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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전화위복 (轉禍爲福)
작성일 : 18-11-02 15:47     조회 : 428     추천 : 0     분량 : 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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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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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한 논현동 고급 빌라는 어마어마했다. 건물 한 채당 총 3층으로 되어 있었고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거대했다. 같은 모양의 건물 여러 채가 모여 있어 흡사 중세 시대의 성을 방불케 했다.

  각각 들어가는 입구는 달랐다. 안재송이 가리킨 입구 근처에 가까워지자 이미 나와 있던 관리인이 지하 주차장의 자동문을 열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일반 경비나 관리인들과는 달랐다. 모두 젊었으며 차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무엇을 하러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자 이내 문이 닫혔다.

 1층 전체는 주차장 및 창고가 있었고 한편에 관리인들이 상주하는 사무실이 있었다.

 김수환이 주차를 한 후 차에서 나와 앞장섰으나 안재송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수환이 다시 다가가서 뒷좌석 창문을 두드리자 안재송이 그제야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습관이 이렇게 무서웠다.

 “회장님, 아직도 금선 얘들 드나들어요?”

 “그걸 내가 어찌 아나? 이 사람아.”

 “아직도 이용하면 뭐……”

 “뭐가?”

 “아니에요.”

 김수환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2층과 3층은 각각 2개의 호실로 구분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자 박선희가 이미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안재송의 두 번째 사랑이었다.

 “잘 있었나?”

 김수환과 함께여서 그런지 안재송은 무심한 척 박선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들어섰다. 단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찍 보내라고 했던 가사도우미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차 좀 내오고 기침할 때까지 들어오지 마라.”

 안재송과 김수환은 주방과 거실을 지나 복도에 붙어 있는 방 두 개를 더 지나쳤다. 복도 끝에 깊숙하게 박혀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김 과장아, 힘드나?”

 안재송은 피곤한 듯 길게 호흡하며 쓰러지듯 책상 의자에 앉았다.

 “뭐가요?”

 김수환은 씩 웃어 보였다.

 “우리 인화 말이다. 자금 융통이 안 된다는데 진짠가 해서 말이다?”

 “얼마라고 하던가요?”

 “5,600억 하고 2조 4,000억이라 하드라.”

 김수환은 두 어깨를 들썩이며 놀랍지 않다는 제스처를 해 보였다.

 “누가 그러던가요?”

 “누구긴 우리 재무 병곤이지.”

 “그래도 애쓴다. 애써. 재무이사는 충신인가요? 간신인가요?”

 “무슨 소리 하나? 충신이다. 병곤이 만큼 인화에 충성하는 놈 못 봤다.”

 “그래요. 그럼 절 왜 찾으셨어요? 충신들이 떡 버티고 있는데.”

 “세상이 어지럽다. 어지러워. 그래도 니들이 옛날부터 방향타는 잘 잡았다.”

 안재송은 속이 답답한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요. 회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인화 어렵습니다. 충신이 왜 사실대로 이실직고 안 했나 모르겠네요. 걱정 끼쳐 드리기 싫어서 그랬나?”

 “무슨 말이고? 자세히 말해봐라.”

 “인화 공중분해 됩니다. 총 돌아오는 만기 회사채하고 어음 등이 이번 달 6조 정도 될 거고 다음 달에도 비슷하지 싶네요.”

 안재송은 충격을 받은 듯 얼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몰랐던 것일까?

 “그래 은행 얘들이 우리를 안 만나준다고 하는데 옛날에는 그렇게 돈 좀 써 달라 써 달라 똥구멍 핥던 놈들이.”

 안재송은 분한 마음을 달랠 길 없었다.

 “회장님, 세상이 어지러운 게 아니라 천지개벽했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박선희가 차를 준비해서 가지고 들어왔다. 분위기를 살피다 김수환과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나갔다. 안재송이 방문이 닫힌 것을 확인했다.

 “그래 무슨 뾰족한 수가 없나? 김 과장아 자네 회사면 무슨 수가 있을 거 아니야? 거래를 몇십 년을 했는데.”

 안재송은 이제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겁이 날 만도 했다. 사람의 공포심이 배가 될 때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와 무지(無知)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였다.

 “이미 요리가 돼서 테이블에 나가기만 하면 서로 먹자고 달려들 일만 남았는데 어떻게 다시 목숨을 붙여 놓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고?”

 “이번 달에 만기 연장 안 될 겁니다. 막지 못하면 아니 못 막겠죠. 그럼, 신용평가회사 베스트 크레디트에서 인화 D학점 줄 겁니다. 다음 달 베스트 크레디트에서 신용등급 D로 낮출 거란 소립니다. 사형선고 때리는 거죠.”

 김수환은 탁자를 주먹으로 세 번 두드렸다.

 “그럼 어떻게 되나?”

 “인화 죽었다고 부도 등급 매긴다니까요. 전 세계에 낙제했다고 선언한다니까요. 누가 돈을 빌려주겠어요? 빌려준 돈도 어떻게든 빨리 회수하려고 회장님 똥구멍에서 콩나물이라도 뺄 거라고요. 이미 죽었다는데 별의별 놈들 다 달려들 겁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럼 다음 달도 만기 전 회사채가 기한이익이 상실되면서 원리금 상환해야 하는데 그 금액도 한 6조 될 겁니다. 물론 채권단 얘들이 주식으로 전환도 안 할 거고요.”

 이럴 때일수록 안재송은 침착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정치적 보복인가?”

 “글쎄요. 살아오면서 한 번쯤 파도도 좀 맞고 해야 했는데 인화는 너무 잔잔했어.”

 “내가 당선인을 좀 만나보면 어떻겠나?”

 “지금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요리 나오길 기다리는 손님을 만나겠다고요? 만나서 뭐라 할라 구요?”

 “그래도 사정 좀 하면 안 달라지겠나? 당선인 말 한마디면 되는데.”

 “구워져 나온 스테이크가 갑자기 말까지 하면서 ‘나 좀 초원을 뛰놀던 소로 다시 숨을 붙여 줘요’ 하면 먹으려는 손님 입장에서는 너무 징그럽겠다 그죠?”

 “자네 본사에 연락해 보면 안 되나?”

 “본사의 입장은 파도가 더더욱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서핑을 더 재미있게 하니까요.”

 안재송은 등골이 오싹했다.

 “자네 우리가 주고받은 거래가 얼마인가? 우리 인화 좀 살려 주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네. 자네라면 무슨 수가 있을 거 아닌가?”

 김수환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 내뱉었다.

 “정리하시죠.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잖아요.”

 그 순간 찻잔이 벽에 맞아 바닥에 조각이 널브러졌다. 던지거나 때리는 건 안재송의 주특기였다.

 “그게 다인가? 김 과장 너 이 쌍놈의 새끼.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뭘 정리해? 응? 뭘 정리하란 말이야?”

 김수환은 말없이 웃으며 담배 연기를 천장으로 내뿜었다.

 “웃어? 야 인마. 우리 인화 끄떡없어. 알아?”

 갑자기 소리를 지르던 안재송은 김수환의 옆자리로 옮겨 앉아 손을 꼭 잡았다.

 “이봐 김 과장. 나 좀 살려주게. 이렇게 간곡하게 빌겠네.”

 안재송은 연신 잡은 김수환의 손을 쓰다듬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대한민국에 있었다면 안재송을 두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회장님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던 물건 뭡니까?”

 “건설하고 반도체 일 걸세. 너무 복잡해서 다는 몰라. 자네가 재무이사 병곤이 좀 만나 주겠나?”

 “회장님, 우리 불문율 모르세요?”

 “그렇지. 그럼 내가 한번 정리해 오라고 하겠네. 다시 만나면 그때 이야기해 주겠네.”

 “아 뒷배 태운 금액도 대강은 알아 오세요. 어느 강에서 들 타고 있는지.”

 “비자금 말인가? 알았네.”

 “그럼, 그때 다시 말씀하시죠. 잊지 마세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어찌하다 이렇게 됐는지. 이번 일만 잘 넘어가면......”

 안재송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김수환은 일어서서 나가다가 안재송 쪽으로 뒤를 돌아봤다.

 “참 여행 한 번 다녀오시죠.”

 “이 사람아 농담할 기분 아닐세. 이 상황에 어딜 놀러 간단 말인가?”

 “농담 아닙니다.”

 “어디로?”

 “머리도 식히고 새롭게 사업 구상하실 수 있는 곳으로.”

 “중국?”

 “아니요. 베트남으로 가시죠. 아 출국금지 되실 겁니다. 아마도 수순이 그렇겠죠. 그전에 손님 만나서 극진히 서빙하면 기분이 좋아서 베트남으로 여행 보내 줄지도 모르겠네요.”

 “당선인?”

 “전 그럼 이만 갑니다.”

 안재송은 숫자에는 약했지만, 상황판단과 눈치는 빨랐다. 그가 인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유였다.

 “잠깐 기다려 주게. 자네에게 부탁할 게 마지막으로 있네.”

 안재송은 책상 위의 인터컴을 눌러 두 번째 사랑 박선희를 호출했다. 김수환은 책장에 책들을 살펴보는 척했다.

 노크 소리가 두 번 들리고 이내 한 사내가 들어왔다.

 “인사드려라. 앞으로 널 도와주실 분이시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뭘 도와줘요. 아드님?”

 김수환은 양손 검지 손가락을 교차하며 안재송과 박선희를 암시했다.

 “그래 네 아들이라네. 흉보지 말게. 나이 60 넘어서 얻은 귀한 핏줄이라네.”

 “흉은요. 나이가 많으시니까 걱정도 한 보따리다. 그죠? 아드님 나이가 너무 어려 눈에 밟히시는구나.”

 “그래서 말인데......”

 김수환은 책 한 권을 꺼내 들어 대강 살펴보는 척을 했다.

 “더 알아봐야겠지만 아드님에게 애정을 듬뿍 주셨다면 정리 작업을 하셨다는 뜻인데.”

 김수환은 안재송과 사내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책에만 눈길을 주었다.

 “맞네. 이 아이가 앞으로 인화를 책임질 아이였다네.”

 “그럼 같이 가세요. 베트남. 아드님 국적은 대한민국 아닐 거 아니에요?”

 “맞네. 미국이네. 미합중국인. 그럼, 애 엄마도 같이?”

 “아니요. 사모님은 여기 남아 계시는 게.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요?”

 “그래도 어떻게 애하고 엄마를 떼어 놓나?”

 “에이 뭘요. 다 컸는데요. 뭘. 안 그러니?”

 사내아이는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럼 정리되는 데로 다시 연락해 주세요. 저한테 고마워하시고요. 우리 이렇게까지 안 하는 거 아시죠. 옛날 공도 있고 해서.”

 “그래 내 이 은혜 평생 갚겠네. 안 잊겠네.”

 “회장님 말고요. 회장님 생물학적 나이 얼마 안 남으셨잖아요. 은혜는 자네가 갚아.”

 아이는 안재송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김수환은 눈길은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답해 줬으면 좋겠는데.”

 “대답해라. 갚겠다고 고맙다고. 앞으로 도움 많이 받아야 한다.”

 안재송의 말은 단호함이 묻어 있었지만, 자식을 바라보는 눈길은 애처로웠다.

 “은혜 갚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 엎드려 겨우 절 받았다. 그래 우리 통성명은 해야 하지 않겠어?”

 “난 그냥 김 과장이라 불러줘. 하는 일은 고물상 하고 있고 아 폐차도 겸업이야.”

 안재송에게 어느 정도는 유언처럼 조금씩 들어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고물과 폐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네. 제 이름은 안기석이라고 합니다.”

 김수환은 안기석에게 찡끗 윙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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