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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막내 후궁의 자립기
작가 : 오렌지사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8.5.2

[성장물]/[육아물]/[로코물]/[동안 여주]/[순진 여주]

여자의 결혼 적령기는 과연 언제일까.


평민들은 대충 20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에 결혼하지만 귀족은 어린 나이에 미리 약혼을 해두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왕족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레나테 공주의 나이가 이제 열넷이니 파네스 제국 황제 폐하의 후궁으로 가도록 하라는 국왕 전하의 명이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벌써 결혼하는 건 이른 거 아닐까. 올해 갓 14살이 된 레나테는 시종의 전언을 듣고 멍하니 생각했다.


원래 연재했던 막내 후궁의 자립기 리메이크작입니다. 표지는 레이에린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1장
작성일 : 18-05-02 19:30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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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입에 들어가는 건 과자요, 나오는 건 한숨이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내쉬며 레나테는 간식으로 나온 쿠키를 먹었다. 후궁에 온 뒤 개선된 식생활에 기뻐한 레베카가 살을 찌우기 위해 간식으로 과자를 종종 먹게 해주었는데, 그 중 레나테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달콤한 케이크나 푸딩, 쿠키 종류였다. 하지만 그 쿠키조차 지금은 레나테를 기쁘게 해주지 않았다.

 

 “레나테 님, 쿠키는 다 드셨나요?”

 “응. 그리고 우유도 다 먹었어.”

 “그럼 정원에 산책 나가실래요? 아니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갈까요?”

 “정원... 가볼래.”

 

 레나테는 케이프를 어깨에 두르고 일어났다. 허리에 두른 리본을 살짝 점검하며 엘라가 슬쩍 쿠키가 더 담긴 주머니를 리본에 매어 주었다. 간식을 너무 먹으면 안 된다고 레베카가 혼을 내곤 하지만 엘라는 레나테가 기분이 좋아지도록 몰래 간식을 쥐어주곤 했다.

 

 “혼자 나갈래. 엘라는 여기 있어.”

 “네? 또 혼자서요?”

 “응. 어차피 정원이잖아.”

 

 레나테의 말에 엘라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정원인데 큰일이야 날까.

 

 “이번에도 또 도서관 찾아가신다고 혼자 나가시면 안 돼요?”

 “안 가. 정원에서 놀 거야.”

 

 레나테는 케이프 속에 쿠키 봉지를 숨기고 나섰다. 프리지아 궁의 정원은 세헤라자데의 백합 궁의 정원만큼 다양한 꽃이 피어 있지는 않았지만 높은 나무가 꽤 있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과자를 먹으면 조금이라도 기분이 풀릴지도 모른다.

 

 

 

 “···높아...”

 

 나무를 올려다본 레나테는 울상을 지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별로 높지 않아 보였던 나무는 가까이서 보자 너무 높았다. 꽃에 대해서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정원 가꾸기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던 레나테는 주로 나무 위에서 밖을 구경하는 재미로 정원에서 놀았건만, 아무리 그녀라도 이 나무를 타고 오르는 것은 무리다.

 

 “···어?”

 

 나무에 오를 수 없으면 기대어 앉기라도 하려던 레나테는 나무와 낮은 풀숲 사이로 보이는 구멍을 보고 깜짝 놀랐다. 후궁의 벽이 약간 부서진 듯 딱 어린아이 한 명이나 개 정도가 통과할 수 있을 듯한 개구멍이 하나 있었다. 개구멍 사이로 보이는 것도 풀숲인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풀숲 때문에 양쪽에서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좋아, 가보자.”

 

 어차피 후궁에 계속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럼 바깥 구경이나 조금 하고 오자 싶었던 레나테는 또다시 혼자서 밖에 나가는 걸 감행했다. 지난번에는 밤이었고, 지금은 오후지만 아직 저녁은 아니니까 라고 속으로 변명하면서.

 

 

 

 

 개구멍은 딱 레나테가 혼자서 나가기 좋은 크기였다. 옷에 풀잎이 꽤나 묻기는 했지만 원래 레나테는 별궁에선 흙투성이가 되어서 노는 일도 종종 있던 만큼 그렇게 깔끔떠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릎이 쓸려서 따가운 건 싫어서 최대한 무릎에 체중을 싣는 것은 피하자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개구멍을 통해서 나온 곳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흰 건물들이 있기는 했지만 지난번 도서관에 나갈 때 보았던 황궁 건물들은 정말 일부라서 다 하얀 건지 아닌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풀숲에 일단 몸을 숨기고 살펴보기로 결심한 레나테가 빼꼼 하고 고개를 내밀었을 때 부스슥, 하는 소리가 나면서 마침 딱 이리로 걸어오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

 “······.”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레나테와 눈이 마주친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어버버 하고 말도 못 하고 입만 뻥긋하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왔다. 가까이 다가온 소년의 녹색 눈을 보자 레나테는 그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그저께 뵌 분이시네요?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아니, 반갑고 뭐고 간에 대체 여기서 뭘-”

 “비비안 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소년이 뭐라고 하기 전에 뒤에서 소년의 것인 듯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년의 이름은 비비안인가, 하고 레나테가 머릿속에 기억하는 사이 비비안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레나테를 안아들었다.

 

 “어, 어?”

 “잠깐만 입 다물고 있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비비안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레나테를 안아든 채 풀숲을 헤치고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큰 건물들 사이에 있는 작은 건물이었지만 꽤나 깔끔한 곳이었다.

 

 건물 안에 들어와서 레나테를 푹신한 의자에 내려놓은 비비안은 문을 잠그고선 그제야 자신도 레나테의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갑자기 끌려왔으면서도 여긴 어디인가 하고 두리번거리기만 하던 레나테는 비비안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자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이제 입 열어도 되나요?”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그거야? 당신 누구냐, 여긴 어디냐, 나 여기 왜 데리고 왔냐가 아니라?”

 

 비비안이 어이없어하자 레나테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물어보려면 입 열어도 되나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물어본 건데.”

 “···일단 너 데리고 온 건 거기서 누가 널 보면 귀찮아지니까. 후궁이랑 외간 남자가 단둘이 있으면 시끄러운 사람들도 있거든. 그리고 내 이름은 비비안 에스프리 오베르뉴, 오베르뉴 대공이야.”

 “대공님이셨군요! 그래서 기사들이 존댓말했구나!”

 

 비비안에게 깍듯하게 대하던 기사들을 떠올린 레나테는 바로 이해가 갔다. 대공은 공작보다도 높은 작위이니 기사들이 그렇게 대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아직 어려 보이는데 대공이라니 굉장하다 싶어 뚫어져라 보는 레나테의 시선에 비비안도 여기까지 데려오는 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머리에는 귀여운 헤드드레스를 쓰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소녀는 억지로 어른스럽게 보이도록 하려던 화장과 드레스를 걷어내자 훨씬 인상이 나아 보였다. 얼굴 자체는 깡마른 볼살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편이었고 살짝 웨이브진 허니 블론드빛 단발머리도 잘 어울렸다. 조금만 더 살이 오르면 인형처럼 예쁘다고 다들 말할 것 같은 얼굴이지만 그래도 그가 지금까지 봐온 14살 여자들에 비하면 너무나 어렸다.

 

 설마 여자들은 발육이 안 되면 정신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던 비비안은 뒤늦게 자신이 아랫사람이나 친구에게 쓰는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잠깐, 나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왜 얘한테 반말 쓰는 거야?’

 

 아무리 비비안이 황제의 남동생인 황자라지만 누구에게나 반말을 써도 되는 건 아니다. 비비안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사람에 대한 예의로서 존대를 했고, 자신보다 어리다고 해도 타국의 왕족을 상대로는 격식을 갖춘 말투를 썼다. 그래서 레나테와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히 비비안은 다른 귀족 영애들을 대하는 말투로 얘기를 했는데, 왜 지금은 그냥 반말이 술술 나온 건지.

 

 어쨌든 레나테는 황제의 후궁이고 후궁에서 나가게 되어도 에드나의 공주이다. 아무리 어린애처럼 생겼다지만 그런 상대에게 반말을 쓴 것에 비비안이 반성하려던 찰나, 꼬르륵-하는 소리가 넓지 않은 실내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

 “······?”

 

 레나테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레나테는 쿠키를 먹고 와서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기, 점심 못 드셨어요?”

 “···바빴거든.”

 

 어린아이라지만 여자 앞에서 배가 고픈 티를 내버린 것에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비비안을 가만히 보던 레나테는 케이프 아래에 숨겨놓은 주머니를 꺼내서 내밀었다. 엘라가 건네주었던 쿠키가 담긴 주머니였다.

 

 “바빠서 점심 못 먹었구나. 아직 저녁 먹으려면 3시간은 남았으니까 이거라도 드세요. 프리지아 궁에서 만든 쿠키에요.”

 

 애써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고 하거나 웃음을 참는 게 아니라 걱정스러운 얼굴로 쿠키를 건네주는 레나테의 호의에 비비안은 얼굴이 빨개지려는 걸 참고 쿠키를 받았다. 사교계에서였다면 망신거리였을 거고 일할 때라면 다들 신경도 안 썼겠지만 레나테는 정말로 순수하게 배고픈 걸 걱정해주었기에 그래도 덜 민망했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꼭 하세요. 황궁에서 나오는 식사 엄청 맛있으니까 거르면 손해에요. 애피타이저랑 디저트도 다 나오잖아요.”

 “···모국에선 없었어?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비비안이 조심스럽게 묻자 레나테는 귀 끝에 걸린 머리카락을 살짝 꼬면서 말했다.

 

 “그게, 다른 궁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지내던 궁은 예산을 많이 안 줘서 물가가 오르면 살 수 있는 식재료 양이 줄어들었거든요. 유모가 싼 밀가루나 싼 야채를 사오든지 해서 세 끼는 어떻게든 먹긴 했지만, 그래도 배가 부르지는 않았어요. 맛도 별로 없었고.”

 “···화나지는 않았어? 넌 그렇게 조금 먹이면서 자기들은 잘 먹고 잘 산 거잖아.”

 

 비비안의 물음에 레나테는 그냥 웃었다. 딱히 그늘졌다고 하기는 어려운, 그냥 미소였다.

 

 “예산 배정은 국왕 전하 마음이니까 제가 화낸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애초에 전하는 제 말도 안 들어주셨거든요.”

 “······.”

 “그리고, 아주 싫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항상 배고프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엄청 좋은 일도 있었어요.”

 

 레나테의 말에도 비비안은 회의적이었다. 이런 어린아이를 배곯게 하는 왕궁에서 대체 무슨 좋은 일이 있었을까. 기껏해야 생일날 유모가 돈을 모아서 케이크라도 주었다는 정도겠지 하고 비비안은 예상했다.

 

 “저희 별궁에는 요정님이 있었거든요! 별궁 출입구 근처의 커다란 나무에요.”

 

 ···예상을 훌쩍 벗어났다. 요정?

 

 “···요정이 있었다고?”

 “아, 안 믿는 거죠? 유모도 안 믿던데, 왜 다들 안 믿는 거지?”

 

 레나테가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자 비비안은 일단 이야기를 듣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본인한테는 좋은 추억이라는데, 10살도 안 믿을 것 같은 동화라도 들어는 줘야지.

 

 “일단 들어보자. 그 요정이 뭘 해줬는데? 먹을 거라도 놔줬어?”

 “네!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은 요정님이 항상 먹을 걸 거기에 두고 갔어요. 고기랑 야채랑 계란이랑 잔뜩 넣은 빵 종류로요. 어떨 때는 쿠키도 있었어요.”

 

 어떤 날은 과일 주스나 우유가 담긴 병도 있었고, 크리스마스에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고 소원을 빈 종이를 놔두었더니 얼마 뒤 도서관에 책이 대량으로 새로 들어왔고, 엄마가 보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을 때는 어머니 앨리샤의 초상화가 음식과 함께 놓여 있었다.

 

 그걸 하나하나 이야기하자 비비안의 표정이 괴상해졌다. 왜 그럴까 하고 레나테가 의아해했지만 비비안은 뭐라고 하는 대신 질문을 했다.

 

 “그럼, 그 요정한테 만나고 싶어요, 이런 말은 안 했어?”

 “했어요. 했는데, 요정님이 자기는 사람 앞에 나타나면 다시는 못 보게 될 거라고 답장을 줬어요. 그래서 다시는 보고 싶다고 안 했어요. 작별 편지는 쓰고 왔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레나테의 말을 듣자 비비안은 머리가 또 아파졌다. 이 소녀는 정말로 요정을 믿고 있었다. 대체 누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정이라고 뻥을 치고 몰래 레나테를 도와준 인간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대놓고 도와주지는 못하는 걸 보면 돌아가서도 레나테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리는 없겠지만.

 

 요정 이야기를 하는 레나테는 즐거워 보였지만 그 전에 별궁의 이야기를 하는 레나테는 기뻐 보이지 않았다. 후궁의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레나테는 그들 중에서도 꽤 절박한 상황일 거라는 건 능히 짐작이 갔다. 그렇다면-

 

 “···너, 후궁에 남고 싶어?”

 “네! 혹시 방법을 아세요?”

 

 레나테가 바로 불나방처럼 뛰어들듯 고개를 끄덕였다. 얘 정말로 사탕 준다는 낯선 사람 쫓아가는 거 아니겠지 하는 불안을 느끼며 비비안은 너무 과하지 않게 힌트를 주기 위해 고심했다.

 

 “황후가 없는 지금 후궁의 최고 권한은 황태후 마마가 갖고 계셔. 황태후 마마는 꽤 괴... 성품이 특이한 분이시지만 후궁을 잘 관리하시지. 황제 폐하도 때로는 한 수 접어줄 정도로 여걸이시고.”

 “우와, 멋진 분이신가 보네요? 뵐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레나테의 환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비비안은 계속 말을 이었다. 어차피 레나테가 정말로 소피아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한 환상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그래도 이 어린 소녀의 환상은 별로 깨고 싶지 않다.

 

 “그런 분이시지만 인간미도 있으셔서 말야, 네가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아마 그냥 여기에 둬도 좋지 않냐고 생각하실 거야.”

 “문제? 혹시 낭비하는 거 말이에요? 어떡하지, 나 그저께 과식도 하고 옷도 엄청 샀는데!”

 “그런 거 아냐. 네가 돈 쓰면 얼마나 쓴다고. 애초에 후궁 예산 나라 망할 정도로 배정 안했어. 그런 거 말고...”

 

 비비안은 말하려다가 망설였다. 이런 거 말해도 되는 건가?

 

 “예를 들어서, 황제 폐하를 만나겠다고 집무실에 쳐들어온다든가, 폐하는 내 거라고 다른 후궁들하고 싸운다든가, 폐하를 모시겠답시고 옷 벗고 침실로 들이닥치거나...”

 “···첫 번째랑 두 번째는 알겠는데, 세 번째는 뭐에요? 왜 침실로 가는데 옷을 벗고 가요?”

 

 이번만큼은 예상과 같은 답이 돌아오자 비비안은 진심으로 현기증을 느꼈다. 역시 레나테는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는 형을 정말 가족으로 사랑하지만 만약 형이 이런 어린 소녀에게 손을 대면 맹세코 그는 밤에 복면 쓰고 황제의 침실에 들어가서 형의 대를 끊어버릴 것이다.

 

 “그건 네가 좀 크면 알게 될 거고, 암튼 그런 문제만 안 일으키면 돼. 그리고 다른 후궁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그러면 아마 황태후 마마도 내버려두실 거야. 후궁 들이는 것도 이것저것 따져야 돼서 꽤 귀찮... 수고가 많이 들어가니까, 거기 들이는 시간은 줄이고 싶어하시거든.”

 “그렇구나... 고맙습니다, 대공님!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활짝 웃는 레나테의 미소에 멋쩍어진 비비안은 대답 대신 쿠키를 하나 물었다. 쿠키는 그가 좋아하는 쇼트브레드였다.

 

 “뭐, 쿠키도 받기도 했고, 너 여기 있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까... 그러고 보니 물어보는 거 까먹었네. 너 대체 어떻게 나온 거야? 시녀는 어디 있고?”

 “아, 프리지아 궁 정원에 작은 구멍이 있었어요. 저 아까 있던 곳에 풀숲에 가려져서 안 보였나 봐요. 거기로 어떻게든 나왔어요.”

 

 레나테가 대답하자 비비안은 주저앉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이건 정말로 애다. 무모하고 겁도 없고 배짱도 엄청난 그냥 애.

 

 “덕분에 대공님한테 좋은 조언도 잔뜩 들었네요! 구멍한테 감사해야겠어요.”

 “진지하게 말하는데, 너 진짜로 누가 먹을 거 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마라. 쿠키 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마.”

 

 비비안 에스프리 오베르뉴, 몇 달 있으면 17살인데 벌써부터 보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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