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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안녕하세요. 괴물이 되었습니다.
작가 : LE2HA
작품등록일 : 2018.8.16

2018년, 장신구점 0406이 개점하면서부터 다양한 괴물에 대한 목격담이 들려온다.


[이 작품은 Project Raffaello 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06. 나만 모르는 집안일이 있었나봐
작성일 : 18-08-23 14:49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3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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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었어?”

 

  해가 뜨고, 점심이 되었을 즈음, 기숙사의 방 문을 열고 등장한 누림이.

  승우는 퀭해진 눈으로 변형 인간에 관한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방 문을 열고 등장한 누림이를 바라봤다.

 

  “오랜만이네, 부모님 집은 잘 다녀 온 거야?”

  “어? 그, 그럼! 어휴, 부모님이 어찌나 일을 시키던지. 겨우 학교 복귀했네.”

 

  누림이는 부모님에게 다녀왔다는 거짓말을 승우에게 한 적이 없었다. 어디서 말이 생긴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별 탈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 기분이 들었다.

  누림이가 입고 나갔던 옷들은 이 곳 저곳이 찢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서로 옷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누림이는 바로 샤워하러 들어갔고, 승우는 그런 누림이를 바라보곤 기사가 띄워진 페이지들을 닫았다.

 

  “그래도, 다행히 돌아왔네.”

 

  그제서야 모니터를 끄고 침대로 향했다.

 

  “드디어 편하게 잘 수 있네.”

 

  누림이가 없던 동안, 승우도 누림이만큼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답 없는 혜성이라는 여자애.

  그리고 언제 어디서 난리를 피우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림이의 기사를 찾아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는 메시지의 누군가에게도 물어보기도 했었고, 경찰청이나 국방부를 해킹하려 들기도 했었다.

 

  “그나저나, 팔은… 다시 돌아온 건가.”

 

  침대에 누워서 샤워실 문을 바라보는 승우였다.

 

 ⍚ ⍚ ⍚

 

  샤워실로 들어간 누림이는 곧장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에 씻기도 했었지만, 역시 깨끗한 물로 하는 샤워가 기분이 좋았다.

  씻으면서 자신의 오른팔을 만져보았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검붉은 색에 울퉁불퉁하게 핏줄도 서 있었고, 손톱도 길게 나 있었다.

 

  “마치, 꿈같아. 나한테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오른팔은 원래 자신의 오른팔이 되어 있었다. 반지를 끼고 있던 손가락에는 반지 모양 그대로 흉터가 나 있었다.

 

  “손가락 보니까 꿈은 아니었네.”

 

  평소 같으면 금방 씻을 시간이지만, 누림이는 샤워기에 조금 더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물을 맞으면서 눈을 감고 있기를 몇 십분.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너, 수업 안 가냐? 계속 혜성이한테서 전화 오는데?”

  “아? 수업 있었지! 요 며칠 수업을 안 갔더니 수업이 있다는 것도 잊었네.”

 

  누림이는 수건을 대충 걸쳐서 몸을 닦고는 팬티 한 장 입지 않은 채로 화장실을 나와 방을 돌아다녔다.

  승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누림이를 따라 방으로 와서 침대에 누웠다.

  무심결에 하이파이브라며 누림이에게 손바닥을 보이며 웃어보였지만, 누림이는 손바닥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자신의 오른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무안해하는 승우를 보곤 미안하다 말하곤 계속해서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미, 미안, 나. 수업이 늦었어.”

  “아, 아냐 내가 더 미안. 수업 가야하는데 방해 했네.”

 

  누림이는 대충 옷걸이에 걸린 옷을 입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승우는 침대에 누운 채 방금 자신의 행동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바보.”

 

  어제까지 오른손이 변해 있던 사람한테 오른손을 내밀다니.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하…”

 

  승우는 침대에 누운 채로 이불을 덮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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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덕분인지 폭력적인 성격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어제의 자신 같았으면 쉽게 화가 나서 주변에서 나는 자동차 소리에도 벽 한 두 개 날아갔을 텐데, 확실히 정상 생활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안녕.”

 

  강의실로 들어와서 제일 앞자리에 앉은 혜성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혜성이는 앞자리 앉아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혜성이는 승우가 전했던 누림이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계속해서 누림이의 행방을 물어보고 다녔었다.

 

  “어…? 누림이다…! 누림이다!”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걸어온 누림이를 보고 혜성이는 반가움에 소리쳤다.

 

  “혜성아, 수업 중인데… 나도 저렇게 환영 안 해줬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집 갔다 온 누림이가 그렇게 반가워?”

 

  교수님은 짧게 혜성이에게 말을 하곤 수업을 이어 나갔다. 혜성이는 옆에 앉은 누림이를 보면서 말을 걸었다.

 

  “괜찮아? 집 다녀 온 거야?”

  “응, 집에 약간 문제가 생겨서.”

 

  아무래도, 자기가 변형 인간이 되어서 학교에 나타나지 않던 동안, 누군가가 고맙게도 헛소문을 내 준 것 같았다.

  돌아온 일상생활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언제 변형인간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오른손은 평범했고, 예전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 그동안 너가 빠졌을 때 수업 요점 정리 한 거야.”

  “고, 고마워.”

  “그거 때문에 정리 두 번씩 하느라 힘들었으니까. 밥은 너가 사.”

  “당연하지.”

  “밥 먹고, 커피도 사는 거 잊지 말고.”

 

  혜성이와 함께하는 순간도 이전과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중간 중간 저려오는 누림이의 오른팔을 제외하면 일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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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변형 됐을 때, 증상을 기억하지? 그 때처럼 지속적으로 통증이 오면 얼마 뒤에 팔이 다시 변형 될 거야.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지끈거린다고 먹으면 안 돼. 그 땐 꼭, 변형이 되고 나서 먹어야 해.”

  “그럼, 다시 약을 먹으면 되나요. 몸이 녹거나, 이성을 잃어버리는 걱정을 하면서?”

 

  아나는 웃으면서 까치발로 서서 누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그건 너 몸에 안 맞았을 때의 이야기고, 만약 처음이 성공한다면 계속해서 약은 복용해도 될 거야.”

  “약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약을 먹을 것처럼 말을 하네. 흠, 약이 떨어질 때 즈음, 내가 다시 나타날게. 그 전에 다 떨어지면 다시 여기서 만나면 되고.”

 

  누림이는 아나가 건넨 약을 손에 쥔 채로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을 마쳤을 때엔, 아나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 ⍚ ⍚

 

  “반지는 뺐네?”

 

  혜성이가 누림이의 손가락을 보고 물었다. 누림이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끊긴 반지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미안, 집안일 도와드리다가 반지가 쉽게 끊기더라고. 어디 걸렸었나봐.”

  “아냐, 오히려 다행인걸. 계속 부어있던 손가락 보다가 이렇게 괜찮은 손가락 보니까 내 마음이 더 놓이는데.”

 

  누림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혜성이가 웃어보였다. 상처가 나 있는 반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을 보더니 가방에서 연고를 꺼내 발라주기도 했다.

 

  “그래도, 혜성이가 선물 해준 건데, 계속 간직하려고. 언젠가 행운이 올 지도 모르니까.”

 

  말을 하면서도 누림이는 언젠가 이 반지를 아나에게 전달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 고마운걸. 나중에, 취업해서 돈 벌면 금으로 맞춰줄게. 딱 기다려.”

  “진짜? 그 땐 좀 비싼 걸로 부탁해!”

 

  누림이는 웃어보이다가도 계속 저려오는 팔이 신경 쓰였는지 계속 시선이 손가락을 향했다.

 

  ‘아나가 말하던 때가 이런 때를 말하는 건가. 곧 다시 변하는 건가.’

 

  “혜성아, 나 오늘 약속이 있어서 이만 들어가야 할 거 같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어? 갑자기?”

  “하하. 응, 까먹고 있었네. 그, 그러니까. 내일 보자!”

 

  급하게 가방을 챙겨서 카페를 나왔다. 주변은 아직 낮이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변형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다시 난동을 부릴 수도, 잡혀갈 수도 있었다.

  지끈거리는 팔을 부여잡고 두리번거리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 산호빌 지하 주차장, 차량 없음.

 

  모르는 번호의 메시지였지만, 일단 산호빌로 향했다.

  산호빌은 학교 앞에 있는 원룸 건물이었고, 신축 건물이지만 아직 사람들이 입주하지 않았다고 들었던 것 같다.

  팔은 계속 지끈거렸고,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 순간, 팔은 어제까지 자신이 봐오던 검붉은 색의 팔로 되돌아왔다.

 

  - 세이브네. 굿.

 

  아까 산호빌을 알려주던 누군가는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고, 누림이는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입고 왔던 셔츠는 또 오른팔이 찢어져나갔으며, 주머니에서 아나에게 받은 알약을 입에 넣고 삼켰다.

 
작가의 말
 

 어제는 강원도에서 전라도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오느라 너무 피곤해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고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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