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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사라진 나. 다가온 너
작가 : 시그널
작품등록일 : 2016.9.2

세상속에서 과연 나는 존재하고 있나요?
여러모습으로 살아가는 나.
진정한 내모습은 무엇일까.
나를 바라봐 주는 단한명의 너가 있을까

 
4화 함께하자
작성일 : 16-09-12 00:57     조회 : 313     추천 : 1     분량 : 5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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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리는 비의 두드림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그새 이미 옷은 흠뻑 젖어 내몸에서 또다른 비가 흐르고 있다.

 생각을 흘려버려 가벼워 질것 같던 난 젖어버린 옷으로 더 무거워 졌다. 피할수도 물리 칠수도 없이 그무게를 감내 해야 한다.

 몇톤의 빗방울이 날 때리고 간건지 발끝까지 아릿하다.

 멍해진 머리는 이제 일어서서 걸어가라 하지만 만신창이의 몸은 못들은 척한다.

 내몸에서 시작되어 흐르고 흐르는 물의 끝을 따라간본다. 보도블럭 틈새와 틈새를 따라 또다른 물줄기를 만나 열심히들 흘러 결국 배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결국은 더러운 하수도로 흘러 갈것을 왜그리도 힘차게들 길을 만들어 흘렀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난 자리엔 물자국이 덜했다.

 그런건 용납 못한다는듯 하늘은 그새 그자리를 물방울로 덮어버렸다.

 '그래 너희는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라. 용을쓰고 움직여야 결국은 너흰 더러운 하수도행이다.'

 처음 걸어왔던 길을 향해 걸었다.

 편의점이 눈에 띌때마다 우산을 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고개를 흔든다. 이차림으로 우산을 쓰는게 더 우스꽝스럽지 싶다.

 아까는 아무생각이 없이 걸었는데 꽤 먼길을 걸었나보다.

 아직 눈에익은 어떤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인건 이제 나에겐 시간이 많다. 천천히 걷고 또 걸었다.

 저멀리 낯이익은 지하철역이 보인다. 수년간 지나왔던 그곳이었다. 이렇게 멀리서 그곳이 보이자 괜시리 울컥한다.

 어렸을적 탐험을 한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길을 잃었었다. 그리고는 울고 불며 여기저기를 다시 헤매였다.

 눈물이 얼굴에 길을 내놓고 콧물은 굳어 엉망이 되었을때 저멀리 동네를 상징하는 아름드리 나무가 보였었다.

 그땐 정말 다시 목놓아 울었었다. 다시 못볼줄 알았기에...

 지금은 저곳을 다신 못볼것 같아 울컥했다.

 나의 일상의 큰조각이 부서져 버린것이다.

 큰조각이 아니라 내 삶의 모든 시간이었다.

 이제 나에겐 일어날 이유도 없고, 잠이들 이유도 없었다.

 어느덧 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익숙하게 오른쪽 끝으로 붙어 계단을 내려갔다.

 매일 이곳의 풍경이었던 나는 내일의 풍경엔 없을것이다. 아마 또다른 누군가가 내가 늘거닐던 이자리를 거닐것이다.

 늘서서 기다리던 젤뒷차량의 대기자리에 섰다.

 그제서야 스크린도어에 비치는 내모습이 보였다.

 진짜 꼴이 말이 아니다. 옷은 흠뻑젖고 머리에선 물이 뚝뚝 떨어진다. 몸이 너무 무거워 앉아가려 했던 내생각을 버려야만 했다. 이상태로 앉았다가는 금새 의자가 젖어 버릴것이다.

 스크린도어에 비치는 나는 지하철이 지나갈 자리에 서있었다.

 이제곧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비춰진 난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불빛을 뿜는 지하철이 우악스럽게 다가온다.

 5.4.3.2.1비춰졌던 내가 사라졌다. 그자리를 지하철이 내형상을 쉴새없이 치고 가고 있었다.

 내가 지하철에 의해 사라졌건만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듯 모른다는듯 또 움직인다. 나또한 아무일 없다는듯 움직인다.

 끝차량의 벽에 몸을 기대어 창밖을 봤다. 지하를지나는 그곳엔 그어떤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둠이 빠르게 지나갈 뿐이다.

 지금 나에겐 그어둠이 산속의 풍경보다도 더큰 위로가 되고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어둠엔 아무것도 없다는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한정거장 두정거장 어둠을 뚫고 지하철은 가야할곳을 줄기차게 달리고 있다.

 어느덧 어둠은 끝이나고 도착지가 눈에 보였다.

 지하철이 멈춰서고 밀쳐내듯 열린문으로 나를 토해냈다.

 잠시 비틀 하다가 젖은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그어떤 누구도 보이지 않건만 수십개의 시선이 나를 쫓는듯하다.

 그동안 믿고있던 세상의 끈은 놓친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있었다.

 '기분? 엿같지.'

 혼자 중얼거리며 역사를 빠져나와 다시 빗속으로 몸을 맡겼다.

 사는게 힘들었었다. 업무에 시달리고 마누라의 잔소리에 지쳤고 딸의 외면에 슬펐다.

 그 모든게 사라진 지금 난 그저 배부른 투정을 부렸다는게 느껴졌다.그 모든게 나를 버티게 해줬고 나를 있게해줬다.

 모든게 빠져버린 지금 작은 빗방울에도 이리저리 나부끼고 있다.

 흐르는 빗방울과 함께 하수도 구멍을 찾아 흘러가고 있었다.

 오르막 골목을 오르건만 오늘은 숨도 덜차다.

 진짜 몸이 가벼워 졌나싶다.

 눈앞에 내가 사는 집이 보인다. 건물은 5층이었다.

 '5층에서 떨어지면 아프려나? 죽으려나?'

 건물 옥상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입구로 들어섰다.

 건물을 들어서 걷는 걸음은 한걸음 한걸음이 울려서 들렸다.

 걷고 걷고 내가 사는 층을 지나 또 걸었다.

 5층을지나 옥상문 앞에 섰다.

 낡은 쇠문이 보였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자 녹이슨 문의 쇠긁히는소리가 들렸다.

 심장을 서늘하게 하는 웃음소리 같았다.

 세상은 그렇게 또 나를 비웃는것 같아 화가 났다.

 옥상에 들어서자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는 할수 있다는 이상한 최면을 걸듯 이상한 중얼거림과 함께 난간에 걸터 아래를 봤다.

 그러자 떨어지던 빗방울이 말한다.

 '이렇게 떨어지면 되는거야.'

 그리고는 부셔져 흩어진다.

 수십개의 빗방울에 홀리듯 난간에 걸터 앉았다.

 그 누구도 날 찾지도 않는다.

 그어떤 이에게도 난 필요하지 않는다.

 스르륵 눈이 감겨졌다.

 눈을감자 빗방울이 친절히도 카운트를 세주고 있었다.

 '하나. 둘. 세...ㅅ'

 내맘인지 빗방울인지 누군가가 셋을 세기전 들려온 핸드폰 벨소리에 눈이 떠졌다.

 순간 돌아온 정신에 5층 높이는 아찔함을 줬다.

 마른침을 삼키며 서둘러 난간에서 내려왔다.

 숨을 몇번 고르고 울리는 핸드폰을 찾아 들었다.

 "여보세요."

 "선생님. 여기 동물병원인데요. 오전에 맡기셨던 강아지 검사 마무리 되어 가고 있어서요. 혹시 방문해 주실수 있으신가요?"

 "아... 네."

 맞다. 오전에 그녀석 병원에 있었다.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고 자리에 일어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가누고 나니 그녀석 모습이 생각났다.

 끈질기게도 낑낑거리며 숨을고르던 조막만하던 그녀석.

 '그녀석은 왜그리도 악착같이 숨쉬었을까. 버려졌는데 왜 그리도 버틸까.'

 또한번의 쇳소리를 뒤로하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벨소리가 울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계단이 아닌 창밖의 저 빗방울처럼 되었겠지.

 '이 바보같은 녀석이 악착같이 나까지 살리네. 휴~'

 내가 사는 층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다.

 집은 보이는 그대로 엉망이었다.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누군가 나를 수습하러 와서 이꼴을 본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죽을일 있으면 꼭 방청소는 엄청 깨끗이 해야겠다. 진짜 안죽은게 다행이다. 죽어서도 부끄러워 숨어 다닐뻔 했네.'

 집에 들어서 빨래통에 젖은 옷가지를 모두 던져 넣었다.

 이제 좀 몸이 가벼워 진듯했다.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낸후 구석에 구겨져 있던 바지와 티한장을 대충 입었다. 삼선 슬리퍼와 마지막 남은 찌그러진 우산을 챙겼다.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그녀석은 왜 버려졌을까.

 쪼그마한게 태어난지도 얼마 안된것 같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요몇일 길냥이들이 엄청 사납게 울었던것 같다.

 그때부터 혹시 시달렸던건 아닐까.

 우산을 펴고 길을 나서며 아침 그녀석이 있던곳을 바라봤다.

 흐르는 빗물이 핏자국은 흘려보냈지만 그녀석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아무나 가져가시오'라는 글.

 '나쁜 새끼들. 지가 신이야? 왜버려. 왜 버림 받게해...'

 신경질 적으로 그글이 보이지 않게 멀리 집어 던져 버렸다.

 괜시리 짜증이 솓구쳐 오른다.

 신이라도 세상에 내어놨음 버리면 안된다. 괜히 버림 받아서 내 못난모습이 비춰진 것이다.

 서둘러 돌아서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큰길에 들어서고 동물병원을 향해 걸음을 걸었다.

 병원 문을열고 들어서자 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간호사도 보였다.

 "네. 어떻게 오셨어요?"

 "아.. 아침에 맡겼던 강아지 때문에.."

 "아! 잠시만요. 선생님~~ 그분 오셨어요~"

 어정쩡하게 서있으며 잠시 두리번 거리다 보니 칸막이가 쳐진 공간안에 몇몇 강아지들이 있는게 보였다.

 "아! 오셨군요. 지금 막 마지막 검사까지 마쳤습니다. 오전에 장염걸린 애 치료 한다고 검사가 좀 늦어 졌네요. 일단 좀 앉으시죠."

 내 어정쩡한 자세가 신경 쓰였는지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자 의사 선생은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큰 질병은 없었구요. 탈수 증세가 있어서 지금 수액 투여 중에 있습니다. 상처는 염증이 좀 있지만 치료하면 나을것 같습니다. 문제는 다리인데요. 예전에 뭐에 맞았는지 부딫혔는지 뒷다리가 골절된 상태에서 자리를 잘못잡고 굳어 버렸어요. 그래서 다리에 장애가 조금 있습니다."

 "못걷나요?"

 "아뇨 걸을수는 있지만 일반 애들과는 다르게 걷겠죠. 뒷다리가 펴지지 않으니..."

 "그럼 된거 아닌가요?"

 "그게 이아이 처럼 유기견이 된 입장에선 정말 안좋은 상황이죠."

 "저도 여러 아이들을 보호소로 보내고 소식을 듣고 했을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입양 되지 못하고 시간만 지나다가 안락사로 가게 됩니다."

 "결국은 마지막으로 세상에 까지 버림 받는군요."

 "그게 참 그렇네요. 유기견을 입양하시는 분들 좋은 맘이시지만 어쩔수 없이 장애를 가진 아이보단 건강히 오래 함께할 아이를 찾게 되거든요."

 "그럼 그녀석도 죽을 확률이 크겠네요."

 "그렇죠. 이건 강요가 아니니 한번 들어만 봐주십시요. 혹시 사정이 되신다면 저 아이 인연이라고 생각하시고 키워 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전 한번도 키워 본적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녀석 한번 볼수 있을까요?"

 "네. 이리로 오십시요."

 의사 선생을 따라간 곳에는 수액을 맞고 있는 그녀석이 있었다.

 아까보다는 숨이 많이 골라져 있었다.

 내가 다가서다 그녀석은 눈을떠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들었다.

 저 조그마한 녀석이 힘을내 죽음에서 돌아 왔더니 결국 운명은 죽음이란다. 참 더러운 삶이다.

 '아까 내목숨 구해준거 갚는다.'

 "선생님 제가 이녀석 데려 가겠습니다."

 "정말 이십니까? 생각 잘하셨습니다 선생님."

 이녀석 보다 의사선생이 더 기뻐했다.

 "저도 이녀석 맞을 준비도 해야 하고 하니 내일 이녀석 데려 가겠습니다. 오늘 하루 입원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력 회복 하려면 그편이 더 나을것도 같습니다."

 그녀석의 눈을 바라봤다.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힘든데도 꼬리는 여전히 흔들어대고 있었다.

 '힘내고 있어라. 이제 함께하자.'

 내일 오겠다는 말을 전하고 병원을 나오자 비는 어느덧 그쳐 있었다.준비는 한다고는 했지만 딱히 생각은 나지 않는다. 아마 내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건 아닐까 생각이든다.

 오늘 그녀석은 나를 붙잡았고 나는 그녀석을 붙잡았다.

 그리고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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