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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와룡과 봉추의 궤변학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18.11.8

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아니면 믿지 않습니까?

과거의 괴이한 사건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현덕. 그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하지만 운명은 현덕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방과 후 학교 교실에서 현덕은 최근에 학교에서 소문난 괴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와 만나게 된다.
‘갓난아기를 본 사람은 7일 이내에 저승으로 끌려간다.’
남은 목숨이 7일 밖에 없는데다가 문득 문득 보이는 끔찍한 아기의 모습에 밤잠하나 못이루던 현덕. 그는 결국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못푸는 난제 미스터리가 없다’라는 괴담을 따라 열리지 않는 ‘미스터리 부’의 교실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가 본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환상의 ‘와룡 진소미’와 학교의 아이돌 ‘봉추 방원혜’였다.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지 않아."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고 있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 두 사람.

과연 현덕은 무사히 저주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화
작성일 : 18-11-09 08:27     조회 : 293     추천 : 1     분량 : 8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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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된걸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물음이 지금의 내 심정을 대변한다.

 

  내 앞에 존재하는 나무로 이루어진 교실문. 저녁 노을이 복도 창문을 통해서 비추고 있어, 그림자 진 그 형태가 한층 더 어둡고 괴이하게만 느껴졌다.

 

  “하아…….”

 

  깊고 무거운 한숨이 어둠을 타고 흘러나온다. 폰을 켜보니 시간은 어느샌가 5: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교문을 닫을 시간. 창밖을 보니 운동장에 가득 채우며 재잘대던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가고, 붉은 노을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서너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문득 눈에 띄었다.

 

  부럽다.

 

  아무것도 모른체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가는 학생에게 품은 감정이다.

 

  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집에갔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것]과 만나지 않았던 날로 시간을 역행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는 법이다.

 

  지금 내가 이 장소에 있는 것처럼.

 

  어느 누구도 올 것 같지 않은 시커먼 복도. 교실이라고는 복도 끝자락 하나 밖에 없는 특이한 구조. 오직 창문에 걸쳐 들어오는 붉은 노을만이 빛의 전부인 이곳.

 

  나는 가만히 교실문에 걸쳐진 팻말을 훑어보았다.

 

  [위험 접근 금지]

 

  하얀 바탕에 붉은 페이트로 칠해진 선명한 문장. 크고 강렬해보이는 필체에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움켜쥔다. 심호흡을 해보아도 가라앉지 않은 심장박동에 가만히 한쪽 손으로 가슴을 내리눌렀다.

 

  침착하자. 나는 여기에 도움을 청하러 온거야. 여기 말고는 기댈 곳이 없어. 무서울 것 없어. 무섭지 않아.

 

  세뇌에 가까운 자기 위로에, 검은 감정이 조금씩 무뎌진다. 이를 악물고 손을 올렸다.

 

  -똑똑똑

 

  복도가 조용해서 그랬을까? 가볍게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노크소리가 넓은 공간을 가득 울렸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나는 곧바로 손바닥을 세 번 마주친 뒤에 조용히 주문을 읊조렸다

 

  “이야기를 먹고 사는 환상의 학생 와룡에게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괴담을 드릴 터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난제를 해결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탁 드립니다….”.

 

  적막한 복도에 속삭이듯이 조곤조곤 울리는 나의 목소리.

 

  홀로 복도를 지키고 있다는 기분.

 

  주문을 외우면 외울수록, 마음 한 구석에는 학교에 혼자 남아있다는 기분 나쁜 고독감이 점차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아니면 어쩌지?

  내가 찾아온 게 잘못이면 어쩌지?

  여기 아니면 믿을 만한 곳도 없는데…….

 

  걱정거리가 산더미처럼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덩달아 시간도 하염없이 흘러갔다. 창밖으로 나타나던 빛들이 진한 주황색으로 변하며, 점차 검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나도 모르게 암송하는 주문의 소리가 절로 커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속삭이기만 하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조급해진 심정이 나도 모르게 반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탁 드립… 에이잇!! 망할!”

 

  이성이 툭 끊겼다. 나는 욕 찌꺼기를 내뱉으며 거세게 문을 걷어찼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문이 들썩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에는 그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즉,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 하하…….”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뭐하러 학교의 금기를 깨고 이곳까지 왔을까. 차라리 엄마랑 상의 해서 용한 무당집이라도 가는 게 나았을 것을. 나는 뒤로 돌았다. 차라리 찾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바깥을 보니 이제 노을의 시간은 지나고 어둠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찾아오는 시간.

 

  그제야 깨달았다.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는 것을. 이제 [그것]이 나타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작 이런대서 미친놈처럼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뭐가 [환상의 학생]이라는 거야. 뭐가 [온갖 난제를 풀어준 다]는 거야! 결국은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인 괴담이었을 뿐인데.

 

  햇빛이 비치지 않는 복도는 무척 어두웠다. 발 걸음 하나 떼지 못하는 묵직한 무게감. 어디로 헛디딜지 모른다는 공포. 시커먼 검은 바다같은 배경으로 나를 잠식해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도 가야한다.

 

  또 만날 순 없으니까. 아니, 어쩌면 다시 한 번 더 만나면 그때가 끝일지도 모른다.

 

  ‘오빠-!’

 

  어렸을 적 죽은 여동생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들려온다.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트라우마. 그렇게 죽을 순 없다. 그런식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어둠에 집어삼켜줘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기 싫었다. 나는 용감하게 발걸음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삐걱…….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무가 비틀려 비명을 지르는 소리. 그 순간 공기가 내 어깨를 무겁게 내려앉았다.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뇌가 정상적인 작동을 멈추고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내 등뒤는 오로지 굳게 닫힌 [위험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린 문 뿐. 어디서도 그런 소리가 날리 없었다. 혹시나 잘못들은 걸까? 오래돼서 나무가 균열이 갔다던가. 아니면 물이 새서 나무가 팽창을 일으켰다거나,

 

  -드르륵…….

 

  하지만 그것은 다음으로 들리는 소리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혹시나 하는게 아니다. 잘못들은 게 아니다. 이것은 분명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등 뒤에 문이 열린 것이다.

 

  압도적인 공포감이 가슴을 지배한다. 분명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그래.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럼,

 

  대체.

 

 

 

  누가 문을 연거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등의 피부로 느끼는 차가운 바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무시무시한 누군가의 존재감.

 

  -꿀꺽.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공포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괜히 왔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후회감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빨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닥다닥 춤췄다.

 

  하지만 돌아봐야 한다.

 

  자신에게 얽힌 괴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같은 괴담밖에 없다. 그것도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모든 난제를 푼다.]라는 특이한 목표를 가진 괴담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뒤쪽으로 돌렸다.

 

  단 하나 남은 희망의 불씨에 양초 심지만한 용기를 덧씌워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고개가 최대한 뒤를 향했고,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후회와 함께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을 떠올렸다.

 

 

  -------------------------

 

 

 

  5일전.

 

  그날은 무척 더웠다.

 

  “더워…….”

 

  책상위에 엎어져 차가운 나무판자를 마음껏 만끽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더위가 쉬이 가진 않는다. 그저 잠깐이라도 좋으니 달아오른 볼을 식히는 것으로 만족했다.

 

  “뭐하냐? 늘어져서.”

 

  누군가 내 앞자리에 걸쳐 앉는다. 육중한 소리. 의자가 그 소리를 못 이기고 가느다란 신음을 흘렸다. 고개를 드니 거대한 가슴살이 출렁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아, 너냐. 겹살?”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별명.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의 삼겹으로 겹쳐진 출렁거리는 뱃살이 의자 위로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머리위로 올라오는 무거운 살덩어리.

 

  “누가 공포의 삼겹살이래. 아앙?!”

 

  덤벼오는 지독한 땀 냄새에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짓눌러진다. 어이, 나는 네 별명을 풀 네임으로 부르지 않았다고! 나는 어떻게든 아등바등하면서 벗어나보려고 했지만, 그의 태산 같은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항복하고 말았다.

 

  “야야, 기브업. 기브업!”

 

  책상을 탁탁 치며 두들겨대니, 그제야 묵직한 살덩어리가 사라진다.

 

  “흥. 네가 내 불알 친구인걸 다행인줄 알아. 아니었으면 이정도로 안 끝냈어.”

 

  불알친구는 무슨, 그냥 엄마 친구 아들이라서 자주 본것 뿐이면서…. 손바닥을 탁탁 털며 말하는 녀석에게 들키지 않게 중얼거린다. 다행이도 겹살은 이런 내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는지, 싱글싱글 거리며 다시 내 앞에 그 무거운 엉덩이를 내리 깔았다.

 

  장익덕. 어렸을 때부터 만나온 악우다. 어릴 때부터 뭐든 잘 먹었던 탓인지, 덩치가 무척 컸다. 물론 키에 비례해 지방층도 만만치 않게 두꺼워서 멀리서 보면 커다란 공하나가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야, 겹살! 또 안경 괴롭히냐?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까지 괴롭히면 사랑 못받는다.”

 

  시원하고 커다란 목소리. 그 소리에 나와 익덕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여자를 여럿 울렸을 것같은 훤칠하고 남성답게 생긴 한 남학생. 나의 악우중 하나인 관우가 상큼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괴롭히긴 누가! 우린 그저 사나이들의 진정한 우정을 다시금 재확인 하고 있던중이라고.”

 

  익덕이 씨익 웃으며 내 어깨를 잡아챈다. 몸이 가볍게 살덩어리에 파묻힘과 동시에, 찝찝한 땀냄새가 그대로 덮쳐졌다.

 

  “사나이의 우정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얼른 이 비계 못치워?!”

 

  나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비곗살들에게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힘에서 많이 밀리는 것을 어떻게 하랴. 결국 나는 익덕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자자, 안그래도 더운데 괜히 뜨거운 분위기 만들지 말고, 일단 이리와서 앉아봐.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 싱글벙글한 관우의 말에 익덕이 나를 놓아주고는 자리에 앉는다. 어서 말해보라는 그의 눈빛. 나 또한 갑작스런 흥미있는 주제에 자세를 고쳐잡았다. 무언의 재촉속에서 녀석은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꺼냈다.

 

  “그건 말이지. 이 몸이 드디어 2학년을 정복했다 이거야.”

 

  정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 거렸더니, 그는 한 쪽 새끼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까딱까딱 움직인다.

 

  “꼬시는데 성공했다고. 그것도 2학년 퀸카에게 말이야.”

 

  뭐,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누굴 꼬셨다고? 나는 말문이 막힌 상태로 관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혹시나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의 얼굴은 한 점의 거짓도 없는 자신감의 가득 찬 승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2학년 퀸카라면, 혹시 그 유명한 봉추 방원혜를 말하는 거야?”

 

  익덕이 비명을 지르는 듯이 소리쳤다. 갑작스런 커다란 소리에 교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여든다. 모두가 집중된 광경. 그 수많은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나는 익덕의 옷자락을 당겼다. 두꺼운 면상을 가지고 있던 익덕도 그 상황에서만큼은 부끄러웠는지 소리를 재빨리 낮췄다.

 

  “진짜야?”

 

  익덕의 커다란 덩치가 쥐며느리처럼 둥그렇게 웅크려서 살그머니 속닥이는 모습이 꽤 볼만했다. 하지만 나도 그를 욕할 처지는 못되었다. 나 또한 익덕이 행하는 리액션 만큼이나 충격을 받았으니까.

 

  방원혜.

 

  전무 무후할 팬을 가진 우리 학교의 학생회장.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며, 무려 봉황 그룹의 하나뿐인 외동딸. 그래서 붙은 별명이 무려 봉추(봉황의 새끼).

 

  그런 하이 스펙의 아가씨를 꼬셨다고?!

 

  기대감 반, 질투심 반으로 쳐다보자 관우는 손사레 치면서 너스레를 떨어댔다.

 

  “아무리 나라도 그 아가씨는 무리지. 애초에 그런 완벽한 누님은 내 스타일도 아니고……. 게다가 너희들은 2학년 퀸카 선배면 봉추밖에 생각나지 않냐?”

 

  ?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생겼다. 그럼 대체 누구지? 교실내에서 어느 누구보다 빠른 정보가 우선인 익덕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관우를 쳐다보았다. 관우는 이런 우리 둘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이 보다가 대뜸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우리 학교의 가련한 물망꽃. 문약선배.”

 

  문약선배?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확실히 2학년 퀸카가 맞긴 했다. 봉추와는 또 다른 미모의 물오른 꽃이라고 불리는 물망꽃 문약 선배. 친절하고 귀엽고 상냥한, 어느 누가 봐도 아가씨 같은 느낌의 여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년 사이에서 화제가 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그런데 문약선배라면, 남친이 있지 않나? 그것도 3학년에서 알아주는 굉장히 무서운 선배라고 하던데…….”

 

  익덕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었다. 관우의 입가가 씨익 올라간다.

 

  “골기퍼 있다고 골 못 넣는 거 아니잖아?”

 

  어처구니없는 위험발언이다. 관우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딱히 남의 여친을 뺏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야. 너희들도 나 알잖아. 내가 그런 쓰레기 짓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그렇다면 어떻게……?”

  “그냥 실연당한 아가씨를 조금 위로해 줬을 뿐이야.”

 

  익덕의 믿지 못하는 눈빛에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한다. 역시나라고 해야 하나? 관우는 시원시원하고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로, 여러 여자를 자주 후리고 다녔다. 물론 행동자체는 굉장히 신사다우니, 헤어짐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가벼운 만남과, 가벼운 헤어짐을 신조로 하는 남자. 카사노바라고 하는 것은 아마 이 녀석을 일컫는 말이겠지.

 

  좋은 소식은 무슨, 그냥 멋진 여친 하나 사귀었다고 염장 지르러 온 거다. 부러움과 질투심에 안 그래도 높아져 있던 기온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나는 실실 웃는 관우의 얼굴을 뒤로 한 채 다시금 책상에 엎드렸다.

 

  “어이, 호러 뚱띵. 오늘은 또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거 없어?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얘가 뻗었다.”

 관우의 검지 손가락이 예의 없이 나를 가리킨다. 내가 뻗은 건 전부 너 때문이거든? 반발하려던 마음을 억누른다. 어차피 기운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나에게 필요한건 얼음 뿐.

 엎드린 책상이 모조리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바닥에 댄 볼과 팔이 조금이나마 시원해질 텐데…….

 

  “내 이름은 좀 제대로 불러주지? 이 빌어먹을 카사노바야!”

 

  익덕은 관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저러다가 또 싸우겠다는 생각에 나는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가, 문득 이어지는 익덕의 한 마디에 하려던 말을 도로 목구멍으로 넣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 있긴 하네.”

 

  익덕은 자세를 고쳐 잡고는 조금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들 말이지 혹시 ‘서서 걷는 갓난아기’라고 알아?”

  “서서 걷는 갓난아기……?”

 

  나도 모르게 반문한다. 생뚱맞기 그지없는 이름에 무섭다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갓난아기가 서서 걷는다니, 신종 개그물인가? 익덕은 이런 내 반응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웃음기를 짓지 않은 체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학교가 좀 특이한거 알지? 이사장이 내건 세가지 규칙말이야.”

  “아, 뭐 그렇지.”

 

  나는 익덕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학교에 존재하는 세가지의 규칙에 대해 떠올렸다.

 

  [학교는 반드시 시끄러워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금지 구역에는 가면 안된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어떠한 사람도 이 학교에는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 학교 이사장이 만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 조금 이상한 규칙이었지만, 이 학교를 다니는 사람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교장선생님까지도 이 규칙을 함부로 어기진 않았다. 어느 학교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규칙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있는 [저녁 6시 이후에는 어떠한 사람도 이 학교에는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규칙이 있잖아. 그거 사실 밤에 학교에 [서서걷는 갓난아기]귀신이 나오기 때문이래.”

  “뭐? 귀신?”

 

  관우의 얼굴이 석연치 않는 표정으로 물든다. 익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귀신. 저녁 6시가 지나면, 이 학교에 갓난아기 하나가 아빠를 찾아서 돌아다닌다고 해. 무려 두발로 걸어서 말이지.”

 

  익덕이 굳은 얼굴로, 두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무언가가 걷고 있는 듯한 흉내를 냈다. 허공에 대고 꿈틀대는 두 개의 손가락. 그 모습이 조금 으스스해서 노출되어 있는 팔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아빠를 찾아 걸어다니는 갓난아기. 난 머릿속에서 한 장면을 떠올렸다. 기저귀를 찬 채로 어두운 복도를 아장 아장 걷는 머리카락 몇 올밖에 없는 갓난아기의 모습.

 

  성장이 덜 되어서 ‘아빠’라는 단어 보다는 ‘응애 응애’하며 돌아 다니는 것을 생각하니, 무서움보단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왜 아빠부터 찾냐? 보통은 엄마, 엄마하면서 엄마를 더 찾지 않나?”

 

  관우가 예상밖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확실히 그것은 이상한 일이다. 보통은 엄마를 찾을 텐데, 아빠를 찾는다니……. 익덕은 그런 관우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듯, 막힘 없이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엄마는 이미 죽었거든.”

 

  익덕은 우리에게 ‘서서걷는 갓난아기’괴담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또는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지금 이 시간이 점심시간이라 다행이었다. 만약 쉬는 시간이었으면, 분명 이야기가 중간에서 끊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겠지.

 

  그만큼 익덕이 하는 이야기는 소름 돋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괴담답게 무시무시했으며,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였다.

 

  “완전 쓰레기네 그 녀석.”

 

  관우가 한 소리했다. 물론 그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감히 여고생을 함부로 해놓고 나 몰라라 하다니, 거기서부터 교사로선 이미 실격이잖아.

 

  아니 어쩌면 그냥 인간 쓰레기 였을지도…….

 

  “어쨋든, 그 시체를 숨겨놓은 곳이 이 학교의 어딘가라고 하더라고.”

 

  익덕은 우리에게 비밀 이야기를 하듯, 조용히 속삭였다.

 

  “킥, 고작 괴담에 무슨……. 됐다. 됐다. 나는 그만 가련다.”

  “어이, 고작 괴담이라니! 이건 실화라고 실화!! 우리 학교에서 내려오는 진짜 이야기란 말이야!”

  “그래. 그래. 넌 그렇게 괴담에만 빠져 살아라. 나는 현실에서 놀란다.”

 

  관우는 익덕이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내뱉는 걸 가볍게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어디가.”

  “데이트 하러.”

 

  가볍지만 경쾌한 말투. 이번에 새로 생긴 여자친구가 마음에 드는지, 유쾌하고 상큼한 얼굴을 한 채로 바깥으로 나갔다.

 

  “조금 있으면 수업 종칠 텐데?”

 

  내가 장난 반, 걱정 반으로 말하자 관우는 교실문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민채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희도 사랑이란걸 해봐 루저들아, 가만히 괴담이나 읊으면서 궁상떨지말고.”

 

  익덕이 소리지르며 난리치는 것을 뒤로 한 채, 관우는 그렇게 가버리고, 학교가 끝나도록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작가의 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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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3화 2018 / 12 / 8 282 1 6067   
13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2화 2018 / 12 / 4 274 1 5818   
12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1화 2018 / 12 / 1 277 1 4273   
11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0화 (1) 2018 / 11 / 30 297 1 7245   
10 제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9화 2018 / 11 / 27 271 1 5506   
9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8화 2018 / 11 / 27 290 1 5691   
8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7화 2018 / 11 / 24 286 1 5557   
7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6화 2018 / 11 / 22 285 1 6392   
6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5화 2018 / 11 / 21 291 1 5489   
5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4화 (1) 2018 / 11 / 18 321 1 5348   
4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3화 2018 / 11 / 16 289 1 6313   
3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2화 2018 / 11 / 12 286 1 7305   
2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화 2018 / 11 / 9 294 1 8768   
1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 아기 0화 (1) 2018 / 11 / 9 504 3 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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