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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계방 소년
작가 : 거부기야
작품등록일 : 2016.8.31

 
어디론가 사라진 그레이스2-1
작성일 : 16-09-14 22:13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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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레이스! 무슨 일이니? 문 좀 열어 봐라.”

 

 집에서는 마르네가 그레이스의 방문을 연신 두드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레이스의 방문을 두드리던 마르네는 다시 일층으로 내려가, 그녀가 움직이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있는 부타의 어깨를 흔들었다.

 

 부타는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잔뜩 놀라있는 마르네를 마냥 귀여운 고양이를 바라보듯이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그러고는 어깨를 들썩이는가 싶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한 번도 부타의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는 마르네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부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어휴, 오늘 다들 왜 이런담?”

 

 마르네는 얕게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을 껴안고 있는 부타를 간신히 때어 내고는 왜 그러는지 부타에게 물었다.

 

  하지만 부타는 꺽꺽거리며 눈곱 낀 눈 사이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부타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마르네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꿈에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부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꿈에서 자신이 봤던 것을 마르네에게 조심조심 설명해 주었다.

 

  “오, 저런!”

 

 마르네는 아까 그레이스의 방문을 연신 두들겨 대던 일도 까마득히 잊은 채, 부타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냐하면 부타의 꿈에서 자신이 마치 돌처럼 단단해 지더니 온몸이 굳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 끔찍한 이야기였지만, 생화학 무기가 터지거나, 희귀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마르네는 부타를 안심 시켰다.

 

  “아참, 아까는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이었어요?”

 

 부타는 포옹을 풀고 양검지손가락으로 두 눈을 부비며 마르네에게 물었다.

 

 마르네는 그재서야 기억을 잃었다가 갑자기 기억이 돌아온 사람처럼 펄쩍 뛰며 부타를 이끌고는 이층으로 향했다.

 

 이층에 올라가자마자 마르네는 다시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부타는 코맹맹이 소리로 마르네에게 물었다.

 

  하지만 마르네는 부타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문이 열릴 기미를 안보이자, 일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부타는 내려가는 마르네를 붙잡으려다, 끼익 거리며 열리는 문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여보! 문 열렸네요?”

 

 부타는 일층으로 가는 계단을 향해 소리치고는 살짝 열린 문을 손으로 살짝 밀어 열었다.

 

 문이 활짝 열리자마자 뿌연 먼지들이 열린 창문으로 인해 부타에게로 날아왔다.

 

  “오, 세상에”

 

 부타는 뿌연 먼지들로 인해 연신 기침을 해대다가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거미줄들이 천장에 미역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아래층에서 마르네가 열쇠 꾸러미를 짤랑짤랑 들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마르네도 들고 있던 묵직한 열쇠 꾸러미를 떨어뜨리고는 마치 오래된 창고처럼 변해있는 그레이스의 방을 보며 그 자리에 굳은 채 서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서 있다가 방 저쪽 편에서 무언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은 몹시 낡아서 금방이라도 아래로 푹 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레이스?”

 

 마르네는 뿌연 먼지 때문에 한손으로 입을 막고 말했다.

 

  하지만 그 뿌연 먼지 사이로 보이는 그레이스로 추정되는 것은 아무 미동도 없었다.

 

 부타는 그것에게로 얼른 다가가 그레이스의 이름을 나지막이 말하며 살짝 건드려 보았다.

 

 그 순간 그것은 점점 회색빛을 띄더니 이내 펑 하고는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되어버렸다.

 

 마르네는 그것을 보고는 충격이 컸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여보!”

 

 부타는 갑자기 쓰러진 마르네를 안고는 일층으로 향했다.

 

 부타는 마르네를 침대에 눕히고는 그녀의 이마에 물수건을 갖다 대 주었다.

 

 아까 그 일 때문인지 그녀가 좀 더 야위어 보였다.

 

  그는 맑은 공기를 쐬고 싶은지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어김없이 하늘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고, 사람들은 바삐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요즘 전국적으로 시계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바깥의 추운 날씨 때문인지, 부타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쇼파 위에 털썩 주저앉아서 뉴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요즘 들어 종종 이상한 일들이 발생해서 그때마다 부타는 이상하다 생각 했지만, 지금 뉴스를 보니 여태까지 그에게 닥친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보, 그레이스가 울고 있어요..”

 

 마르네는 언제 일어났는지,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부타에게로 힘없이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레이스라니?”

 

 부타는 마르네에게로 달려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꿈에서 그레이스가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었어요. 그 아이에게로 가려고 했지만,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부타는 흐느끼고 있는 마르네를 소파에 앉히고 그녀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러 부엌으로 향했다.

 

 그레이스가 어디로 갑자기 사라진 것인지 그는 짐작해 보았지만, 그레이스는 이번처럼 말도 없이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질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한숨만 내 쉬고는 차를 들고 마르네에게 갔다.

 

  뉴스에서는 여전히 전국적인 시계 도난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었다.

 

 마르네는 힘없이 풀려버린 두 눈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부타는 지금 상황에 이런 뉴스가 짜증이 났는지, 채널을 돌려버리려 했다.

 

 그런데 부타가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려버리려고 하는 순간 당장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처럼 힘없이 앉아있던 마르네가 부타에게서 리모컨을 뺐어버리더니 다른 한 손으로 뉴스 화면 어딘가를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부타는 마르네가 뭘 가리키며 그러는지 몰랐지만,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뉴스 화면에는 리포터의 모습과 주위의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고양이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보, 뭘 보고 그러는 거 에요?”

 

 마르네는 부타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떨며 계속 화면 어딘가를 응시했다.

 

 마르네의 감정이 어느새 부타에게도 전해졌는지, 어느새 부타도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 화면에서는 계속해서 난장판이 된 시계방의 모습과 한순간에 많은걸 잃은 사람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 사람들도 무엇 때문인지,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여보, 그레이스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만 진정하고 같이 그레이스를 찾아보기로 해요.”

 

 부타는 계속 같은 내용만 반복되는 뉴스를 꺼버리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르네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다음날 부타와 마르네는 옆구리가 쿡쿡 쑤셨지만, 그레이스를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서에도 실종 신고를 하고, 아이를 찾는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들을 여기저기 붙이고 다녔다.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더니, 그레이스에게도 그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되었으면 어쩌나 그들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늦은 저녁이 되고, 부타와 마르네는 아무 말 없이 식탁에 걸터앉아 있었다.

 

 바람에 현관문이 세차게 흔들렸지만 그들은 무엇에 집중을 하는지 그 소리조차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쿵-쿵-쿵-

 

 부타와 마르네는 문이 떨어질 듯 한 소리에 문으로 시선이 향했다.

 

  쿵-쿵-쿵-

 

 다시 한 번 문이 세차게 흔들렸다.

 

 마르네는 살짝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타를 쳐다봤다.

 

 부타도 살짝 겁이 났는지 천천히 겉옷을 걸치고는 문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눈발이 거셌다.

 

  철컥-

 

 부타는 잠겨있던 문고리를 천천히 열고는 살짝 문을 열었다.

 

 거센 바람 때문인지, 부타가 잡을 새도 없이 문이 활짝 열렸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거센 눈발들이 부타의 안경에 덕지덕지 붙었다.

 

 부타는 소매로 안경알을 닦아 내고 컴컴한 바깥을 내다봤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 누구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부타는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문을 닫고는 커다란 안경을 벗어서 물기를 닦아냈다.

 

 이제는 헛소리라도 들리는구나 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문을 굳게 다시 닫았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사라지고 난 이후로 음식도 잘 먹지를 못하고 잠도 잘 자지도 못하는 마르네를 보니, 그도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 나란히 의자에 앉아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는 진이 다 빠졌는지 부타의 어깨에 머리를 털썩 뉘었다.

 

 그러고는 어느새 그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엄마, 엄마!'

 

 마르네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하지만 그녀의 시야에는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푸르른 나무들이 옅은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것 만 볼 수가 있었다.

 

 그녀는 두 팔로 땅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서 뭔가 흐릿하게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흐릿해진 그녀의 시력으론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녀로부터 아홉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우뚝 서서 그녀를 주시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염색을 한 듯 은백색 털을 가진 한 마리의 암소였다.

 

 그리고 그녀는 순간 그것을 쓰다듬고 싶다는 욕구가 샘솓았다.

 

  하지만 그녀는 혹시 그것이 그녀를 공격하지 않을까 그것을 예의주시하며 몸을 한껏 움츠렸다.

 

  하지만 그 암소는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그녀에게로 가까이 걸어 가더니 그곳에 살며시 몸을 낮춰서는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 한 채 기다렸다.

 

 그녀는 그 암소와 계속 눈을 맞추며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암소의 콧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 암소는 마치 정답이 아니라는 듯 콧바람을 씩씩 내뿜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르네는 암소가 성이 난줄 알고 움찔하며 얼른 손을 뗐다.

 

 암소는 더욱더 몸을 낮추고는 그녀를 향해 큰 두 눈을 꿈뻑거려 보였다.

 

  “나보고 네 등에 타라는 거니?”

 

 마르네는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암소에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암소는 마치 정답 이라는 듯 찰랑거리는 꼬리를 흔들어 보였다.

 

 그런 암소의 모습을 보고 마르네는 암소의 등 위에 살며시 올라탔다.

 

 그리고 암소는 살짝 휘청 하는가 싶더니 그녀를 태우고 어딘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찰랑거리는 암소의 털은 고급 옷감의 질보다 부드럽고 윤기가 흘렀다.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암소가 그 자리에 우뚝 서더니 큰 소리로 여덟 번 울었다.

 

 그 소리가 그녀의 귀에는 마치 궤종시계가 여덟시를 알리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저 멀리서 뭔가 거대하고 느린것이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는 듯 몸에서 커다란 바위를 떨어트리며 천천히 일어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가 시야가 빠르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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