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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남매의 탄생
작가 : 요키언니
작품등록일 : 2016.9.11

 
반격의 서막(1)
작성일 : 16-09-13 19:4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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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새 내리던 비는 새벽녘에야 잦아들었다. 덕분에 방 안에 공기마저 쌀쌀한 아침이었다. 나는 교복 위에 카디건을 걸쳐 입고, 마지막으로 앞머리를 정돈하였다.

  막 나갈 채비를 마쳤을 때, 바깥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진아 학교 안가?”

 

  나는 방문을 열고나오며 말했다.

 

  “가.”

 

  식탁 위에는 평소처럼 주스 잔이 놓여 있었다. 엄마가 직접 갈은 토마토 주스. 나는 습관대로 그것을 들이켰다.

  그때, 부엌 옆방에서 오빠가 걸어 나왔다.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한 손으론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는 어젯밤 봉투 건이 떠올라 괜히 움찔 하였다. 주스를 마시는 속도를 늦추고 그를 곁눈질 하였다. 그러자 오빠가 발로 내 종아리를 치고 지나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뭘 봐.”

 

  평소와 같은 행동, 같은 말투. 뭐야, 하루 만에 풀어진 거야? 하긴 저도 양심이 있으면, 그깟 유전자 검사 좀 했다고 오래 삐질 수는 없겠지. 자기는 정체 자체가 미스터리면서.

 

  나는 남은 토마토 주스를 단숨에 입에 털어 넣고, 현관으로 향하며 말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여유롭게 15분을 걸어 도착한 교실. 머지않아 반 친구들이 하나씩 도착하며 각자의 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모든 자리가 꽉 찼을 때, 마지막으로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다.

  그는 교단에 서서 교탁 양 끝을 붙들고 말했다.

 

  “너희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다. 뭐부터 들을래?”

 

  질문은 30여명의 친구들에게 동시에 던져졌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단 1명도 없었다.

  뭐, 의외의 일은 아니었다. 담임은 익숙하단 듯 스스로 답하였다.

 

  “좋은 소식은 오늘 7교시 내 수업이 자습이라는 거다. 나쁜 소식은 일주일 후 9월 모의고사가 있다는 거다. 그럼 오늘 하루도 다들 힘내도록.”

 

  담임은 오른손을 들어 혼자 파이팅을 외쳤다. 그런 그를 보며 미주가 복화술을 시전했다.

 

  “씩씩하시기도 해라. 근데 다 아는 얘기 아니야?”

 

  나는 복화술까지는 아니고, 작은 소리로 대꾸했다.

 

  “어떡하겠어. 매일 아침 핫이슈를 만들어낼 수는 없잖아.”

 

  잠시 후, 씩씩한 담임이 교실을 떠나자마자, 미주는 책상 위에 엎드렸다. 뭐 이것도 의외의 일은 아니다. 나는 친구가 자도록 내버려두고 1교시 수업에 맞추어 책을 폈다.

  그때, 창가자리의 연실이가 내게로 폴짝 다가왔다. 그녀는 내 책상 위의 엉덩이를 걸치고 말했다.

 

  “야. 어제 오빠랑 잘 들어갔어?”

 

  “잘이야 들어갔지.”

 

  “화해도 했어?”

 

  “글쎄, 애당초 싸운 게 아니라니까.”

 

  나는 책장을 넘기며 무미건조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연실이가 양 손으로 내 얼굴을 붙들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대체 왜 이러는데? 진짜 말 안할 거야? 너 요새 좀 이상한 거 알지?”

 

  연실이의 손아귀에 잡힌 나는 말없이 눈만 깜빡였다. 사실, 그녀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원인 제공자는, 변명할 여지없이 나다. 오빠가 등장했던 첫 날, 나는 그녀에게 전화하여 이상한 소리를 한 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녀와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니 연실이가 오해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는 멋대로 내가 오빠와 싸웠다고 추측했다. 뭔지는 몰라도 그와 단단히 틀어져서, 이상하게 구는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한 번쯤 이 일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적절한 말을 모르겠어서 못하고 있다.

 

  할 수 없이, 나는 이번에도 거짓말로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기로 했다.

 

  “정말 할 말 없어. 이상하기는 뭐가 이상해.”

 

  이에 연실이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이상 따져 묻지는 않았다.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 얼굴을 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후, 나는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 친구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여력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아직은 때가 아니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어젯밤부터 하던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해야 백도진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나는 샤프 꼭지를 딸깍거리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6번의 과목이 바뀌는 동안 1가지 생각에만 몰두하였음에도, 그럴듯한 방책이 나오지 않았다.

 

  어느덧 7교시 자습시간, 나는 마침내 샤프를 내려놓았다.

  내 머리로 답이 안 나오면, 다음 수는 하나다. 남의 머리를 빌려야지.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친구들은 모두 책상에 코를 박고 저마다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교과서를 읽는 친구도 있고, 문제지를 푸는 친구도 있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짝꿍 미주가 뭘 하나 보았다. 역시나, 그녀는 책상에 예쁘게 앉아 졸고 있었다. 그래, 네가 좋겠다.

 

  나는 미주의 어깨를 흔들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미주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미주가 한 쪽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했다.

 

  “벌써부터 이상한데.”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하려던 말을 했다.

 

  “야, 한 인간이 인간인지 아닌지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어떤 인간이 있는데 그게 인간이 아닌 거 같아. 그걸 알아내려면 뭘 해야 할까?”

 

  “질문 자체가 이상하네.”

 

  미주가 책상 위에 놓인 언어 책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책을 밀어버리고 칭얼댔다.

 

  “야, 나 진지해.”

 

  그때였다. 우리의 앞자리에서 ‘아.’ 하는 짧은 신음소리가 났다. 소리의 근원지는 혜수였다. 나는 샤프 꼭지로 그녀의 어깨를 콕 찌르며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혜수가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핸드폰 액세서리에 베었어.”

 

  그녀의 손가락엔 몽글몽글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으. 그거 짜증나지. 잠깐만.”

 

  나는 얼른 파우치에서 밴드를 찾아 건네었다. 그 사이, 휴지로 상처를 누르고 있던 혜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피를 한 번 내봐.”

 

  “어?”

 

  “네가 말한 인간. 인간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피를 내봐봐. 인간은 빨간 피가 흐르잖아.”

 

  혜수가 휴지를 내보이며 말했다. 휴지에는 빨간 피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음. 확실히 새로운 관점이긴 한데, 너무 얼토당토않은 소리라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그때 미주가 먼저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그럼 뭐 인간 아니면 초록 피가 흐르냐?”

 

  “아니 난 그냥. 혹시나 해서.”

 

  혜수가 몸을 앞으로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 미주의 날카로운 태도에 당황한 나는 그녀의 팔을 툭 치며 ‘왜 그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미주는 혜수를 고갯짓하며 ‘쟤 좀 이상한 거 알지?’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거기에 기다 아니다 대답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했다.

 

  확실히, 혜수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친구다. 그리고 인간이면 빨간 피가 흐른다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소리다. 그런데 어차피 다른 생각도 나지 않던 참 아니었나. 혜수 말처럼 혹시 모르는 일인데. 나는 내려놓았던 샤프를 집어 들고 꼭지를 딸깍거렸다.

 

  백도진의 피라? 그러고 보니 한 번 보고 싶기도 하네.

 

 

 

 

  하루가 넘어 갈락 말락 하는 시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한밤중의 고요함을 깨는 어수선한 잡음도 들려왔다. 거실에 발을 들이자 역시나, 오빠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서서 그에게 말을 붙였다.

 

  “엄마, 아빠는?”

 

  그는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답했다.

 

  “주무셔.”

 

  나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어정쩡하게 거실 중간에 섰다. 그러든지 말든지, 오빠는 텔레비전시청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축구 중계였다. 브라운관 상단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대결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관심도 없는 대결에 괜히 눈길을 주며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준비한 말을 하기 위해 눈치를 살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오빠의 피를 볼 각오를 하고 이 말을 준비했는데, 막상 시도 하려하니 자신이 없어졌다. 실패했을 경우 그의 반응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애꿎은 텔레비전만 쳐다보며 시간을 끌기를 15분. 화면에 전반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자막이 떴다. 이대로는 오늘 밤이 지나가 버리겠는 걸. 나는 마음이 급해짐을 느꼈다.

  곁눈질로 뒤를 돌아보자, 텔레비전 불빛 때문에 얼룩덜룩 음영이 진 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 밑져야 본전. 나는 목소리를 큼큼 가다듬고, 드디어 말을 던졌다.

 

  “저기, 과일 먹을래?”

 

  “이 시간에?”

 

  오빠가 시계를 슥 올려보며 말했다. 시침은 이미 12를 넘어가 있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마음대로 하라고 하자, 나는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서 한 손으로 사과를 집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과도를 집었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오빠는 자세의 변화도 없이 소파에 모로 누워 있었다. 나는 일부러 소파 바로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집에 돌아오기 전부터 작정한 계획은 이것이다.

  적당히 과일을 깎는 시늉을 하다가 실수인 척 그의 팔뚝이나 허벅지를 좍 그어버리는 것.

  좀 너무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너무한 걸로 따지면 애초에 그의 존재 자체가 너무하다. 이렇게라도 그의 정체를 간파할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나는 과도를 슥 들어올렸다.

  막상 칼로 공격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사과를 돌려 깎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사과를 깎는 건 처음이다. 울퉁불퉁 일정하지 않은 굵기로 사과 껍질이 떨어졌다. 나는 굵기를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칼을 다뤘다.

  그때, 머리 위에서 오빠의 비웃음이 틀려왔다.

 

  “조각해?”

 

  나는 그 소리를 못들은 체하고 정성스레 손을 놀렸다. 그러자 오빠는 재미난 구경이라도 한 듯, 아예 고개를 빼고 나를 지켜보았다. 이런, 이대로라면 실수인 척 공격할 수가 없잖아.

  나는 조바심에 그의 시선을 돌리려고 시도하였다.

 

  “축구 안 봐?”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내 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광고하잖아.”

 

  잠시 후, 광고가 끝이 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나는 오빠의 감시를 받으며 사과 하나를 다 깎았다.

  오빠는 엉망으로 깎인 사과 한 조각을 통째로 입에 넣고 말했다.

 

  “어디 가서 과일 깎겠단 소리하지 마. 집안 망신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사과 껍질과 과도를 부엌에 갖다 두었다.

 

  그리고 잠자코 내 방으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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