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던 장소에 또다시 둘만 남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갑자기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자 갑자기 그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지금 내 행동이 웃겨서 그런 건지 아니면 5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부족한 건지 모르겠지만, 과연 이게 웃을 상황인가 싶기도 했다.
그는 한참을 웃고 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아, 오래간만에 웃었어, 진짜로. 네가 날 웃길 줄이야. 그나저나 내가 보고 싶지는 않았나 봐? 난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를 만난 뒤부터 편히 쉬기는커녕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쩌면 그가 시발점일 수도 있단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일어난 일들은 상식을 벗어났기에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설마 여태까지 내가 보고 느낀 게 전부…”
“꿈이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단 듯이 말을 끊고 그가 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럴 리가. 아무리 나라도 그건 무리야”
“아..”
그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다른 의미에서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못마땅스러운지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지. 예를 들면 이런 거라든지”
그가 손을 튕기자 주변이 시시각각 변했다. 여름이었다가, 겨울도 되고 동시에 중간중간에 사진으로만 봤던 외국도 있었으며 난생처음 보는 장소도 있었다. 그런 그의 능력보다는 그 풍경이 신기해 손을 뻗자 그가 손가락을 튕기는 동시에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
“안되지, 안돼”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건지 몰라도 나의 행동을 제지했다. 내심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서자 그는 팔짱을 끼며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흠.. 아쉽지만 이 정도로 끝내자”
“전혀 아쉽지 않지만 뭘 끝내요?”
살짝 투덜거리며 대답하자 그는 대답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이마에 손가락을 댔다.
“지금 뭐 하는…”
“다음에 봐”
내 말은 무시한 채 그렇게 한마디하고는 이마를 밀자 떨어지는듯한 느낌과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돌아오자 화가 나 이불을 발로 찼다.
‘완전 자기 멋대로네’
이불을 끌어안고는 그래도 돌아왔음에 기뻐했다. 적어도 여태까지 겪은 일들이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중했기에 조금은 감사하게 느꼈다. 또한 그도 나쁜 사람이 아닐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목적이 있었더라면 이런 식으로 장난치기보다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말했을 거라 생각하고 단정 지었다.
슬슬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휴대폰을 확인하니 꿈과는 다르게 달랑 문자 한 통 와있었다. 어디서 온 건지 확인해보니 다름 아닌 담임선생님이 보내셨다.
“아름이한테 많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전화나 문자 하기보다는 낫는 대로 학교서 보자꾸나”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전화나 문자가 더 편했지만 어제와 다르게 상태도 많이 좋아진 것 같기에 학교에 가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유롭게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 아침을 먹기 위해 부엌을 가니 죽과 함께 메모가 놓여있다.
“아프면 말을 해야지.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몰라서 일단 죽 사왔어. 꼭 데워먹고 무리하지 마”
메모를 보고 나서야 어제 엄마한테 말없이 그냥 침대에 드러누운 게 생각났다. 어제 그정 도로 아팠나 싶을 정도로 오늘은 멀쩡한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설마 깨워주는척하면서 아직도 꿈이 아닐까 싶어 볼을 잡고 비틀자 통증이 밀려와 고통을 호소했다.
‘꿈은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