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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요괴를 쫓는 소녀
작가 : 김촉봉
작품등록일 : 2018.11.2

평범했던 고등학생 제문에게 닥친 가족의 비극.
그 비극의 시작은 동생이 한 요괴의 숙주가 되고부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요괴사냥을 하는 소녀 '문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제문이 여태껏 알지못했던 또다른 세계
제문은 동생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1) '그것'의 접근3
작성일 : 18-11-08 19:25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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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균”

 

 누군가 뒤에서 영균을 불렀다.

 제문과 영균이 돌아보니 거기에는 뜬금없이 문식이 서있었다. 제문은 경계심이 확 일었다. 문식은 같은 학교의 학생이었지만 학교를 거의 나오지 않아 제적당하기 직전의 문제아였다. 툭하면 학교애들 삥을 뜯거나 문제를 일으켜 교무실에 불려가는 순 양아치 같은 놈이었다.

 

 요상하게 탈색한 머리에 팔과 목 저리는 요란스러운 문신으로 뒤덮여있었다. 본인과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못된짓은 골라서 하는 그런 놈. 같은 반 이었던 적은 없지만 학교에선 문제아로 유명인사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근데 뜬금없이 여기서 만나다니.

 

 제문과 영균은 주춤했다. 문식의 뒤에는 두어명의 친구들이 껄렁이며 함께 다가왔다. 문식과 같은 반을 했었던 영균은 두려움에 눈을 내리깔며 어색하게 말했다.

 

 “어... 오랜만이다”

 “오랜만은 개뿔. 어디 가냐”

 “집에...”

 

 문식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영균에게 다가오다 문득 옆의 제문을 봤다. 제문은 문식을 똑바로 쳐다봤다. 문식은 제문을 위아래로 훑더니 비딱하게 물었다.

 

 “너도 우리학교지? 이름 뭐더라. 너 이름 뭐냐?”

 

 제문 역시 문식이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친구 앞에서 그런 티는 내고 싶지 않았다.

 

 “모르면 알 필요없어”

 

 제문의 말에 영균이 놀라 제문을 힐끗 봤다. 문식은 제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문은 시선을 옮기지 않고 역시 문식을 빤히 쳐다봤다.

 문식은 일단 두고 보자는 듯 제문을 한번 훑더니 영균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지금 어딜 가야하는데, 너 지금 얼마있냐?”

 

 영균이 눈을 내리깔았다.

 

 “없는데...”

 “말 길게 시키지 말고 본론만 주고받자. 어? 갖고 있는거 좀 줘봐 담에 학교가면 갚아줄테니까”

 

 그 말에 뒤에 있는 친구들이 키득거렸다.

 영균은 자존심도 상하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더 큰 듯 주춤거렸다. 제문은 문식의 행동에 분노가 확 치밀어 문식의 말을 자르듯 영균에게 말했다.

 

 “가자 영균아”

 

 제문이 영균의 팔을 잡아 끌려고 하자 문식이 제문의 어깨를 주먹으로 퍽 하고 밀어쳤다.

 갑작스러운 폭력에 제문이 어깨를 감싸쥔채 벙찐 얼굴로 문식을 봤다.

 

 “야 이름모르는 새끼. 넌 뭔데 나대? 대화중인거 안보여?”

 “......”

 

 제문은 갑작스런 문식의 주먹질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어이가 없어 문식을 쳐다봤다.

 문식은 제문을 훑어보더니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럼 네가 내놓든가”

 “내가 왜?”

 

 제문은 용기를 내어 다시 말했다. 그 말에 뒤의 문식의 친구들이 더욱 킬킬거렸다. 문식은 제문의 말에 고개를 치켜들고 분노를 삼키는 듯한 과장된 표정을 짓더니 한껏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 놔 이 새끼봐라? 너 나 누군지 몰라?”

 

 문식의 험악한 표정 뒤로 문식 패거리들 역시 껄렁대며 다가왔다. 영균은 놀라 좀 전에 아버지에게 받은 돈을 꺼냈다

 

 “그만해 여깄어. 이게 전부야”

 

 문식은 돈을 내미는 영균을 가볍게 밀치고는 제문에게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제문은 싸움을 해본적은 없지만 여차하면 문식에게 먼저 주먹을 날려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문식이 어느 순간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제문의 아랫배에 갖다댄 것이다. 제문은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문식은 잔뜩 힘을 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새끼가 사람 열 받게 하네. 눈 내리깔아 어디서 나대고 있어? 뭐 믿는구석이라도 있냐?”

 

 제문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문식은 위협을 가하듯 칼에 힘을 살짝 줬다. 예리하고 뾰족한 칼끝이 몸에 날카롭게 대였다.

 

 “야 저 새끼 돈 챙겨”

 

 문식은 제문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며 뒤의 친구들에게 말했다. 뒤의 친구들은 영균이 들고 있던 돈을 빼앗았다.

 

 “그리고 너는 혼 좀 나자 이 새꺄”

 

 문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제문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제문은 억 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뻐근하고 강렬한 아픔이 다리에 전해졌다. 다리를 만지려는 찰나 문식은 힘을 실어 제문의 어깨를 발로 걷어찼다. 뒤로 나뒹굴어진 제문을 문식은 거침없이 발로 차고 밟았다.

 

 제문은 몸을 웅크리고 문식의 발길질을 맞았다. 정신을 차릴틈도 없이 발길질이 퍼부어졌다.

 영균이 문식을 말리려했지만 그의 친구들이 영균을 붙잡았다.

 제문은 문식의 다리를 잡으려했지만 배며 다리며 머리등에 전해지는 마구잡이의 구타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제문이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자 문식은 축구공이라도 차듯 배를 힘껏 걷어찼다. 제문은 억!하는 단말마를 내뱉으며 숨이 턱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강하고 무자비한 고통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배를 움켜잡았다.

 

 “좆만한 새끼가 까불어 까불긴!”

 

 제문은 배의 통증보다 숨이 쉬어지지 않은 괴로움에 침을 흘리며 가까스로 문식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문식은 괴로움에 버둥거리는 제문의 팔을 다리로 걷어내더니 다시 내리꽂으려고 다리를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쾅하고 문식의 몸이 제문위로 엎어지듯 쓰러졌다. 누군가에게 갑자기 등을 걷어차인 문식은 제문위로 꼬꾸라져 있다가 상황파악이 된 듯 터질 것 같은 눈을 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뒤를 봤다.

 

 “뭐야!!”

 

 제문은 바닥에 쓰러진채로 간신히 앞을 쳐다봤다. 저 앞에는 누군가 서있는 듯 낡은 운동화가 하나 보였다.

 

 

 그 운동화는 낡아 보이는 여자운동화였다. 문득 제문은 그 운동화가 낯이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힘겹게 들어보자 한 여자애가 굳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쟤가 문식을 걷어찼을까? 문식 역시 황당하다는 듯 혹시 다른 사람이 있나 싶어 주변을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앞에는 그 여자뿐이었다. 문식은 기가 막히다는 듯 그녀를 봤다.

 

 “씨발 뭐야 네가 나 찼냐?”

 

 그 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겁에 질려 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냉정하고 싸늘한 눈빛이었다. 문식은 작은 여자애에게 돌연 킥을 당한 것이 어이가 없는지, 또 한편으론 발길질을 당한 등이 아픈지 손으로 대충만지더니 코웃음을 치며 비딱하게 다가갔다.

 

 “허 씨발년이···네가 나 찼냐고? 돌았냐? 술이라도 쳐먹었어?”

 

 문식이 위협적으로 그 애에게 다가가려는 찰나였다. 그 애는 문식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문식은 억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그 찰나 머리통을 향해 빠르게 돌려차기를 했다. 둔탁하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문식은 옆의 벽 쪽으로 꼬꾸라져 쳐 박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문식은 목이 꺾었는지 컥컥 거리고 있고 두 패거리 놈들은 황당한 눈앞의 상황에 영균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영균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쓰러져있던 제문을 일으켰다. 제문은 몸을 일으키며 허리가 펴지자 위축되어있던 배근육이 당기며 괴로움에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영균은 급하게 제문을 어깨동무하듯 자신의 어깨에 걸치더니 거의 끌다시피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쓰러진 문식은 얼굴을 움켜잡으며 버둥거리듯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제문은 이대로 가버리면 저 애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균을 말리려했다. 하지만 영균은 일단 살고보자는 듯 정신없이 제문을 끌고 골목 뒷 켠으로 달려갔다.

 

 제문은 배를 움켜잡고 정신없이 끌려가며 그 애의 얼굴을 봤다. 평범한 외형의 여자애였다. 제문과는 또래처럼 보이는 나이의 어린 여자. 그런데 묘하게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이 일었다. 그 여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문식을 내려 보더니 이윽고 멀어지는 제문을 힐끗 쳐다봤다.

 

 제문은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을 도와준 저 이름 모를 여자애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걱정과 고통이 뒤섞인 기분으로 그 골목을 벗어났다.

 

 

 .

 

 

 “괜찮아? 병원 안 가봐도 돼?”

 

 영균은 편의점에서 사온 생수 뚜껑을 따 제문에게 권하며 걱정스레 물었다.

 제문은 편의점 밖의 의자에 앉아 배를 움켜잡고 엎어져 있었다. 제문은 여전히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허리를 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정신을 좀 차리고 나자 아까 그냥 두고 온 그 애가 너무 걱정되고 미안해졌다.

 

 “야 우리 거기 다시 가자”

 “뭐?”

 “아까 그 여자애말야. 그렇게 두고오는 게 아닌데”

 “뭐 어쩌자고. 됐어 알아서 했겠지”

 “뭘 알아서 해 그 양아치새끼들이 어쩔줄 알고...그럼 경찰에 신고하자”

 

 제문은 폰을 꺼내 급하게 경찰에 전화를 하려했다. 영균은 급하게 제문을 저지했다

 

 “야야 일 크게 만들지 말자”

 “야...”

 “그냥 모른척하면 안되냐? 싸움 잘하는거 같던데...우리라고 별수있냐?”

 

 제문은 배를 움켜쥐고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너 안가면 나라도 간다”

 “야 어쩌려고 진짜” 영균이 다급하게 말했다

 “여차하면 경찰 부를게”

 

 제문은 허리를 제대로 못편채로 엉거주춤하게 먼저 자리를 떴다. 영균은 어쩔 수 없이 제문을 쫓아갔다. 하지만 다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문은 두리번거리며 골목을 살폈다.

 

 “것 봐. 알아서 했겠지 가자 얼른. 그 새끼들 또 나타날라”

 

 제문은 가슴이 갑갑해짐을 느꼈다. 혹여나 끌려가거나 한건 아닐까. 얼굴로 모르는 자신들을 도와주러 나타난 그 애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그때, 주변을 살피던 제문의 눈에 보인 건 한 켠에 묻어있던 액체였다. 처음엔 핀가 싶어 가봤지만 색깔은 진초록색에 가까워서 페인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페인트의 질감이라기엔 묽으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진득했다. 게다가 묻은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제문은 이게 뭔가 싶어 살펴보려 했지만 영균이 빨리 자리를 뜨자고 재촉했다. 혹여나 문식 패거리들이 또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제문은 손을 비벼 대충 닦아낸 후 할 수 없이 그곳을 떠났다.

 

 .

 

 

 제문은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다행히 일찌감치 잠이 든 모양이었고 제형도 방에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온통 멍과 상처로 엉망이 됐기 때문에 엄마가 보면 큰일이었다. 제문은 조용한 집을 보며 살금살금, 하지만 빠르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조용히 닫았다.

 

 책상서랍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폈다. 눈 옆에는 푸르죽죽한 멍과 함께 입술이 다 터져 피딱지가 내려앉았다. 슬쩍 만지니 아직도 쓰라림이 느껴졌다.

  제문은 문식을 생각하니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오려고 했다. 비열한 깡패새끼... 하지만 그 생각이 들자 동시에 정체모를 그 여자애도 떠올랐다. 아무리 정신없는 상황이라지만 비겁하게 도망친 게 미안했다.

 

 영균은 돌아오는 길에 그 애가 얼마나 날쌔고 빠른지, 아마도 합기도나 무술 유단자일거라는 말을 계속 했다. 지도 미안하니 계속 그런 얘길 하는 거겠지만... 어쨌든 도망친 거든 뭐든 무사히 빠져나왔기를... 제문은 미안함을 느꼈다. 동시에 왜 그 애가 낯이 익었는지 이상하게 느껴졌다가 문득 얼마전 봤던 그 운동화가 생각났다.

 

 얼마 전 자신과 같은 버스를 탔던 그 애. 어떻게 된걸까. 제문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제문은 뭔가 좀 더 생각해보려다가 몸도 쑤시고 피곤도 쏟아졌다.

 

 주머니에서 아까 받은 5만원을 가방주머니에 잘 넣어뒀다. 그리고 내일 아침 엄마나 제형에게 보이지 않으려면 일찍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복을 대충 벗고는 침대위로 벌러덩 누웠다.

 두들겨 맞은 몸에서 통증이 욱신대며 올라왔지만 그 보다 쏟아지는 피곤이 더했다. 제문은 순식간에 잠에 빠져 희미하게 의식이 멀어져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돌연 방밖에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 시간에 누가? 아니면 잘못 들었나? 제문은 궁금증보다 더 무거운 피곤함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이었다. 시간은 여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제문은 일찌감치 교복을 갈아입고 혹여나 엄마나 제형이 깰까 조심스럽게 가방을 챙겼다. 엄마는 10시쯤에 출근을 하고 제형역시 8시쯤 등교를 하기 때문에 원래도 모두 잠든 시간에 나가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들키면 안됐다.

 

 제문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현관으로 가려는데 제형의 방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제문은 의아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그리로 향했다. 그런데 방문 사이로 보인 침대위에선 널부러져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제형이 보이지 않았다.

  제문은 놀라 문을 열어 재끼며 제형의 방으로 들어갔다. 책가방도 그대로 있었다. 학교를 간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딜간걸까? 제문은 놀라 주변을 살폈다. 화장실에 갔나싶어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엄마 옆에서 자는걸까 싶어 안방문도 조심히 열었다. 방에는 엄마 혼자 곤히 잠들어있었다. 제문은 그곳에도 제형이 없자 놀라 현관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제형이 매일 신는 신이 없었다. 나간 것이었다.

 

 제문은 겉옷을 챙겼다. 이 시간에 어딜 갔을까. 제문은 조급한 마음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제문은 덜컥 놀라고 말았다.

  바로 저기, 얼마 전 자살사건이 있었던 그 자리에 제형이 있었다. 제형은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닥에는 희미하게 남은 핏자국이 아직 있었다.

 

 어스름한 새벽의 푸른빛 속, 가만히 그 자국을 들여다보고 있는 제형의 뒷모습을 보자 제문은 기이함을 느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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