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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감무림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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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삼진의 평범한 학사, 한재선에게
'무림맹주의 사서를 집필하면 황금 백 냥을 준다'라는 대박 의뢰가 떨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마교 교주의 교리서를 제때 끝맺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대박 협박 도 떨어진다.
창졸간에 이중계약을 하게 된다.
마감을 피해 달아난, 허장성세로 점철된 한 학자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이 펼쳐진다.
추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제 3 화
작성일 : 16-07-07 17:27     조회 : 549     추천 : 0     분량 : 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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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제발 한 판만 더 합시다.”

 “안 해, 형씨는 걸 것도 없잖아.”

 “오, 옷이라도 걸겠소! 이거, 이래 봬도 제법…….”

 “그 옷은 이미 내 거잖아. 마지막으로 굴리기 전에 옷 걸었던 거 잊었어?”

 왕장선의 표정은 차갑기 짝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 같이 웃고 떠들던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왕장선이 턱짓을 하자, 덩치가 산만 한 장한들이 나타나 장삼의 옷을 벗겨 내었다.

 장삼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엎어졌다.

 “아아아…… 아아아…….”

 속곳 바람으로 땅에 손을 짚고 엎드린 장삼의 입에서 안타까운 신음 소리가 배어 나왔다.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의 마음을 울릴 만큼 처절하고 안타까운 신음이었다.

 “아아아…….”

 “쯧쯧, 도박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그 순간, 어디선가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좌절하고 있던 장삼을 제외한 모든 이의 시선이 도박장 귀퉁이로 향했다.

 비록 허름했으나 단정한 학창의를 입은 젊은 학사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영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잘생긴 학사였다.

 눈빛은 심유했고,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다.

 마치 하늘 위에 사는 선관(仙官)이 땅에 내려온 듯한 모습이었다.

 “무릇 도박이란 집착하지 않고 즐겨야 하며, 가진 것 이상을 걸지 않아야 하는 것이오. 함부로 발을 들이지 말 것이되, 발을 들였다면 거침이 없어야 하지. 이보시오, 왕 형제.”

 학사가 자신을 부르자, 왕장선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왕장선이었으나, 학사의 시선과 마주하자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왕장선이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나와 한판 붙고 싶은 모양인데, 어디 이름자나 들어 봅시다.”

 “본인은 한 가의 사람으로, 이름은 재선이라 하오.”

 학사, 한재선이 청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왕장선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이런 것이 도박꾼의 삶이지. 쫓고 쫓기는 것이 인생이니, 그저 한판 도박에 모든 것을 걸 뿐이다.’

 왕장선이 주사위를 흔들며 어서 오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슴은 벌써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 각 뒤.

 장내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혹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왕장선이 앉은 판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어디선가 안타까운 신음성이 들려왔다.

 “아아아…… 아아아…….”

 좌절한 장삼의 옆에서, 일각 만에 입던 옷과 전 재산을 다 털린 한재선이 속곳 바람으로 엎드려 처절한 신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아아아…… 시발, 아아아…….”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느 밤의 일이었다.

 

 

 <제2장> 두 개의 계약(契約)

 1

 

 

 

 무한삼진의 중통(中通).

 불빛이라고는 한 점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거리에 젊은 사내가 한 명 서 있었다.

 도복을 걸쳐 입은 사내는 단정히 손을 모은 채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은 밤이로구나.’

 유난히 청량하게 느껴지는 밤공기 속에서 이름 모를 풀벌레가 찌르르 울음을 터뜨렸다.

 사내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내 그간 속세를 꺼려 했으나, 알고 보니 그리 나쁘지만도 않구나. 무당산이나 예나 고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니…….’

 사내는 무당산의 도인으로, 도명은 운풍(雲風)이라 했다.

 그는 무당제일검(武當第一劍)을 사사하여 경지에 오른 무인으로, 현학이라는 별호로 더욱 유명한 기인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명성을 얻었기 때문일까.

 운풍자는 은거한 노강호처럼 무당산에 머물기를 즐겨했다.

 백의검성과 사형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무당산에 머물고 있었을 터였다.

 운풍자가 하늘을 바라보며 이백의 시를 한 수 읊었다.

 

 문여하사서벽산(問余何事棲碧山)

 소이불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도화류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그저 웃을 뿐, 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려보내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운풍자가 읊은 시는 속세에서 벗어난 선인(仙人)의 즐거움을 노래한 것이었다.

 속세의 고요함이 무당산을 상기시켰고, 그것이 운풍자의 흥취를 이끌었던 것이다.

 ‘예감이 괜찮구나. 좋은 인연을 만날 것 같은 기분이야.’

 운풍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을 때였다.

 고요한 거리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운풍자는 마침내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왔음을 알고 옷차림을 단정하게 정리했다.

 학사를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운풍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발가벗은 남자가 서 있었다.

 “……?”

 운풍자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해 갔다.

 맹주가 ‘일을 어렵게 하려고 한다’는 설명을 빼놓은 바람에, 운풍자는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고매한 학사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만난 사람은 밤거리를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이상한 사람인 것이다.

 ‘이, 이상한 성욕을 가진 사람인가 보군.’

 흥취가 깨진 운풍자가 불쾌한 듯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저런 사람이 자신이 기다리는 학사일 리 없었다.

 발가벗은 사내, 한재선은 기가 막혔다.

 ‘이 새끼는 뭐지?’

 나체로 거리를 질주하여 겨우 집에 도착했더니 웬 놈의 도사가 콧바람을 뀌고 서 있다.

 상종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도사를 보니 절로 마음이 찝찝해졌다.

 “누구시오?”

 똥개도 제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던가?

 한재선이 벌거벗은 육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말했다.

 “이 집 주인을 기다리고 있소이다. 이상성욕…… 아니, 도우께서는 그냥 가던 길 가시지요.”

 “내가 그 집 주인이오만.”

 운풍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닐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너무 당당하니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재선을 살펴보던 운풍자가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면 도우의 성함이…….”

 “한재선이라 하오.”

 “그, 그렇다면 왜 벗고 계신 것입니까?”

 “후우- 여기엔 슬픈 사연이 있소.”

 한재선이 그야말로 고매한 학사처럼 달을 바라보며 뒷짐을 졌다. 장포 대신, 속곳 끈이 풀어져 바람에 휘날렸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가진 바 없는 상인을 보았소. 평생을 노력하여 일가를 이루었으나, 운이 좋지 않은 까닭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이었지. 그 상인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소.”

 “이야기가 무엇이기에……?”

 “어느 날, 상인의 아내가 병에 걸렸다고 하오. 평생을 수전노처럼 살아왔으나, 아내에 대한 사랑만은 지극하였으므로 그는 가진 바 재물을 모두 처분하고, 집까지 처분하게 되었다오. 그러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상인은 결국 입던 옷까지 팔아야 하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지.”

 본래 거짓말을 하려면 스스로가 먼저 그것을 믿어야 하는 법이다.

 사람은 말에 속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사소한 움직임에 속게 마련인 것이다.

 한재선의 언행 속에는 허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도 모르게 한재선의 이야기에 몰입한 운풍자가 씁쓸한 세태를 한탄하며 도호를 읊조렸다.

 “무량수불.”

 한재선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버리지 않았소. 오히려 동냥질을 해서라도 아내를 구하려 했지. 백성을 돌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학문을 한다 말할 수 있겠소? 나는 가진 바 은자를 모두 털어 그에게 주었고, 그가 너무 추워하였으므로 입던 옷까지 벗어 주었다오.”

 운풍자가 작은 목소리로 감탄을 터뜨렸다.

 ‘대단한 위인이로구나. 백성들을 저리 사랑하니, 나의 생각대로 성품 하나는 고매한 셈이다.’

 운풍자의 시선에 약간이나마 존경의 염이 어렸다.

 한재선은 운풍자가 바라보든, 말든 속곳 끈에만 신경 쓰고 있었지만 말이다.

 ‘풀리려고 하잖아, 염병할.’

 바람이 거세게 분 탓인지, 속곳의 매듭이 약해져 있었다.

 한재선은 빨리 대화를 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밤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시오. 나는 이만 들어가 몸을 녹여야 되겠소이다.”

 한재선이 발가벗은 채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운풍자가 다급히 한재선을 불렀다.

 “비, 빈도의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실은 한 가지 의뢰할 것이 있어 찾아온 것입니다!”

 의뢰라는 말이 한재선의 발걸음을 잡아채었다.

 학문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은 씨가 마른 지 오래.

 요즘에는 제문을 대신 써 달라는 사소한 의뢰조차 없었다.

 학문을 팔아 호구하는 한재선에게 요즘의 세상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던 것이다.

 “험, 험.”

 한재선이 멋들어진 태도로 등을 돌렸다.

 마치 편자수(騙子手, 사기꾼)처럼 그의 표정은 몹시도 믿음직스러웠다.

 “그래, 무슨 의뢰요?”

 운풍자가 읍하여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고인(高人)의 열전을 편찬코자 합니다.”

 “고인이라니, 누구를 말함이오?”

 한재선이 담담한 어조로 말할 때였다.

 거세게 바람이 불더니, 마침내 속곳 끈이 풀리고 말았다.

 바람에 실린 속곳이 나풀나풀 허공을 헤엄쳤다.

 ‘아, 안 돼!’

 한재선이 바람에 날아가는 속곳을 잡으려고 허우적댔으나, 이미 늦었다.

 속곳은 그야말로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한재선은 남근을 천지사방에 드러낸 채로, 높이 뛰어오르려는 듯한 추한 상태로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

 운풍자가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경직되어 있던 한재선이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돌렸다.

 “들어오시오. 이야기는 안에서 듣겠소.”

 끝까지 목소리만은 당당한 한재선이었다.

 

 한재선의 모옥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흙을 대충 발라 바람만 겨우 막은 벽면은 청빈하여 그렇다 치지만, 책을 읽기 위한 걸상이나 책을 꽂을 가구 하나 없는 것이 아무리 봐도 학사의 방 같지가 않았다.

 사방에 책이 널려 있는 것이 그나마 운풍자의 마음에 위안이 되어 주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여벌의 학창의를 꺼내 입은 한재선은 책의 정체가 춘서(春書)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은근히 책을 구석으로 밀어 놓고는 그 위에 앉았다.

 “이제 말씀하시오.”

 “다시 한 번 빈도의 결례를 사죄하겠습니다. 빈도는 무당산에서 수학하는 도인으로, 도명은 운풍이라 합니다.”

 “알고 보니 무당의 도인이셨구려.”

 한재선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무당산의 도사들은 신선과도 같다 알려져 있다.

 범인들 사이에서는 무당산 도사들과 눈만 마주쳐도 복락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퍼져 있을 정도였다.

 ‘대박이다. 무당산의 의뢰라니! 거절하지 않길 잘했구나!’

 한재선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시커먼 속이 그대로 드러나는 웃음이었다.

 

 그러나 한재선의 어투만은 여전히 담담했다.

 “무당산의 도사들이 사욕을 채우지 않고 백성을 돌본다는 소리를 듣고 항상 존경해 왔소이다. 이렇게 직접 만나 뵙고 보니 과연 소문이 헛되지 않음을 알겠구려.”

 “과찬이십니다.”

 “귀한 손님을 만났으니 차라도 권해야 함이 옳으나, 워낙 가난하게 살아와 내올 것도 없소. 양해하시구려.”

 “마음을 써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무량수불.”

 운풍자가 괜찮다는 듯 따스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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