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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삶과 삶 사이
작가 : 진늘솜
작품등록일 : 2018.7.10

죽음은 예정된 것이면서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월적 존재들은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한을 풀 수 있는 '화신(化身)' 이라는 한 번의 기회를 선사한다. 단, 스스로 삶을 끝맺은 인간은 화신의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이승과 저승 사이를 누비는 사자의 보필을 받으며 생각을 되돌릴 시간이 주어진다. 삶과 삶 사이에서 넋을 찾는 소녀와 넋을 잃은 소년의 이야기.

 
다른 행복
작성일 : 18-07-18 21:10     조회 : 237     추천 : 2     분량 : 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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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의 이른 아침, 민하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선선한 아침의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조별과제에 대한 모임이 있을 예정이었다. 주중에 각자 조사한 자료를 합쳐 하나의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모처럼 있는 주말의 모임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다 보니 저절로 눈이 일찍 떠진 바람에 민하는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행복이라, 간밤의 민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는 결론을 내렸다. 한결과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줄곧 생각을 해보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행복이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었다. 행복만큼 격차가 크고 기준이 각자 다른 것도 없으니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민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학기초도 지난 마당에 눈도장을 이제야 찍고 있으니 보통 피곤한 것이 아니었다. ‘최민하’ 라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 것처럼 구는 반 아이들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똑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아는 척은. 어쩐지 억울한 노릇이었다. 민하는 한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마냥 차가운 줄로만 알았던 민하는 다정하고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가끔 보이는 미소가 참 싱그러웠다. 이러한 변화는 교실에 꽤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것과 비례하여 민하의 주변에도 사람이 늘었다. 여전히 사람을 대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꼈지만 바쁜 만큼 순탄한 일상이었다.

 

 -

 

  윤의는 선뜻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혼자만 드나드는 집안에 활기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결혼하기 전 총각 시절 그녀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살던 거처였다. 혼자 살다 보니 집안에 냉기가 돌아 가끔 울적해지는 것을 빼면 유일하게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해외에서 일을 하는 부모님은 윤의가 그들과 함께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자의적으로 한국 땅을 밟을 것을 원했다. 자신에게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방인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전학 수속을 마치고 찾아온 첫 등교 날,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이전과 다른 낯선 언어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공기가 달라진 교복의 어색함을 덮어주었다. 드디어 자신의 터를 찾은 것이라고 여겼다. 선생님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낯선이를 대하는 것이 아닌 경계의 눈빛이 드러났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입을 다물게 되었다.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불만은 일절 가지지 않았다. 타인과 다르다고 여겨지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세상이었다.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윤의 나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림자와 같은 삶을 살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바로 민하였다. 그러니 윤의가 토요일의 소모임 따위로 설레 밤잠을 설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화창한 주말의 아침, 세 뒤통수는 머리를 맞대고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기세의 민하와 미간을 구기며 대본 짜기에 정신이 팔린 한결을 보며 윤의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얘네는 왜 연락이 없어!”

 

  민하가 짜증을 냈다. 맞는 말이었다. 다섯이 정원인 과제에 셋만 모여 고생을 하고 있으니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잘나가시는 두 분에게는 며칠 전부터 꼭 나오라며 주소까지 찍어 보내주었건만. 당일 점심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인 것이다.

 

  한결이 전화를 들자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양반은 못 되겠다며 민하가 투덜거렸다. 메시지 알림이었다. 그들이 보내온 것은 발표할 작품에 대하여 어설프게 분석한 블로그의 주소였다.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라고 했다. 할 말을 잃은 셋은 답장도 하지 않고 각자 하던 일에 몰두했다. 역시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민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결은 자기 자신을 책망했다. 제때 거절을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탄식했다. 하지만 민하와 윤의 모두 그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군말은 넣어두고 우리끼리 잘 하면 되지. 아직 시간 많아.

 

  윤의의 말에 민하가 엄지를 들며 답지 않게 자학하지 말라고 한결을 타박했다. 다섯의 몫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셋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발표 당일, 과제를 완성하였음에도 민하와 한결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무임승차에 점수가 돌아가는 것도 억울했지만 멋대로 이름을 자르기에는 고리타분한 선생님이 걱정이었다. 조원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오히려 조장인 한결을 타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 인생. 민하가 인생을 논하며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을 때 윤의가 뒤늦게 착석했다.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곧바로 들어온 선생님이 스크린일 켜는 것으로 발표가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한결의 발표는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유려한 말솜씨와 어우러지는 단정한 용모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저러니 의도와 다르게 꼬이는 날벌레가 많지. 빛을 머금은 사람이라고 민하는 생각했다. 실제로 빛이 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밝음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언젠가 저런 모습을 동경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렇게 한참동안 민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반했어?’

 

  발표를 마친 한결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민하를 향해 벙긋거렸다. 자료를 정리하며 입술을 무는 것이 웃음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기가 막힌다며 민하가 헛웃음을 지었다.

 

 “입 열기 전까진 멋있었는데.”

 “그럼 입 열기 전까지는 반했던 거 맞네.”

 

  뻔뻔하게 싱글거리며 자리에 돌아와 앉는 그를 보며 민하는 무수히 많은 말을 삼켰다. 사소한 장난에 이목을 끌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결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붉은 눈물 방울, 그녀의 생각 정도는 이미 간파했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약 한 시간에 걸친 발표 수업이 끝났다. 발표를 들으며 채점을 하던 선생님은 끝으로 몇 아이들을 호명했다. 문제의 두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임승차 좀 잡아가 달라고 부탁드렸어. 잘했지?”

 

  예상 밖으로 주동자는 윤의였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각 반을 돌며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학생들을 모아 건의를 하고 온 것이었다. 그녀의 대담한 행동력에 아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용기는 전도되는 거라고 생각해. 윤의가 민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모양새였다.

 

 ‘화신과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어 있다.’

 

  분명 한결이 설명해주었던 대목이었다. 근거 없는 용기로 윤의에게 다가간 것은 어떠한 끌림이었던 것일까? 자신을 투영하는 눈동자 너머의 존재에 대하여 민하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만약 보고 있는 것이 맞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휘몰아 치는 소용돌이는 민하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심란한 마음을 가득 안고 내밀어진 손을 가볍게 잡았다. 찰나의 순간에 깊은 정적이 서려 있었다.

 

 -

 

  발이 무거운 하교 길이었다. 낡은 운동화를 땅에 끄는 소리가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웠다. 마냥 그립다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했지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당사자인 윤의는 누군가 자신의 눈을 빌려 보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고민이 더욱 무거워진 민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 땅 꺼지겠다.”

 

  쪼끄만게, 인사부터 해야지. 민하가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한숨을 타박하던 꼬마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며칠 전부터 사탕을 쥐어 주던 꼬마였다. 요 며칠 사이 아침마다 종종 마주치고는 했는데 외로이 놀이터를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가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둘은 몇 번 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서로가 편해진 것 같았다. 눈 그렇게 떠도 안 무서운데. 본인보다 열 살은 족히 많을 민하에게도 일침을 날릴 줄 아는 당돌한 꼬마였다.

 

 “그냥···. 소중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민하가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에 어린애에게 별 걸 다 묻는다며 속으로 자신을 타박했다. 그럴듯한 대답을 바란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엄청 멋지게 말은 못 해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보여줄 수 있으면 된 거 아닐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이가 답을 했다. 가끔 순수한 아이들의 대답으로부터 허를 찔릴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라고 민하는 생각했다. 거창한 것보다 소소한 것이 어떨 때는 더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을 왜 잊고 있었을까.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 엄마의 바람인 것은 당연할 일인데. 그녀는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행복, 그것이 한결의 목표라고 했다. 그 둘의 상관 관계를 전혀 알 길이 없는 민하는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얽히고 설킨 내막을 이해하기에 민하는 아직도 어린 학생에 불과했다. 고민과 고민 사이를 헤매고 있는 그녀에게 타협이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언니 원래 단순한 거 아니었어?”

 “이제 진짜, 말수가 없어서 그렇지 나 은근 똑똑하거든?”

 

  아이의 한 마디에 골목은 금세 티격태격하는 소란으로 채워졌다. 보기 드물게 해맑은 미소로 민하는 아이와 함께 골목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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