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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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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2 화
작성일 : 16-07-07 16:36     조회 : 525     추천 : 0     분량 : 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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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틀렸습니다. 공부하세요.

 

 

 

 공교로운 일입니다만 여러분. 분명 죽었다고 생각한 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아니, 조금 다르다고 해야겠죠. 다시 살아났을 때는 죽은 날로부터 10년 전이니까요.

 아, 소개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아리세인 헤르듀크’입니다. 애칭으로는 ‘리셀’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리셀이라고 불러주세요.

 분명 저는 ‘카’라는 작위 명을 받은 기사이고, 제국군 제 3 기사단 소속입니다. 나이는 26세이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감정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혼이고요.

 아무튼 그렇게 살다가 전쟁터에서 죽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16살로 되돌아와 있더군요. 에……. 이런 걸 가리켜서 임사체험이라고 하는 걸까요? 아니, 그것보다는 사후체험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거 말해도 재미없군.”

 나는 고개를 돌리며 음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먹기 전, 세수를 하면서 들여다본 나의 모습은 16살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내가 17살 때 깨버린 욕조나 18살에 박살낸 세면대도 온전했다.

 일단 저것들 먼저 부수는 걸로 내 기억의 구색을 맞춰볼까 싶었지만, 미친놈으로 보일 짓은 그만두자.

 그, 뭐랄까, 사실 이런 상태라면 답은 이미 뻔하다.

 그렇지만 어쩐지 인정하기 싫은 게, 이것을 인정해 버리면 내가 믿어왔던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거스른 건가.”

 그렇지만 내 입은 오늘 아침처럼 날 배반하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떨며 흠칫 놀라야 했고,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역행했군.”

 내 방의 모습, 나의 모습, 내 주변의 모습.

 그 모든 것이 내 기억 속의 10년 전의 것과 같았다.

 어쩐지 그림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년 전에 그려둔 정밀한 풍경화를 들여다보며, 변함이 없는 그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처럼.

 어떻게? 왜?

 …….

 “아우우……. 머리 아파.”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일은 모르는 거다.

 설마하니 정말로 꿈은 아니겠지? 하지만 앞으로 10년의 인생을 사는 꿈이라니, 그 죽음마저도 너무나 확실한 꿈 따위는 들어본 적도 없다.

 “우욱……!”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니, 순간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다.

 뱃속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역류해 목구멍 바깥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려는 것 같은 느낌.

 그것으로 확신했다.

 그래. 난 죽었다. 틀림없이 죽었다.

 멍청하고 무모한 작전의 최선두에서 돌격하다 석궁에 고슴도치가 되어 낙마. 그리고 조금 숨을 쉬다가 죽었다.

 후- 하-.

 입을 가린 손 사이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랫동안 마차를 탔을 때 느껴지는 구토감이 다시 목 언저리까지 넘실거린다.

 “하아……! 하아!”

 나는 세면대에 손을 짚고는 거센 숨을 몰아쉬었다.

 맞아……. 난 죽었었어.

 얼굴을 들어본다. 거울에 비친, 하얗게 질린 내 얼굴. 그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숨결 덕분에 거울에는 김이 서리고 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거울에 비친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차갑고 매끄러운 느낌. 그리고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뽀드득하는 작은 소리.

 “살아있어…….”

 난 살아있다.

 16살의 몸을 가지고.

 10년 전의 시간에서.

 

 소리 없는 식사가 계속된다.

 훌륭한 귀족은 무릇 식사할 때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 법. 헤르듀크 가문은 제국에 셋 있는 공작가문 중 하나로서 그에 따른 모범적인 법도를 익혀야 한다.

 “어머나. 오늘은 실수가 없구나, 리셀.”

 “언제까지고 실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내 대답에 어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역시 흐뭇하진 않더라도 다시 보는 눈으로 조금씩 날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16살 때의 나는 그때까지도 식사예절을 다 익히지 못했다.

 형이나 여동생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난 손재주가 서툴렀는지 귀족의 식사법을 익히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건 그때의 이야기.

 지금은 물 흐르듯이 예법을 내보일 수 있다.

 나는 식사 도중 몰래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를 인정하지 않았고,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나를 죽인 존재.

 분명 16살 때의 난 아무런 생각 없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따랐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그저 귀여움 받고 싶을 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언제나 아버지는 나를 멀리 했으니까.

 후우……. 미묘한 기분이군.

 “오빠. 무슨 일 있어?”

 “응?”

 “한 번도 실수 안 하잖아? 평소라면 이맘때쯤 잔을 들다 깨뜨린다든가 했잖아. 근데 왜 오늘은 안 그래?”

 베르세리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날 올려다보았다.

 올해로 20살……. 아니지, 10살이 된 꼬마 숙녀다. 곱슬거리는 금발머리에 검은 눈을 한 하얀 얼굴의 앙증맞은 여자아이다.

 이 아이에 대해선 시종일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를 서슴없이 대하는 가족이었으니까.

 그에 반해 형이란 작자는…….

 “흥. 이제야 귀족이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지.”

 이렇게 꼬박꼬박 내 혈통에 대해 걸고 넘어간다. 그걸 대놓고 지적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기술은 여전하군.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얼굴도 조각 같이 다듬어진 매끈한 외모를 한 잘 생긴 이 남자가 내 형이다.

 그러나 그가 날 바라보는 그 푸른 눈에는 언제나 경멸이 서려 있었다.

 16살 때의 나라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에 어떻게든 이런 형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겠지만, 지금 와서 다시 환심을 사고픈 마음은 없다.

 나를 잘 대해 줄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에겐 역시 마찬가지로 대한다.

 “다들 공부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세론, 리셀, 세라.”

 아버지의 갑작스런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헤르듀크 가문의 장남인 ‘돈세르논 헤르듀크’는 침착하게 답했다.

 “예.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그 뒤에 나, 그 다음에 세라가 차례대로 답했다.

 “저 역시 문제는 없습니다.”

 “저도요.”

 서열에 따라 차례대로 대답하는 법이지만, 형은 내게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다.

 어떻게 감히 네가 세라의 앞에서 대답을 할 수 있느냐는 경멸 찬 시선이다. 확실히 이 인간은 세라를 예뻐했지.

 옛날에는 참 많이 괴로워했다. 같은 가족인데 잘 대해줄 수 없을까 하고. 물론 내 출생에 대해서 알기 전의 이야기였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가당찮은 기분 외엔 남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지금 와서 형을 보니……. 철없는 도련님이 콧대 세우는 모습이다.

 가소롭다 못해 귀엽기까지 하다.

 아버지는 늘 똑같은 무뚝뚝함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별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군. 가끔 너희 선생을 불러 확인할 테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해라.”

 “예. 아버지.”

 “알겠습니다.”

 “네, 아빠.”

 아버지의 말씀은 여기까지다. 손을 대면 무뚝뚝함이 묻어나올 것 같은 이 남자는 제국 내에서도 ‘철혈의 공작’이라고 불린다.

 집안에서나 바깥에서나 냉정하고 무뚝뚝한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다.

 나와 형에게 유전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조금씩 새치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약간 각이 진 턱에 수염은 깨끗하게 다듬었다.

 한 가정의 가장과 세 아이의 아버지와 한 나라의 공작을 모두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근엄함을 담은 얼굴이다.

 정확하고 냉철하다는 인상을 주기 딱 좋은 성격이며,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한다. 파벌에 휩쓸리지 않고 언제나 정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모습은 황제파나 귀족파의 두 파벌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이다.

 그에 반해서 어머니는…….

 “레드. 가족끼리 있을 때는 그렇게 딱딱하게 말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세론이 벌써부터 안 웃는 버릇이 생기잖아요. 리셀은 잘 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지만 세라까지 그렇게 될까 걱정이에요.”

 참으로 태평하게 말씀하신다.

 아버지와 정말로 안 어울리면서도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는 ‘불가사의한 공작부인’이 바로 어머니다.

 세라에게 유전된 금발머리와 형에게 유전된 파란 눈을 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꽤나 미녀였으리라 생각되는 원숙한 부인의 상이다.

 주변의 공기를 온화하게 하는 특기가 있어, 귀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리고 세라와 더불어 나를 진정 사랑해 준 사람이다.

 “그런데 레드, 어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대화를 청했다.

 아버지의 질문은 언제나 형이 날 공격할 빌미를 만들기에, 날 신경 써 줘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의 나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저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대해주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알고 있기에.

 위화감이 든다.

 지금은 내가 살던 시간이 아니다.

 이미 과거로 흘려보내서 약간의 기억과 소소한 추억만이 남아있는 시대다. 나의 정신과 기억을 제외한 모든 것이 10년 뒤로 후퇴했다.

 이를 테면, 지금 쓰고 있는 포크와 나이프.

 내가 21살 때니까……. 그래, 앞으로 5년 뒤에는 식기 디자인의 유행이 바뀐다.

 지금은 음식에 맛이 섞이지 않도록 금이나 은으로 만드는 게 대세지만, 5년 뒤에는 새로운 합금이 발명되면서 식기를 비롯해 철제 물품의 판도가 바뀐다.

 듣기로는 대륙 서쪽에 있는 작은 공방에서 그 합금이 발명되었다던데, 혹시 모르겠다.

 지금 찾아가서 그 공방 사람들에게 약간의 단서를 주면 똑같은 금속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핫, 재미있는 생각이군. 그러면 정말로 역사를 바꿀 수도 있겠…….

 어라?

 순간 머리에 떠오른 어떤 생각에 손이 멈췄다.

 시간을 역행했다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미처 생각이 가질 않았다.

 나는 10년 전으로 되돌아왔다.

 향후 10년의 기억을 모두 가진 채로.

 물론 그 10년 동안의 모든 일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큰 사건들은 기억하고 있다.

 원인부터 전개에 결말, 그리고 흑막까지 전부 기억하는 사건도 있다.

 그것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다.

 그리고 ‘곧’ 일어날 일들이다.

 시간을 거슬러 왔다면, 앞으로는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사건들을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혹은 더 심각하게 일어나게 할 수 있다.

 그것뿐인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기에 그것을 내 입맛대로 이용할 수 있다.

 다 알고 있기에,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의 10년을……. 지배할 수 있다.

 

 “오빠? 왜 그래?”

 “어? 아, 아냐.”

 “흥. 식사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 예의가 없군.”

 생각을 좀 오래 했나 보다.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머물러 있다. 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다.

 그렇지만 가슴 속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이 들끓고 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죽은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막을 수 있다!

 아침식사가 끝난 후, 가정교사가 오기까지 한 시간 가량, 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지금 내게 일어난 일은 불가사의하기 그지없지만, 의심스럽다고 해서 이용하지 않으면 바보다.

 왜 들어온 것인지는 몰라도 손 안에 들어온 것이 황금이라면, 일단 사용해야 한다.

 제일 먼저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시간별로 정리하기로 했다.

 제국과 다른 열강들, 그 사이에 끼어있는 소국들.

 10년 사이에 이 사이에는 상당히 복잡 미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몇 개는 사람들에 의한 거고, 몇 개는 자연이나 초자연적인 것들에 의한 것이다. 혹은 섞여있는 것도.

 “으음……. 제일 큰 사건은 아마 ‘검은 삭월(朔月)’이라 불리는 ‘망야(望夜)’의 준동이겠지. 그 일의 발단은 앞으로 1년 반 뒤에 일어나니까……. 이건 1년 뒤에 움직이는 게 좋겠군.”

 이런 식으로 사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한 다음, 내가 손댈 수 있는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선별했다.

 세상의 일들이 그렇듯이 내가 손댈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있으니까.

 내가 16살 때 제일 큰 일이 뭐였었지?

 일단 마를린의 죽음이 있지만, 그건 약 3개월 뒤에 일어난다.

 지금은 5월 24일이고, 1개월 별로 끊어서 한가지씩만 떠올려 보면…….

 “제국력 372년 5월 24일. 검왕(劍王) ‘레비디안’의 출현…….”

 내가 16살 때, 그러니까 지금 현재 대륙에는 최고로 꼽히는 다섯 명의 무인이 있다.

 이후 이것이 10년 뒤엔 8명이 되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그들 다섯은 대륙의 최강자를 다투는 이들이다. 각자 사용하는 무기는 다르지만, 그 분야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중 검왕이라 불리는 레비디안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방랑검사다.

 그 사람이, 오늘 제국의 수도에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 가문을 방문한다.

 “바로 이거야……!”

 나는 미소를 지었다.

 시간을 거슬러온 첫날. 내게 기회가 찾아왔다.

 

 “검왕께서 친히 왕림해 주시다니, 삶에 다시없을 영광입니다. 저는 헤르듀크 가문의 장남인 돈세르논 헤르듀크입니다.”

 나의 형 돈세르논은 지극히 저자세로 인사를 했다.

 그렇지만 레비디안은 무표정으로 고개만 까딱했을 뿐, 응대는 하지 않았다.

 내가 죽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을 맞상대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검왕이 차갑게 목례만 하자 형은 당황해하면서도 슬쩍 물러났다.

 얼굴도 잘 생기고, 공작의 최우선 계승자인 형이 여성에게 무시당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겠지.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앞으로 살짝 나서서는 45도 정도로만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오른손을 내밀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차남인 아리세인 헤르듀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셀!”

 “너, 무슨 무례를……!”

 “오빠……?”

 아버지와 형, 세라가 즉각 반응해 왔다.

 당연히 검왕을 상대로 악수를 청하는 건, 당신과 내가 대등하다는 의미로서 생각될 테지. 건방지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검왕 레비디안은…….

 “만나서 반가워요. 용기가 있군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주 손을 잡아왔다. 적중했다!

 “별 말씀을.”

 검을 잡는 손이지만 묘하게 부드러웠다. 하얗고 보드라운 손은 따스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악수한 다음 물러났다.

 옆에서 형이 네 간은 얼마나 크냐는 눈빛을 보내왔다.

 다음에 세라가 예쁘게 인사하고서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차분하게 검왕 레비디안을 감상했다.

 검은 머릿결은 매끄러운 폭포수처럼 어깨에서 미끄러져 봉긋한 가슴에 걸치듯 살짝 올라왔다가 다시 밑으로 떨어진다.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해서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는 데 별 방해가 되진 않았다.

 하얀 얼굴은 대체 검사인지 귀부인인지 모를 미모로, 마치 미의 결정인 양 아름답기만 하다.

 척 봐도 스무 살 초반의 외모였다. 게다가 피부에는 잔주름 하나도 없다.

 저런 미모를 갖추었지만, 올해로 26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5대 강자 중에 들어가니, 가히 무서운 실력이 아닐 수 없다.

 여자이면서도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애초에 검의 달인으로 인정받은 무예가라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검왕이라 불린다지만, 레비디안은 그 누구보다 그에 어울렸다.

 “과연 영웅의 가문이군요. 전설대로 치기어린 면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고요.”

 레비디안은 다시 무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조에는 냉기가 아닌 온화함이 숨어 있었다.

 나는 멋쩍게 웃는 시늉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대답과는 천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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