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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왕은 전생해도 마왕
작가 : 류규링
작품등록일 : 2018.7.7

[먼치킨][ts][스탯]
극악무도,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 모든 정의를 무찌르고 마왕이된 남자 마왕철.

그가 정복한 세상에는 더이상 정의도, 선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그에 의한, 그만을 위한, 그만의 세계가 있을뿐.

모든것을 가지고, 모든것을 뜻대로 이루고, 자신이 말한게 곧 법이고 진리가 되는 그야말로 그만의 유토피아.
최강의마왕, 마왕철에서 빈약하고 여린 소녀,마예림으로 전생하고 만다.
마예림으로 전생한 세계에서 조차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마왕의 정복기.

 
다시 태어나도 마왕은 마왕이다.
작성일 : 18-07-07 00:53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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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받아들인 순간 들려오는 추악한 구원의 목소리,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불쾌함이 들면서도 부드러운 남성미가 넘치는 저 간악한 목소리.

 마예림은 저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었다. 16년 전, 마왕 철이었던 시절 마지막으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

 

 "벨제뷰브!"

 

 "마,마왕님! 마왕님이 맞으십니까?!"

 

 벨제뷰브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마왕나이임!!"

 "벨제뷰브!!"

 

 이내 두사람은 서로를 있는 힘껏 안았다. 벨제뷰브의 수십 개의 손에서 나오는 더럽고 역겨운 액채가 이 지금 이 순간 예림에게는 마치 마사지 오일처럼

 기분 좋게 느껴졌다.

 처음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증오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벨제뷰브의 반응과 16년간의 약자생활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예림은 벨제뷰브를 안음과 동시에 증오가 사그라졌다.

 무엇보다도 벨제뷰브의 태도는 어떻게 봐도 자신을 배신했을 법한 태도가 아니었다.

 

 "어, 어떻게 여기에 찾아온 것이냐? 분명 너희는 원래 세계에 있었을 텐데..난 너희가 배신한 줄 알았다."

 

 "네? 배신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벨제뷰브는 수많은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강하게 부정을 표현했다.

 

 "크르릉?"

 갑작스럽게 주인, 아니 주인라기보다는 임시보호자(16년째 보호하긴 했지만)가 눈앞에 있는 나약한 먹잇감을 있는 힘껏 포옹하며 울것 같아 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멍청한 헬하운드일 뿐인 똘똘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똘똘이, 이분이 너의 주인님이시다! 반갑지?"

 

 "크르르릉????"

 헬하운드는 사람의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방금 벨제뷰브가 내뱉은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입거리밖에 되지 않는 이 나약한 인간 여성이 주인님이라고??

 난폭하고, 강력하모 위압감이 넘치는 그 주인님??

 

 "이해가 되지 않을 테지만, 그렇단다. 앞으로는 네가 주인님을 잘 지켜주거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을 듣고보니 주인님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고,

 일단 대장님이 그렇다고 하니 똘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시주인의 명령에 충성을 표현했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여기 온 것이냐? 설마 나를 찾으러 온 것이야?"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마왕님."

 

 "멍청한 것!"

 벨제뷰브의 대답을 듣자마자, 마예림은 최대한 애를쓰며 그 높고 여린 목소리로 위압감을 내뱉었다.

 

 벨제뷰브는 마왕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마왕의 충실한 신하이다.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쪽 세상에서 마왕은 그야말로 진리 그 자체였고,

 아무리 악행을 일삼아도 자신에게만은 친절했고 형제, 혹은 부모와 같았다.

 자신의 삶의 이유나 다름없었던 마왕이 사라졌기 때문에 찾으러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없진 않았지만 딱 봐도 나약해진 마왕이 자신을 보고 화를 내는 저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그게 무슨..?"

 

 "멍청하긴, 멍청한 놈아! 왜 나를 찾아온 것이냐!"

 

 "다, 당연히 마왕님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 멍청한 놈!"

 예림은 속이 답답했는지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마왕이 사라졌으면 네가 더는 나를 보필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너는 간사하고 이익을 따르는 놈이 아니었더냐?"

 

 마왕의 추궁을 듣고나서야 벨제뷰브는 마왕의 뜻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찾는 것보다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벨제뷰브 자신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옳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행여나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벨제뷰브의 탓이 아닌 나약한 마왕 자신의 탓, 그런 절대자는 필요 없으니 스스로 주군이 되라는 뜻임이 분명했다.

 "그, 그것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마왕님.."

 

 "아니기는! 그딴 쓸 곳 없는 감정 때문에 나를 쫓아오다니!"

 

 아무래도 마왕은 벨제뷰브를 반겨줄 마음이 없는 듯했다.

 

 '아무래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구나..'

 벨제뷰브는 방방 뛰고 있는 여린 소녀의 모습을 한 마왕을 여덟 팔을 사용해 붙잡아 멈춘 뒤, 변명을 시작했다.

 

 "마왕님, 제가 여기 온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세 가지 이유?"

 벨제뷰브가 마왕이 뛰는 것을 멈춘 덕에 진정이 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은 그렇게 화나지 않았던 것인지 예림은 고분고분히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네, 그렇습니다. 세 가지 이유."

 

 "첫째는, 마왕님이 사라진 뒤, 저희가 있던 세계는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멸망이라기보다는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분열이라고 했나? 어째서? 언젠가 내가 사라졌다 돌아올 때를 대비해 충분히 체계를 정비해 두었을 텐데?"

 

 "...체계는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무슨 말이지?"

 

 "저희 세계는 본디 마왕님이라는 절대적, 압도적인 힘이 계셨기에 유지가 가능했던 세계, 마왕님이 사라지자 모두 마왕의 자리를 노리고 체계를 무너뜨리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나 마왕의 하수인이라는건가."

 마왕이 세계를 통치하고 세계의 뿌린 하나의 이념,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 이념은 마왕이 사라진 세계에서 폭발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 소원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군.'

 

 이어서 벨제뷰브는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저희는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쫓겨나?"

 

 "예, 본래 저희 세계는 인간들과 악마들이 마왕님이라는 절대적인 힘 앞에 복종하여 힘의 논리로 돌아가던 세계, 마왕님이 사라지고 인간들의 증오가 폭발하기 시작해 저희는 살 곳을 잃었습니다."

 

 "그랬군, 나도 본래 인간이었으니. 인간이 인간을 차별한게 불만을 가졌다 이건가."

 

 "맞습니다, 인간이었던 마왕님이 인간들을 억압하고 악마들을 우대해 준 것이 분노의 비수가 되었고, 마왕님이 사라지자 숨겨놓았던 비수를 꺼낸 모양입니다."

 

 자신이 군림하던 세상이 멸망, 아니 분열됐음을 들었음에도 예림은 벨제뷰브의 말들을 그리 참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벨제뷰브의 말은 즉 자신이 마왕이 되기 전 바꾸고 싶던 세계, 모두가 힘을 갈망하고 강해지려 하는 세계가 완성되었다는 말.

 마왕철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군..그래서 여기로 도망쳤다, 이 말인가?"

 

 "그것이..그것도 그렇지만.."

 

 벨제뷰브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낯선 남성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마 놈들! 우리가 너희를 처단하러 왔다!'

 제대로 훈련이 된듯한 병사의 목소리, 이런 목소리와 기백을 가진 병사는 예림이 전생한 법왕국에는 있을 수 없었다.

 이 정도의 기백을 가진 병사의 목소리라면 분명히..

 '제국군..!'

 

 백 체가 넘지 않는 벨제뷰브의 병사들은 이미 제국군 일개 군단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어, 어느새 이렇게..'

 벨제뷰브는 순식간에 병사들을 둘러쌓은 제국군에 당황했다, 아무리 16년 만에 마왕과 재회해 방심했더라도

 이렇게 많은 병사가 벨제뷰브의 병사들을 포위할 동안 눈치를 못 챌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벨제뷰브, 지금 저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겠나?"

 .

 "저로서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인간이라고 병력차가 너무 심각합니다."

 실제로 벨제뷰브의 병사들과 제국군의 병력 차는 엄청났다.

 벨제뷰브의 병사들이 백 체가 넘지 않는다면, 제국군은 5,000명 정도의 병력을 이끌고 일대를 포위하고 있었다.

 "..너 혼자서도 충분하지 않나?"

 

 "외람된 말씀이지만, 모든 악마가 이 세계로 넘어오고 본래 힘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즉, 잘 모르겠다 이 말이군."

 

 "그렇습니다, 혹시..[그 힘]은 아직 가지고 계시는지요..?"

 

 "다행히도, 몸은 바뀌었지만 [그 힘]은 잃어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전력확인-시각화]!"

 

 [벨제뷰브의 병사들(전 마왕군 하위 병사들)]

 

 헬하운드 67체.

 네룹스파이더 2체.

 ??? 1체.

 

 총개체수-70체

 총 전투력-3510

 

 [제국군 제6군단]

 

 훈련된 제국군 매독 3,000명

 훈련된 제국군 기마병 100명

 훈련된 제국군 마법 병 2명

 훈련된 제국군 궁 병 1600명

 

 총 병력-4,702명

 총 전투력-18240

 

 예림이 힘을 사용하자, 눈앞에 여러 수치가 적힌 종이가 나타났다.

 

 "..어때보이나?"

 

 "..아무래도 이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종이를 바라본 벨제뷰브는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마예림이 된 마왕철이 본래 가지고 있던 힘,

 모든 강함을 구체화 시키고, 본인에 한해서 강함을 재분배할 수 있는 이 힘.

 이 힘 덕분에 마왕철은 마왕이 될 수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벨제뷰브, [그것]은 가져왔나?"

 

 "그것..이라면 [인벤토리]말씀이십니까? 물론, 가져왔습니다."

 벨제뷰브는 오른쪽 다섯번째 팔을 입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더니, 위장 속에서 너덜너덜한 천 주머니를 꺼냈다.

 천 주머니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처럼 가벼웠으며, 겉으로 보았을 때도 속이 텅 빈 것 같이 부피감이 없었다.

 

 "그건 잘했구나, 그렇다면 아직 승산이 있다."

 예림은 천주머니, 그러니까 [인벤토리]라는 이름의 보물을 확 낚아채더니 아무것도 들어있어 보이지 않은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벨제뷰브는 마왕이 인벤토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마왕시절 예림은 도구의 힘따위 없어도 대적할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 번도 이 천쪼가리의 위력을 본 적 없던 벨제뷰브는 위급상황에 [인벤토리]를 전해달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행여 무언가를 담는 마법의 도구인 것으로 생각하여 안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생물을 집어삼키는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뱉는 물건도 아니었다.

 그저 마왕의 명령이었기에 따랐을 뿐. 벨제뷰브는 어째서 이것을 전달하라 하였는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이구나, 있어."

 

 "예?"

 

 "이걸 봐라, 벨제뷰브."

 예림은 방금까지만 해도 텅 빈 주머니, 정확히 말하자면 <벨제뷰브가 열어봤을 때>텅 빈 주머니 안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도구는 남성에 손보다 조금 큰 부메랑 모양이었지만 한쪽 부분이 지나치게 짧았고, 부메랑의 홈이 있어야 할 공간에는 손가락을 걸 수 있는 거치대와 잡아당길 수 있는 반달모양의 조각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외관은 나무로 만든 듯했지만 강철처럼 반짝거렸고, 자세히 보니 긴 부분의 끝에는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이,이것은 무엇입니까? 아니 그보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바보 같기는, 아, 너는 내가 도구를 사용한 것을 본 적이 없었나?"

 

 "예, 그렇습니다 .항상 자신의 힘만을 이용해 싸워오셨기에.."

 

 "그렇다면 잘 봐둬라, 이것이 내가 너를 만나기 전 싸워왔던 방식이다."

 

 

 

 

 제국군은 한 명이라도 많은 법왕국 백성의 목숨을 살려내야만 했다,

 그것이 법왕국과의 약속이었으니까.

 이번 악마소탕작전의 총 지휘를 맡은 폰 드리체는 마음 같아서는 인질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리고 눈앞의 가증스러운 것들을 쓸어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법왕국과의 약속은 절대적, 어긴다 하면 하늘이 알고 법왕 국의 교황이 알고 제국의 황제가 알 일이었기에, 실행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증오스러웠다.

 

 "어이! 거기 작은 소녀여! 안심해라! 우리가 왔다! 너를 살려주마!"

 

 폰 드리체는 최대한 정의롭고 선한 연기를 하기 위해 온 얼굴에 힘을 잔뜩 들여 표정을 바꾸고는 거대한 파리형상의 괴물에게 붙잡혀있는 소녀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소녀가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렇게 커다랗고 악의가 가득 차 있어 보이는 괴물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나는 구하려고 했다~"

 는 생색을 법왕국에 내고 싶을 뿐, 정의감같은 불합리한 감정은 느끼고 있지 않았다.

 그저 제국군의 명예와 자신의 직위에대한 욕심만이 그를 행동하게 만들 뿐 이었다.

 

 "포, 폰 드리체님. 저, 정말로 저 소녀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드리체의 종자 룩 아인바르는 공포감과 분노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폰에게 질문을 내던졌다.

 어떻게 해서든 저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죽어있었고, 룩은 그들을 살릴 수 없었다.

 사실은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살릴 수 있었다.

 폰 하체가 적의 전력을 지켜본다며 마법사들에게 [광역 투명화]만 걸게 하지 않았더라면 정의로운 제국군은 그 고귀한 목숨으로 희생자들을 구할 수 없을 리가 없었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당연히 살리지 못 하는 게 당연하잖냐?"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버렸습니다, 저희는 왜, 어째서 아까 그 많은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었단 말입니까."

 룩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만같았다. 전쟁터에서 우는 것은 자랑스러운 세계최강의 제국군과 맞지 않는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룩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룩, 지금 우는 건가? 참나, 아무리 실전은 처음이라고 해도 이정도 일 줄이야.."

 폰은 그런 룩의 모습을 한심하게 여기며 콧방귀를 뀌었다.

 

 "전군! 안타깝게도 우리는 저 소녀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저렇게 강한 악마와 붙어있는 소녀를 구하려 하다간 우리모두가 죽고 만다! 소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확실히 악마들을 토벌한다!"

 

 "와아아!!!"

 폰의 웅변이 끝나자, 병사들은 어린 소녀에 대한 죽음을 슬퍼하는 만큼, 그녀를 안타까워하는 마음만큼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전군! 돌격!!"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최고조였다, 이들 또한 누군가의 아들이며, 아버지였기 때문에 모두 어린 소녀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그 연민은 곧 악마를 향한 분노로 바뀌었고, 병사들은 악마보다 무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역설적이게도 악마들을 찢어버리기 위해 거센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싸움은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을 싸움이었다, 병력 차가 너무나도 많이 났다, 아무리 악마들이라 해도 저 숫자로 이만한 병력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병사들은 무조건 이기는 싸움을 하고, 그 뒤 참혹하게 희생된 소녀의 안식을 바라면 끝인 것이다, 그럴 터였다.

 

 "잠시만요! 여러분!!"

 

 병사들이 악마들과 격돌 하기 직전, 제국의 병사들은 생각지도 못 한 작은 소녀의 목소리에 모두 멈추고 말았다.

 

 "이 악마들, 생각보다 괜찮은 애들 같아요~! 보세요, 저한테도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있잖아요!"

 

 소녀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병사들은 더는 전진하지 않았다.

 의문이 너무 많았다, 혼란스러웠다.

 일부는 그런가? 라며 소녀의 말을 그대로 믿었고, 일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소녀를 보고 그럴싸하다고 느꼈다.

 당연하게도 소녀 또한 악마라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다.

 작은 소녀가 발발시킨 혼란은 곧이어서 제국군의 진영을 흐트러트리기 시작했다, 서로 의견이 다른 병사들끼리 말싸움을 주고받았다, 눈앞에 악마들이 있건 없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미 긴장 따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이기는 싸움에 긴장하는 병사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다들 무슨 헛소리들을 하는 거냐"!!"

 진영이 흐트러진 병사들을 향해 폰이 지휘마법 [주목]을 사용하며 소리쳤다.

 병사들의 소란은 멈췄고, 모두가 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 소녀는 악마가 맞다, 악마인 것이 당연하지 않나! 저 악마들은 이미 이 수도원의 사람들을 거의 다 학살해 버렸어! 저런 존재들이 선할 리가 없다고! 겉모습에 속지 말고 전부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선한 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길이다!"

 

 "마, 맞아. 사령관님의 말이 옳아."

 "아아,,우리가 마녀에게 홀려 하마 타면.."

 폰의 웅변이 끝나자 혼란스러웠던 병사들은 다시 진영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소녀가 [악마]라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제국군의 진영은 금방 제자리를 찾아냈다, 오히려 전보다 더 탄탄하고 빈틈없이 견고해져버리고 말았다.

 곧바로 폰의 "돌격명령"이 내려졌고, 병사들은 흥분하지 않고 진영을 갖추며 헬하운드들을 찢기위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병사들은 분노에 미쳐버린 광전사 같은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요새가 전진하며 주위를 쓸어버리는 듯 했다.

 

 "아, 안 되겠네, 사실 뭐 바라지도 않았지만."

 

 소녀가 무언가 중얼거렸지만, 제국군은 더이상 사악한 마녀의 혀놀림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죽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소녀의 사형선고를 듣지 못했다, 너무 작고, 너무 차가운 말이었다. 모두 진영을 갖추고, 옆 사람과 자신의 키보다 큰 방패를 맞대고 전지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소수의 들은 사람들도 그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허세에 불과할 게 분명할 거라 생각했다.

 그랬어야 했다.

 

 후방 고지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룩은 소녀를 계속해서 주시했다. 소녀는 언제 어디서 가져 온 것인지 본 적 없는 무기를 병사들을 향해 쥐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행여나 마녀가 아니면 어떻게 하지, 정말로 우리가 하는 것이 제국군의 정의다운 것일까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도 저려졌다.

 룩은 이후에도 한참 그런 고민을 해야만 할 예정이었다. 오늘 내가 죽인 소녀가 과연 악마가 맞았을까, 내가 오늘 구하지 못한 법왕국의 백성들은 과연 우리를 용서해 줄까, 과연 제국군은 진정 정의로운 것인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곧, 그런 고민은 모두 사라졌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런 고민이나 할 때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악마들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제국군의 요새는 무너져 있었다. 아니 무너졌다기보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항상 훈련이 끝난 뒤 같이 술을 마시러 갔던 에릭도, 유일한 늙은노모를 혼자서 모시는 패트릭도, 그 누구도 그곳에 서 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시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곳에는 병사들의 멋드러지는 제국군 갑옷도, 방금까지 병사들을 지키고있던 강철의 방패들도,적을 찔러 죽여버릴 예정이었던 창도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굴러다니는 돌, 흔한 잡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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