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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감무림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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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삼진의 평범한 학사, 한재선에게
'무림맹주의 사서를 집필하면 황금 백 냥을 준다'라는 대박 의뢰가 떨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마교 교주의 교리서를 제때 끝맺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대박 협박 도 떨어진다.
창졸간에 이중계약을 하게 된다.
마감을 피해 달아난, 허장성세로 점철된 한 학자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이 펼쳐진다.
추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제 4 화
작성일 : 16-07-07 17:34     조회 : 586     추천 : 0     분량 : 5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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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선은 좌정하여 등을 꼿꼿이 편 채로 눈을 감았다.

 무릇 의뢰를 주고받을 때에는, 최대한 센 척하며 침묵을 해야 하는 법이다. 말수가 많아지면 빈틈이 드러나게 마련인 것이다.

 과연, 기다림을 참지 못한 운풍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의뢰할 것은 말씀드렸듯, 고인의 열전을 편찬해 달라는 것입니다.”

 “어느 고인의 열전인지…….”

 “백의검성 유검학, 유 노사(老師)의 열전입니다.”

 한재선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무당산의 제문(祭文)이나 경전(經典)을 필사해 달라고 온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큰 이름이 나온 탓이었다.

 백의검성이라면 당금 천하제일인의 별호가 아닌가!

 대박이라고만 생각하던 한재선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생각해 보면 무당산에서 나같이 이름 없는 학사를 찾을 리가 없지. 부탁하기만 하면 필사해 줄 학자가 수도 없이 많을 테니까 말이야. 도대체 이 도사 놈은 왜 나를 찾은 것일까.’

 생각에 잠긴 한재선의 귓가에 운풍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의검성 유 노사의 열전을 세상에 퍼뜨려, 그 영명하심을 더욱 드높이고자 하는 것이 무림맹의 뜻입니다. 세간에 일러 알아보니 한재선, 한 학사님의 명성이 드높은 고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부디 수락하여 주십시오.”

 “나의 명성은 그렇게 드높지 않소. 무언가 착오가 생긴 것은 아니요?”

 무림의 일에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비명횡사하기 십상이었다. 특히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의뢰일수록 그러했다.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낀 한재선이 고개를 젓자, 운풍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착오는 없습니다. 지명과 위치, 성함까지 같으니 다른 분일 리가 없지요. 처음에는 빈도도 의구심을 가졌으나 이렇듯 청빈하게 살아오신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갑니다. 부디 의뢰를 맡아 주십시오. 타인에게 흘러간다면 사욕을 위해 쓰일지 모르는 황금 백 냥도, 한 학사께서 맡아 주신다면…….”

 “황금 백 냥?”

 한재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뒤늦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운풍자가 멋쩍게 웃으며 첨언했다.

 “한 학사께서 이 일을 수락하신다면, 무림맹에서는 고료로 황금 백 냥을 내어 드릴 계획입니다. 한 학사께서 좋은 글을 써 주실 것이라 믿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료인 황금 백 냥 역시 옳은 곳에 쓰이게 될 듯하니 빈도의 마음이 벌써부터 흡족합니다.”

 운풍자는 그 뒤로도 설명을 이어 나갔다.

 자료 삼을 서적과 언행집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 초고는 이곳에서 집필하여도 상관없으나, 완고는 무림맹에 직접 왕림하여 써 주셨으면 한다는 것, 자신이 글의 편집을 돕게 되었다는 것 등을 설명해 나갔던 것이다.

 운풍자는 ‘저를 담당자라 생각하시면 됩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한재선의 귓가에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 나 대박 터졌어요!’

 강호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격언 따위는 어느새 푸른 하늘 저 멀리 사라진 후였다.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황금 백 냥이면 해 볼 만하다’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의 위기는 완전히 까먹고 노났다고만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재물을 바라는 것은 아니나 귀하의 뜻이 정히 그러하다면 수락하겠소.”

 한재선이 재빨리 대답했다.

 내심 긴장하고 있던 운풍자가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실은 맹주께서 직접 한 학사를 지명하신 까닭에, 거절하셨다면 일이 복잡해졌을 것입니다. 강제로라도 모시라는 명이 떨어졌을지도 모르지요.”

 한재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풍자가 소매를 뒤적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무림맹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부디 좋은 글을 부탁드릴 따름입니다. 그리고…….”

 운풍자가 소매에서 한지 두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한재선이 눈썹을 찌푸리며 한지를 받아 펴 보았다.

 “이것이 무엇이오?”

 “무림맹에는 제 나름의 규율과 법도가 있습니다. 무례한 일인 줄은 알고 있으나, 맹에 서류를 보내야만 하는지라…….”

 운풍자가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강호에서 신의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상대의 말을 의심하여 따로 증거를 만든다는 것은 모욕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무림맹은 개인이 아닌 단체, 일을 진행하려면 서류가 필요했다.

 운풍자는 의심해서가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한재선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의뢰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과, 마감 기한을 엄수해 달라는 것이로구나.’

 마감.

 도대체 이유가 뭘까?

 계약서에 적힌 마감이라는 글자를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끝없는 수렁에 발을 담근 기분이었다.

 끈적끈적한 진흙으로 가득 찬, 도저히 발을 뺄 수 없는 암흑의 구렁텅이에 말이다.

 ‘하지만 황금 백 냥이잖아? 마감 같은 거야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백 냥이라니, 신난다.’

 성정이 단순했던 한재선은 불안감을 홀라당 까먹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말라붙은 채로 뒹굴던 벼루에 살짝 물을 부어 붓으로 휘저었다.

 마른 먹이 물에 녹아나자, 한재선은 붓을 적셔 수결했다.

 “다시 한 번 사죄를 청합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운풍자가 한재선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기분이 좋은 나머지 운풍자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한재선이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쓰지 마시오.”

 웃지 않으려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한재선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 내었다.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착각한 운풍자는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속이 상한 모양이다. 하긴 강호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면 생사투(生死鬪)가 벌어졌을지도 모르지’라고 중얼거리며 씁쓸하게 머리를 숙였다.

 “빈도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빈도는 저잣거리의 성풍객잔(成風客棧)에서 머무를 터이니…… 마음을 정리하시면 찾아와 주십시오.”

 “청빈하게 살아왔으나 손님을 쫓아낼 정도는 아니오. 누추하지만, 괜찮다면 예서 주무시구려.”

 한재선이 수상쩍은 눈으로 운풍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황금 백 냥이라는 거금이 오가서 잊고 있었는데, 만약 운풍자가 편자수라면 어찌하겠는가!

 그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수결할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량수불.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허나 지금은 그저 물러나오리다.”

 운풍자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문가에 등이 닿자 운풍자는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자, 잠깐!”

 한재선은 마음속으로 ‘도망? 도망을 치려는 거냐? 역시 편자수였던 거구나!’라고 외치며 다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헉!”

 한재선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운풍자가 마치 구름을 밟듯 움직이며 공중을 날아가고 있었다.

 한재선은 몰랐으나, 그것은 바로 제운종(梯雲縱)의 수법이었다.

 “지, 진짜 무당파 도사구나.”

 한재선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잠시 그렇게 문밖을 바라보던 한재선이 조용히 문을 닫았다.

 운풍자를 들일 때에 켜 두었던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황금 백 냥!”

 한재선의 입가가 벙긋거렸다.

 그는 계약서를 껴안고는 아무렇게나 쌓아 둔 책 위를 뒹굴며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죽어도 좋을 것처럼 행복했다.

 

 2

 

 

 

 한재선은 동이 틀 때까지 계약서를 껴안고 춘서 위를 데굴데굴 뒹굴며 행복해 했다.

 아침이 되자 한재선은 계육면(鷄肉綿)을 사 먹었고, 점심에는 살짝 호사를 부려서 삶은 쇠고기 반 근을 사 먹었다.

 계약서는 여전히 소중하게 품속에 들어 있는 채였다.

 해질 녘이 되자 한재선은 허름한 모옥으로 돌아와 다시금 계약서를 안고 책 위를 뒹굴었다.

 이 종이 한 장이 금자 백 냥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보다 귀한 보물은 없는 셈이었다.

 “하하하!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노라!”

 달이 중천에 떴을 즈음, 계약서에 입을 맞춘 한재선이 크게 웃으며 외쳤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실, 한재선의 방은 아무도 없는 방이 아니었다.

 바닥 밑에는 쥐새끼 몇 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었고, 벽면에는 작은 지네나 가위벌레, 마교 신검대(神劍隊)의 대주 최유찬(崔諭燦) 등이 있었던 것이다.

 조용히 한재선의 지랄을 바라보던 최유찬이 말했다.

 “무엇이 그리 좋으냐?”

 “하하하! 병신아! 뭐가 좋으냐면 내가…… 헉!”

 한껏 웃던 한재선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음침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누, 누구십니까?”

 “신교의 명성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한재선의 움직임이 문득 멈추었다.

 당금 강호에 신교라면 단 하나뿐이었다.

 황상께서 직접 사교로 지정하시고, 강호 모든 세력이 배척하여 큰 싸움을 벌인 끝에 청해로 밀려난 종교.

 한재선이 샐쭉하니 웃으며 소리가 들린 쪽을 가리켰다.

 “에이, 마교는 씨가 말랐는데 농담은? 너, 곽구(廓九)지, 곽구?”

 쐐액-!

 나는 안 속는다는 듯 손가락질하던 한재선의 귓가에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한재선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하늘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재선은 샐쭉하게 웃던 모습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그 입에서 다시 한 번 마교라는 소리가 나오거든 손가락을 자르겠다.”

 “시, 신교입지요. 암, 신교.”

 한재선은 어설프게 웃으며 천천히 일어난 다음, 최대한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헤헤.”

 마교의 무사들은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내어 그 피를 받아 먹기를 즐기는 악귀라고 알려져 있었다.

 마교의 무사를 만나면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으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요. 실은 펴, 평소부터 신교를 몹시 존경해 왔습죠.”

 한재선이 읍하는 척하며 무림맹의 계약서를 슬며시 소매에 넣었다.

 지금 무림맹의 계약서를 보인다면 그대로 죽음을 맞게 될 터였다.

 “나는 일월신교의 교주성하를 모시는 신검대의 대주로, 이름은 최유찬이라 한다. 무림의 누구도 내 얼굴을 본 자가 없으니, 너는 오늘 귀한 경험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을 자랑하고 돌아다녔다가는 너는 죽는다.”

 “제 입은 몹시 무겁습니다요. 헤헤.”

 한재선이 실실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뭐가 잘못되서 마교의 사자가 자신에게 온 모양인데, 착각임을 확인하면 곧 돌아가리라.

 “무슨 일 때문에 소인을 찾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름 한재선, 맞느냐?”

 “마, 맞는데요?”

 “글 쓰는 놈이냐?”

 “좀 씁니다.”

 혹시라도 밉보이면 어떻게 될까 걱정된 한재선이 묻는 족족 넙죽넙죽 대답했다.

 신검대의 대주, 최유찬이 흡족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먼저 서쪽을 향해 삼배를 올려라. 네게 영광스러운 위업을 맡긴 교주성하의 자비로우심에 감사를 드려야 하니.”

 “저기,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이신지…….”

 “영광스럽게도 너는 신교의 경전을 편찬하는 위업을 맡게 되었다. 글을 잘 쓰면 황금 백 냥을 줄 것이고, 못 쓰면 사지 중 두 개를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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