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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작가 : 신혜선
작품등록일 : 2018.11.1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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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2시간, 망자와의 만남이 열린다.
영안사 차산웅이 영혼이 된 피해자들을 만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카카오페이지/네이버시리즈/원스토어북스 연재중

 
4화. 차량에 버려진 시체 (1)
작성일 : 18-11-08 19:48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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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산웅이 눈을 떴다. 3교대 근무라 오전 6시까지는 회사에 도착해야 했다.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수면시간이 부족해 정신이 들지 않았다.

 

 산웅은 반쯤 잠이 든 상태로 대강 세수를 하고, 대강 양복을 챙겨 입고, 대강 머리를 정리했다. 허리 벨트를 차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왼쪽 가슴에 국화꽃 모양의 배지를 꽂았다. 반짝이는 꽃잎이 인상적인 배지는 영안사만의 상징이었다.

 

 어떤 영혼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해 배웅하자, 산웅이 양복에 배지를 꽂으며 다짐했다.

 넥타이 모양을 바르게 잡고 나서 산웅은 집을 빠져나왔다.

 

 

 ***

 길가에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데 오늘따라 유난히도 길이 텅 비어있었다.

 차량은 고사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항상 공원을 지키던 길고양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산웅은 시립병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응급실 앞에는 항상 택시가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공원의 광활한 잔디를 바라보며 걸었다. 떠오르는 태양빛에 반사된 잔디광장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산웅은 잠에서 깨기 위해 일부러 일출을 빤히 바라봤다.

 

 오랜만에 잠도 못자고 일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지난겨울에만 해도 산웅은 집에 들어올 시간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매일 밤을 새워야 하는 강행군의 나날이었다.

 회사에 인력이 부족해 유산상속부인 산웅이 경찰서로 출동하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계절이 바뀌며 점점 한가해지더니 여름이 되자 몇 건의 유산 조정건을 빼고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나 경찰서 쪽의 일이 소멸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사라졌다.

 

 새벽에 맡았던 사건이 정말 오랜만에 맡은 형사사건이었다.

 

 “하긴 이럴 때 살인이 없는 게 당연하지.”

 

 산웅의 말처럼 이런 날씨엔 살인이 많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날이 더워 밤낮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밖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나 보는 눈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소리가 난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달려가면 범행 장소를 정확히 몰라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신고가 들어온 근방으로 가서 영혼만 찾으면 됐다. 사망 직후의 영혼은 50m 내외로 이동이 가능했다.

 정확한 기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혼 등에 달린 하얀 끈이 일정한 한계까지 늘어났다. 현장 주위에 있는 하얀 끈을 따라가면 사건이 나왔고, 피해자의 진술까지 들을 수 있어 검거도 쉬웠다.

 

 시민들이 영안사의 일을 어디까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혼이 진술할 수 있다는 점만은 확실히 알았다. 그 사실이 퍼지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살인도 줄어들었다.

 산웅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다행인 현상이었다.

 

 산웅은 일련의 생각들을 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시립병원이 다가오자 택시를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병원 건너편인 공원 동문 쪽에서 수상한 연기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지?”

 

 산웅은 길을 건너 연기 쪽으로 다가갔다. 아침 안개 때문에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기체는 아닌 듯했다.

 하얀 연기는 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이며 계속 떠올랐고, 마침내 환한 응급실 간판의 빛을 받았다.

 

 선명하게 드러난 형체는, 바로 영혼이었다.

 

 산웅은 의아해하며 영혼을 향해 달렸다.

 공원에 덩굴 길을 조성하려는지 통행로를 전부 철망으로 감싸놔서 일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요리조리 돌아가야 했다.

 겨우 근방까지 뛰어가자 길가에 주차된 검정 아반떼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까지 까맣게 코팅된 자동차, 그 안에서 영혼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산웅이 영혼을 향해 외쳤다.

 

 ‘…….’

 

 영혼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무엇이 두려운지 연기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움직이는 영혼의 얼굴부터 확인했다. 아마 20대, 젊어 보이는 여성이다. 공원에서 혼자 사망할 나이대는 아니다.

 

 설마….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살인이 일어날 리는 없는데…….

 

 산웅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우선 영혼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제가 그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잠시만요.”

 

 산웅이 철망에 막혀있는 길가로 나아가기 위해 출구를 찾았다. 가장 가까운 구멍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뛰었다.

 

 그런데 순간, 산웅의 머리털이 쭈뼛 위로 솟구쳤다.

 도수 높은 술을 얼굴로 마신 것처럼 순식간에 모든 세포가 달아올랐다.

 심장이 빨라지고, 손에 땀이 고였다.

 

 피비린내가 콧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맡을 수 없는 사건이다.

 산웅은 스스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의 냄새라면 피가 온 사방에 흥건할 것이 분명했다. 어서 회사에 전화해 다른 영안사를 파견시켜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신발 바닥에 뜨끈한 액체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길에 누군가 소화기라도 뿌린 것 같은 기세로 핏줄기가 몰려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미지의 액체가 혈액이라는 사실을 차마 인지하기도 전에, 산웅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영혼과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하고

 유일한 목격자이자

 영안사가

 거리 한복판에서 속절없이 실신하고 말았다.

 

 

 ***

 산웅은 정체 모를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눈이 잘 떠지지 않아 주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조금 전에 떠오른 영혼이 산웅의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시체,

 살인사건,

 해결해야 한다.

 

 주위에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웅은 필사적으로 이성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려 할 때마다 사건 현장의 피 냄새가 그를 괴롭혔다.

 

 영혼이 소멸되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

 피해자와 말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정신을 차려봤지만 그것은 의지로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산웅은 어쩔 도리 없이 재차 실신할 뿐이었다.

 

 

 “또 쓰러졌어?”

 

 산웅을 바라보고 있던 경아가 혀를 찼다.

 전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 40대의 여형사는 구급차에 누워있는 영안사를 만나기 포기하고 후배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충격을 많이 받았나 봐요.”

 

 하품을 하던 조 형사가 대답했다.

 

 “이래서 영안사는 안된다니까.”

 

 경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산웅을 잘 아는 수사 1팀 오 형사였으면 그의 피 묻은 양복 셔츠를 기꺼이 벗겨 줬을 것이다. 조금 전 산웅이 피웅덩이로 쓰러지는 바람에 온몸이 피범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웅을 처음 만난 수사 2팀 유경아 형사는 그가 피를 보면 쓰러진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구급대원이 그랬는데 다친 곳은 없대요. 호흡도 맥박도 전부 정상이라니까 잠시만 기다려보죠.”

 “언제까지 기다려!”

 “하루 종일 기다려도 되죠. 어차피 깨어나기만 하면 영안사가 사건 해결해줄 텐데요, 뭘.”

 

 조 형사가 느긋하게 부채질을 했다. 현장에 도착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현장 보존을 위한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다.

 그런 후배의 나태한 태도가 경아는 못마땅했다.

 

 “영안사가 없으면 수사 시작도 못할 기세야, 아주?”

 “그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설명을 듣고 시작하면 편하잖아요.”

 “빨리 장갑 껴!”

 

 경아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 폴리스 라인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서도 소리를 질렀다.

 

 “거기 막아! 들어오잖아!”

 

 구경하던 시민들이 저지선을 넘어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노닥거리던 경찰들은 경아의 외침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구경꾼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어째 점점 더 관리가 안 돼.”

 

 특히나 이번 현장은 더욱 심했다.

 쓰러져 있던 사람이 영안사라고 밝혀진 이후로 다들 사건이 이미 해결된 양 행동했다.

 

 현장 수사를 중시하는 경아가 기강을 떨어트리는 영안사들을 싫어하게 된 것도 이유가 있었다.

 영안사만 끼어들면 언제나 수사 지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경아가 깊은 한숨을 삼키며 화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배!”

 

 그때 길 건너에서 김 형사가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빨리 갔다 왔네.”

 

 경아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친절히 폴리스 라인을 들어 올려 주었다. 여전히 손가락에는 전자 담배가 꽂혀 있었다.

 

 “영안사 쪽은요?”

 “아직 누워있어.”

 

 경아는 김 형사를 데리고 자동차가 발견된 공원 길가로 이동했다.

 피해자의 시신은 수습한 상태지만, 여전히 혈액이 길바닥에 고여 있었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은 조금 전의 처참함을 짐작케 했다.

 

 오늘 오전 7시경, 산책을 하던 할아버지가 길가에 흥건한 피를 보고 신고 전화를 했다. 통행로가 전부 피로 물들었으며, 자동차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력수사 2팀 형사들은 현장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력 17년이 넘는 경아도 현장을 보고 말을 잃을 정도였다.

 

 길가에 덩그러니 버려진 검은 아반떼, 자동차는 트렁크가 찌끄러져 있다. 옆 유리는 시커멓게 코팅되었고, 앞 창문도 신문지로 막혀 있다.

 그리고 뒷좌석의 문틈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 틈에서 피가 방울방울 새어 나와 어느새 길바닥에 웅덩이가 형성됐다.

 

 경아가 경계하며 차량으로 다가가 뒷문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즉시 차 안에선 폭포와도 같은 혈액이 흘러내렸다. 마치 피해자의 몸에 있는 모든 피가 빠져나온 것 같은 형국이었다.

 경아도 태어나 그렇게 많은 피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심하군.”

 

 경아는 자신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차량에 고여 있는 혈액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뒷좌석에서 흘러나오는 핏줄기가 점점 가늘어지자, 차츰 차량 안에 있는 시체의 형상이 드러났다.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소곳하게 누워있는 여성. 반팔에 반바지 운동복을 입었는데, 곳곳에 칼자국이 보였다.

 언뜻 봐도 몸통에만 세 곳이 넘는 자상이 있었다.

 

 

 “그래서 사망 선고한 의사는 만났어?”

 

 경아가 김 형사에게 물었다. 조금 전 시신부터 수습해 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시립병원으로 보낸 참이었다.

 

 “네, 방금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요.”

 “의사가 뭐래?”

 “사망 선고한 의사가 말입니다.”

 

 김 형사는 사건 수첩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피해자의 몸에 패인 상처가 많답니다. 언뜻 봐도 경동맥이 위치한 곳에 상처가 집중되었다고요. 동맥 파열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랍니다.”

 “강간이나 다른 흔적은?”

 

 김 형사는 다시 수첩을 빠르게 넘겼다.

 

 “없답니다. 더불어 시신 상태를 봐선 2시간쯤 전에 사망한 것 같답니다.”

 

 경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되물었다.

 

 “흉기에 대한 건?”

 “12cm 이상만 되는 칼이면 어떤 칼이든 가능해 보인답니다.”

 “그 정도 크기면 맥가이버 칼일 수도 있겠는데….”

 “네, 그런데 의사가 자기는 칼 종류는 잘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세한 건 과학 수사대 결과를 봐야 한다고….”

 

 경아는 담배를 한번 물더니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 김 형사를 쳐다봤다.

 

 “더불어 의사가 말하기를요. 상처의 위치가 일반적인 난도질과는 다르답니다. 칼질은 서투른데 경동맥만 공격한 것이 미리 어디를 찌를지 알고 온 사람 같았답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뜻이군.”

 

 자동차를 버리고 도망간 것을 봤을 때, 범인이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러나 의사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범인은 살인을 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찾아왔다.

 

 “어떻게 할까요?”

 

 경아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계획적인 살인일 때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첫째는 무작위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의 짓으로, 이 경우엔 살인범을 찾기가 어려워.

 둘째는 원한에 의한 살인이야. 이 경우는 피해자의 신원만 파악하면 사건 해결이 훨씬 수월해지지.

 신원은 파악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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