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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쉽게 잡히지 않는 구울이야
작가 : 안소설
작품등록일 : 2018.6.29

서울.
구울을 사냥하는 구울 백승찬의 이야기

 
2화 전조
작성일 : 18-06-29 09:42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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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잡히지 않는 구울이야> 2화 전조

 

  “그 말 들었어? 어제 연쇄살인마 잡혔다던데?”

 

  “정말? 어떻게?”

 

  “몰라. 경찰이 신고 받고 출동했을 때 목이 잘려 있었다는 거 같더라고.”

 

  “대박이네. 이번에도 구울들 소행인가? 최근에 한국에서 이상하게 구울 관련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거 같지 않냐?”

 

  교실은 죽은 채로 발견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승찬은 조용히 그런 반응을 살피며 생각보다 발견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가 구울을 처리한지 이틀이 지나서야 경찰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마 최근 연쇄살인마의 영향으로 골목길을 기피하던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 좀 조용해지려나.’

 

  이 주 전부터 갑자기 나타나 활동을 시작했던 구울 때문에 승찬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조사를 시작해야 했다.

 

  그가 오래 활개 칠수록 이쪽 구역이 관심을 끌게 되고, 결국 이름 난 헌터들이 찾아올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 승찬으로서는 원하지 않는 결과였다.

 

  그리고 그가 야밤에 골목길을 오가는 사람들만 습격해서 포식한다는 걸 알아챈 승찬은 일부러 미끼가 되어 밤마다 골목길을 산책하듯 쏘다녔다.

 

  3일전, 문제의 구울을 맞닥뜨리기 전까지.

 

  “흐아암~”

 

  승찬은 기지개를 펴며 하품을 했다.

 

  최근 이틀 동안은 알바를 끝마치고 바로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이미 만성피로가 되어버린지라 항상 피곤했다.

 

  “넌 어떻게 맨날 피곤해 보이냐?”

 

  어느새 다가온 상혁이 또 말을 걸었다.

 

  “시덥잖은 이야기 할 거면 가라. 나 더 잘 거니까.”

 

  “야. 내일이면 주번도 끝나는데 재희 번호는 물어봤냐?”

 

  한재희 팬클럽 회원 중 한명인 상혁은 어떻게든 그녀와 엮이기 위해 끈질기게 승찬을 물고 늘어졌다.

 

  “텄다. 우리의 여신 재희님은 남자에게 관심이 없으셔.”

 

  승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말대로 재희는 언제나 한결같이 모두에게 쌀쌀맞았다. 같이 주번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니까 포기해. 팬이면 팬으로 남아야지. 재희를 넘보다가는 다른 회원들한테 먼저 맞아 죽을 걸?”

 

  비통한 표정으로 재희를 바라보고 있는 상혁을 놀리며 승찬이 말했다.

 

  ‘책을 되게 좋아하네.’

 

  언제나 그렇듯이 귀에 이어폰을 꼽고 책을 읽고 있는 그녀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한 번은 그녀가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쌀쌀맞은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알 거 없잖아?”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 승찬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너, 얼굴 갑자기 빨개진 거 같다?”

 

  “시끄러. 더워서 그런 거야.”

 

  승찬이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야, 너 오늘은 알바 없지? 스타워치 한 판 하러가자. 내가 쏠게.”

 

  “잘 거야. 피곤해.”

 

  승찬이 관심 없다는 듯이 대꾸하며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후후후. 그럴 줄 알고 니가 구미가 당길만한 미끼를 가지고 왔지. 저번에 우리 삼촌이 가게 하나 낼 거라고 했던 거 기억하지? 그거 업종을 편의점으로 바꿀 생각인 것 같던데 알바 생각 있냐?”

 

  승찬은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상혁의 손을 마주 잡았다.

 

  “당연하지. 시급은? 시간은? 야근수당은 챙겨주신데?”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고 해봤자 많지 않았기에, 가끔 이렇게 소개로 자리를 얻게 될 때마다 승찬은 최선을 다해 사수하려 노력하곤 했다.

 

  주말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제 오픈하는 편의점이라면 자리가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만 고정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최저시급이 올라간 덕분에 바짝 하면 5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타워치 세 판 이기면 책임지고 삼촌한테 말해볼게. 우리 삼촌 조카사랑이 끔찍하시니까 내 말이면 백퍼다.”

 

  “콜.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다?”

 

  “대신에 지면 오늘 피방비는 니가 내라.”

 

  “짜식, 있는 놈들이 더 한다니까. 그것도 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기에 상혁은 자리로 돌아갔다.

 

  승찬은 수학 책을 꺼내며 이번 시간은 스타워치 전략이나 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사... 살려주세요.”

 

  “워워... 아가씨. 너무 두려워마요. 아픈 건 잠깐 뿐이니까.”

 

  적안(赤眼)이 발현된 조 로건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여자를 보며 두 손으로 진정시켰다.

 

  그를 향한 채 떨리고 있는 여자의 손에는 예리하게 날이 벼려진 과도가 들려있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오... 오지마!!”

 

  조 로건은 여자의 위협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던 여자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서울 최대 규모 클럽인 베놈(Venom)의 회장이라는 명함과 헐리웃 배우 뺨치는 외모에 먼저 말을 걸어왔던 건 여자 쪽이었다.

 

  ‘한국은 정말 식량조달이 편하다니까.’

 

  조 로건이 운영하는 베놈에는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갔다. 그 곳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컨택해서 개인룸으로 부르는 건 그에게 있어 숨 쉬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여자는 위협에도 조 로건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가오자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방음처리가 확실히 된 방에서는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푸욱.

 

  결국 여자의 칼은 조 로건의 배에 박혔다. 놀란 여자가 칼에서 손을 때며 뒷걸음질 쳤지만 등 뒤가 벽이라는 걸 알고는 절망하고 말았다.

 

  여자와 달리 배에 칼이 박힌 조 로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미소를 띈 채 여유로웠다.

 

  “이런 사나운 물건은 당신같이 예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아.”

 

  배에 박힌 칼을 뽑아내며 조 로건이 말했다. 하얀 셔츠가 그의 피로 물감이 번지듯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거 보기와 달리 사나운 여성이군.”

 

  조 로건은 얼어붙어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정열적인 키스는 그가 식사를 하기 전 습관이었다.

 

  상대의 겁에 질린 모습을 눈에 담는 건 그에게 있어 최고의 에피타이저였다.

 

  오도독.

 

  조 로건은 여자의 혀를 씹었다.

 

  진한 피맛이 베어나왔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려 하자 조 로건은 그대로 여자의 목을 꺾어버렸다.

 

  “음... 아직까지 혀에 위스키 맛이 베여있군.”

 

  여자의 혀를 씹어 삼키며 조 로건이 말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회장님 클로드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클로드라는 이름을 대고 문을 연 남자는 여자의 팔을 뜯어내고 있는 조 로건에게 꾸벅 머리를 조아려 인사했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회장님.”

 

  “클로드,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내 소중한 식사시간을 방해하는 거야?”

 

  조 로건이 뜯어낸 팔을 음미하듯 핥으며 말했다.

 

  클로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했다.

 

  키가 190에 육박하는 그가 쩔쩔매는 모습에 조 로건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신을 대신해서 베놈의 모든 업무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그였지만, 수백 년 세월을 살아 온 조 로건에게 클로드는 그저 어린 구울에 불과했다.

 

  “됐어. 용건이나 말해 봐.”

 

  조 로건이 들고 있던 여자의 팔을 바닥에 대충 던져 놓고 소파에 가서 앉으며 말했다.

 

  한 번 흥이 깨진 식사에는 흥미가 없었다.

 

  “한 달 전, 조직에서 도망친 녀석에 대한 소재를 파악했습니다.”

 

  “그럼 잡아오면 되잖아.”

 

  “그게.... 이미 죽었습니다.”

 

  클로드의 말에 조 로건이 휘파람을 불었다.

 

  “헌터에게 당한건가?”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시체는 이후 헌터 녀석들 쪽으로 인계되었습니다.”

 

  “도망친 녀석. 등급이 어느 정도였지?”

 

  조 로건이 물었다.

 

  “D등급입니다. 신체능력이 워낙 낮아 구울화를 해도 등급이 낮은 버러지 같은 녀석이었죠.”

 

  “아무리 등급이 낮아도 말이야... 헌터가 아닌 일반 경찰들에게 당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다른 조직 녀석들에게 당한 거 아냐?”

 

  조 로건은 베놈과 함께 서울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나머지 세 개의 조직을 언급했다.

 

  “지금 자세한 파악을 위해 현장에 그리핀을 보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추가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핀이라. 그 녀석 이번에 B등급으로 상향조정됐었지?”

 

  “네. 조직 내에서도 성장속도가 빠른 녀석입니다.”

 

  “잘 했어. 괜히 어중간한 녀석들을 보내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지. 알겠으니까 나가 봐.”

 

  클로드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고 방을 나가려 할 때였다. 조 로건이 다시 그를 불렀다.

 

  “클로드. 사람 불러서 저거 치우도록 해. 새로운 식사가 하고 싶은데. 이번에는 금발로 말이야.”

 

  “알겠습니다. 한 시간 내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을 나가는 클로드를 보며 조 로건은 샤워실로 들어갔다.

 

  새로운 식사를 위해선 몸을 깨끗이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금발은 오랜만이군.’

 

  어느새 과도에 찔렸던 상처가 흔적도 없이 나아있는 배를 문지르며 입맛을 다시는 조 로건이었다.

 

 ----------------------------------------------------------------------------

 

  “야, 치사하게 초반부터 핵을 쓰는 게 어디 있냐?”

 

  피씨방을 나오며 상혁이 궁시렁거렸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란다. 약속한 거 잊지 마라?”

 

  승찬이 다시 한 번 편의점 건을 들먹이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삼촌한테 잘 말해둘 테니까 걱정 하지 말고 다음에 한 판 더 콜?”

 

  “그때 봐서.”

 

  “쳇, 싱겁기는.”

 

  상혁이 다시 궁시렁대기 시작했지만 승찬은 신경 쓰지 않고 걸음을 빨리했다.

 

  생각보다 상혁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게임은 다섯판 째가 되어서야 승부를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밖은 이미 밤이었다.

 

  승찬은 중간에 나오는 공원까지는 상혁과 방향이 같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걸었다.

 

  주로 상혁이 투덜거리면 승찬이 들어주는 식이었다.

 

  상혁의 부모님은 모두 의사였고, 하나뿐인 아들 상혁도 의대에 가 의사가 되기를 바랬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과외를 끼고 살아 온 상혁에게 게임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배출구였다.

 

  “야, 그거 배부른 소리야. 부모님 두 분 다 살아계시고, 공부까지 하게 해 주시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해도 못 할 망정에. 쯧쯧.”

 

  승찬이 혀를 차며 말하자 상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너 말이야. 방금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는 발언을 한 거 알고 있냐?”

 

  “몰라 그런 거.”

 

  “현아는 언제 들어 오냐? 분명 현아도 방금 그 말을 들으면 명치를 세게 때려주고 싶다고 할 걸?”

 

  상혁이 현아라면 자신을 이해할 거라며 투덜댔다.

 

  “세 달 뒤에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금방이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벌어놔야지.”

 

  “너도 참 고생이다. 알바해서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동생 뒷바라지 까지 해야 되니.”

 

  상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새삼. 넌 저쪽으로 갈 거지?”

 

  “이 시간에 집에 안 들어가면 따로 갈 데가 있겠냐?”

 

  “그럼 조심히 들어가라. 나도 들어가서 씻고 자야겠다. 나이를 먹는지 게임하는 것도 옛날 같지가 않아.”

 

  그때였다.

 

  야밤의 공원에 총소리가 들렸다.

 

  “야... 이거... 총소리 맞지?”

 

  상혁의 말에 승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자.”

 

  “어딜?”

 

  “어디긴. 대한민국에서 총소리가 날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닌 거라고. 그런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지.”

 

  상혁은 총소리에 흥분했는지 들떠 있었다.

 

  “미쳤냐? 위험한 일이면 어쩌려고 그래.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이대로 뛰어서 집이나 가라.”

 

  승찬의 말에도 상혁은 듣지 않았다.

 

  “남자가 무슨 겁이 그렇게 많냐? 너 먼저 들어가라. 난 보고 갈 테니까.”

 

  상혁이 말을 마치고 총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갔다.

 

  “야!!”

 

  승찬이 소리쳤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상혁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위험한 일인지도 모를 일에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승찬도 한숨을 후욱 내쉬며 상혁을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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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찬은 나무 뒤 덤불에 몸을 숨기고 있는 상혁을 발견하고 조용히 옆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뭐하냐?”

 

  “쉿.”

 

  승찬의 물음에 상혁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덤불 밖을 가리켰다.

 

  상혁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본 승찬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 명의 경찰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둘 다 팔과 목이 괴상한 각도로 돌아가 있었다.

 

  구울.

 

  아마도 죽었을 경찰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승찬은 상대가 구울임을 직감했다.

 

  겉모습은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외국인이었지만 알맹이는 인간이 아니었다.

 

  보통의 인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힘과 재생력을 가진 존재.

 

  승찬은 상혁에게 손짓으로 빨리 도망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상혁이 곁에 있어서야 구울화를 할 수 없었다.

 

  상혁은 공포에 물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겼다.

 

  “꺄아악!!!”

 

  조용히 걸음을 옮기던 승찬과 상혁은 이어진 여자의 비명소리에 그대로 몸을 멈추고 말았다.

 

  공원을 지나가던 여자 한 명이 죽어있는 경찰들을 보고 놀라 쓰러져 있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갔다.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일어나지 못하고 그저 비명만 질러댈 뿐이었다. 그때였다. 상혁이 뛰쳐나간 것은.

 

  “저 미친놈.”

 

  승찬은 어느새 여자의 앞에 버티고 선 상혁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권투자세를 취한 상혁이 남자에게 소리쳤다.

 

  “멈춰! 이 미친 새끼야!!”

 

  상혁의 외침에도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승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대로면 남자는 상혁을 죽이고 뒤에 있는 여자도 죽일게 분명했다.

 

  아무리 밤이라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대놓고 살인을 일삼는 남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남자는 별로 식욕을 느끼는 것 같아보이지도 않았다.

 

  완전히 이성을 제어한 모습은 뒷골목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일반 구울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백승찬 어떻게 할 거냐. 빨리 생각해라.’

 

  승찬은 아무런 대책 없이 뛰쳐나간 상혁을 원망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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