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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4화 -희소식-
작성일 : 18-11-01 11:00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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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진짜 많다. 불편할 정도로.”

 

 연화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원래부터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장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곁에 사람이 아예 없으면 외로워하는 타입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사람 수’ 는 그녀가 상당히 까다로운 얼마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그녀의 외모는 굉장히 시선을 끄는 타입이고, 현우도 어마어마한 미남은 아니지만 깔끔한 인상에 학자같은 분위기가 눈에 띄는 사람이라 둘을 살짝살짝 쳐다보는 시선도 적진 않았다.

 

 “으으, 부담스러워라.”

 

 “뭐, 그러면 저쪽 벤치에 앉아 있어도 상관없는데. 네 마음대로 해.”

 

 그녀는 살짝 고만했다. 불안감이냐 복잡함이냐? 평소라면 그냥 않았겠지만, 아직 그저께의 일로 인한 공포심이 아직 남아 있었으므로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현우는 예매한 표를 출력하고 간식거리를 사야 했기 때문에 ‘둘 다 군중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서 상영시간까지 기다린다’ 는 선택지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체념하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역시, 그냥 붙어 있을래.”

 

 “좋을 대로.”

 

 다행스럽게도 영상실 안은 이미 상영을 시작한 지 오래된 영화라 그런지 사람이 절반 정도밖에 없었다. 운 좋게도 둘의 자리는 양 옆이 비어 있기도 했고. 그제서야 연화는 마음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둘다 뭘 하든 집중력이 강한 편이고 상영 전에 나오는 예고편들도 잘 보기 때문에 묵묵히 스크린을 쳐다봤다. 범죄 영화라면 살짝 꺼렸을 지도 모르겠으나, 이 공포영화는 귀신과 초자연 현상이 주제였기 때문에 무리없이 볼 수 있었다.

 

 ***

 

 “괜찮네. CG 잘 썼는 걸. 스토리도 괜찮았어. 요즘 자꾸 그냥 징그러운 장면만 우겨넣은 저급 영화가 너무 많아서 불만이었는데. 나중에 저 감독이 뭐 하나 더 찍으면 봐야지.”

 

 “음, 그건 동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영화중에 그냥 그래픽으로 고어한 장면이나 뭐가 터져나가는 것들만 있는 것들이 많긴 하지. 비싼 각본이랑 배우를 구하는 게 정말 효과를 왕창 집어넣는 것보다 그렇게 비싼가?”

 “뭐, 우리가 영화 제작자가 아닌 이상 알 길이 없네.”

 

 “이제 뭐 할래?”

 

 “그런 건 미리 계획 해놨어야지.”

 

 “했는데. 그냥 원하면 수정할 수 있을 뿐이야.”

 

 그가 으쓱하며 살짝 얄미운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 잘났다.”

 

 “이제 알았어?”

 

 “하여간 능글맞다니까.”

 

 그녀가 졌다는 듯이 웃으며 걸어갔다. 확실히 기분이 좋아진 것이 느껴졌다. 불안감은 거의 없어졌고, 주말에 이렇게 너무나도 평화롭게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굳이 더 바랄게 없을 정도로. 연화와 현우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뚜벅뚜벅뚜벅.

 

 “...?”

 

 뚜벅뚜벅뚜벅.

 

 “......”

 

 이상한 발걸음 소리였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미묘하게 두 사람의 발소리에 살짝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악몽에 나왔던 살인자의 발걸음과 리듬이 거의 완전히 똑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물론 그냥 감일 뿐이고 그녀는 발소리 전문가가 아니었다. 더욱이 자신은 불과 이틀 전에 괴한에게 칼에 찔렸으니 과민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아, 이거 봐봐.”

 

 “어? 어어.”

 

 현우가 자신의 휴대폰을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대었다. 여전히 발소리에 정신이 팔린 연화는 살짝 읽으려고 했으나-

 

 ‘뛰자.’

 

 그리고는 현우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고는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엉겁결에 연화도 뛰기 시작했고, 뒤에서는 낮은 소리로 욕설이 들리고는 발소리가 따라붙었다. 그녀가 옳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건지 아니면 저질 체력인지, 미지의 미행범은 얼마 가지 않아 쫓아오는 것을 포기했다. 아니, 중간중간에 현우가 마구잡이로 길을 틀어 정신없게 만들어서 그런 걸지도. 연화는 경찰이니 당연하고, 현우는 그런 연화가 억지로 체력향상이라는 명목으로 끌고 나와 운동시켰으니 그들이 그냥 빠른 걸지도 몰랐다. 마침내 그들은 현우에 차에 탔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현우는 빠르게 시동을 걸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다음 장소인 조그만 조류 체험관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아 정말. 재수가 없기로서니.”

 

 현우가 투덜댔다.

 

 “...어떻게 알았어? 너도 들은 거야?”

 

 “아니? 내가 초인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듣고 알아.”

 

 “그럼 왜 뛰라고 한 거야?”

 

 “네 얼굴에 ‘지금 뭔가 잘못됐어. 불안해.’ 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그 상황에선 누가 쫓아온다는 것밖에 없잖아? 틀렸으면 그냥 우리를 미친 사람들로 볼 테고, 맞으면 쫓아오겠거니 했었지.”

 

 “...맞아. 고마워.”

 

 “뭐가? 애초에 그 사람이 누굴 쫓아오던 건지 어떻게 알아. 아니야, 아니야. 됐어. 잊어버려. 미친놈 만났다고 생각해. 데이트 하러 나왔으면 나한테 집중하세요, 아가씨.”

 

 연화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봤고 민망함에 죽을 것 같았다.

 

 “그런 말을 공공시설에서 대놓고 하네...”

 

 “안 그랬으면 계속 우울해 있었을 거잖아? 의외로 안좋은 감정은 단순한 것보다는 이렇게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섞였을 때 더 확실하게 없어지거든.”

 

 “으으...차라리 불안해 하는게 낫겠어.”

 

 “됐어. 말이 조금 그렇지만 솔직히 너 이런 말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 들으면 잠깐 짜증낼 수도 있겠지만 얼마 못 가서 그냥 잊어버리잖아? 똑같아. 아까 우리 쳐다보던 사람들도 이미 내가 한 말은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을 걸. 신경 끄고, 새나 봐. 그거 보러 온 거잖아.”

 

 조그맣긴 하지만, 한치 않게도 오직 조류만 취급하는 관람 장소라 그런지 안에 있는 새의 종류는 꽤 많은 편이었다. 대부분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대형조들이었다. 연화는 공작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어렸을 땐 공작은 다 꼬리가 엄청 화려한 줄 알았어. 수컷들만 그렇다는 걸 배우고 암컷의 수수한 사진을 봤을 때는 좀 충격이었지.”

 

 “나도 그랬었던 것 같네. 어, 저거 그거네. 칠면조.”

 

 칠면조가 종종거리며 땅을 걸어다녔다. 공작을 싫어하기라도 하는지, 공작에게 시끄럽게 울어댔다.

 

 “이상하다, 왜 난 자꾸 칠면조만 생각하면 터키가 떠오르지?”

 

 “그거야 칠면조랑 터키는 영어로 이름이 완전히 똑같으니까.”

 

 “아 맞다. 그거 쓸데없이 헷갈려서 공부할 때 진짜 짜증났었는데. 철자까지 똑같아서 처음 배울 때는 여기에 뜬금없이 왜 터키가 나오나 그랬었지.”

 

 “다 헷갈리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지. 난 진짜 우리 어머니가 날 거의 죽일 생각으로 가르치셔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수학은 그냥 포기했을 거야. 그때는 정말 우리 어머니가 수학 선생님이라는게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지. 망할 미적분.”

 

 “나 진짜로 대학교 붙고 나서 내가 썼던 책들 몽땅 태워버렸어. 고등학교 시절 중에 제일 기분 좋은 날이 그날이었을 걸.”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현아가 물려받아서 써야 한다고 못했어.”

 

 “이런. 안됐네. 그거 진짜 속 시원한데.”

 

 “대신 현아는 불태워버렸지. 갈갈이 찢은 다음에.”

 

 옛날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둘은 새들을 보면서 날이 저물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날은 정말로 즐거웠고, 한동안 기분이 좋아도 우울한 기분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던 것에 비해 그날은 연화도 잠시나마 그런 기분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둘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는 휴식을 취하고, 연화의 어머니와 그날의 이야기를 하며 그날 밤을 보냈다.

 

 그리고 불과 이틀 후, 그녀는 연쇄살인마가 마침내 잡혔다는 김성호의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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