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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경선종
작가 : 천성민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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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도래한 마교의 중원 침공!
그 첫 번째 목표 중원 도문의 조종. 무당파!
그런데…… 피해가 달랑 제자 하나?
무당파의 잊혀진 제자 진운. 마교에 납치당하다!?
정마를 넘나드는 진운의 기상천외한 행보! 그의 웃지 못할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제 9 화
작성일 : 16-07-08 09:43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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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四章 바깥세상은 참 아름답군

 

 

 

 몸을 일으킨 진운이 서고로 향했다.

 망설임 없이 목갑으로 다가간 진운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비급들을 모조리 꺼내 들었다.

 “내가 익히려고 이러는 게 아냐. 혹시나 이것들도 삭아서 없어질까 봐 그러는 거야. 암, 없어지면 큰일이지. 그럼!”

 진운은 끊임없이 자기합리화하며 비급의 내용을 빠르게 머릿속에 주입시켰다.

 파사삭!

 마지막 비급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자, 낮은 소리와 함께 모든 비급들이 동시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봐!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내가 약간만 늦었다면 소림은 영영 무음백보신권을 잃을 뻔한 거라니까.”

 진운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에 남은 서책의 가루를 허공을 털어 버렸다.

 

 ***

 

 언제부턴가 진운의 머릿속은 무공에 대한 것으로 가득 들어찼다. 일체의 잡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태극무애심법으로 중단전을 얻은 이후의 변화였다.

 진운의 시간의 흐름을 잊고 태극무애심법에 매진했다. 그러면서도 마공의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동안 진운이 익힌 마공의 종류는 심법을 포함해 모두 스무 가지.

 그 중에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과 성취가 더할수록 마성이 짙어지는 것들을 빼자 모두 다섯 가지의 무공이 남았다.

 권장지각, 그리고 보법.

 모두 마공이었음에도 희한하게 태극무애심법과 잘 어울렸다.

 애초에 진운의 하단전을 차지하고 있는 내공의 근원이 마공이기 때문이었다.

 본래 익혔던 무공을 자극하지 않고 따로 중단전을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채우는 것.

 그것이 바로 태극무애심법의 공능이었다.

 상반된 기운의 완전한 조화.

 진운의 하단전의 그릇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단전의 그릇도 커져만 갔다.

 

 콰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연무장의 벽에 깊은 구멍이 뚫렸다. 진운이 씨익 웃었다.

 “호오? 이렇게 운용할 수도 있었네?”

 혈옥파천지에 무음백보신권의 묘리(妙理)를 섞어 본 것이다.

 본래 혈옥파천지는 손끝에 모인 내공을 발출할 때 찢어질 듯 날카로운 파공성을 동반했다.

 거기에 무음백보신권의 묘리를 섞자 파공성은 사라지고 음유(陰柔)하고 쾌속(快速)해졌다.

 그 위력 또한 한점에 집중시킬 수도, 넓게 퍼뜨릴 수도 있었다.

 무음백보신권의 묘리를 섞음으로 혈옥파천지가 더욱 완벽해진 것이다.

 진운이 익히고 있는 다른 무공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운의 머릿속에 있는 오대문파와 삼대무가의 실전무공(失傳武功)들과 뒤섞여 더욱 위력적으로 변모하고, 심지어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무공이 생겨나기도 했다.

 조금은 양심에 거리낌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알고 있는 무공 구결들이 진운도 모르게 무공에 섞여 들어가는 것을.

 일부러 하지 않으려 의식하면 할수록 무공의 뒤섞임은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애초에 비급을 잃어 버린 놈들이 문제라고.”

 애써 합리화하는 진운이었다.

 

 ***

 

 진운은 물을 마시기 위해 식량창고로 향했다.

 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래전에 채워 두었던 식량들이 이미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력이 일정수위 이상에 오른 진운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물만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물가에 다가간 진운은 문득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허리까지 자라난 머리칼은 반백이 되어 있었고,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주름이 가득했다.

 “벌써 이렇게나 늙은 건가?”

 진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을 잊고 수련에 열중하는 사이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한 시절 청춘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할 정도다.

 왠지 모르게 억울했다.

 지금까지의 인생 대부분을 무공 수련을 위해 보낸 것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이렇게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가기는 싫었다.

 “……반로환동(返老還童).”

 진운의 머릿속에 문득 그것이 떠올랐다.

 상단전을 열고 천지의 기를 받아들이면 노쇠한 몸이 다시 젊어진다는 지고의 경지.

 그것에 이른다면 평생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며, 허무하게 지나 보낸 청춘의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반로환동! 까짓 거 한번 해 보는 거야!”

 그날, 진운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

 

 우우웅!

 낮은 진동과 함께 진운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허연 김이 피어오르며 진운의 주위를 휘감았다.

 진운의 몸이 완전히 가려질 정도로 피어오른 연기는 순식간에 진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공에 떠오른 몸이 바닥으로 내려앉자 진운은 감았던 눈을 떴다.

 “젠장!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항상 한 걸음이 모자란다니까!”

 눈을 뜨자마자 진운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반로환동을 목표로 삼은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진운은 상단전을 열기 위해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단전의 내공도 크게 늘었고 그와 함께 중단전의 기운도 이제는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한 걸음,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상단전을 열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이 너무도 힘들었다.

 그러는 동안 진운은 착실히 세월의 흐름대로 나이를 먹어 가고 있었다.

 이마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고 머리칼은 모두 하얗게 세어 버렸다.

 손도 비쩍 말라 주름이 가득했다. 아무리 무공을 극도로 익혔다고 해도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노화(老化)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진운은 무어가 그리 불만인지 계속해서 불평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에구, 내가 이 나일 먹고 뭔 영화를 누리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건지……. 그놈의 마누라쟁이가 쫓아내지만 않았더라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아니, 애초에 무당에서 날 내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그래, 내가 나가면 날 그렇게 버리고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보자고! 젠장!”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진다던 옛말을 진운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혼자서 지낸 기간이 너무도 길었던 탓일까.

 진운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잊고 있던 오랜 기억들이 샘솟듯 치솟았다.

 “그러고 보니 진강, 그놈은 도대체 뭣 때문에 날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던 거지? 망할 놈. 사형이고 뭐고 돌아가면 제일 먼저 밟아주마.”

 진강의 얼굴이 떠오르자 진운은 저도 모르게 뿌득 이를 갈았다. 진강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것이 마치 어제 일어났던 일인 양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날 이후 무언가 달라졌다.

 상단전을 위해 운기조식에 들어가면 항상 진운의 머릿속에 진강이 떠올랐다. 제대로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놈아! 제발 좀 사라지라고!”

 진운은 버럭 소리를 치며 눈을 떴다.

 운기를 시작한 지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진운은 까득 이를 물고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진강의 얼굴을 지우려 애쓰며 마음속으로 태극무애심법의 구결을 읊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강의 얼굴은 더욱 뚜렷해지기만 했다.

 “에라이! 나 안 해! 안한다고!”

 빽 소리를 지른 진운이 그대로 연무장에 벌렁 드러누웠다. 아무리 해도 진강의 형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넌 아무리 해도 안 돼.’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을 비웃고 있는 진강의 얼굴…….

 “아니지! 내가 누구 좋으라고 반로환동을 포기해? 반드시 성공해서 날 무시한 네놈을 박살 내 주지.”

 허공에 떠오른 진강의 얼굴에 슬쩍 주먹을 날린 진운이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다.

 진운은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진강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디 계속 비웃어 봐라. 내가 어디 반응하나.”

 진운은 굳게 결심했다.

 진강의 얼굴이 사방을 맴돌며 진운을 비웃었다.

 하지만 진운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지울 수 없다면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진운은 머릿속을 떠도는 진강의 얼굴을 무시하며, 천천히 태극무애심법의 구결을 읊으며 운기하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하단전의 내공과 함께 중단전의 기운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머릿속의 진강의 얼굴도 더욱 뚜렷해졌다.

 우우웅!

 혈맥을 흐르던 하단전과 중단전의 기운이 심장 언저리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낮은 진동과 함께 진운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나로 합쳐진 기운이 일주천을 마쳤다. 어느새 진운의 몸은 연무장의 천장에 가까울 정도로 떠올랐다.

 순간 진운의 몸에서 흰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진운의 전신을 감싼 흰 연기는 어느새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한 걸음……. 앞으로 한 걸음만 더……!’

 진운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끊임없이 태극무애심법의 구결을 읊었다.

 그때였다.

 태극무애심법의 구결에 이질적인 몇 글자가 섞여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치 처음부터 구결의 일부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했다.

 ‘뭐지?’

 해답을 생각할 틈도 없이 진운의 혈맥을 떠돌던 기운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트드득!

 노화된 몸이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 밖으로 신음을 토해 낼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진운은 안간힘을 다해 참아 냈다. 그런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한가득 맺혀 있었다.

 몇 글자가 섞여 변해 버린 태극무애심법에 진운이 익숙해질 무렵, 진운의 몸에서 자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화산의 자하신검.

 그 구결의 일부가 태극무애심법에 섞여 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진운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끊임없이 변화된 구결대로 내공을 주천시킬 뿐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통증이 잦아들 무렵이었다.

 머릿속을 맴돌던 진강의 형상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뚜렷하게 느껴졌다.

 진운의 앞에 선 진강의 형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아무리 해도 넌 안 돼. 그만 포기하시지?

 이죽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자극해 왔다. 무시하려 애쓰며 구결을 읊었지만, 진강의 음성은 그 사이를 뚫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 포기하라니까?

 포기를 종용하는 진강의 음성에 진운의 정신이 흔들렸다. 순간 잦아들던 통증이 더욱 커졌다.

 이대로 가다간 틀림없이 주화입마에 빠질 것이다. 지금 운기를 멈춘다 해도 상당한 내상을 입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

 빠드드득!

 으스러지도록 이를 악문 진운이 하나로 합쳐진 내공을 중단전의 그릇에 전력으로 끌어들였다.

 중단전의 그릇이 크게 팽창하며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진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내공을 끌어들였다.

 ‘당장 사라져!’

 진운은 자신을 비웃고 있는 진강의 형상에게 소리치며, 중단전에 모인 내공을 일시에 상단전으로 밀어 올렸다.

 트득! 트드득!

 힘줄이 불거지고 근육이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 냈다. 온몸이 찢어질 듯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진운은 의식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전력을 다해 상단전을 향해 내공을 쏟아부었다.

 조금씩 진강의 형상이 흐릿해져 갔다.

 진운은 막혀 있는 상단전으로의 통로를 내공으로 두드리며 소리쳤다.

 ‘꺼져 버려!’

 꽈―광!

 동시에 진운의 몸속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주위 가득한 자색 연기가 순식간에 진운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진운은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똑! 똑!

 “으…….”

 진운은 자신의 볼을 때리는 차가운 물방울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큭!”

 몸을 일으키자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핑 돌았다. 갑작스런 어지럼증에 진운이 비틀거리며 머리를 매만졌다.

 “어떻게 된 거지?”

 희미하게 기억이 났다.

 상단전을 열기 위해 태극무애심법을 운용하던 중, 심화에 빠져 정신을 잃었다.

 몸의 상태로 보아 주화입마에 빠진 것 같진 않지만, 많이 지친 것 같았다.

 “휴우……. 다행이네.”

 진운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진운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주위에 흰 머리칼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타, 탈모(脫毛)?”

 진운은 저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반로환동을 하기 위해 그렇게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결국은 노화를 막지 못해 탈모에까지 이른 것이다.

 내상을 입진 않았지만 주화입마의 부작용으로 그리된 것 같았다.

 머리가 빠진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진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진운의 손이 저도 모르게 머리로 향했다.

 그런데.

 “어라?”

 있었다.

 머리칼이, 이전보다 훨씬 무성한 머리칼이 손끝에 느껴졌다.

 진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내려 얼굴을 만졌다. 주름 하나 느껴지지 않는 팽팽한 피부가 만져졌다.

 “얼라리?”

 진운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비쩍 마르고 자글자글했던 주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매끈한 섬섬옥수(纖纖玉手)였다.

 “설마?”

 진운은 후다닥 식량창고로 향했다. 곧장 고여 있는 물가로 향한 진운이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물가에 비친 얼굴.

 그것은 진운 자신이 막 신교에 끌려오던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꿈인가 싶어 진운은 양 볼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꿈이 아니다.

 “됐다!”

 진운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로환동.

 드디어 목표로 하던 것을 얻은 것이다.

 

 ***

 

 쩌적! 콰쾅!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바위로 만들어진 마종비고의 문이 산산조각 났다.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돌덩이 사이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운이었다.

 흑도로 마종비고의 문을 일합에 베어 버린 진운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흑도가 뿜어내는 살기에 도병을 움켜쥐고 있는 손이 저릿했다.

 하지만 진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리하게 베인 돌무더기 사이를 뚫고 마종비고의 밖으로 걸어 나왔다.

 때마침 해가 지려던 무렵이라, 붉은 노을이 진운의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노을이던가!

 진운은 눈이 아파오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산 너머로 몸을 숨기는 태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통증 때문이 아니라 감격에 겨워서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태양을 바라보던 진운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항상 마종비고를 지키던 교도들은 보이지도 않고, 입구 주위에는 잡초들이 가득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것 같았다.

 흑도를 갈무리한 진운이 다시 눈을 돌렸다.

 어느새 태양은 산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춘 후였다. 물끄러미 붉은 노을을 바라보던 진운은 그 자리에 선 채로 스륵 눈을 감았다.

 휘잉!

 시원한 가을바람이 길게 자라난 잡초들 사이를 뚫고 진운을 휘감았다. 살짝 숨을 들이쉬자, 맥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진운의 온몸에 전해졌다.

 한동안 생명의 기운을 만끽하던 진운은 천천히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갇혀 살아서 그런가? 어째 적응이 잘 되질 않네? 그나저나…… 바깥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군.”

 나직이 중얼거리며, 진운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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