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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색순찰자
작가 : 이현주s
작품등록일 : 2018.5.7

숲에 스산한 어둠이 내려앉거든, 작은 소리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순찰자의 화살이 그대의 심장을 찾는 소리일지 모르니.

 
18화
작성일 : 18-11-07 10:33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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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뒷머리에 뒷짐을 지고 풀밭에 풀썩 누운 로저가 말했다.

  “나도 예전엔 그런 게 있었는데. 지켜주고 싶은 사람.”

  “여자?”

  “아니 뭐, 여자는 아니고…….”

  별 생각 없이 물은 건데 로저는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있어. 그런 게. 애들은 알 거 없다.”

  “참나. 누가 누구보고 애래.”

  코웃음을 친 그녀는 아리엘은 무심코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

  대답은 뜻밖이었다.

  “죽였어.”

  “……어?”

  순간 죽었어, 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놀라 그를 돌아보았지만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죽였다고?

  “너도 각오하고 있겠지만, 이 일은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아. 지키는 것보단 죽이는 걸, 명예로운 것보단 더러운 일을 훨씬 많이 해. 죽이는 만큼 죽음도 어느 직업보다 가깝고. 그게 자신이건, 동료건.”

  “…….”

  “지금보다 더 많은 과거가 네 목을 조를 거야. 너에게 죽임당한 이들, 네가 한 더러운 일들, 너를 위해, 아니면 너 때문에 죽음 동료들. 그 과거에 점점 숨이 막히고, 점점 벼랑으로 밀려날 거야. 넌 그 과거에 밀려서 추락하거나…….”

  “……추락하거나?”

  로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문’을 열고 나가는 거야. 괴물이 되는 거지.”

  “괴물…….”

  “괴물이지. 사람 죽이는 걸 벌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생각하는, 아니 어쩌면 죽은 벌레를 동정할지언정 죽은 사람을 동정하진 않는 괴물. 이 직업은 결국 그런 괴물이 되는 거야.”

  “하이고, 아주 지랄하고 있소. 야, 야. 솔직히 그 정돈 아니다. 그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복잡해진 아리엘 표정 뒤로 앤더슨이 부스스 일어났다. 그의 말에 로저가 인상을 구겼다.

  “얌마, 넌 얘 군인 되는 거 제일 싫어하는 놈이 왜 이제 와서 딴 소리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하암. 기지개를 쭉 편 앤더슨이 말했다.

  “내가 싫어하는 거랑 애가 하고 싶은 거랑 상충하면, 당연히 애가 하고 싶은 쪽이 맞지. 애가 무슨 어른 소유도 아닌데, 제 하고 싶은 대로 할라 하면 망가지지 않겠어? 불변의 법칙이라고.”

  “……너 그거 경험담이지?”

  앤더슨은 히쭉 웃었다.

  “울 아빠한테 내가 워낙 한이 맺혀서, 우리 애는 안 그랬음 좋겠네.”

  워낙 농담 같이 말하니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평소처럼 그냥 실없는 소리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었건, 그녀는 그의 말을 절대 잊지 못했다.

  “체. 우리 애는 무슨. 누가 보면 네 자식인 줄 알겠네.”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지.”

  앤더슨이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히 말하니, 로저도 할 말을 잃었다. 괜히 엄한 소릴 할 뿐.

  “야, 난 그렇다 쳐도 너까지 깨 있음 어떡하냐? 내일도 웬종일 걸어야 하는데. 잠이나 자.”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앤더슨은 눈을 비벼 눈곱을 빼며 말했다.

  “아무래도 다들 자긴 글른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동시에 반문하던 두 사람이 이내 입을 다물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밀한 인기척에. 사박사박하는 불청객의 소리는 점점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리엘은 활과 화살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누굴까?”

  “글쎄.”

  “쏘고 나서 물어봐. 누구냐! 고.”

  로저는 창을 조립하며 건성으로 답했고, 앤더슨은 낮게 킥킥대며 지껄였다. 그러나 그는 곧 웃음을 뚝 그치며 말했다.

  “잠깐, 이거 우리가 아는 사람 같은데?”

  “……?”

  화살을 시위에 재려던 아리엘이 동작을 멈칫했다. 그사이 불청객의 그림자가 지척에 다가왔고, 로저가 재빨리 창을 들이댔다.

  “꺄악!”

  침입자는 뾰족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 위로 로저의 창이 휙 허공을 갈랐다. 활에 화살을 잰 아리엘이 침입자를 겨눴다.

  “뭐야?”

  “누구냐!”

  아직 보석안 없는 밤에 적응치 못한 로저는 눈을 꿈뻑였다. 아리엘은 최대한 위협적으로 말하려 했지만 잔뜩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앤더슨만이 침착하게 침입자의 이름을 불렀다.

  “설마 이 시간, 이 장소에 산책 중이었다 말할 셈은 아니겠지, 아이린 아신?”

  “……아이린?”

  로저와 아리엘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불청객을 보았다.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앉아 있던 소녀는 서서히 팔을 내렸다. 어둠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둘은 서로를 돌아보며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맙소사, 진짜 아이린이잖아?’

  이 남자 못잖게 건장한 체구의 소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그러나 동시에 뻔뻔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산책 중이었어요. 밤산책.”

  “아, 그러셔?”

  손을 내밀어 아이린을 일으킨 앤더슨은 그녀의 볼살을 죽 잡아당겼다.

  “이 지지배야. 되도 않는 소리 말도 똑바로 말해. 여긴 어떻게 따라왔어? 아, 맞다. 얘 금수저지. 왜 왔어?”

  스스로 첫 번째 의문의 답을 도출해낸 앤더슨은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아, 아’ 신음을 흘리던 아이린은 눈물을 글성이며 앤더슨을 보았다.

  “학교에서 들었어요. 오빠가 떠난다길래…….”

  “……오빠?”

  로저는 우웩, 으로 설명되는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아무리 반칙에 가까운 동안이라도, 마흔을 앞둔 ‘아저씨’에게 ‘오빠’라니!

  물론 이 생각은 철저히 내로남불에 입각한 것이었다. 정작 로저 자신은 열 배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소녀에게 오빠 소릴 듣고 있지 않은가.

  “이거 참.”

  로저가 그러거나 말거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던 앤더슨은, 문득 이 상황이 고약하다 생각했다. 눈앞의 부모님 욕 잘하는 소녀를 돌려 보는 게 최선이지만…….

  ‘주변에 군인들이 쫙 깔려 있잖아.’

  아마 잡히면 우리가 잡혔을 경우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되겠지. 애초에 돌려가란다고 돌아갈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데리고 다니자니 아리엘이 문제다. 동갑의 두 소녀는 많은 면에서 서로 비슷했고, 불행히도 그렇기에 서로 부모님 안부를 묻는, 실로 아름다운 관계가 됐다.

  “끙, 하필 이럴 때 따라와 가지곤.”

  “아무래도 본질적인 원인 제공자는 너 같은데.”

  “예? 저요?”

  “에휴, 됐다. 어쩜 여자 맘을 그리도 모르냐. 이제 내일모레면 마흔인 놈이.”

  “닥치세요, 늙다리 형님.”

  ……어쨌든 현재 아이린은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애물단지임이 분명했다. 그렇다 해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라. 앤더슨은 울며 겨자 먹기로 두 소녀에게 신신당부했다.

  “제발, 제에에에에발 이번에는 싸우지 마라, 응?”

  “네, 오빠!”

  “……치.”

  아이린은 앤더슨에게 내쳐지지 않았단 게 기쁜 모양이었고, 아리엘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자 아이린이 아리엘을 노려보았고, 아리엘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당부한 지 불과 5초도 안 돼 벌어진 광경에 앤더슨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이고, 아이고 두야. 아이고 두야…….’

  이 모든 걸 제 삼자로서 지켜보던 로저가 낄낄대며 팔꿈치로 앤더슨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더니……. 이런 게 크는 거냐? 퍽이나 잘 컸다, 야.”

  “……옘병.”

  몰려오는 두통에 끙끙대던 앤더슨이 간신히 그 말을 토해냈다. 그 욕설이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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