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행복한 엔딩을
작가 : 네로
작품등록일 : 2016.9.11

숲속의 저택, 혹은 호텔. 그곳의 4명의 직원들과 정체모를 주인. 저택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사고들. 그 끝에 있는건, 언제나의 해피엔딩.

당신이 꿈꾸는 엔딩은, 무엇인가요?

 
ep 1. OO를 위하여 (1)
작성일 : 16-09-11 15:54     조회 : 434     추천 : 0     분량 : 68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고된 위험 끝에 이곳에 도달한 용감하고도 낯선 이에게 묻는다.

 

 당신은 욕망을 원하는가?

 당신은 죽음을 원하는가?

 당신은 목숨을 원하는가?

 

 당신은. 염원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녹읍을 향해 무릎을 굽혀라. 모든 것을 바치겠다 맹세하라.

 

 필요없는 목숨을.

 필요없는 가족을.

 필요없는 제물을.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얻을 용기가 있다면

 이제 곧 사라질 다리를 움직여

 내가 있는 곳에 도달하라.

 

 

 ----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였더라..?'

 

 피곤함이 잔뜩 실린 발을 앞으로 하나 내딛으며, 난 어젯밤 내게 배정된 방을 떠올렸다. 앳된 얼굴의 직원에게 까마귀가 조각된 고급져 보이는 열쇠를 받고 방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사람 10명 정돈 가뿐히 버틸 듯한 거대한 와인색 침대와, 피로에 적신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황토색 카펫. 녹빛 커튼을 걷으면 시원한 밤공기와 함께 평온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고 화장실에 들어가니 몸 상태를 체크해주는 마법도구와 마나가 섞인 따뜻한 물이 흘러 나왔다. 마법도구와 마나가 섞인 물. 잔잔한 배경과 폭신한 가구.

 

 모든 것을 합치면 아마 황금을 갈아 넣은 것과 비슷한 가치일 것이다. 줄여 말하자면, 그야말로 별 10성짜리 고급 호텔에 온 것 같은 착각.

 

 이제껏 좁은 욕조와 좁은 방, 좁은 침대밖에 보지 못한 서민에게 와닿는 무척이나 신선한 귀족들의 생활이었다. 심지어 일주일에 1 골드밖에 안한다. 비록 1골드가 내 한 달 용돈과 똑같은 가치라곤 해도. 하지만 그렇게 주어진 방이 갑자기 그림속의 떡이 된 것은. 내가 처음 보는 방이 부담스럽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여러 번 말한 듯한 익숙한 말투. 대화의 대상은 바로 나였다. 그가 가리킨 곳으로 눈동자를 따라가니, 혼자선 도저히 못 먹을 호화스러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였더라.

 

 조금전 떠올린 의문을 다시금 일으키며 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중앙홀에 설치된 수많은 테이블 중 음식이 깔려진 건 내가 앉은 곳 하나. 또한. 직원, 나, 신비한 소녀. 이 셋을 제외하면 이곳에 '지성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없었다.

 

 거대한 홀의 천장은 다색을 내뿜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장식한다. 이 중앙 홀로 향하는 계단은 모두 2개로, 난 조금전까지 2층에 있다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이곳 식당으로 내려왔다. 식당이라고 해야될지 아니면 귀족들의 파티홀이라 해야할지 아직까지 분간이 되지 않지만, 난 식사를 목적으로 이른 아침 잠이 깨었기 때문에 일단 식당이라고 명명했다.

 

 먼지없이 깨끗해 보이는 와인잔을 다시 냅킨으로 닦아내는 갈색 머리의 직원이 우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레드와인, 백포도주, 오렌지 쥬스. 무엇이 좋으십니까?"

 

 "어... 어. 그러니까. 레드와인이요."

 

 가볍게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신선한 빨간 과일을 연상시키는 액체가 세차게 와인잔을 채운다. 넘치지도 않고, 겉면에 튀는 실수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자세였다.

 

 스테이크의 종류와 스프, 후에 나올 디저트를 설명하는데 눈앞에 환상적인 식품이 있는 이상 내가 설명을 제대로 들을 리는 만무했다. 양고기라던가 콩소메라던가 뭔가 여러가지 말하긴 했지만.

 

 꿀꺽.

 

 향긋한 냄새, 맛있는 음식들. 저절로 입에 침이 고였다. 노릇노릇 김이 나는 스테이크 양옆에 고급스런 은제 식기구가 종류별로 놓여있다. 손잡이를 찬란한 곡선으로 장식한 기구가 샹들리에로 반사되는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보통보다 약간 무거운 의자를 뒤로 끌어 엄청난 진수성찬 앞에 조심히 앉았다.

 

 "뭐해, 오빠. 빨리 안 먹어?"

 

 "...아니, 먹어야지.."

 

 "만약 입에 맞지 않으면 말해 주세요. 바꿔 드릴게요."

 

 "아니요! 정말로 맛있습니다! 괜찮아요!"

 

 금방이라도 접시를 치울듯이 팔을 내민 소년에게 난 급히 손을 저었다. 치운다니, 큰일날 소리를. 또다시 치운다는 말을 하기 전 재빨리 식사 인사를 올렸다.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아 고개를 숙인다.

 

 "'우리의 수족과 심장을 따뜻함으로 채워주신 레인 황제께 태양빛 만큼이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평민들의 신적인 존재, 레인 황제. 노인분들 같은 경우엔 종종 폐륜아라고 욕하긴 하나 우리같이 젊은 세대들에겐 몇 번이고 충성을 다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신 분이다. 그렇기에 황제의 명령없이 단순한 존경심으로 중요한 일을 하기 전 그의 이름에 축복을 비는 경우가 있는데 난 그에 속한 사람 중 한 명.

 

 일초의 감사 인사 후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여전히 김이 나는 고기가 내 나이프와 포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행복하다.

 

 내 이름은 '폴 데드 나일라'로, 어젯밤 막. 여행을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길이 좁아 마차에서 내려 숲길을 걸어가던 중, 갑작스런 폭풍우에 이리저리 헤메다 이곳 '따뜻한 안식처'로 도착한 게 어젯밤부터 시작한 나의 한심한 경로. 아직도 바깥에 폭풍우가 그치지 않아 이곳 호텔에서 숙박하게 됬다. 어차피 그리 급한 일도 아니고 돈까지 지불했으니 일주일은 제대로 즐기자 마음 먹었다.

 

 잠, 목욕, 식사, 이 모든걸 통틀어서 1골드. 그와 동시에 대우는 귀족급. 이런 호텔은 처음 와본다. 하긴 여행 떠난것도 오랜만인데 그야 당연한 거겠지만.

 

 난 약간 긴장된 얼굴로 스테이크를 잘랐다. 먹음직스런 겉면과 채 식지 않은 온도만 봐도 한눈에 맛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케익을 자르는 것처럼 순식간에 고기가 잘렸다. 한 입 베어물자 포근함과 포만감이 곧장 차오른다. 맛있다. 입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아마 내 얼굴에 떠오른건 분명 기쁨일 것 같았다.

 

 "오빠, 맛있어?"

 

 ".....하하. 네. 맛있습니다!"

 

 "그럼 나도 한 입!"

 

 "아가씨, 아가씨의 것은 따로 옆 방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만.."

 

 나와 같은 식탁으로 달려드는 소녀를 제지하는 건 어제 내게 괴상하리만큼 커다란 방을 알려준 직원.

 

 나와 같이 왼쪽 얼굴을 머리로 덮었으며, 눈빛은 보통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는 에메랄드 빛이었다. 동공의 처음이 하늘처럼 푸른 색깔로 시작에 끝은 나무의 녹빛으로 끝난다. 마법을 사용하면 손쉽게 끝나는 변장이었지만 소년의 눈은 거짓없는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이었다.

 

 또다시 그 아름다움에 끌린 난, 잠깐의 심호흡 후에야 그 직원을 말릴 수 있었다.

 

 "괜찮아요. 딱히 상관없어요."

 

 "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소년이 말없이 내 건너편에 앉은 소녀를 째려본다. 소녀는 자빛 눈동자로 멀뚱히 소년과 나, 음식을 번갈아 쳐다봤다. 소녀의 이름은 테나 그린. 발랄한 언행들과 정신없는 행보와 달리 테나는 귀족이다. 따로 귀족들이 쓰는 성이 있으나 아직 내게 말해주진 않았다. 어젯밤 갑자기 내 방에 들렸다가 소년에게 제지당해 끌려갔고, 오늘 아침에서야 테나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제 알게 된 건 이름이고, 오늘 아침에 알게 된 건 테나가 이곳에 오게 된 경로.

 

 듣자하니, 아빠가 자신의 행동과 말들에 너무 간섭하는 것이 싫어 가출했다고 한다. 이곳에 온 이유는 이전에 들린 기억이 있고, 이 호텔은 운영하는 게 아빠 친구라서. 같은 그야말로 어린아이같은 발상. 아빠 친구가 운영한다곤 하나 제국 곳곳에 지어진 호텔들 중 하나라 친구 귀에 들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한다. 참고로 직원과 이곳 사장은 돈으로 매수했다고. 나중에 잡히게 될 때까지는 돌아갈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며 확실히 단정지었다.

 

 난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어린아이 같지 않은 색다른 귀족의 가출 방식이라고 속으로 중얼였다.

 

 귀족의 성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건 별로 상관 없었다. 어쩌면 귀족이 따로 숨겨둔 자식일 수도 있고, 애초에 이런저런 윗쪽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싫다. 괜히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같은 서민들은 평범히 살다 평범히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테나가 귀족이 아닌 현실도 있겠지만. 흔히 귀족들이 데리고 다니는 노예나 보조자가 없으니 후자일 현실도 다분히 있다. 어쨋건, 난 관심없다.

 

 "오빠, 나도 한 입만!"

 

 "아, 네. 알겠습니다."

 

 "에에. 존댓말 쓰지 마! 여기 언니 오빠들이랑 어른들이랑 죄다 나한테 존댓말 써서 불편하다고..."

 

 아니, 그야. 귀족이라면 존댓말을 쓰는 게 기본 방식이고. 우리같은 서민들은 귀족에게 존대를 하는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그러면 나중에 테나가 귀족이 되어 자신 밑에 있는 영지들을 다룰 때 조금 더 나은 방식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마음으로 중얼거려 테나에게 닿지 못한 바람이었다.

 

 시무룩해진 테나가 작게 속삭인다.

 

 "하다못해 오빠라도 좀 편하게 대해줘."

 

 "하하.. 노력해 볼게요."

 

 "진짜? 그럼 약속이다?"

 

 테나는 작은 팔을 뻗어 내 새끼 손가락을 잡아 자기 손가락과 걸어 잠갔다. 어렸을 때 흔히 쓰던 아이와 어른의 구두 약속. 난 대충 웃음으로 얼버부리면서 약속하는 시늉을 했다.

 

 "좋아. 그럼 나도 밥 먹을래! 오빠, 밥!"

 

 "어.. 이미 입 댔는데, 괜찮은가요?"

 

 "아니아니. 그것말고. 다른 거."

 

 아마 옆 방에 둔 자기 음식을 말하는 것 같다. 힐끗 고개를 돌리니 눈치빠른 직원이 테나의 앞뒤 다 잘라먹은 말들을 이해한 듯 잠깐 기다리라는 언질을 보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빨리 가져오겠습니다. 아가씨."

 

 "응!"

 

 테나는 아이다운 해맑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사이 난 재빨리 고기를 한조각 더 잘라 입에 넣었다. 테나도 얌전히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테나는 어젯밤과 같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길이는 그녀가 섰을 때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고, 가슴 정중앙엔 검은 줄무늬를 입힌 흰색 리본이 크게 달려 있다. 어깨가 절반 덮였으며 리본을 제외하면 가슴에 박힌 백색 직육면체 브로치 밖에 장식이 없었다. 그외엔 전부 보라색 뿐. 진한 원색이 아니라 투명을 섞은 연보라색이었다. 실크로 만들었는지 부드러우면서 연해 보인다.

 

 테나는 자안에 바이올렛 머리를 가졌다. 살결은 아기처럼 뽀얗다. 턱선은 구처럼 둥글다. 머리의 양쪽을 리본으로 살짝 묶어 앞머리를 걷는 동시에 귀여우면서 우아한 머리스타일. 왼손엔 하얀 지팡이를, 오른손엔 진한 보라색 우산을 지녔다. 겉보기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다리 하나가 불편하다.

 

 그리고 테나는 그 사실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귀족 심기를 건드려 좋을건 없기에 난 자연스레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오빠, 맛있어?"

 

 "네? 네... 맛있습니다."

 

 "흐음... 그럼 나도 한 입만."

 

 한 입만? 난 잠깐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귀족이 평민이 먹은 음식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현실이다. 일단, 당연히 거절한다.

 

 "저.. 저같은 서민의 입이 닿았는데 아가씨처럼 고귀한 분께 제가 어찌 이걸.."

 

 "괜찮아, 괜찮아. 이따가 네로가 가져왔을 때 나눠줄 테니까."

 

 한마디로 너 한 입 나 한 입. 사이좋게 하하호호 나눠갖자는 뜻. 내가 손해보는 게 없다는 건 둘째 치더라도, 정말로 내가 고기를 잘라 넣어도 괜찮을까. 혹시 실수 한 번 하면 모든 게 틀어지는 게 아닐까. 장갑 낀 손에 축축한 땀이 흐른다.

 

 눈앞의 귀족소녀는 이런 평민의 고뇌같은 건 신경도 안 쓰는지 두 눈을 꼭 감고 고기가 입에 넣어지길 기다리는 중이다. 빨갛게 벌려진 입에서 흔히 나오는 침냄새는 그 흔적도 찾기 힘들다. 설마, 청결도 귀족과 평민의 차이가 있는걸까. 목구멍 너머 기다리다 지친 음성이 나직히 흘러 나왔다.

 

 "...오빠, 뭐 해..?"

 

 "아, 네. 저, 그렇지만. 그래도.."

 

 "뭐야. 오빠, 겁쟁이?"

 

 "하하.. 그럴지도요."

 

 굳이 부정은 하지 않는다.

 

 내 태도가 낯선지 흐음, 뒷말을 끈 테나가 조심히 의자에서 내려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테나의 키는 이곳 직원보단 약간 작으며 내 턱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 아직 앳된 가슴과 소녀 티를 머금은 활기찬 미는 이 귀족 소녀가 나보다 더 나이를 덜 먹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가 식당 의자에 앉으니 테나는 나와 키가 같았다.

 

 "음. 그럼 내가 무서운 건 아닌거네?"

 

 "........"

 

 멍청한 침묵.

 

 "....귀족한테 거짓말 하면 사형, 이란건 알고 있지?"

 

 "......"

 

 "아, 뭐야. 빨리 말해."

 

 아니, 빨리 말하라고 해봤자. 잔뜩 식은 시선이 지금 이 상황에 알맞은 변명이 아니라면 절대 용서해주지 않는다는 의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산뜻한 미소로 날 놀리기만 하던 소녀의 태도가 급변했다. 자연의 정령 에리아와도 같은 변덕. 테나의 위협에 그렇게까지 겁을 먹지 않는 이유는 이전에 내가 정령을 만났기 때문이려나. 그 아름다웠던 경험을 심어준 선생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오빠?"

 

 "자자, 맛있는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활기찬 박수 소리와 함께 또다른 음식을 실은 카트가 바퀴 소리를 내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다행이다. 남몰래 한숨 쉬었다. 테나가 아쉽다는 듯 카트 곁으로 걸어갔다. 다리가 아플텐데, 절뚝 거리거나 걸음을 늦추는 일 또한 없다. 신기한 일이다.

 

 "앗! 한참 재밌었는데!"

 

 "손님을 놀리면 못써요, 테나 아가씨. 친부께서도 분명 슬퍼하실 겁니다."

 

 "뭐야, 그거. 어차피 아빠는 내가 하는 거 모르신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모른단 말이야."

 

 "하하. 흔히 동양에서 말하는 츤데레 부류가 아닌가 싶은데요. 아가씨가 모르는 곳에서 잔뜩 자랑을 하실 것 같습니다만.."

 

 ....츤데레?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모르는 곳에서 하는 것보단 직접적으로 말하는게 더 나을텐데. 츤데레는 배려란걸 모르는 사람을 뜻하는 건가?

 

 "몰라. 관심없어. 그보다 나 스테이크 좀 잘라주라."

 

 직원은 으쓱 어깨를 흔들었다.

 

 "뭐, 분부라면요."

 

 소년은 손에 든 와인잔을 카트 위에 올려둔 뒤 테나 곁으로 걸어가 말없이 스테이크를 잘라 귀족소녀의 입으로 넣어 주었다. 활발히 떠들던 테나도 밥 먹을 때 만큼은 얌전했다. 양손으로 의자 모서리를 꽉 쥐면서 즐거움을 실은 다리가 앞뒤로 흔들렸다. 기다란 레이스에 가려져 다리 상태가 보이진 않는다.

 

 가끔 턱은 직원 쪽으로 향하면서 눈만 돌려 날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 졌지만, 조금전과 같은 생떼에 휘말릴까 접시에 코를 박을 기세로 식사에만 열중했다. 시야를 약간만 올려도 테나와 눈이 마주칠 것 같았다.

 

 그렇게 평소보다 조금 다른 불편한 나의 아침 식사가 끝났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ep 1. OO를 위하여 (2) 2016 / 9 / 20 273 0 7681   
1 ep 1. OO를 위하여 (1) 2016 / 9 / 11 435 0 687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