 만든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지 질겨 보이지도 않았다.

 “믿지 못하겠느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믿을 수 없다면 실험을 해보자꾸나. 다시 한 번 끊어보거라. 이번엔 칼을 사용해도 좋다.”

 “아, 아니요. 그냥 믿을래요.”

 행여나 끊어지면 그 이상의 낭패가 없었다.

 묵조영이 질색을 하며 고개를 흔들자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을파소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 얘기를 신뢰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사용해 보거라. 단, 완전히 네게 준다고는 못하겠구나. 솔직히 천마조는 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물건이라서…….”

 을파소가 묵조영에게 낚싯대를 건네며 말했다.

 “빌리는 것으로 하지요 뭐.”

 묵조영은 그것이 뭐 대수겠냐는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생각하면 다행이고. 천마조는 그 자체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얽혀 있는 물건이다. 어떻게 사용하라고 딱히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네게 필요한 것 같아서 잠시 맡겨두는 것이니 소중히 다뤄줬으면 좋겠구나.”

 눈빛이며 음성이 더없이 진지했다.

 “예.”

 묵조영이 낚싯대를 갈무리하며 공손히 대답했다.

 그러나 사실은 을파소의 마지막 당부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천마조를 들고 천상연의 물고기들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빼앗기고 있었다.

 천 년의 세월을 관통해 온 천마조가 묵조영에게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 * *

 

 천마조를 들고 낚시에 나선 지 며칠. 을파소의 장담대로 낚싯대로서 천마조는 최고였다.

 적당히 가벼운 무게 하며 물고기를 낚았을 때 전해오는 탄력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 소위 꾼들이 말하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에서 천마조의 성능을 실험한 후 묵조영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낚싯대를 못 쓰게 만들고 자신을 농락한 천상연의 물고기들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 움직였다.

 이른 아침,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코웃음인지, 그것도 아니면 응원의 의미인지 딱히 뭐라 말하기가 애매한 을파소의 미소를 뒤로하고 천상연으로 향했다.

 가진 것은 힘밖에 없는 물고기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가 새벽부터 준비한 것은 찐 감자와 깻묵을 갈아 섞어 만든 밑밥(미끼)과 밭에서 잡은 지렁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든든한 무기라면 당연히 천마조였다.

 “흐흐흐, 요놈들! 오늘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걸!”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천마조를 어깨에 둘러메고 미끼가 담긴 주머니를 앞뒤로 흔들며 걷는 묵조영의 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천상연은 독심거에서 이각(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크기는 사방 칠 장. 무이산에 위치한 여타의 많은 호수와 연못에 비해 크다 할 수는 없어도 그 안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의 크기나 힘은 주변과 비교해 단연 최고였다.

 천상연으로 유입되는 유일한 물줄기인 북쪽 수로(水路:수로라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적은 양의 물이 유입되었지만)에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곳. 스스로 명당이라 생각하여 평소에 즐겨 하던 곳에 자리를 잡은 묵조영의 손길이 바빠졌다.

 새총처럼 좌우로 갈라진 나뭇가지를 적당한 거리를 띄워 땅에 박고 그 위에 천마조를 드리웠다.

 묵조영은 천마조의 끝자락이 살짝 물에 잠기는 것을 확인한 다음 미끼의 상태를 확인했다.

 찐 감자와 깻묵을 섞어 만든 밑밥은 적당히 찰기를 유지하고 있었고, 갑자기 스며드는 밝음에 흙 속으로 몸을 숨기는 지렁이의 꿈틀거림도 기운찼다.

 “히히히.”

 자신도 모르게 만족한 웃음을 지은 묵조영이 살림망―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산 채로 담아두는 그물 모양의 망―을 물에 담그는 것을 끝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바위에 걸터앉은 묵조영의 왼손이 주먹 크기로 한데 뭉쳐 있는 밑밥으로 향했다. 그리곤 적당한 양을 떼어낸 후 낚싯바늘에 꼼꼼히 눌러 달았다.

 밑밥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정된 것을 확인한 묵조영이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천마조가 흔들리고, 그 힘을 받아 허공으로 치솟은 낚싯줄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선회했다.

 허공에서 선회를 하는 낚싯줄이 충분히 힘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낚싯대가 앞으로 향하고, 그에 이끌린 낚싯줄이 수초 더미가 있는 곳으로 쭉 뻗어나갔다.

 퐁당.

 물이 튀는 소리가 기분 좋으리만큼 경쾌했다.

 묵조영이 던진 낚싯바늘은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수초가 있는 곳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곳에 정확히 안착하였다.

 묵조영은 바늘에 걸린 밑밥이 물속으로 사라진 후 서너 호흡 만에 천마조를 낚아챘다. 당연히 걸린 물고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재차 밑밥을 걸고 조금 전과 똑같은 장소에 밑밥을 던졌다. 그리곤 또다시 밑밥만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행위를 했다.

 그와 같은 행위를 십여 번 반복했을까.

 준비해 온 밑밥이 거의 바닥났을 즈음 묵조영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그럼 시작해 볼까?”

 묵조영의 손길이 지렁이로 향했다.

 흙 속에서 요리조리 몸을 피하던 지렁이 중 한 마리가 그의 손에 잡혀 모습을 드러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붉은 표면이 번들거리는 것이 징그럽기 짝이 없었으나 묵조영의 눈엔 사랑스럽기만 했다.

 “너희들이 잘해줘야 해.”

 앞에 던진 밑밥은 그야말로 물고기를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 그렇게 모인 물고기를 낚는 진정한 미끼는 바로 지렁이였다.

 묵조영은 손가락 사이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를 능숙하게 바늘에 낀 다음 천마조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그가 목표로 하는 곳을 향해 대를 뉘었다. 바늘에 몸이 꿰인 채 허공에서 크게 선회를 하고 있던 지렁이가 밑밥이 깔려 있는 곳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바늘이 안정적으로 안착한 것을 확인한 묵조영은 천마조를 땅에 박아놓은 지지대에 살짝 내려놓고는 팔짱을 끼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하염없는 기다림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초조해해서는 안 된다. 언제쯤 신호가 올 것인가 안달을 해서도 안 된다. 진정한 낚시꾼이라면 기약 없는 기다림도 즐길 줄 알아야 했다. 어쩌면 그 기다림이야말로 낚시의 진정한 재미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기다렸을까?

 묵조영이 혓바닥을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천상연의 표면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물결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잔 떨림도 없이 고요하기만 한 상태. 그러나 어려서부터 익혀온 경험으로 이미 물고기가 모여들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팔짱을 푼 묵조영이 천마조에 살며시 손가락을 갖다 댔다.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왔다.’

 묵조영은 조금 더 기다렸다.

 물고기의 움직임이 단순히 먹이를 건드리는 것일 뿐, 본격적으로 삼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단지 건드리거나 툭툭 쳐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바늘을 통해, 낚싯줄과 낚싯대를 통해 손까지 전해졌다.

 챔질―낚싯대를 낚아채는 행동을 말하는 낚시 용어―의 기회만을 살피던 묵조영이 때를 놓치지 않고 번개같이 천마조를 낚아챘다.

 핑!

 예리한 파공성과 함께 천마조가 하늘로 치솟고 물속에 잠겼던 낚싯줄도 팽팽하게 당겨졌다.

 잔잔하던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천마조의 끝이 크게 휘어지는가 싶더니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좋아!’

 손에 전해오는 묵직한 느낌. 제대로 걸린 것이다.

 묵조영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응차!”

 나직한 기합성과 함께 천마조를 잡은 손에 힘이 더 실렸다. 더불어 천마조의 몸통도 조금 더 휘었다.

 “이놈아, 모습을 드러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비늘의 붕어였다.

 미친 듯이 요동을 치던 붕어의 움직임은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멈춰졌다. 그리곤 묵조영의 손이 이끄는 대로 힘없이 질질 끌려왔다. 간혹 바늘을 떨어내기 위해 꿈틀대기도 했지만 입속 깊숙이 박힌 바늘은 빠질 줄 몰랐다.

 그렇게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붕어는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묵조영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묵조영의 얼굴은 첫 번째 손맛을 본 사람치고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쳇, 너무 작잖아?”

 몸통만 한 뼘은 넘는 크기. 월척은 아니더라도 결코 작지 않은 크기였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입속에서 바늘을 빼낸 묵조영이 애써 잡은 붕어를 다시 놓아주며 소리쳤다.

 “넌 얼른 가서 밥이나 더 먹고 대신 삼촌들이나 빨리 오라고 해.”

 치기 어린 외침 후에 묵조영은 다시 지렁이를 달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물속 붕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낚아채는 능력과 미끼를 갈아 끼우는 빠른 손놀림에선 결코 녹록하지 않은 연륜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붕어를 낚은 이후 연거푸 세 번의 챔질을 했으나 모두 다 허탕이었다. 얄밉게도 미끼인 지렁이만 살짝 따먹고 도망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세 번의 챔질 후 한참 동안 입질이 없었다.

 묵조영은 아쉬워할망정 짜증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것 또한 낚시가 주는 묘미가 아니겠는가.

 그는 오히려 더욱 집중하여 낚시에 몰두했다. 꾸준했던 입질이 갑자기 멈춘다는 것은 근처에 큰 물고기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손가락 끝을 통해 묵직한 느낌이 왔다.

 ‘대물(大物)이다!’

 그것이 본능적으로 대물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간파한 묵조영은 한층 신중한 자세로 물속을 응시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물고기는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두어 번 건드린 다음 바로 덤벼드는 다른 놈들과는 달리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슬쩍 한번 치고는 한참을 있다가 한 번 더 건드려 보는 식이었다.

 ‘집중해야 돼.’

 집중력을 잃고 욕심을 부리면 백이면 백 물고기는 도망을 칠 것이다.

 드디어 낚시꾼과 물고기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다시 한 번 툭 치는 흔들림이 있었다.

 ‘아직도 아냐.’

 챔질을 하고픈 욕망이 꿈틀댔지만 참고 또 참았다.

 마침내 묵직한 느낌이 왔다.

 기다리던 때가 왔음을 직감한 묵조영이 천마조를 낚아챘다. 마치 쾌검의 고수가 칼을 뽑는 것과 같은 민첩한 손놀림이었다.

 피이잉!!

 낚싯줄이 팽팽히 당겨지며 찢어질 듯한 파공성이 울리고 천마조가 부러질 정도로 휘었다.

 ‘대물!’

 예상대로였다.

 조금 전, 잔챙이를 낚아 올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묵직한 느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재빨리 일어난 묵조영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천마조를 최대한 들어 올렸다. 이런 대물은 빨리 제압하지 않으면 바늘을 물고 수초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버리는 수가 있었다. 그리되면 낚싯줄과 수초가 한데 뒤엉켜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물고기를 낚아 올릴 수가 없다. 물론 천마조가 보통 낚싯대가 아니고 낚싯줄 또한 질기기가 천하의 으뜸이어서 억지로 당긴다면 줄을 끊어야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십중팔구 바늘이 물고기의 입을 찢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노리고 노려서 낚은 대물을 그런 식으로 잃는다면 아쉬움에 밤잠을 설치게 될 터.

 ‘그럴 수야 없지.’

 묵조영은 물고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미리 예측하여 그때마다 제동을 걸면서 길고도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물고기가 힘을 쓰면 조금 풀어주고 낚싯줄이 조금 느슨해졌다 싶으면 재빨리 당겨 도망갈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물기에 젖은 낚싯줄은 팽팽히 당겨지다 못해 칼날과 같았고, 부러질 듯 휘어진 천마조의 모습도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머리만, 머리만 내밀면 돼.’

 아무리 거세게 저항을 하는 물고기라도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축 늘어지게 마련이었다. 물고기와의 힘겨운 싸움은 바로 그때까지였다. 문제는 일각이 넘도록 치열한 싸움을 벌였지만 머리는커녕 꼬리조차 볼 수 없다는 것.

 한참 동안 밀고 당기는 접전을 펼쳤음에도 물고기는 좀처럼 기운이 빠지지 않았다. 아무리 힘껏 당겨도 딸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미세하나마 한 발 한 발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파둔 땅에 다리를 고정시키지 않았다면 그대로 끌려갈 수도 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말 대단한걸.’

 평상시 같으면 벌써 낚싯대가 부러질 상황이었음에도 을파소가 장담한 대로 천마조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마에 번들거리는 땀을 닦기 위해 잠시 여유를 두었던 묵조영이 이를 악물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최후의 싸움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는지 묵조영의 힘에 대항하는 대물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계속되는 둘의 싸움으로 인해 천마조는 더 이상 휠 수 없을 정도로 휘었다. 거의 원을 그릴 정도로 휘어져 당장에 부러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천마조의 상태를 살피고자 힐끗 시선을 던지던 묵조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멋들어지게 천마조를 장식했던 용 무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모든 무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밑 부분의 용두는 여전히 위용을 자랑했다. 다만 그 위의 무늬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중간 부분부터는 아예 사라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사실은 아니었다.

 용 무늬는 사라졌어도 그것이 있었던 흔적만큼은 분명 남아 있었다. 그것이 당장에라도 하늘로 오를 듯 사실감 있게 그려졌던 용 무늬가 아니라 깨알같이 흘려 쓴 글씨라는 것이 다른 점이었지만.

 ‘뭐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최후의 발악을 하는 대물이 뭔가를 생각할 잠깐의 틈도 주지 않고 윽박질렀기 때문이다.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은 묵조영은 다시 대물과의 싸움에 열중했다.

 그렇게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천마조를 통해 전해오는 힘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난 묵조영은 마침내 대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금빛 비늘을 반짝이며 거친 숨을 할딱이는 대물의 얼굴.

 “잉어잖아!”

 장장 반 시진에 걸친 싸움이 끝남을 알리는 환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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