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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4장
작성일 : 16-03-30 14:32     조회 : 702     추천 : 0     분량 : 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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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이별

 

 

 

 

 

 

 

 

 

 

 

 산봉우리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었지만 겨울동안 바짝 메말랐던 갈색의 나뭇가지에 초록의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었다.

 봄이 왔다.

 푸른 풀들이 얼어붙었던 땅에서 피어났다.

 도장석이 나뭇가지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보기 좋게 뽀얀 살이 올라와 있었다.

 왜소했던 체격도 몰라보게 좋아진 상태였다.

 도장석은 송광의 맛있는 요리를 겨울 동안 잘 먹으면서 부쩍 키까지 커졌다.

 스윽! 슥!

 도장석이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움직일 때마다 땅위에 소나무가 점점 형체를 이뤄나갔다.

 조각에 도움이 된다며 송광이 그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줬다. 송광이 꾸준하게 그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안겼다.

 사랑하는 부모 자식처럼 그들의 사이는 무척이나 좋았다.

 송광은 도장석의 재능에 탄복하여 가르치는 재미를 알았고, 도장석은 송광을 존경하며 열심히 배웠다. 도장석은 송광이 베푼 크나큰 은혜를 뼈에 깊게 각인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송광의 가르침을 결코 헛되이 할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괴상망측한 그림들이 만들어졌다.

 그저 송광의 그림을 따라할 뿐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면서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아 도장석이 고치고 또 고쳤다.

 그런 그에게 송광이 고씨화보를 전해줬다.

 고씨화보는 저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판화로 만든 화보집이었다. 여러 명작들의 회화 기법과 각종 화법을 세밀하게 그려놓았고, 회화이론도 수록해 놓은 화보였다. 여러 사람들이 애용하는 종합적인 회화 교과서인 셈이었다.

 고씨화보는 제일 첫 획부터 그림이 완성되는 마지막 한 획까지 아주 자상하게 설명해놓아서 매우 적절하고 실용적인 교재였다.

 고씨화보를 읽은 도장석은 이제껏 자신이 그렸던 그림의 문제점을 알았다. 이전에 그렸던 그림들은 사람의 머리가 크거나, 다리가 지나치게 길었고, 꽃이 너무 크거나, 나뭇잎이 빈약했다.

 고씨화보를 도장석이 보물처럼 대했다.

 고씨화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또 보고 몇십 번이고 그대로 따라했다.

 고시화보를 통한 그림 공부로 도장석은 더욱 새로운 문양들을 알았고 조각에 새길 수 있었다. 그림도 격에 맞고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조각도 품격과 함께 조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스윽! 슥!

 땅에 그려진 소나무가 참으로 생생했다.

 도장석이 그리는 건 소나무 하나가 아니었다.

 소나무 옆의 허전한 땅 위에 또 다른 나무들이 들어앉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나무의 크고 우람한 몸통에서 뻗어나간 줄기에 어느 새 푸른 잎사귀가 쑥쑥 자라났다.

 소나무들 위에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고, 소나무 아래에는 계곡물이 콸콸 흘렀다.

 ‘겨울 동안 잘 성장했구나.’

 어느 새 가까이 온 송광이 도장석의 그림을 보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눈에 가득 들어오는 그림에 흠뻑 빠져들었다. 부족한 점이 보이기는 했지만 겨울 삼개 월동안 배운 것치고는 참으로 놀라운 성과였다.

 도장석의 놀라운 성과는 그림만이 아니었다.

 그는 도장석을 석공기술과 조각을 중심으로 하여 그림, 서예, 전각, 퉁소 까지 폭넓게 가르쳤다. 그가 알려준 모든 걸 도장석은 쑥쑥 흡수했다.

 스윽! 슥!

 도장석은 송광이 온 지도 모르고 그림에 집중했다. 만약 알았다면 바로 일어났을 테지만 그는 이미 그림에 푹 빠져 있었기에 결코 멈추지를 않았다.

 ‘재능이 있고, 노력하면서 즐기니까 빠르게 발전하는 것이다.’

 송광이 흐뭇한 눈길로 도장석을 바라보았다.

 겨울 동안 가르친 도장석의 놀라운 성취가 그를 흐뭇하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평소의 송광의 모습이 달랐다.

 늦은 밤, 저녁식사를 마친 그의 어깨에는 봇짐이 메어져 있었다. 봇짐 밖으로 그가 애지중지하는 퉁소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고, 허릿춤에는 패도가 걸려있었다.

 마치 먼 길을 떠나가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아저씨, 오셨어요.”

 그림을 다 그린 도장석이 벌떡 일어서며 송광을 반겼다.

 그의 눈에 송광의 모습이 가득 들어찼다.

 파르르!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제발 그가 짐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송광과 함께 한 시간은 겨우 겨울 삼개월 뿐이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아저씨……, 아니지요?”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계속해서 송광과 함께 하고 싶었다.

 배울 것도 많았고, 송광과 함께 있으면 즐거웠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하고 나면 떠나야지.”

 송광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이 가라앉아 있었고, 음성에도 아쉬움이 잔뜩 남아 있었다.

 그는 대륙을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아니라면 도장석과 함께 계속 있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가르치는 기쁨보다 자신의 예술적인 혼을 불태우려고 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콰르릉!

 도장석의 뇌리에 날벼락이 내리쳤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앞에서 그가 흔들렸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지. 마지막 수업인데 집중을 하지 않으려는 거니?”

 송광이 말했다.

 그의 말에 도장석이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침울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음성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저씨의 마지막 가르침이라는데 최고로 집중해야죠.”

 도장석은 말을 하고 있지만 입안이 껄끄러웠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그래야 장석이 답지.”

 송광이 웃었다.

 여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썹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는 건 도장석만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도장석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송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외안과 내안이다. 육체의 눈이 외안이고, 마음이 눈이 내안이다. 육체의 눈으로는 사물을 보고, 마음의 눈으로는 이치를 살펴라. 사물치고 이치 없는 것은 없다. 장차 육체의 눈 때문에 현혹되는 것은 반드시 마음의 눈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쓰임새가 온전한 것은 마음의 눈에 있다 하겠다. 또 육체의 눈과 마음의 눈이 교차되는 지점을 가려 옮기며, 육체의 눈은 도리어 마음의 눈에 해가 된다.”

 송광이 잠시 숨을 쉬었다.

 그가 도장석을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도장석이 그의 말에 오롯이 집중했다. 결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도장석의 의지가 빛났다.

 도장석은 아직 어리다. 그렇기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의 도장석과 훗날의 도장석은 분명히 크게 다를 것이다.

 “사물과 현상 속의 진실을 찾아라.”

 송광이 마지막으로 도장석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송광이 등을 돌렸다. 헤어짐이 길면 좋지 않은 법이었기에…….

 “스승님이 가르쳐준 마지막 말씀 명심할게요. 최고로 배워 이 분야에서 일인자가 될 게요. 나중에 스승님을 만나게 되면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생각 들게 해드릴게요. 사부님! 제자의 절을 받고 가세요.”

 도장석이 멀어져가는 송광에 큰절을 올렸다.

 그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천하제일석공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크게 생긴 것은 오로지 송광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송광이 도장석에게 아무 것도 받지 않고 고귀한 지혜와 가르침들을 아낌없이 나눠줬다.

 송광은 도장석에게 있어 하늘보다 큰 은혜로운 존재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절이 아홉 번 이어졌다.

 도장석은 송광을 정식으로 사부님으로 여겼다.

 우뚝!

 송광이 등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아홉 번의 절을 받았다. 그리고 도장석의 절이 끝난 뒤에 다시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멀어져가는 송광을 보면서 도장석의 가슴이 아팠다.

 “부디 보중하세요.”

 도장석이 어둠속으로 사라져가는 송광의 등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렇게 송광이 도장석의 시야에서 완벽하게 사라졌다.

 도장석이 멍하니 사라진 송광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아픈 마음 탓에 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짜악!

 도장석이 양손바닥으로 볼을 세게 때렸다. 화끈한 통증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처럼 허무하게 있으면 떠나간 송광 사부님에게 미안했다.

 그가 천하제일석공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슥!

 그가 천지석공소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송광과 이별을 했지만 송광이 가르쳐준 가르침은 그의 뇌리에 가득 넘쳤다. 체계적으로 배웠던 많은 내용들을 아직 완전하게 소화하지 못 했다.

 그는 홀로 남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작업장으로 돌아온 도장석이 미리 가져다 놓은 어른 머리만한 크기의 돌을 보았다. 조각을 하기 위해 산에서 주워온 돌이었다.

 “어떻게 조각할까?”

 도장석이 돌덩어리에 유심히 시선을 던졌다.

 스승 송광은 조각할 사물을 보면 그 안에서 형상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막 조각의 세계에 들어선 도장석은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 했다.

 그의 눈빛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희한하게도 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슬프고 아팠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편해졌다. 송광과의 이별로 인해 굳어있던 그의 얼굴이 평안해졌다.

 그는 한 번 집중하면 그것에 온전히 빠져들었다.

 돌을 내려다보는 도장석의 머릿속에 무수히 사념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의 마음에서 미묘한 사념이 점차 형상화됐다. 사념은 그리운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사부님을 조각하자.”

 도장석이 마음을 정했다.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돌이 친근하게 그에게 다가섰다. 차가운 돌이지만 새롭게 도장석의 마음에 전해졌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것은 참으로 기묘한 느낌이자 감각이었다.

 “돌이 살아있는 것 같아. 이것이 사부님이 말하던 감각일까?”

 도장석은 이상야릇한 느낌에 씩 웃었다.

 돌에는 생명이 없지만 마음을 주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고 석공이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순간 그의 생각처럼 도장석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슥!

 그가 망치와 정을 손에 쥐었다.

 땅! 땅!

 망치로 정을 때리자, 돌조각들이 튀었다. 망치를 휘두르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었다. 돌 구석구석의 조각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장석이 망치와 정을 내려놓자, 돌멩이가 사람의 형상을 대략적으로 갖췄다. 이제 보다 세밀하게 조각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슥!

 수각도를 손에 잡은 그의 눈이 꿈에 젖은 듯이 몽롱했다. 아니, 그것은 조각에 대한 셀림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석공의 정열적인 눈빛이었다.

 빠각! 빠각!

 수각도가 움직일 때마다 돌조각들이 튀었다.

 수각도는 도장석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였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른 따뜻한 감정에 도장석이 집중했다. 송광에 대한 지극히 편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돌에 집어넣으려고 노력했다.

 그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사념이 차가운 질감을 지닌 돌멩이를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수각도가 닿을수록 돌멩이의 본질이 새롭게 변해갔다.

 단출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즐겨하는 송광의 돌석상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옷자락이 금방이라도 바람에 펄럭일 것처럼 선명했다.

 도장석이 옷자락의 선의 느낌을 잘 살렸다.

 그는 지금 조각을 하면서 그간 송광에게 베웠던 가르침들을 몸과 마음 깊숙하게 녹여나갔다. 그러면서 송광과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하면서 도장석이 수각도에 더욱 힘을 실었다.

 빠각! 빠각!

 과감한 수각도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조각을 하고 있은 도장석의 입가에 따뜻한 웃음이 번졌다.

 어두운 작업공간에서 열중하고 있는 도장석이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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