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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멋진 계획
작성일 : 18-04-27 23:01     조회 : 506     추천 : 0     분량 : 6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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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때 위니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화장이 눈물에 지워졌으니, 제 손수건으로 닦으세요."

 

  눈물에 밀가루 가면이 망가진 것을 화장이 지워진 줄 안 것이다.

 

  벌써 가면이 망가진 사실을 깨달은 에반젤린 공주는 손수건을 쥔 채 재빨리 품속에서 면사포를 꺼내 썼다.

 

  그러고는 손수건을 면사포 안으로 넣어 눈물을 닦고 나서 위니에게 손수건을 돌려주며 속삭였다.

 

  "제가 화장을 고쳐야 하니 저를 따라와 주세요."

 

  위니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하자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에리카가 속삭여 물었다.

 

  "레이디 에바, 벌써 떠나시는 건가요?"

 

  에반젤린 공주는 말없이 고개를 젓더니 에리카에게 속삭였다.

 

  "화장이 망가져 고치려 하는데, 밀가루 팩 하나만 가져다 주시겠어요?"

 

  에리카는 의아해져 속으로 생각했다.

 

  '화장을 고치는데 밀가루 팩이 왜 필요하지?'

 

  에리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밀가루 팩을 가져다 드릴게요."

 

  에리카는 곧바로 밀가루 팩 하나를 가져와 에반젤린 공주의 손에 건네주며 속삭였다.

 

  "밀가루 팩이 더 필요하시면 얼마든 말씀만 해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밀가루 팩 하나면 되었다는 듯 손가락 하나를 펴보이더니 에리카의 귀에 속삭였다.

 

  "밀가루 팩은 하나면 되는데, 화장을 고칠 곳이 필요해요."

 

  순간, 에리카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따라오라 손짓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손을 잡고 에리카를 따라갔다.

 

  다정하게 손잡은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를 어디론가 인도하던 에리카는 레이디 제인의 처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에리카는 레이디 제인의 처소를 가리키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나지막하게 웃었다.

 

  "호호호...... 제가 보기엔 레이디 제인은 곧 궁전에서 쫓겨날 것 같으니, 레이디 제인의 처소를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구태여 레이디 제인의 방을 쓸 필요가 있나요? 다른 방을 주세요."

 

  에리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처소를 가리켰다.

 

  "그럼, 제 처소를 쓰시도록 하시겠어요?"

 

  "좋아요."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를 가리켰다.

 

  "제가 화장을 고치는 동안에 위니를 예쁘게 단장해 주시겠어요?"

 

  에리카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위니 아가씨를 예쁘게 단장해 드리겠습니다."

 

  위니가 손을 내저었다.

 

  "저는 원래 못생겨서 단장해봤자 별 차이가 안 날 테니, 시녀님께 수고 끼칠 것 없이 그냥 기다리고 있을게요."

 

  에리카도 손을 내저었다.

 

  "수고라니요, 궁전을 출입하는 레이디들을 예쁘게 단장시키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인걸요."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위니 아가씨를 예쁘게 단장해 드릴 테니, 제게 맏겨주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귀에 속삭였다.

 

  "위니가 예쁘게 단장한 모습을 리처드가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위니는 리처드가 보고 싶어 할 거란 말에 생각이 달라진 듯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가씨께서 화장을 고치시는 동안에 저도 단장하고 있을게요."

 

  에반젤린 공주가 잘 생각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위니가 단장하면 정말 예쁠 거예요. 그럼, 이따 봐요."

 

  에반젤린 공주는 마이클 왕이 자신을 찾기 전에 망가진 가면을 고쳐야만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그때까지 안녕히!"

 

  손을 흔들어 위니에게 작별 인사를 한 에반젤린 공주는 곧바로 에리카의 처소 안으로 들어갔다.

 

  "안나, 레이디 에바의 친구이신 위니 아가씨를 예쁘게 단장해 드리려 하니, 준비해 주겠니?"

 

  샐리와 함께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안나가 에리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할게요."

 

  안나에게 부탁한 후 에리카는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도 모르고 따라 들어갔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얼마든 말씀해 주세요."

 

  에리카가 따라 들어오자 에반젤린 공주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뜻으로 손짓했다.

 

  "다른 것은 더 필요없고, 제가 화장을 고치는 동안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 밖에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를 불러 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가 나가주기를 바랬지만, 에리카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에반젤린 공주가 나가달라는 뜻으로 손짓했다.

 

  "실례하지만, 저는 화장을 고칠 때 누가 보는 걸 싫어하니 제가 혼자 있게 해주시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이렇게 말했음에도 에리카는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화장을 고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데, 저에게 화장을 고치는 것을 맡겨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마음이 급했지만, 에리카의 호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리카의 친절한 호의에 정말 감사드려요. 하지만,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화장을 고칠 때 누가 보는 걸 싫어하니, 제가 혼자 있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에리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마침내 에리카가 처소 밖으로 나가자마자 에반젤린 공주는 방문을 잠궜다.

 

  두 말 할 것 없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위해서였다.

 

  급히 면사포를 벗은 에반젤린 공주는 품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열어 얼굴을 살펴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런,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렸군."

 

  눈물에 젖은 밀가루 가면은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가면을 새로 만들기로 결심한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의 화장대에 앉아 손거울을 화장대에 올려놓았다.

 

  "아버님께서 언제 나를 부르실지 모르니, 빨리 새로 만들어야겠구나."

 

  에반젤린 공주는 손거울을 보며 가면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얼굴에 꼭 붙어있는 밀가루 가면을 뜯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잘 뜯겨지지 않는 부분은 침을 발라가며 살며시 뜯어냈다.

 

  가면을 깨끗이 뜯어내자 에반젤린 공주는 밀가루 팩을 화장대에 올려놓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가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에반젤린 공주가 가면을 만드는 모습을 본다면 재빠르고 섬세한 손놀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에반젤린 공주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밀가루 팩을 얼굴 크기로 얇게 빚은 후 눈썹, 눈, 코, 입을 자로 젠 듯이 정확한 위치에 그렸다.

 

  조금이라도 틀린 위치에 눈썹, 눈, 코, 입을 그려 엉뚱한 곳에 구멍을 뚫는다면 하나 밖에 없는 밀가루 팩을 망치는 일이 되겠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눈대중만으로도 충분했다.

 

  얼굴 크기로 만든 밀가루 가면에 눈썹, 눈, 코, 입을 그린 에반젤린 공주가 화장대에서 칼을 꺼내 눈썹 부분을 뚫으려는 순간, 처소 밖에서 에리카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디 에바, 폐하께서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며 왕비님의 처소로 레이디 에바를 부르셨으니, 어서 빨리 가보세요."

 

  예상보다 훨씬 빠른 마이클 왕의 부름에 에반젤린 공주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 제가 화장을 고치고 있는 중이니, 폐하께 화장을 고치는대로 가겠다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어요. 제가 도와드릴 것이 없나요?"

 

  에리카의 물음에 에반젤린 공주가 대꾸했다.

 

  "아뇨, 십 분 안에 끝낼 수 있으니, 폐하께 그리만 말씀해 주세요."

 

  십 분 안에 가면을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에리카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에반젤린 공주는 칼로 눈썹 부분, 눈 부분, 코 부분, 입 부분을 차례로 뚫었다.

 

  아니, 뚫었다기 보다는 그렸다는 표현이 옳았다.

 

  밀가루 가면에는 마치 붓으로 그린 것처럼 두 개의 눈썹, 두 개의 눈, 코, 입, 6개의 구멍이 예쁘게 뚫려 있었다.

 

  6개의 구멍이 예쁘게 뚫린 밀가루 가면을 얼굴에 대보니 꼭 맞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밀가루 가면을 썼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밀가루 가면을 붙인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추한 얼굴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이 급한 에반젤린 공주는 손거울도 보지도 않고 남은 밀가루 조각을 얼굴 여기저기에 더덕더덕 붙이기 시작했다.

 

  얼굴 여기저기에 밀가루를 더덕더덕 붙이기 시작한지 10여 분이 흐른 후에서야 에반젤린 공주는 손거울을 쳐다보았다.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이제 됐어!"

 

  가면이 망가지기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해서 변장을 마친 에반젤린 공주는 남은 밀가루를 쓰레기 통에 버린 후 잠궜던 방문을 열어젖혔다.

 

  방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어머! 위니!"

 

  방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위니가 시야에 들어오자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예쁘게 화장한 위니는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금, 은, 등 온갖 보석이 박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위니의 자태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에반젤린 공주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 오! 위니, 너무 아름다워요!"

 

  위니는 갓 결혼한 신부처럼 수줍어 고개를 숙인 채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왕비님께서 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하사하셨어요."

 

  위니의 뒤에 서 있던 에리카가 한마디 덧붙였다.

 

  "왕비님께서 레이디 위니를 양딸로 삼는 기념으로 하사하셨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위니의 손을 잡았다.

 

  "위니, 이제 우리는 자매 지간이 되었군요. 정말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다니, 모든 것이 꿈만 같아요."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와 함께 처음에 런던의 궁전에 왔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마이클 왕이 리처드와 위니의 결혼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지 않았던가!

 

  이제 레이디 제인만 궁전에서 내쫓는다면 모든 것이 에반젤린 공주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위니는 아직도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 자신의 얼굴을 살며시 꼬집어 보았다.

 

  "모든 일이 꿈만 같아요. 거지였던 제가 왕비님의 양딸이 되다니, 이게 꿈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예요."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손을 잡은 채 걱정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절대 꿈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게다가 위니의 장래에 앞으로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날 거예요."

 

  그러고는 위니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공주님께서 제게 살짝 말씀해 주셨는데, 공주님께서는 삼년 후에 홀리루드 사원에서 공주님과 로버트 왕자님, 리처드 경과 위니의 합동 결혼식을 계획하셨데요. 정말 멋진 계획이지요?"

 

  리처드와 결혼하는 것도 꿈만 같은 일인데, 위니가 이제껏 본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홀리우드 사원에서 자신의 우상인 에반젤린 공주와 합동 결혼식을 올리다니!

 

  상상만 해도 너무너무 행복해 위니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공주님께서 정말 멋진 계획을 세우셨네요!"

 

  에반젤린 공주가 속삭이는 말을 듣던 위니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에리카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공주님께서 어떤 멋진 계획을 세우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라면 비밀을 지켜줄 것이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에리카의 귀에 속삭였다.

 

  "제가 공주님의 계획을 알려줄 테니, 삼년 간 비밀로 해주세요."

 

  에리카는 입을 잠그는 시늉을 하더니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삼년 간, 제 입을 꼭 잠글게요."

 

  이제서야 안심이 된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공주님께서는 삼년 후에 홀리루드 사원에서 공주님과 로버트 왕자, 위니와 리처드 경의 합동 결혼식을 계획하시고 계세요."

 

  순간, 에리카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어머나! 공주님께서 정말 멋진 계획을 세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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