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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마3+1
작가 : 찐따왕과해오름달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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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살인마', 그를 추종하는 자, 그에게 부모를 잃은 자. 세 여성 살인마가 서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을 벌이며 그녀들에게 관심을 가진 탐정이 그녀들의 이야기를 파헤친다. "우린 살인마다."

 
028. 인아 - 재미있는 세상이야.
작성일 : 18-11-08 19:40     조회 : 320     추천 : 1     분량 : 5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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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설인아●

 

  종희에게 늦게라도 오라고 했더니 새벽에 동물병원으로 찾아왔다. 보통 여자였으면 약속을 지킨 그에게 감동을 했겠지? 눈물을 흘리며 잠자리를 함께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단 알아야 할 것이 많으니까 패스.

 

  일단 배가 고플 테니까 야식집에서 감자탕을 시켜줬다. 맛도 맛이지만 감자탕의 고기에 약을 집어넣기가 제일 수월하니까.

 

  일반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서 그것을 '음료'에 섞는다. 그래서 의심이 많은 사냥감은 사냥꾼이 준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지금 종희처럼.

 

  "종희 씨, 목 막히겠어요. 음료수도 좀 마시면서 드세요."

 

  "네? 하하하, 음료수 단맛 때문에 감자탕 맛이 가려지는 게 싫어서요. 다 먹고 마시던지 할게요."

 

  의심할 수밖에 없지. 음료수는 내가 냉장고에서 꺼내온 거니까. 이제 확실해졌다. 분명히 종희 이 남자는 내 정체를 알고 접근한 거야. 그런데 굳이 왜 이 새벽에 온 거지? 나를 잡으러 온 걸까?

 

  "아하하, 음료수에 약이라도 탔을까봐 그래요?"

 

  "네? 약이요? 하하하하. 아니에요."

 

  종희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나온다. 약기운이 이제 도는구나. 약을 뿌리는 일은 눈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에도 가능하다. 특히 감자탕 고기는 내 약을 잘 빨아먹더라고. 정말 궁합이 잘 맞는 요리야! 꺄하하하!

 

  "음료수에도 타긴 했는데."

 

  "네?"

 

  "음료수를 아무 생각 없이 마셨다면 그냥 편안하게 주무시다가 내일 아침에 저랑 한 침대에서 눈을 떴을 거예요."

 

  그 정도의 경계도 하지 않는 사람은 뭐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오히려 옆에 놔두고 귀엽게 지켜볼 수 있지.

 

  와장창

 

  "인...아 이게 무스으으은."

 

  종희가 굳이 억지로 일어나면서 상을 엎어버리네. 와, 그런데 대단하다. 일어설 줄은 몰랐는데.

 

  "흠, 종희 씨는 역시 뭔가 있는 거 같네요. 그쵸?"

 

  "무...무스으으은 마아아알쓰으음...."

 

  이야! 아직도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해! 코끼리도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로 들이부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슉

 

  종희의 손이 번쩍이더니 젓가락이 볼을 스쳤다. 와, 약을 먹고도 저 정도면...맨정신에 붙었으면 큰일날뻔했네. 관자놀이가 화끈거린다.

 

  주륵

 

  "어머, 이 남자 매너 없는 거 봐! 여자 얼굴에 상처를 내면 어떻게 해요!"

 

  에이씨, 피난다. 혹시나 해서 약을 많이 치길 잘했네. 이 정도나 되는 남자가 왜 나한테 미남계를 썼을까? 그냥 빈틈이 보일 때 날 제압하면 될 텐데.

 

  물론, 내가 멍청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드르렁 드르렁."

 

  휘유, 드디어 뻗었네. 에이, 내 사랑하는 동물병원 로비가 난장판이 됐다. 짜증나네. 치우기 귀찮은데.

 

 

 

  ☆구미화☆

 

  종희 녀석이 연락이 또 안 됩니다. 아 정말.

 

  -두목, 위치가 안 잡히는데요?

 

  종희 휴대폰으로 위치추적을 하려고 했는데 신호가 잡히지 않네요. 전화를 꺼놨던지,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실 같은 곳 말이죠.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응? 이규서가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ㅅ...."

 

  -여보세요? 사미화, 얼없살에 대해 물을 게 있는데 좀 만나자.

 

  아놔...진짜 이 기집애는 여전히 싸가지가 없네요.

 

  "네. 그럼 문자로 장소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자꾸 반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흥이다.

 

  콰직

 

  "아아아아아아악! 미쳐버리겠네에에에!"

 

  휴우, 애꿎은 휴대폰만 하나 또 박살났네요. 최신형이었는데.

 

  -뚜루루루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

 

  "이 새끼는 왜 또 잠수를 탄 거야!"

 

  삐익

 

  -두목님, 김현아 전화 왔습니다. 급한 일인데 두목님이 전화를 안 받으신다네요.

 

  하아, 그 사이에 현아가 전화를 했었나보네요.

 

  "어, 연결해줘."

 

  -네.

 

  "아, 그리고 나가서 휴대폰 하나 사와. 최신형으로."

 

  -지금요?

 

  "어."

 

  -이 시간에요?"

 

  "죽을래?"

 

  -네. 연결합니다. 아이 씨x 드러워서 진짜.

 

  헐, 요즘에 애들이 정신이 좀 나갔네요. 조만간 한 번 또 쪼여줘야겠어요. 하아.

 

  -이모!

 

  "응, 현아야."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이제는 진짜 이모를 대하는 것처럼 살갑네요. 뭐, 저도 사실 이모가 없어봐서 모르겠지만 말이죠.

 

  -규서 언니가 이모 담그려는 거 같아요.

 

  "나를? 이규서가?"

 

  아하하하하하하! 정말, 이래서 어린애들은 같이 어울려주면 안 된다니까요. 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상하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줘야겠네요.

 

  원래 매에 장사 없다고 두드려 맞다 보면 깨갱하겠죠. 그러면 현아한테 전속 가드로 붙여놔야겠어요.

 

  제가 가족이라는 것이 없어봐서 현아가 어쩐지 가족 같네요. 아니, 따지고 보면 가족 맞죠. 혈연. 저랑 거의 동일한 유전자니까 자매 혹은 모녀 관계보다 더 가까운 사이 아니겠어요? 하하하하하.

 

  잘 키워서 제 후계로 삼아야겠어요. 물론, '세컨드 원'에 대해서 아는 분들은 모조리 정리를 해야겠죠. 얼굴 없는 살인마를 만들어 낸 우리 쪽 꼰대들은 물론, 현아를 만들어 낸 저쪽 집단도 말이에요.

 

  **********

 

  "종희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찰싹 찰싹

 

  "으...음."

 

  음, 약발이 엄청 안 받네. 사실 지금은 진짜 정신 차리라고 한 게 아니라 혹시나 싶어서 해본 건데...진짜 정신을 차리고 있네. 캬하하하! 이거 물건이다! 와우!

 

  "이...인아 씨? 이게 대체...."

 

  "아아, 미안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종희 씨를 정말 좋아했어요."

 

  응, 이건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부터 할 일을 안 할 건 아니지만.

 

  위이이이잉

 

  드드드드득 툭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종희의 검지 한마디가 땅으로 떨어졌다.

 

  "어...어...이게 무슨?"

 

  종희는 자기 손가락이 잘리는데 멍청하게 보고 있다. 크하하하. 내가 개발한 무수면마취제.

 

  온몸이 마취가 되지만 정신은 멀쩡하지. 그런데 종희처럼 말까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해봤다. 대단하다. 입이나 혀, 입술도 몸이니까 마취가 되면 다 돼야지.

 

  "사람 몸에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그래서 스무고개에요. 손가락, 발가락 다 잃고 나면 그 다음에는 목이 날아가는 거예요."

 

  "잠깐! 잠깐만요!"

 

  "자,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을까? 내가 궁금한 게 없을 때까지 알아서 다 이야기 해봐요. 그럼 혹시 알아요? 내가 살려줄지도 모르죠."

 

  우웅

 

  종희 휴대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상하다. 분명히 종희가 들어온 다음에 휴대폰 전파를 차단해버렸는데. 어떻게 메시지가 들어오지?

 

  화면을 보려고 했더니 잠겨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손가락이 있지. 푸하핫.

 

  땅에 떨어진 종희 손가락을 주워서 휴대폰에 인식했다. 비밀이 많은 놈들은 절대 패턴이나 비밀번호로 보안을 설정하지 않는다. 무조건 생체인증.

 

  응? 와이파이가 연결이 되어 있네? 어차피 외부에서는 지하의 무선 공유기가 잡히지 않아서 비번도 안 걸어놓긴 했지만...종희가 여기까지 내려왔다 갔었나보네?

 

  와이파이 연결을 왜 했을까? 왜? 굳이 몰래 연쇄살인범의 작업실에 들어와서 와이파이를 연결해?

 

  <종희 이 새끼 너 어디 있어! 주소 찍어 줄 테니까 거기로 와. 이규서 잡으러 간다. 혹시 모르니까 현아 안전도 네가 지키고.>

 

  첨부파일에는 지도, 그리고 통화 녹음 _ 현아라고 되어있는 음성파일이 들어있다. 현아, 현아...누구였더라? 기억이 날 듯 말듯하다.

 

  "종희 씨, 내 작업실에 와서 뭐했어?"

 

  "잠깐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듣고 있잖아요. 얼른 이야기 해봐요. 내 작업실에서 뭐했어요? 아? 아! 와, 나 알았어. 왜 와이파이 연결했는지."

 

  종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킥킥. 와, 진짜 치밀한 놈이네.

 

 

 

  ◇종희◇

 

  여기는 얼굴 없는 살인마의 작업실이다. 상당히 고가의 장비들이 비치되어 있다.

 

  "으으으윽. 으으으윽."

 

  사람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희생자가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촤락

 

  "...!"

 

  철제 수술대가 비스듬하게 세워져있고 그 위에 건장한 사내가 결박되어 있다. 피부가 전부다 벗겨져 있는데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이 신기하다.

 

  "주...죽여주세요. 제발...저...죽여주세요."

 

  자신을 구해주러 온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죽여 달라고 이야기한다.

 

  아, 이 남자 '조선호'다. 연예기획사 사장. 죽어 마땅한 자들 리스트업을 할 때 이 녀석에 대한 자료는 내가 수집했다.

 

  저런 남자를 지금 죽여서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만약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 때는 설인아에게 정체가 발각 되어서 끌려왔을 때겠지. 작업실 내부에 CCTV는 없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곳에 CCTV를 달아놓지는 않았겠지.

 

  지하실 내벽이 특수재질인 것 같다. 휴대폰 전파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만약 내가 실패해서 이곳에 끌려오게 되면, 조직에서 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음? 살인마의 작업실에 어울리지 않게 최신 컴퓨터가 있다. 당연히 인터넷도 들어오겠지. 살펴보니 작업실에 있는 장비들 중에 와이파이로 컨트롤 되는 것들이 꽤 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 다행이 와이파이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다. 와이파이를 연결한다.

 

  휴대폰은 한 번 연결된 와이파이는 기억을 해 놓았다가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연결한다. 혹시 내가 설인아에게 당해서 이곳에 끌려오게 되었을 때, 그녀가 내 휴대폰을 같이 가지고 들어와주길 바래야겠다.

 

 

 

  ☆구미화☆

 

  "응?"

 

  제가 종희한테 보낸 메신저 메시지 옆에 '1'이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지금 휴대폰이 켜있다는 거겠죠? 종희는 PC버전 메신저는 해킹을 당하니 어쩌니 하면서 사용하지 않거든요.

 

  -뚜루루루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

 

  전화는 켜져있는데 전화를 받을 수 없다. 전파수신이 불가한 장소에 있겠군요. 와이파이가 연결된 상태로.

 

  딸깍

 

  -네, 두목.

 

  "지금 종희가 내가 보낸 문자 확인했거든?"

 

  -네? 아, 그럼 전화해보겠습니다.

 

  "아니, 전화 안 터지는 데 있는 것 같아. 메신저로 보낸 문자 확인한 거니까 그쪽 서버 접속기록 확인해. IP주소랑 따서 지금 당장 애들 데리고 가봐. 뭔가 있는 것 같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종희가 말썽이네요. 어쩔 수 없죠. 이규서는 혼자 만나러 가야겠네요. 간만에 스트레스나 좀 풀어야지.

 

 

 

  ●설인아●

 

  콰아아앙

 

  와! 종희 폰으로 온 주소로 왔더니 이런 진귀한 광경을 보게 되네! 이 정도면 내 아지트를 버릴만한 가치가 있지. 푸하하핫. 유조차랑 스쿠터의 정면충돌이라니!

 

  그런데 저렇게 크게 터지나? 장난 아니네!

 

  음...확실히 구미화인지 하는 아줌마가 나랑 비슷하게 생겼네? 흠.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나 보구나. 싸움도 겁나 잘하고 말이지. 움직임이 일반 사람이랑은 차원이 다르던데.

 

  사고 현장에는 여전히 정신없이 사람들, 소방차들, 구급차들, 헬기들이 왔다 갔다 한다. 망원경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미 아지트도 박살이 났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를 좀 해보자. 현금이랑 다른 데서 보관하길 천만 다행이구나.

 

  아까 보이던 구미화랑 고급 세단이 사라졌네.

 

  부스럭

 

  하아, 이게 종희가 이야기 했던 그 자료구나. 와아, 대한민국이 킥킥킥. 이런 게 가능한 나라였다니. 기가 찬다.

 

  "여보세요? 네. 아까 주문 의뢰했던 사람인데요. 얼마나 걸리죠? 내일 이맘때면 딱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으갸갸갸갸! 좋아! 기지개를 한 번 켜고!

 

  구미화 님께 선물도 보냈으니,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볼까?

 

 

 

  ☆구미화☆

 

  "하아...나 진짜."

 

  밑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난리가 났길래 내려왔더니, 종희의 머리가 담긴 상자가 기다리고 있네요.

 
작가의 말
 

 인아: 따지고 보면 구미화가 내 엄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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