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뭐, 뭐야!!”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멀어서 자세히는 안 보일 테지만, 탄환이 지나간 유리는 주위가 금이 가 있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와장창 하고 깨질 것 같았다.
쾅!
검은 정장을 입은 남색의 머리카락의 남자가 창문에 세게 부딪혔고, 그 소리는 컨테이너를 울리게 만들었다.
창문을 깨고 나타난 그는 마치 영화처럼 머리를 감싸고, 유리 파편들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닿는 순간 몸을 굴린 민환은 상처 없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는 유리 파편과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났다.
대충 머리와 자켓에 묻은 것들을 털어내며, 그는 낙법을 배우길 잘 했다는 생각이 간만에 들었다.
이런 식의 돌격은 오랜만이었다.
민환은 앞머리를 들춰내며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컨테이너 안의 사람들을 훑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뭐야, 넌?!”
한 남자가 민환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모두 민환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쉬이 그에게 달려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민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아우라 덕분이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민환이 말했다.
굉장히 짜증나는 표정을 하고서 그는 양복 자켓을 뒤로 벗어 던졌다.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바지, 그리고 멜빵과 함께 2개의 숄더 홀스터가 드러났다.
“어디 새끼야?!!”
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비쩍 마른 남자가 일어나 민환을 향해 삿대질했다.
무서운 눈매와 달리 당황한 낯빛은 숨길 수 없었다.
“후··. 그건 알 필요 없고, 너희는 잘못 건드렸어.”
민환이 리볼버를 들고 다휘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겨누었다.
탕!!
총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그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저 자식이··!” 쓰러진 남자의 옆에 서있던 남자가 칼을 꼭 쥐고 민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민환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달려오는 남자가 칼을 휘두르자,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리볼버를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그의 뒷목을 내리쳤다.
“크윽··!”
민환에게 혈을 정확히 맞은 그가 신음을 내며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남자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들은 당황해하며 황급히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총을 가진 사람은 비쩍 마른 남자와 덩치가 큰 그의 오른팔, 두 사람이었다.
민환이 깬 창문에서 선우는 조준경으로 다휘에게 가까이 있는 남자들 중 하나를 노렸다.
신중하게 노리던 그가 방아쇠를 당겼고, 돌연 선우에게 노려진 남자는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끄아악··!!”
그의 갑작스런 외침에 다른 이들은 당황했다.
민환은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지도 않았는데, 혼자가 아니란 뜻이었다.
“뭐야!! 저 새끼!”
“×발, 그냥 죽여!”
“여자한테 상처 나면 안 돼!”
두 사람이 모두를 당황시킴으로 시선을 끌어왔지만, 역시 수적으로 열세한 상황이었다.
“이런 ×자식이··!”
다른 남자가 빈손으로 주먹을 쥐고 민환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또 다른 이가 칼을 들고 민환에게 함께 달려갔다.
“커억··!”
민환이 고통에 젖은 신음을 흘렸다.
주먹을 쥔 놈이 민환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의 주먹을 맞으며 뒤로 물러난 민환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는 각오 덕분이었다.
민환은 자신을 때린 놈을 향해 다리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동작이 너무 커서 빈틈이 많아 그는 민환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민환은 작게 조소를 흘렸다.
이런 간단한 함정에 빠질 정도로 멍청한 놈들이군. 이내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을 피한 남자의 허벅지에 직접 리볼버의 총구를 댈 수 있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으, 으아악!!”
“이런!”
동시에 칼을 쥔 남자가 민환의 가슴 쪽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민환은 가까스로 칼끝을 피해내며 그대로 발을 들어 칼을 쳐냈다.
“아!” 칼을 놓친 남자가 외쳤다.
탕! 탕!!
민환은 당황한 그의 표정을 보며 희열에 찬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그의 팔과 무릎에 한 발씩 탄환을 박아 넣었다.
“도담 형님!” 이어 민환이 컨테이너의 문을 향해 짧게 외쳤다.
끼익··
소름끼치는 문소리와 함께 컨테이너의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며, 동작 정지 상태였다.
은국과 도담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중절모의 챙을 매만지는 도담은 리볼버를 누군가에게 겨누고 있었다.
은국은 왼손에는 단도를 오른손에는 리볼버를 들고 있었다.
“하아···.” 도담의 한숨이 길게 퍼졌다.
은국은 씨익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발·· 대체 뭐야, 이 새끼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도담과 은국이 몸을 움직였다.
.
.
“후··. 현다휘는?” 도담이 은국을 바라봤다.
은국은 자신의 자켓을 벗어 다휘의 몸을 가리며, 찬찬히 몸을 살폈다.
피가 묻어있긴 했지만 그녀의 피가 아닌 듯 했고, 입고 있는 잠옷이 거의 다 찢어진 것 빼고는 상처도 없어보였다.
정신을 잃은 지 꽤 되었는지 숨소리도 안정적이었다.
그 난리에서 깨지 않은 것이 신기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고 판단이 섰다.
“··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은국이 말했다.
은국은 천천히 다휘의 무릎 뒤로 손을 넣고 그녀를 들어올렸다.
커다란 은국의 정장 자켓이 다휘의 몸을 가려주었다.
“·· 헬기에 담요 있을 거다. 먼저 헬기로 가 있어.”
도담이 은국을 향해 말했다. 은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지나쳤다.
도담과 선우, 민환은 상처 입어서 쓰러진 남자들 중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놈들을 무릎 꿇게 해서 앉혀 놨다.
다휘를 안은 은국이 컨테이너에서 나갔고, 선우는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며, 도담을 바라봤다.
“시간이 9시가 다 되갑니다. 이 자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민환은 다쳐서 헬기로 복귀하고, 너와 내가 이 자들의 승합차를 운전해서 모두 데리고 본부로 복귀한다. 지금 헬기로 추가 인력이 오고 있으니, 그 때까지만 대기해.”
도담이 남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혹시 몰라 모두 포박했고, 의식이 있는 지 계속 확인했다.
“형님. 차로 2시간 반 정도면 본부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민환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많은 인원을 한 번에 헬기로 옮길 수 없어서 택한 방법이었다.
이들의 차를 운전해서 자신들의 본부로 가는 것.
민환은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선우와 도담이 운전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또 이들을 버리고 갈 수 없는 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들과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볍게 캐물어봤지만, 나오는 대답은 없었다.
꼴에 충성심은 봐줄만 한가, 하고 도담은 생각했다.
또한 다휘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데리고 뭘 하려 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우리도 몰라. 보스가 시킨 거라고. 손을 봐주려던 것도 허락 받았단 말이다.’
였다.
물론, 그 말을 듣고 열 받은 도담과 은국이 주먹의 맛을 보여줬지만.
민환은 핸드폰으로 온 문자를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담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 도담 형님. 지원이 도착했답니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그의 말에 도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보스. 5분이면 도착합니다. 컨테이너 앞으로 주차할까요?”
“응.”
유 환은 지겨운 차량 속 여행의 끝이 보였다.
그는 가볍게 기지개를 피며 창 밖에서 몇 분 째 지속되고 있는 숲을 바라봤다.
이어 그의 눈에 들어온 장면.
눈매가 사나운 한 남자가 밝은 금발의 여자를 품에 안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유 환은 무심코 차창을 쾅 치며 두 눈을 부릅떴다.
운전기사는 그의 행동에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십니까? 차를 멈출까요?”
그의 말에 환은 잠시 고민에 들었다.
이런 산 속에 금발의 여자가 있을 경우는 단 한 가지였다.
현 다휘.
그러나 그녀를 품에 안은 남자는 확실히는 보지 못했지만, For Luciano의 일원은 아니었다.
환은 당장 멈추라며 지시했고, 차는 숲의 길에서 급정지했다.
환은 차에서 내려, 자신이 왔던 길과 반대로 돌아갔다. 다휘가 지나간 방향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환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완벽했던 계획에 오점이 생겨 굉장히 분한 표정이었다.
어두운 밤이 내려앉은 숲인데다 산을 오르는 찻길이 여러 개라서, 정확히 본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운전기사도 보지 못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환은 확신을 가지고 다휘의 자취를 좇았다.
점점 다급해져 어느새 그는 두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뛰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운동 이외에 뛴 적은 없었는데, 무언가가 그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시야에 다휘의 길고 밝은 금발과 은국의 뒤통수와 넓은 어깨가 보이기 시작했다.
환은 숨이 찰 정도로 뛰었지만, 두 다리를 멈출 수는 없었다.
“하아··!”
탁!
그는 손을 뻗어 은국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한편, 은국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는 소리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가 강한 힘으로 돌려졌다.
그의 시선에는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풀빛 머리카락의 남자가 들어왔다.
누군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적대 마피아 조직, For Luciano의 보스인 유 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