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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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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4 화
작성일 : 16-07-07 16:39     조회 : 497     추천 : 0     분량 : 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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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t Life

 

 

 

 “아, 아버지가…….”

 검이 날아오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라던 형은 레비디안의 시선을 쫓다가 내 발치에 꽂힌 검을 발견했다.

 그의 입에서는 다시 경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럴 수는…….”

 나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이며 검을 집어 올렸다.

 미끄러지지 않게 가죽을 대놓은 부분에는 축축하게 땀이 묻어나 있었다. 확실히 아버지가 긴장할 정도로 검왕은 절대적인 강자다.

 아버지는 내가 검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가 내게 가진 생각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저런 부분은 확실히 본받을 만하다.

 “후우……. 졌소.”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그녀는 검을 거두고 깨끗한 자세로 악수를 청했다. 아버지는 기꺼워하며 악수를 받았다.

 뭐, 말은 좋은 대련이었지, 검왕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습관을 네 번이나 드러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

 검왕 역시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돈세르논 군. 당신 차례에요.”

 “옛!”

 형은 마치 30일 동안 훈련소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막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마냥 바짝 군기가 들어있다. 내 기억에도 저것은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예전의 난 형과 레비디안의 대련을 가슴 졸이며 기대했었다.

 아버지가 저렇게 화려하게 싸운 만큼, 형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물론, 지금은 기대할 이유도 없지만.

 형은 검왕의 앞에 서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했다.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해요.”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둘은 대치를 시작했다.

 형은 검을 들고 천천히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서 견제에 들어갔고, 레비디안은 제자리에 선 채로 눈으로만 형의 모습을 쫓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기합과 함께 형이 달려들었다.

 “차아앗!”

 그리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랗게 갠 맑은 하늘에 평화로이 흐르는 구름을 보며, 가볍게 숫자를 세면…….

 하나, 둘, 셋.

 “크헉!”

 쿠당탕!

 형이 나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측면을 노리고 달려들던 형을 한 발자국 차이로 피해 내고서는 다리를 걸고, 팔꿈치로 뒤통수를 찍어 눌렀을 테지.

 나는 다시 고개를 내렸다.

 형은 그야말로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개구리마냥 엎어져 있다.

 형이 늘 고수해오던 귀족적인 품위와는 태양에서 땅까지의 차이가 있다.

 딱 두 방 맞고 기절했었지, 저 인간은.

 “검도 쓰지 않고…….”

 아버지는 가볍게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그래도 형의 지금 실력은 검왕이라 불리는 사람이 검을 들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정도니까. 게다가 저렇게 가벼운 기술에 걸린 사람이 나쁘다.

 레비디안은 검을 두 번 휘두르고는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긴장했나 보군요. 내일은 좀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하겠어요.”

 저기, 기절한 사람한테 말해 봤자…….

 그녀는 형에게서 관심을 지운 듯 내게 고개를 들리며 말했다.

 “자, 다음이군요. 아리세인 군. 앞으로 나오세요.”

 이제 내 차례로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자아……. 한 번 해볼까?

 

 원래대로라면 내가 형을 들춰 업어서 한 쪽에 눕히는 동안 아버지와 그녀가 대화를 했어야 한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 그랬다.

 그렇지만 그녀는 일부러 나를 지목하고는 형의 처리를 아버지에게 맡겼다.

 그만큼 그녀는 내게 흥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우우……. 갑자기 위장에 부담이 얹힌다.

 그 증거랄까, 그녀는 먼저 입을 열어 이야기를 청해왔다.

 “공작께서 오기 전에 잠시 이야기나 나눌까요?”

 “이야기라기 보단 어쩐지 제게 물어보실 게 있는 것 같은데요.”

 지금 내 육체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검왕에게 한 마디라도 물어보고 싶어서 안달이겠지만, 난 그녀에게 물어볼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그녀가 내게 물어봐야겠지.

 그녀는 무표정에 살짝 그림자를 드리우며 낮게 물었다.

 “그렇게 보이나요? 또 혼나고 싶은가 보지요?”

 “아니면 말고요.”

 음. 내가 봐도 무진장 뻔뻔한 대답이다. 살기를 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번 걸렸으면 됐지 두 번 걸릴까 보냐.

 그녀는 내 대답에 피식 웃고는 말했다.

 “올해 나이가 열여섯이라고 했죠? 그런데 한 10년은 더 묵은 것처럼 보이네요. 검 실력도 그 정도라면 좋겠군요. 물어볼 것이라……. 그래요. 확실히 물어볼 것은 있죠. 아리세인 군에게만 아니라, 공작가의 ‘검’에 대고서.”

 그녀의 눈에 날카로움이 생긴다.

 죽기 전에도 그녀를 잘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저 눈은 그녀가 검사로서 사람을 대할 때의 눈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를 대할 때도 저 눈이었다.

 그녀는 검사 레비디안으로서 말했다.

 “제 검에는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알 수 없어요. 반년 가량 혼자서 수행에 몰두했지만, 가슴 속에 불안감이랄까……. 그런 것이 생겨서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죠. 내게 문제가 있다면, 남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검술에서 생기는 문제라면…….”

 “검을 아는 사람에게 보이면 된다.”

 “정답이에요. 그렇지만 공작 각하도 그렇고, 아리세인 군의 형은 말할 필요도 없었지요. 두 사람은 아마도 모를 거예요. 그리고 남은 것은 아리세인 군, 당신뿐이군요. 일부러 검의 명가로 찾아왔는데, 대답을 얻지 못하면 참 실망할 거예요.”

 “무예의 전당에서는 알 수 없었습니까?”

 그녀가 자신의 습관을 알아내고 타파하기까지 3년. 그 사이에 그녀는 검술의 명가나 강한 무력 단체들을 찾아다녔다.

 그녀가 소속된 무예의 전당은 대륙에서 같은 계열에서 1, 2위를 다투는 단체이건만, 3년 동안 그곳으로 갔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난 항상 그게 궁금했었다.

 레비디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알 수 없을 거예요. 그곳에서 저를 이길 사람은 없으니까. 저를 이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검왕이라 불리는 사람을 이길 실력이라……. 그건 저희 아버지를 비롯해 저희 형제에겐 없는 겁니다.”

 “아니지요. 제 말을 잘못 들었군요.”

 그녀의 눈이 한결 더 날카로워졌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 들었다는 것일까? 그녀는 내 이해를 정정했다.

 “저는 저를 ‘이길’ 사람이라고 했어요. ‘이기는’ 사람이라든가, ‘이긴’ 사람이라고 한 적은 없어요. 후자의 경우는……, 그래요. 8년 동안 아무도 없었군요.”

 이길 사람이라면……. 현재를 포함한 미래를 모두 합쳐서 말하는 것인가? 그나저나 18세에 대륙의 검사로서 이름을 올린 뒤, 무패신화를 쌓아 검왕이란 칭호를 얻은 사람답게 당당함이 깃든 말이로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녀가 말하니 그렇게 당당해 보일 수 없다.

 “그 말은……. 당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겁니까?”

 “맞아요. 나를 이길 수 있는 자질. 그것을 찾는 거죠. 그런 사람이라면 제가 부족한 뭔가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거예요. 제게 뭔가를 가르쳐 주었다면, 그 보답으로 제가 뭔가를 가르쳐 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그녀는 은근한 의미가 담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을 보고서야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가 우리 가문에서 떠나고 3년 뒤에, 그녀는 자신의 습관을 타파하고서 진전을 이을 제자를 한 명 들이게 된다.

 그 사람은 내가 죽을 무렵엔 대륙에서 강하기로 손꼽히는 8명 중 한 사람이 되어, 검왕의 칭호를 이어받게 된다.

 맞아. 그랬어. 그녀가 제자를 들였다는 소문이 대륙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게다가 그 제자라는 사람이 어디 명가의 자식도 아니고 무력 단체 소속도 아닌 평범한 어부 소년이었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한 듯이 말했다.

 “레비디안 님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는데요? 하하핫.”

 “후. 그렇겠군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살짝 미소를 띠웠다.

 이걸로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는 대략 예상 범위 안에 들어가겠군. 아마도 다 알면서 모른 척하고 있거나, 때때로 날카로워지는 성격이거나.

 일반적이라면 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지금 열여섯 살의 외모를 하고 있고, 미래를 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의 16살은 빈약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의 몸이다. 선천적으로 약한 게 아니라 그냥 조금 마른 정도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런 몸이 검사에 어울리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왜냐면 예전의 16살 때는 검보다는 학식에 치중했었거든. 지금도 그러던 도중이라 상당히 볼품이 없지. 이런 내 모습이 레비디안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다.

 대화가 멈추었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시작할까요? 아리세인 군.”

 “예. 레비디안 님.”

 나는 먼저 그녀에게 살짝 허리를 숙여보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검을 잡고 댄스 오브 나인 소드의 기본자세를 취했다. 기본자세라고 해야 보통 검술의 중단 겨누기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지만.

 “침착하게, 천천히, 날카롭게. 잊지 말아라.”

 “예. 아버지.”

 아버지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충고를 건넸다.

 순간 고개만 끄덕이는 척만 할까 생각했지만, 태도는 천천히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연기해야 한다.

 나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말이지.

 차아앙…….

 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오며 물리는 소리는 심장을 반쯤 베어내는 기분이 든다.

 설령 그것이 연습용일지라도, 나를 겨눌 물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후우우…….”

 침착하자. 상대가 검왕이라고 해도, 나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이미 난 죽음을 한 번 겪었잖아?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향해 살기를 방출해도 그걸 견딜 수 있었던 거야.

 죽을 위험도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황할 필요는 없어!

 “가겠습니다.”

 “오세요.”

 타악!

 땅을 박차며 침착하게 덤벼들었다. 먼저 제일 기본적인 동작을 사용하기로 했다.

 위에서부터 내려치기.

 쉬익!

 연습용 검이지만 허공을 가르는 소리는 날카롭다.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 정직하게 내리쳐진 검을, 그녀는 옆으로 몸을 움직여 피했다.

 그리고 아까 형에게 했던 것처럼 다리를 걸어온다.

 보통의 검사라면 이것을 피하겠지만…….

 따악!

 나는 맞발을 걸어서 그것을 막았다. 그녀와 나는 정강이에 보호대를 대고 있다. 힘의 차이는 있지만, 밀리지는 않는다.

 다음, 간다!

 휘익!

 부딪혀 물러난 다리로 땅을 디디며 다시 검으로 그녀를 향해 가로 베기를 친다. 역시나 정직한 직선을 그린다.

 차작……!

 그녀는 다리를 끌면서 몸을 낮춘 채 그것을 피하면서 내 명치를 향해 왼 주먹을 날렸다. 나는 왼발을 들어 무릎의 보호대를 그 앞에 들이대었다.

 카앙!

 그녀의 건틀렛과 내 무릎 보호대가 서로 부딪혔다. 순간 나는 중심을 잃을 뻔 했지만, 껑충 뛰어서 재빨리 자세를 고쳤다.

 세 걸음 정도 거리가 벌어졌고, 나와 그녀는 다시 눈을 마주보며 대치에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내가 16살 때 그녀에게 그대로 당했던 패턴과 같다.

 그때 처음에는 다리가 걸려 넘어졌고, 다시 일어나 덤볐을 때는 명치에 한 대 맞고 쓰러졌었지. 그래도 형처럼 기절은 안했다.

 다만 요란하게 구토했을 뿐이다. 부끄럽지만.

 아무튼! 이것으로 내 과거의 실수는 갚았다!

 “후우.”

 게다가 지금은 내 나름대로 그녀를 시험해 본 것이다.

 내 기억 속에서 그녀가 내질렀던 주먹은 지금 막은 것에 비해 훨씬 강했다. 결국 그녀는 내 실력을 보고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보다가 그녀가 들고 있는 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자신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검으로 상대한다고 한다.

 죽기 전에 들은 바로는, 그녀와 한 번이라도 검을 맞대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실력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도 나름대로 상대를 고른다는 뜻이다.

 나는 검을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적당한 긴장감이 몸에 감각을 팽팽하게 깨워주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나로서도 연습 게임이었다.

 이제부터는 그녀가 검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녀의 습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직접 검을 부딪쳐야 하니까.

 천천히……. 천천히……. 검 끝을 흔든다.

 손목에 힘을 가감하며 팔의 근육에 적당한 힘을 주어 스르륵 움직이듯이 검을 움직인다.

 상대의 눈을 어지럽히기 위한 기술이지만, 이것도 자칫하면 풋내기의 어설픈 기술이 되어버린다.

 흔들……. 흔들……. 검이 움직인다.

 몸은 16살이지만 실력은 26살의 것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실력에 몸이 따라주지 않기에, 이 단순한 기술을 발휘하는 것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손목이 뻐근하군.

 “하앗!”

 먼저 기합을 지른다. 그리고 그것보다 한 박자 늦춰서 달려든다.

 그녀는 내 기합에 반응하려다가 내가 한 박자 늦게 움직이자 작게 움찔했다가 부드럽게 대응했다.

 고급 기술을 흉내 내는 애송이로 보이겠지?

 그렇지만, 흉내가 아니다!

 이번엔 진짜다!

 제 1격. 위에서 아래로.

 내려침과 동시에 몸을 좌측으로 기울이면서 허리를 강하게 뒤튼다. 그것으로 휴식 없이 가로 베기에 들어간다.

 레비디안은 몸을 옆으로 피했다가 곧바로 쫒아오는 검에 다시 한 번 몸을 뒤틀었다.

 제 2격. 앞에서 앞으로.

 그녀의 측면을 내 정면으로 두도록 다리를 움직여 땅을 딛고는 곧바로 내찌른다.

 그리고 다시 발을 바꿔 디디며 한 번 더 찌른다. 그녀는 뒤로 두 걸음 움직이면서 그것을 피했다.

 아직 검은 그녀의 손에 들린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 3격. 옆에서 위로.

 다리를 움직여 그녀의 움직임을 쫓아가고, 쫓아가면서 내민 검으로 그녀의 턱을 노린다.

 그러나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그것으로 나는 큰 빈틈을 보이게 된다.

 “하압!”

 이번엔 기합과 동시에, 올려치기를 하는 자세 그대로 디딤발을 끌어와 앞으로 걷어찼다.

 아직도 검을 안 내밀 셈인가!

 파앙!

 단단한 군화의 밑창과 검의 옆면이 닿아서 둔탁한 울림이 생겼다. 그녀는 검을 끌어와 양손으로 내 발 앞에 대어 발차기를 막았다.

 “후우……!”

 검을 내리면서 다시 준비 자세.

 앞으로 바라보다 레비디안은 검 끝에 한쪽 손을 대어 내민 그대로 내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슬슬 투지와 함께 이채가 생기고 있었다.

 좋아! 검을 들게 했다!

 나는 숨길 수 없는 희열에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비록 이 몸에는 무리한 움직임을 한 덕분에 온 몸의 근육이 쑤셔오고 슬슬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이것으로 그녀를 놀라게 하는 데는 성공이다.

 그녀는 천천히 검을 내리며 제대로 나를 향해 겨누었다.

 “몸에 비해 무리한 기술을 구사하고 있군요. 마치 기술에 몸이 못 따라가는 듯해요. 보통은 그런 일이 없는데……. 참 신기하군요. 놀랍기도 하고.”

 놀랍다고 했지만, 그건 오히려 이쪽의 이야기다. 단 몇 번 공격을 받아보고 그걸 알아내다니, 과연 검왕의 칭호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건가? 눈썰미 한번 무섭네.

 나는 충분히 긴장한 어조로 말했다.

 “흉내 내기에 불과합니다.”

 “몸이 뒷받침 되었을 때도……. 과연 흉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조금 전 일련의 동작은 훌륭하게 완성되어 있는 선을 그렸어요. 몸이 따라주지 못해 완전하진 않았지만.”

 “말 그대로, 무리했을 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조금 더 보도록 하죠. 이번엔 이쪽에서 갑니다.”

 레비디안은 입을 굳게 다물고는 침착하게 내게 검을 휘둘렀다.

 처음으로 그녀가 내게 휘두른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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