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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감무림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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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삼진의 평범한 학사, 한재선에게
'무림맹주의 사서를 집필하면 황금 백 냥을 준다'라는 대박 의뢰가 떨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마교 교주의 교리서를 제때 끝맺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대박 협박 도 떨어진다.
창졸간에 이중계약을 하게 된다.
마감을 피해 달아난, 허장성세로 점철된 한 학자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이 펼쳐진다.
추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제 6 화
작성일 : 16-07-07 17:45     조회 : 554     추천 : 0     분량 : 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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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주언행록(敎主言行錄), 일월교리서(日月敎理書), 신교열사(神敎烈傳) 등 하나같이 괴이한 책들이었다.

 한재선이 떨떠름한 얼굴로 질문했다.

 “이게 뭐요?”

 “참고할 만한 자료다. 명심해라. 너는 한 달 내에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어디선가 음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재선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투덜거렸다.

 “나와서 말씀하시지, 왜 숨어 있는 거요? 음산하게.”

 “집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네가 쓰는 것은 천년을 내려온 중요한 교리. 너는 조금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관도 밖 관제묘를 찾아오도록.”

 한재선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아자!’

 천만다행히 지근거리에서의 감시는 없나 보다.

 일이 이렇게만 풀린다면,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을 터였다.

 한재선이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최유찬을 불렀다.

 “이보시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제 최유찬을 경험했던 한재선은 그가 온전히 떠났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운풍자란 놈도 이렇다면, 대박의 꿈을 이룰 수도 있겠구나!’

 한재선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황금 백 냥에 백 냥을 더하면 이백 냥.

 단 한 번에 인생을 새로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마감만 제때 해 준다면 나는 갑부가 된다!’

 한재선이 주먹을 꾹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동안 감격에 젖어 있던 한재선이 허리를 굽혀 자료들을 들어 올렸다.

 이 자료들이 곧 돈이 될 예정이라니,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한재선은 구석에 있는 책상에 앉아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았다. 그러고는 느릿하게 먹에 붓을 적셨다.

 “그러니까…… 팽여산(彭如山)이라는 놈이 교조(敎祖)인 셈이로구만.”

 한재선의 붓끝이 이리저리 오가기 시작했다. 후딱 마감해 버리고 갑부가 될 생각에 절로 부지런해진 것이다.

 그러나 한재선은 마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마감이란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끝도 없는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일이라는 것도 몰랐다.

 

 

 2

 

 

 

 다음 날, 한재선은 운풍자에게서도 같은 대답을 얻었다.

 운풍자 역시 ‘집필을 방해하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고작 학사 하나에 그렇게 큰 관심을 쏟을 리가 없다는 추측이 옳았다.

 한재선은 흡족한 마음으로 마감에 전념했다.

 사실, 글을 시작하는 것은 곧 새로운 사람과 사귀는 것과 같다.

 첫 문장을 쓰면 왠지 모르게 반갑고, 이 글은 어떤 모양일까 호기심을 느낀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는 고민조차도 즐거울 시기이며, 자신이 쓴 문장이 왠지 모르게 예뻐 보이고 글도 계속 쓰고 싶어진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첫 단계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첫 단계는 칠 주야를 넘지 못한다. 한 여자에 정착하지 못하는 화화공자(花花公者)처럼, 익숙해지는 순간 질리고 마는 것이다.

 보름의 시간이 지난 후, 한재선은 글쓰기의 두 번째 단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으음.”

 한재선은 본가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운풍자가 권할 때에는 청빈한 척 거절했다가 고급의 가구라는 것을 알자마자 못 이기는 척 받아 둔 책상이었다.

 그렇게 얻은 책상 위에는 백의검성의 열전에 관한 원고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유자왈(柳子曰), 기지청탁유체(氣之淸濁有體), 체지청탁유심(體之淸濁有心), 무학지본(武學之本), 즉명명덕(卽明明德)…….

 

 유검학이 말하길, 기의 청탁은 신체에 달렸고, 신체는 곧 마음에 달렸으니 무학의 근본은 곧 마음을 밝히는 것이다…….

 

 잠시 원고를 훑어보던 한재선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좋아. 한 장이나 썼으니 오늘 할 일은 다 했구나. 이제 놀아야지.”

 한재선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책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았다.

 한재선의 앞에는 기보(棋譜) 한 권과 얼기설기 깎은 바둑판이 놓여 있었다.

 한재선은 입술에 침을 발라 가며 기보를 넘기고는, 거기에 나온 대로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딱-!

 “옳거니, 소리 좋고!”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두 번째 단계였다.

 이른 바 게으름의 단계.

 이 시기에 들어서면 써 둔 분량이 쥐똥만큼 적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이 써 놨으니까 하루 이틀은 놀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글을 쓰지는 않고 구상만 해 놓고는 ‘구상하는 것도 일이니까’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한재선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도 모른 채, 기보에서 기막힌 수를 발견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아아, 이런 수가 있었다니! 곽구 이놈, 언제 다시 한 번 붙어 보자. 아마 크게 놀랄 것이야!”

 한재선이 흡족한 얼굴로 바둑판을 내려 볼 때였다.

 모옥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한재선을 불렀다.

 “한 학사?”

 “헉!”

 한재선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모옥의 입구에서 운풍자가 한재선이 두고 있던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쭤 보고 싶은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만…….”

 한재선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불길한 질문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운풍자가 예상했던 그 질문을 던졌다.

 “학사님, 원고는요?”

 “으, 으음.”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킨 한재선이 등을 곧게 폈다.

 기보를 들고 있던 방만한 자세도 어느새 그럴듯하게 교정되어 있었다.

 한재선은 짐짓 태연한 얼굴로 바둑돌을 쥐어 들었다.

 “……태반은 진행되어 있소.”

 딱-!

 바둑돌이 내리꽂히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운풍자가 작게 감탄을 터뜨렸다.

 바둑으로 소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 하나하나가 경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집필하며 얻은 괴로움을 바둑으로 해소하는 모양이로구나.’

 글쓰기에 단계가 있듯, 담당자에게도 단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중 첫 번째 단계이자 최악의 단계가 바로 글 쓰는 이에 대한 믿음이었다.

 안타깝게도, 운풍자는 첫 번째 단계에 빠져 있는 중이었다.

 ‘강호에서 신의란 무엇보다 중요한 것. 설마하니 한 학사가 약속을 어기기야 하겠는가? 마감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운풍자는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재선이 무심한 얼굴로 되물었다.

 “원고에 대해 물어보려 찾아온 것이오?”

 “아, 아닙니다. 제가 찾아온 것은 원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질문 때문입니다. 최근 커다란 도를 든 이가 한 학사의 댁 근처를 서성이기에…….”

 한재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커다란 도를 든 이는 필시 최유찬일 터. 운풍자는 마침내 최유찬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한재선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내, 내 아우일 거요.”

 생각보다 먼저 거짓말이 나왔다.

 한재선은 애써 담담한 척 눈을 감았다.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었으니, 이제 거기에 상황을 끼워 맞춰야 하는 것이다.

 “아우?”

 “친아우는 아니나 어머님께서 거두신 아우가 하나 있소. 집안 재산을 모두 가지고 야반도주하여 아프신 어머니, 약 한 첩 못 쓰게 한 불효한 녀석이지요. 객지를 전전한다 들었는데, 이제야 돌아왔나 보구려.”

 “연배가 많아 보이던데…….”

 운풍자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보기만 해도 서른은 족히 넘었을 법한 사내였는데, 형도 아니고 아우라니!

 “노안(老顔)이오.”

 “…….”

 운풍자가 입을 꾹 다물었다.

 한재선의 표정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농사꾼들 가운데에는, 본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물며 객지를 전전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닌 셈이다.

 “그리된 것이었군요. 괜한 것을 물은 듯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운풍자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지만, 운풍자는 최유찬의 무위를 알아보지 못했다.

 만천하에 ‘난 일월신교의 무공을 익혔다’고 자랑할 수는 없는 노릇, 최유찬은 중원에 들어선 이후 늘 무학의 흔적을 지워 왔던 것이다.

 “쉬는 데 방해하여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운풍자가 머리를 꾸벅 숙여 보이자 한재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만다행이 들키지 않고 지나간 것이다.

 그렇게 안도감이 밀려들자, 한재선의 머릿속에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운풍자가 모옥을 벗어나기 직전, 한재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운풍 도장께 부탁할 것이 있소이다만.”

 “부탁할 것이라니요?”

 운풍자가 의아한 얼굴로 한재선을 돌아보았다.

 한재선이 턱을 긁적였다.

 “선인세를 좀 받을 수 있겠소?”

 “예?”

 운풍자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재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한재선의 학창의가 펄럭였다.

 태양빛에 휩싸인 한재선의 모습은 마치 후광에 감싸인 것만 같았다.

 “하촌(下村)의 백성들이 요즘 많이 곤궁한 모양이더구려. 구휼을 좀 해 볼까 싶소이다만…….”

 “아아!”

 운풍자가 감탄을 터뜨렸다.

 자신의 재산을 풀어 백성들을 돌보겠다니, 가히 대인의 풍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금와전장(金蛙錢莊)의 전표를 준비하겠습니다.”

 “고맙소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을 일해도 만져 보기 어려운 금액의 전표를 받게 될 터인데도 한재선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

 운풍자는 내심 ‘과연 재물에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로구나’라고 감탄하며 모옥을 나섰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3

 

 

 

 운풍자의 착각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감을 제대로 해 줄 것이다, 라는 믿음 역시 크나큰 착각이었던 것이다.

 마감을 시작한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재선의 원고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원래 계속 놀다 보면 글이 잘 안 잡히는 법이다.

 문득 초조해져 글을 잡았을 때도, 한재선은 세 줄도 쓰지 못한 채 글을 내팽개치곤 했다.

 이럴 때에는 세상 모든 게 재미있어 보이게 마련이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고, 개미가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이 세상에 다시없는 모험으로 보인다.

 심지어 청소마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염병할!”

 책상을 청소하려다 저도 모르게 집안 전체를 청소해 버린 한재선이 먼지투성이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선린암에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그동안 원고는 한 글자도 보지 않고 청소만 죽어라고 했던 것이다.

 “내, 내가 어디까지 썼었지?”

 한재선이 크게 당황하여 책상 주변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책상 뒤편에서 마교의 역사에 관한 원고를 꺼내어 들었다.

 

 석재팽여산(昔在彭如山)

 명광명좌사양검이사촉(命光明左使楊劍以司蜀),

 광명우사곽부이사위(光明右使郭部以司魏).

 강려지제(姜櫚之際)…….

 

 옛날에 팽여산이라는 사람이 있어

 광명좌사 양검에게 명하여 촉(蜀)을 맡게 하고,

 광명우사 곽부에게는 위(魏)를 맡게 했다.

 강(姜)과 려(櫚)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재선의 얼굴이 썩은 돼지 간처럼 변해 갔다.

 쓸 때는 좋다고 썼는데 지금 보니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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