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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색순찰자
작가 : 이현주s
작품등록일 : 2018.5.7

숲에 스산한 어둠이 내려앉거든, 작은 소리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순찰자의 화살이 그대의 심장을 찾는 소리일지 모르니.

 
17화
작성일 : 18-11-04 10:38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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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한 쌍의 은밀한 눈이 이동하는 십자회 추격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자코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근처에 있는 동료에게 알렸다.

  “플랜 B입니다.”

  “플랜, 흠, 흠. B라.”

  쿠인은 의외인지 오른손으로 턱을 짚었다.

  특공조를 조직할 때, 공격받은 적의 반응을 두 가지로 예측하였다. 플랜 A는 ‘급속으로 이동, 헨리를 잡는다.’, 플랜 B는 ‘속도를 늦추어 체력을 보존하고 아군 본대와의 교전을 준비한다.’ A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는데.

  “흠. 자넨 헨리 경을 찾아, 흠흠, 라. 마수에게 당하기 전에.”

  청색 산맥에 다친 이를 그냥 내버려둘 만큼 마음씨 좋은 마수는 없다. 피냄새를 풀풀 풍기는 ‘사람’이야말로 그들에겐 적당한 먹이일 터. 물론 당장 헨리를 먹이라고 생각하고 덤비면 그날이 마수의 제삿날이 되겠지만, 나중엔 모른다.

  “찾았건, 흠, 못 찾았건, 내일 아침까진 복귀, 하도록.”

  “알겠습니다.”

  척 경례를 붙인 순찰자가 빠르게 숲을 가로질렀다. 그새 곁에 다가온, 건들건들하게 생긴 이십대 후반의 남자가 다가왔다. 쿠인과 같이 순찰자 특유의 두건이 달린 녹색 망토는 입지 않고, 단검을 꽂는 칼집이 여러 개 달린 전투 조끼를 꼈으며, 허리춤에는 정글도를 차고 있었다.

  “더 이상 공격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경계가 삼엄해서…….”

  “흠흠,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흠, 한다.”

  “배신자 때문입니까?”

  단도직입적인 말에 쿠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배신자는 있다. 허나 숫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그가 파악한 정도일 수도 있고, 그가 생각한 이상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자일 경우, 적과 합공하면 위험해진다. 그러니 최선은 적의 숫자를 최대한 줄이는 것. 그러기 위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둘과 자신이 직접 나섰다. 저들이 저렇게 나오면 곤란하긴 하지만, 어쩌랴.

  군복에 상전사 계급장이 달린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적을 더 조지라니. 차라리 중대장님 틱장애 고치는 게 훨씬 쉬울 텐데.”

  “닥, 흠, 쳐.”

  “와, 두 음절 말하는데 절었어. 이거 실홥니까?”

  거친 말투였지만 쿠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악의를 담은 말은 아니니.

  “중대장이 까라면 까야지. 이따 한 번 찔러보겠슴다. 능선 지날 땐 그래도 기회 오겠지. 참, 그리고.”

  뒤돌아 적들을 쫓아가려던 남자가 다시 몸을 돌렸다.

  “순찰 1조, 계속 이대로 두실 겁니까? 조장 자릴 언제까지나 비워둘 순 없잖습니까.”

  “이대로, 흠흠, 둔다.”

  쿠인이 단호하게 일축했다.

  “흠흠, 드미트리는,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이 아냐. 믿고, 기다려주게.”

  “저희 조장님의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조장 공백이 너무 큽니다. 무슨 신병도 아니고, 상전사 하전사 되는 애들을 상전사가 이끄는 게 말이 됩니까.”

  쿠인이 피식 웃었다.

  “여보게, 칼. 자네가, 흠. 진급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흠흠.”

  칼이라 불린 남자는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쳇. 지금도 다 떠맡기는구만 조장까지 하라고? 도대체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됐네요. 하, 어디 미녀 하나 안 날아오나. 기꺼이 조장 자리로 뫼실 텐데.”

  “흠, 죽어도 병장 못 단단 말은 못하는군. 흠흠.”

  “뭐랍니까. 검술 과목만 따면 되는데.”

  그 말에 쿠인은 피식 웃었다. 그 검술 과목에 쩔쩔 매고 있어 여태껏 상전사인 게 아닌가. 단검술, 궁술, 암벽타기 등 다재다능한 칼이었지만 검술은 유독 취약했다. 틀에 박힌 정통 검술은 손에 안 맞는다나. 궤변이지만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으니 흠, 가보게. 활은 절대 쓰지 말고.”

  활을 쏘면 위치가 노출된다. 일반적인 제국군이라면 상관없지만 추적술에 능한 자들이니 따라잡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오는 게 최선이다.

  “중대장님이나 조심하십쇼. 목 따다 틱 때문에 걸리지 마시고.”

  “칼.”

  “……?”

  쿠인의 부름에 칼이 고개만 돌려 쿠인을 보았다. 쿠인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엿이나 처먹게.”

  파핫, 웃음을 터뜨린 칼이 마찬가지로 쿠인에게 가운데 손가락으로 화답하고는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홀로 남은 쿠인은 아군 본대를 위한 표식을 남겨놓고 칼이 간 반대쪽 경로를 향해 걸어갔다.

 

 

  산악 지형이 많은 키프로스 특성상 키프로스군은 산악전을 많이 수행한다. 그렇기에 작은 소리도 멀리 퍼지는 산의 특징에 따라 수화가 많이 발달하였다. 도청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대화 수단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직 키프로스 군인, 전직 순찰자, 군인 및 순찰자 지망생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사라졌습니다.’

  ‘그럴 리가. 샅샅이 뒤져. 분명 이 근처에 있다.’

  ‘벌써 두 시간째 여기만 뒤지고 있습니다. 해도 지고 있고…….’

  “젠장.”

  낮게 중얼거린 장교가 침을 퉤, 뱉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위치로 돌아갈지, 계속 추격할진 내일 결정한다.’

  ‘알겠습니다.’

  마지막 수화와 함께 병사들이 마른 땅을 찾아 야영을 준비하였다. 그 모습을 나무 위에서 지켜보던 앤더슨이 손짓했다.

  ‘지금.’

  그러자 옆 나무에 있던 로저의 눈이 빛을 발했다. 그걸 본 앤더슨과 아리엘이 즉각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탁

  내려서며 나는 인기척에 몇몇 병사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뭐야?”

  “잘못 들었나…….”

  잠시 두 사람을 보던 병사들이 갸웃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시선이 사라지자 둘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두 사람이 떠나자 로저도 나무를 내려갔다. 물론 이번에도 소리가 났지만 결과는 앞서와 같았다. 환상에 걸린 그들은 셋 중 누구도 볼 수 없었다.

  로저가 약속 지점에 도착하자 아리엘이 다가왔다.

  “눈은? 괜찮아?”

  로저는 어깨를 으쓱했다.

  “걱정 마, 짜샤. 내가 한 달 봉사로 살아도 너네보단 밤눈 밝으니까.”

  “뭐 그 좋은 밤눈보단.”

  강아지풀을 질겅거리던 앤더슨이 푸, 뱉었다.

  “환상이 더 아쉽네. 이러면 목숨 하나 깨진 셈이잖아.”

  “글쎄다……. 내 경험상 성기사들은 환상에 잘 안 걸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신성력 때문인가……. 젠장, 그런 놈들이 적어도 스물이라니. 도대체 그놈들은 어떻게 돼먹은 건지 모르겠어. 세기도 더럽게 세고, 괴상한 능력을 쓰질 않나, 이제는 환상까지 안 걸린다고? 하!”

  “애초에 마법사왕을 상대하라고 준 힘이잖아.”

  아리엘이 지적했다.

  “3개 군단을 상잔시킨 마법사왕을 상대하려면 당연히 환상은 안 통해야지. 무력은 당연한 거고.”

  “뉘예, 뉘예. 다 아는 사실, 굳이 알려주셔서 감사하네요…… 하차! 넌 왜 자꾸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냐?”

  “암튼 우리 목표는 스승님만 빠르게 구하고 빠르게 빠지는 거잖아. 환상쯤, 없어도 돼.”

  “그게 그리 쉬울까나.”

  앤더슨은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듯이 말하였다. 아리엘은 그 기색을 눈치 채지 못했고, 로저는 무시했다.

  “일단 잘 준비나 하자. 곧 어두워진다.”

  로저 말대로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색산맥의 밤은 혹독하다. 잠들어 있던 마수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이니까. 섣불리 이동하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 합의를 마친 세 사람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간단한 집을 짓고, 주변에 마수를 대비한 함정을 깔고, 불침번까지 정한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

  초번을 자처한 아리엘은 허리춤에 찬 칼을 반쯤 뽑아 보았다. 헨리가 육 년 전 준 칼이다. 오랜 세월 사용된 칼인데도 여전히 날카로운 예기가 그녀의 눈을 찔렀다.

  한참 동안 칼을 보던 그녀는, 이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너 잘못 아니다.”

  아리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자. 둘 다 깨 있음 의미가 없잖아.”

  “글쎄. 잠은 하루쯤 안 자도 상관없지만 너 생각하는 건 상관있을 거 같거든.”

  웃샤, 아리엘 옆 자리를 차지한 로저가 빙긋 웃었다.

  “헨리도 그랬잖아. 네 잘못 아니라고. 대련에서 손 다친 것도, 결투에서 손가락 잘린 것도. 다 자기 때문이라고. 너 잘못 하나도 없다고.”

  “…….”

  분명 그랬다. 이 년 만에 산사를 방문한 헨리에게 그녀는 대련을 하자고 졸랐고, 헨리는 마지못한 척 받아들였었다. 그 대련에서 헨리는 왼손을 다쳤다. 다음날 전장으로 나간 헨리는 풍문과 싸웠다. 그리고 왼손 약지와 소지를 잃었다.

  당시 헨리는 잃어버린 손가락 외에도 장도에 배가 찢어져 생명이 경각에 이르렀다. 급히 여래사로 실려 온 그는 울음을 터뜨리는 아리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이상하리만치 힘 있고 뚜렷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만약 헨리가 죽었다면 그녀는 자신을 절대로 용서치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윤교의 신성력과 키프로스의 의술이 헨리의 목숨을 건져 주었다. 그게 벌써 사 년 전 일이다.

  아리엘이 고개를 팩 돌렸다.

  “체. 그런 생각 한 거 아니거든?”

  “웃기시네. 딱 봐도 그거구만. 야, 야. 지금 헨리가 너 보면 되게 화 낼 걸?”

  “아니라니깐.”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한 그녀는, 그러면서도 더 이상 그의 말을 부정치 않았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로저가 물었다.

  “넌 왜 군인이 되려는 거냐? 아 뭐 군인이 나쁘단 소린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지켜주고 싶어.”

  아리엘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누구를?”

  “사람들…….”

  “사람들?”

  “많은 사람들을.”

  대답하는 그녀 눈에 기억들이 명멸해갔다.

  사람들. 여래사에 오고 간 많은 사람들. 아픈 사람들, 다친 사람들,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 좋은 사람들……. 그들은 몸이나 마음이, 때로 두 가지 모두 서서히 죽어갔다. 그중엔 그녀와 친해졌던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 헨리가 낄 수 있었다…….

  그날, 꼭두새벽까지 헨리의 회복을 빌다 그가 안정을 찾았단 소식을 들은 날, 소녀는 결심을 굳혔다. 군인이 되기로. 사람들을 지켜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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