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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색순찰자
작가 : 이현주s
작품등록일 : 2018.5.7

숲에 스산한 어둠이 내려앉거든, 작은 소리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순찰자의 화살이 그대의 심장을 찾는 소리일지 모르니.

 
14화
작성일 : 18-10-26 06:41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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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크 볼턴이 은신한 곳은 청색 산맥 초입에 자리 잡은 작은 주둔지였다. 한때 군대가 주둔했던, 그러나 이제는 폐허가 된 이곳에 그루크와 오십 명의 제국군이 숨어 있다.

  ‘함정이다.’

  빅소드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지나치게 함정 냄새가 난다고. 단편적으로 봤을 때 제국군이 이런 폐허에 머무르는 건 크게 이상하지 않다. 키프로스 순찰자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하지만 크게 보면 애기가 달라진다. 여기, 이곳은…….

  ‘퇴로가 없어.’

  진입로는 오직 하나, 길게 뻗은 숲길 뿐. 나머지는 험준하기 그지없어 군대가 이동하기엔 무리가 적지 않다. 순찰자가 딱 좋아할 만한 지형이다. 길목만 지키다 한 놈씩 잡아먹으면 그만이니. 길목이 막힌 놈들은 저 안에 갇혀 죽을 테고. 굳이 퇴로를 찾자면 산맥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지만, 마수가 득실거리는 청색산맥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아무리 애송이라도 상식이 박힌 이상 모르진 않으리라.

  함정이다.

  그래서?

  “대기하라.”

  짧게 명령한 헨리가 숲길에 들어섰다. 빅소드가 가슴에 주먹을 척 붙였다.

  “예.”

  헨리가 저 멀리 사라지고, 빅소드가 손짓하자 서른 명의 병사가 숲길 주변에 매복하였다. 그사이 빅소드는 여유롭게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제 한 시간쯤 지나면 저 숲길로 혼비백산한 제국군이 뛰쳐나오리라. 그들은 가만히 있다 나오는 족족 잡으면 그만. 늘 그래 왔듯이 손쉽게 공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삼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 한 시간 반, 두 시간……. 무언가 잘못됐단 예감이 든 빅소드가 숲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황금빛 막이 ‘텅’하고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건……!”

  빅소드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한 그는 주먹으로 막을 후려쳤다. 막이 깨지기는커녕 주먹에서 피가 철철 터져 나왔다. 새파랗게 질린 빅소드가 즉각 소리쳤다.

  “수도에 연락 띄워. 빨리!”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떠오른 건 주둔지 입구에 들어선 후였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 그 기운이 마법사의 것이 아니란 판단이 서자 그는 떠올려 보았다. 오래 전, ‘숲’을 멸망시켰던 힘을…….

  ‘아니다.’

  허나 그 또한 아니었다. 그 힘은 분명 마법과 다르나, 비슷한 면이 있었다. 바로 이계의 힘이라는 것. 이 기운은 그 힘이 아니다. 언젠가 한 번 맞닥뜨려본 적 있는, 하지만 마법은 아닌 힘.

  ‘신성력인가.’

  정답을 도출해내자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자차(刺叉 : 기다란 봉 끝에 U자 형태의 쇠를 꽂은 무기. 목을 눌러 제압하는 용도로 쓴다.), 갈고리, 장창, 그물 등 각양각색의 무기로 무장하였으며, 옷은 검은색을 입고 이마에는 십자가 문양을 새겨 놓은 서른 명. 십자회를 상징하는 검은 옷과 십자가가 아니라면 영락없는 도적패의 모습이다.

  ‘성기사가 아니다?’

 빈틈없이 포위망을 짠 그들을 훑어본 헨리가 미간을 모았다.

  십자회 성기사란 족속과는 겨뤄본 적이 있다. 검은 옷을 입고, 십자형 검과 오각형의 방패로 무장한 전사들. 이 서른 명에게는 그 성기사와 같은 이형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성기사보다는 약했다. 복색 또한 전혀 달랐고.

  “웃.”

  상념에 잠겨 있던 그는 오른편에서 날아드는 무언가에, 그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할버드를 휘둘렀다. 할버드의 궤적에 걸린 ‘무언가’는 잘리는 대신 할버드의 몸을 휘감았고, 팽팽하게 당겨졌다.

  ‘갈고리!’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챈 그는 할버드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갈고리가 끌려오나 싶더니 건장한 남자 셋이 달려들어 갈고리에 연결된 쇠사슬을 쥐었다. 끌려오려던 갈고리가 고정되었다.

  “흡!”

  헨리는 숨을 참으며 할버드를 잡은 손에, 어깨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사슬을 쥔 사내들이 서서히 헨리 쪽으로 끌려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려는 찰나였다. 이번에는 왼편에서 검은 선이 날아들었다. 헨리는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어 막았고, 검은 선은 왼팔을 그대로 휘감은 뒤 마찬가지로 팽팽히 당겨졌다.

  “큭!”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헨리가 신음을 흘렸다. 쇠사슬인 줄 알았는데, 가시가 촘촘히 박힌 가지 채찍이었다.

  ‘방심했다.’

  줄다리기 하듯 양쪽에서 채찍과 갈고리를 당기는 자들을 보며, 헨리는 쓴맛을 삼켰다. 놈들이 풍기는 기운은 절대 강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종기사 정도. 그런 수준이면 쓸 수 있는 성법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란 뜻. 아무리 숫자가 서른이라도 말이다.

  성기사라면……. 성기사라면 분명 그랬으리라.

  ‘뭐지, 이놈들은?’

  그의 양팔을 제지하는 완력. 종기사라기엔 너무 강하고, 성기사라기엔 전투 방식도 다르거니와 신성력도 약하다.

  의문을 풀어준 건 한 억센 제국 억양이었다.

  “이거, 이거……. 준비한 거에 비해 너무 싱겁게 잡혔군요. ‘성 동포회’ 선에서 끝날 줄이야.”

  서른 명의 사내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한 남자가 말했다. 전형적인 십자회 성기사 복장을 한 그의 얼굴은 어쩐지 낯익어 보였다.

  “그루크 볼턴.”

  남자, 그루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예. ……엣? 어라, 이상하네. 어떻게 아신 겁니까? 나 엄마 닮았는데.”

  만약 앤더슨이나 로저 같은 사람이 이 말을 들었다면 분명 이렇게 쏘아줬으리라. ‘지랄하네. 너 같이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모를 실눈을 도대체 누구랑 헷갈릴 수 있단 말이냐.’

  그래도 확실히 놈은 아비인 바르그 볼턴과 달라보였다. 삭막한 인상의 바르그의 얼굴은 피해간, 흉터 하나 없이 새하얀 얼굴. 갓 스물쯤 됐을 법한 그 얼굴은 어쩐지 ‘여래사의 백수 활잡이’가 생각날 만큼 곱상하였다.

  아, 이제 학교 선생도 됐으니 백수는 아닌가.

  아무튼, 그 녀석의 사례가 있으니 무력에 있어서는 방심하지 않기로 했다. 설령 놈이 풍기는 기운이 일반 성기사 수준이라도.

  그루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헨리 경, 이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다 팔 잘려요.”

  재수 없는 말이긴 했지만 사실이었다. 왼팔을 묶은 가시 채찍은 헨리가 버티면 버틸수록 깊게 파고들었다. 그렇다고 그쪽을 신경 쓰면 무기를 빼앗긴다. 진퇴양난이었다. 절망적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헨리는 왼손을 비틀어 가시 채찍을 꽉 쥐었다. 가시가 손에 박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 상태로 채찍을 확 잡아당겼다.

  “윽!”

  실로 가공할 힘에 채찍을 잡고 있던 남자가 채찍을 놓치며 넘어졌다. 헨리는 느슨해진 채찍을 풀어냈고,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할버드를 잡았다. 고통에 이를 악문 채, 당겼다. 간신히 버티던 남자들은 재빨리 쇠사슬을 놓았다.

  “휘유! 힘이 아주 장사셔. 나이도 많으신데. 뭐하냐, 얘들아.”

  그루크가 손을 까딱였다.

  “뫼셔다 드려. 저승길 급행으로.”

  “쳐라!”

  성 동포회라 불린 서른 명의 사내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헨리는 미처 할버드에 감긴 갈고리를 풀 새도 없이 그들을 맞이해야 했다.

  “흡!”

  헨리는 할버드를 크게 휘둘렀다. 공기를 찢는 풍압과 함께 철의 거체가 적을 휩쓸었다.

  텅!

  정면에서 헨리의 공격을 방패로 받아낸 두 사내는, 버티는 대신 방패로 경사각을 만들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럼에도 워낙 힘이 압도적이라 두 건장한 남자를 날려버렸지만, 뒤에 대기하던 넷이 받아냈다.

  그사이 공격 범위 밖에 있던 양 측면의 적들이 창을 슥 찔렀다. 왼쪽은 작살처럼 생긴 것이었고, 오른쪽은 삼지창이었다. 각각 헨리의 왼쪽 다리와 무기를 노렸다.

  짧은 시간 동안 그는 판단했다.

  뒤로 물러나? 아니, 그걸 노린 것이다. 좌측에 보이던 그물 쥔 놈이 보이지 않는다. 십중팔구 배후에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다리를 노리던 창은 허공을 갈랐고, 삼지창은 할버드의 몸을 붙잡았다. 그러나 삼지창을 든 자는 목적을 이루었음에도 기뻐하기는커녕 당황한 얼굴이었다. 정작 할버드를 쥐고 있던 주인은 사라지고 할버드만 제 삼지창에 걸려 있었기에.

  그것도 잠시, 그는 목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비슷한 비명이 작살창을 든 이의 입에서도 터졌다. 어느새 검을 뽑아든 헨리가 둘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오, 빨라!”

  그루크가 순수히 감탄해 휘파람을 불었다. 헨리의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그 모습이 순간 픽 사라질 정도였다. 물론 그의 눈에는 할버드를 놓고, 검을 뽑고, 앞으로 나가 둘의 목을 치는 게 명확히 보였지만. 뭐 그래도 대단하잖은가.

  칼을 든 헨리를 본 남자들이 저마다 외쳤다.

  “칼 뽑았다!”

  “할버드 저리 치우고, 다리만 노려. 다리만!”

  “그물이랑 창 들어!”

  “쯔쯔, 저래 작전을 다 까발려 줘서야 쓰나.”

  그루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사실 들어봐야 의미가 없는 작전이었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기에. 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싸움에 익숙한 놈들이군.’

  결투가 아닌 협공에 능숙하다. 적에게 손해를 강요하고, 아군이 당할수록 적이 입는 피해도 크다. 그렇게 야금야금, 서서히 지치게 만들어 결국 쓰러뜨린다. 호랑이 따위의 맹수가 아닌, 승냥이들의 방식이다.

  ‘이놈들을 다 처리한다 해도…….’

  이 서른, 이젠 스물여덟인 성 어쩌구 하는 놈들은 문제가 아니었다. 피해를 감수하면 못 이기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주위에서 느껴지는 스무 명의 기운들. 모두 성기사 수준의 신성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게다가 팔짱을 낀 채 구경 중인 그루크란 놈까지…….

  그가 전력을 다해선 안 되는 이유였다.

  이쯤에서 헨리는 본래 자기 방식보단 동생의 방식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그러니까…… 활잡이 동생 방식을.

  “어?”

  그루크를 비롯한 사람들은 순간 벙찐 표정을 하였다. 하긴 두 명이 죽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앞쪽의 포위망을 뛰어나가더니, 이내 험악한 산을 휙휙 올라가는 ‘헨리’의 모습은, 굳이 그들이 아니라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

  “이 무슨……. 야 하, 이건…… 이런 건 상상도 못했네.”

  팔을 올렸다 내리고, 기가 차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 그루크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황당한 와중에 침착함은 잃지 않았다.

  “너희는 전부 나와 함께 저놈을 쫓는다. 성기사들은 이따가 저 아래 놈들이 올 때쯤에 방벽 쳐. 방벽 치고 있다가 깨질 때쯤에 뒤따라오도록. 이거 참, 하필이면 도망도 무슨 저런 데로 가냐. 야, 야, 참, 성 동포회 다섯 명도 여기 좀 남아라. 우리 흔적 좀 지워.”

  “옛!”

  “하이고, 의미 없다~. 세상 그리 오래 살고 더 살고 싶을꼬.”

  혀를 찬 그루크는 갑옷을 벗어 마법 주머니에 넣고, 방패는 등에 매었다. 그러고는 스물세 명의 사내들과 함께 헨리가 올라간 쪽으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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