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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감무림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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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삼진의 평범한 학사, 한재선에게
'무림맹주의 사서를 집필하면 황금 백 냥을 준다'라는 대박 의뢰가 떨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마교 교주의 교리서를 제때 끝맺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대박 협박 도 떨어진다.
창졸간에 이중계약을 하게 된다.
마감을 피해 달아난, 허장성세로 점철된 한 학자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이 펼쳐진다.
추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제 5 화
작성일 : 16-07-07 17:45     조회 : 673     추천 : 0     분량 : 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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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찬의 어조는 저승사자처럼 높낮이가 없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신교의 역사를 편찬하는 것이다. 나는 네게 자료를 준다. 너는 두 달 안에 원고를 마감한다. 못 하면 사지 중 하나를 자른다.”

 마감.

 사지를 자른다는 말보다 마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뇌리를 사로잡았다. 또다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섬뜩한 기분.

 “두 달 후, 너는 교주성하의 영광된 말씀을 원고로 작성한다. 중원의 실정에 맞게 써야 한다. 세 달 준다. 그 안에 마감하지 못하면 사지 중 하나를 자른다.”

 “어,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너는 신교의 교리를 원고로 작성한다. 역시 중원의 실정에 맞게 쓴다. 이는 다섯 달을 주는데, 그 안에 마감하지 못하면 목을 자른다. 알아들었나?”

 한재선이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겁에 질린 까닭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거절하면 아니 되겠습니까? 소, 소인의 재주가 워낙 부족하니 데려다 쓰셔도 별로 빛을 못 보실 것입니다. 헤헤.”

 “그래? 그럼 지금 목을 자른다.”

 “사실 신교의 교리를 적는 것이 제 평생의 소원이었습죠.”

 한재선이 헤실헤실 미소를 지었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다.

 저런 말 뼈다귀 같은 놈한테 죽으려고 여태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수결해라.”

 최유찬이 소매에서 한지를 꺼내어 한재선의 가슴으로 던졌다. 놀랍게도 종이는 단도처럼 날아와 한재선의 가슴에 박혔다.

 “어이쿠, 시발!”

 깜짝 놀란 한재선이 본능적으로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천만다행히 종이는 옷자락만 베었을 뿐, 피륙은 건드리지 않았다.

 ‘니, 니미럴. 종이로 옷을 잘라?’

 한재선이 부들부들 떨며 종이를 바라보았다.

 최유찬이라는 자가 건넨 종이는 역시 계약서였다.

 방금 전에 들은 조건들과 황금 백 냥을 고료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의뢰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의뢰를 수행하면 안 된다는 말이 적힌 것은 무림맹의 계약서와 같았다.

 한재선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여, 염병하고…….’

 마교의 의뢰를 거절하면 바로 죽음을 맞게 된다. 마교란 본래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교의 의뢰를 수락하면 이번엔 관과 무림맹에 의해 죽게 된다.

 관에는 반역자로 찍히게 될 테고, 무림맹에는 배신자로 찍히게 될 테니까 말이다.

 “어서 수결하지 않고 뭐하느냐?”

 한재선이 침을 꿀꺽 삼켰다.

 울고 싶은 심정을 애써 추스르며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답이 없다, 답이. 거짓말로 모면하는 수밖에…….’

 거짓말?

 한재선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못해 볼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살길이 하나 보였다.

 양쪽 모두를 속이는 것.

 물론 몹시 어려운 일일 테지만, 만에 하나 성공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오오, 황금 백 냥에 백 냥 더하면 이백 냥, 오오.’

 한재선은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축였다.

 ‘어차피 달리 방법도 없으니…….’

 한재선은 마침내 마음을 결정했다.

 대박을 노리고 살다가 불꽃처럼 가는 것도 사내다운 일일 것이다.

 머리와 달리, 마음은 고자가 되더라도 살아남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마감만 잘해 주면 어떻게든 되겠지.’

 마음을 결정했건만, 두려움에 질린 손은 여전히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한재선은 왼손으로 오른손의 떨림을 막아 가며 수결했다.

 “다오.”

 최유찬이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재선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계약서를 넘기자, 최유찬은 한 부를 더 주어 수결하도록 했다.

 하나는 한재선이 가지고, 하나는 최유찬이 가져가는 식이었다.

 “좋다. 이제 일은 끝났다. 너는 이틀 뒤 신교로 간다. 준비해라.”

 한재선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교로 가는 즉시 일은 꼬이게 된다.

 무림맹에서 온 운풍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시, 신교로는 못 갑니다.”

 “그럼 지금 죽는다.”

 최유찬이 딱딱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한재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여, 여기서 상대를 속이지 못하면, 앞으로도 속이지 못한다! 한재선아, 한재선아. 긴장해라. 살아남으려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한재선의 등허리가 꼿꼿하게 펴지기 시작했다.

 꿇고 있던 무릎도 어느새 좌정한 자세로 바뀌어 있었다.

 “후우, 불한당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지나 왔던 한신(韓信)의 고사(古事)를 따르려 했으나, 더 이상은 어렵겠소. 살기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였으나, 살아갈 길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하겠소? 죽이시오.”

 이번에는 최유찬의 입장이 불리해지고 말았다.

 사실, 신교의 군사인 운석원이 ‘절대로 그를 죽이거나 해하지 말 것’을 명한 바 있었던 것이다.

 운석원은 한재선이 오래오래 살아서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그런 명을 내린 것이지만, 최유찬은 이 학사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살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냐?”

 “소인은 글을 씀에 있어 오직 한 장소만을 이용하오. 그 장소 외에서는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쓸 생각도 없소. 스승의 향취가 묻어난 그곳에서만 글을 쓰기로 맹세하였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겠소? 신교로는 갈 수가 없소. 죽이시오.”

 ‘진짜 죽이려고 하면 얼른 굽실거려야지.’

 한재선이 눈을 지그시 감는 척하고는 실눈을 떠 최유찬을 바라보았다.

 최유찬은 일다경이 지나도록 말을 하지 않았다.

 한재선의 똥줄이 벼락 맞은 지푸라기처럼 타들어갔다.

 최유찬이 어떤 식으로든 결정하기 전에는 허세조차도 부릴 수가 없는 것이다.

 ‘미, 믿자. 난 허세의 황제. 누구라도 나의 허세에 넘어가지 않고는 못 배긴다. 저놈은 수락하고 말 것이다.’

 한재선은 이를 악물고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불안감은 나아지기는커녕 극대화될 뿐이었다.

 참다못한 한재선이 바닥에 넙죽 엎드려 ‘모두 농담입니다요!’라고 외치기 직전이었다.

 “좋다, 그 장소가 어디냐?”

 한재선의 어깨가 살짝 아래로 내려갔다.

 알게 모르게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만 것이다.

 한재선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중얼거렸다.

 “황학루 주변의…… 선린암(善隣庵)이란 암자요.”

 “멀지 않군. 좋다, 너는 내일부터 작업에 착수한다. 도망치면 죽는다. 신교의 눈은…….”

 한재선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직 말도 끝나지 않았는데, 최유찬의 신형이 마치 어둠에 녹아들 듯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중원 전체를 비추고 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최유찬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한재선이 불안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보시오, 신검대주?”

 방 안에는 한재선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한재선이 미심쩍은 듯, 다시 한 번 외쳤다.

 “어이, 최 형?”

 역시 최유찬의 답변은 없었다. 최유찬은 정말로 한재선의 집을 떠나 멀리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한재선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야, 이 개새끼야!”

 마지막까지 답변이 없는 것을 확인한 한재선이 안도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팔다리가 부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한재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리가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린 한재선의 입에서 처절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아아아…… 시발, 아아아…….”

 어제처럼, 오늘도 달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제3장> 마감(磨勘)

 1

 

 

 

 다음 날 아침.

 따듯한 햇살이 사방을 비추었다.

 부지런한 농사꾼들은 해가 뜨기 무섭게 일을 하러 떠났고, 아침잠이 없는 아이들은 뒷산에 올라 꽃을 따 먹는다고 부산을 떨었다.

 간밤을 꼬박 새웠던 한재선이 초췌한 얼굴로 기둥에 머리를 기대었다.

 ‘어째서…….’

 한재선의 눈 밑은 먹칠을 한 것처럼 퀭했다.

 입술은 새하얗게 말라붙어 있었고,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피부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어째서 내게 이런 대재앙이…….’

 무림맹의 의뢰를 받은 것까지는 좋은데, 난데없이 마교의 의뢰까지 받게 되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무림맹과 마교는 도대체 왜 나를 찾는 거지?’

 평생을 무한삼진에서 살아온 한재선이었다.

 무한삼진을 떠난 적은 과거를 보러 갈 때와 지부대인을 보러 갈 때 두 번뿐이었으니, 세상에 알려질 일은 해 보고 싶어도 해 본 적이 없었던 평범한 사람이랄 수 있었다.

 그런데 무림맹과 마교에서는 마치 쿡 찍은 것처럼 그를 찾아와 글을 써 내라고 생짜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구나.’

 한재선이 고민에 빠진 얼굴로 턱을 긁적였다.

 사실 한재선의 됨됨이는 몰라도, 그의 글재주만큼은 그리 못나지 않았다.

 하늘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 주고 말았던 것이다.

 그가 과거를 볼 때 작성했던 시권(詩卷)은 명문으로, 조정에까지 널리 알려질 정도였다.

 무불통지와 운가의 가주 역시 한재선의 시권을 보고 크게 감탄을 터뜨렸었다.

 정작 한재선은 모르고 있었으나, 무불통지와 운가의 가주는 직접 무한삼진을 찾아 한재선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이 왜 한재선을 택했는지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말이다.

 생각에 빠져 있던 한재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일단 가 봐야지…….’

 운풍자야 그렇다 손치더라도, 선린암에는 가 보아야 할 터였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 목숨이 끝장날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한재선은 울적한 얼굴로 벼루와 붓, 종이 등을 챙기고는 학창의를 추슬러 입었다. 그러고는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람처럼 털레털레 집을 나섰다.

 거리엔 어제처럼 활기가 넘쳤지만, 한재선에게 주위의 세상은 오직 흑백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일단 운풍자라는 도인과 최유찬이라는 놈이 서로 만나서는 안 돼.’

 둘이 만나는 순간 이중 계약이 들키고, 이중 계약이 들키는 순간 ‘아, 황천 너머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라고 감탄을 하게 될 터였다.

 한재선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어쩌면…… 어쩌면 꾸준히 감시하지 않을지도 몰라. 나는 일개 학사일 뿐이니까.’

 한재선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실, 한재선의 추측은 크게 틀린 것이 아니었다.

 한재선에게 맡긴 일은 무림의 대사(大事)도, 당장 급한 문건도 아니었던 것이다.

 운풍자도, 최유찬도 굳이 감시하고 을러멜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만 되면 다행일 텐데. 글 쓰는 장소도 둘로 나누어 두었고.’

 오전에는 본가에서 무림맹의 원고를 마감하고, 오후에는 황학루와 십여 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선린암에서 마교의 원고를 마감한다.

 그렇게만 되면 운풍자와 최유찬이 서로 만날 일은 아마 없을 터였다.

 “후우-”

 그렇게 상념에 빠져 걷다 보니 벌써 선린암이었다.

 한재선은 긴장한 얼굴로 선린암의 문을 열어 보았다.

 쓰러져 가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그럴듯한 책상도 하나 있었고 말이다.

 한재선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와, 왔소이다!”

 투둑!

 대답 대신 어디선가 서책 수십 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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