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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뜨거운 키스
작성일 : 18-04-26 22:00     조회 : 469     추천 : 0     분량 : 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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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레이디를 뵙습니다."

 

  처소 밖에서 대기 중이던 에리카가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 반가워하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인사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오랜만에 에리카를 보자 반가워 덥석 손을 잡고 속삭여 인사했다.

 

  "저도 반가워요."

 

  에리카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바짝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다.

 

  "제가 보기엔 지난 번에 레이디께서 다녀가신 후로 폐하께서 왕비님을 대하시는 태도가 많이 변하신 것 같았는데, 오늘에서야 더없이 기쁜 일이 이루어졌군요."

 

  에리카가 말하는 더없이 기쁜 일이란 두 말 할 것 없이 안젤리카 왕비가 마이클 왕의 사랑을 되찾은 일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기뻐하며 에리카의 귀에 속삭여 물었다.

 

  "정말 제가 다녀간 후로 폐하께서 왕비님을 대하시는 태도가 많이 변하셨나요?"

 

  에리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정말 그렇다니까요."

 

  에반젤린 공주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가 궁전을 떠난 후 위니도 만나고, 폐하께서 왕비님에 대한 사랑을 되찾으셨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구나!"

 

  바로 이때 처소 안에서 마이클 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바야, 너에게 할 말이 있으니, 위니와 함께 들어오너라."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와 함께 들어가 마이클 왕과 안젤리카 왕비에게 인사했다.

 

  "폐하와 왕비님께 다시 인사드립니다."

 

  안젤리카 왕비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대뜸 물었다.

 

  "에바야, 어째서 우리에게 말도 하지 않고 나갔느냐?"

 

  "저희들이 폐하와 왕비님과 함께 계시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아 나간 것입니다."

 

  안젤리카 왕비의 얼굴은 수줍음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이클 왕과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떠난 후 포옹만 한 것이 아니라 키스까지 했었다.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떠난 후 마이클 왕은 안젤리카 왕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되살아나 안젤리카 왕비의 입에 열정적으로 키스했었다.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처소를 떠나는 것을 보지 못해 마이클 왕이 자신에게 키스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비켜준 줄 알고 수줍음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안젤리카 왕비의 수줍음으로 붉게 물든 얼굴을 보자 에반젤린 공주는 여자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나와 위니가 없을 때 아버님께서 어머님께 키스하신 모양이구나.'

 

  에반젤린 공주는 별안간 생각했다.

 

  '로버트 왕자가 나한테 키스하면 내 얼굴도 어머님의 얼굴처럼 붉게 물들까?'

 

  틀림없이 그럴 것 같았다.

 

  이미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가면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려 보지 않아도 붉게 물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로버트 왕자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것을 상상하다 수줍음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붉게 물들었으니, 정말 키스한다면 얼굴이 더욱 화끈거리고 붉게 물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때 안젤리카 왕비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바짝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다.

 

  "에바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너의 목까지 붉게 물들었느냐?"

 

  에반젤린 공주는 얼굴만 붉게 물든 것이 아니라 목까지 붉게 물들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바짝 입을 갖다댄 채 다시 속삭였다.

 

  "키스 생각은 결혼한 후에나 하거라."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의 속마음을 훤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키스하는 모습을 보면 키스하고 싶어지게 마련이었다.

 

  안젤리카 왕비는 짐작만으로도 딸의 목이 새빨게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부끄러워 간신히 이 한마디만 안젤리카 왕비의 귀에 속삭일 수 있었다.

 

  "저도 알고 있어요."

 

  이때 마이클 왕이 웃었다.

 

  "하하하...... 두 모녀가 무슨 말을 귓속말로 주고 받는지 궁금하군."

 

  마이클 왕은 안젤리카 왕비와 에반젤린 공주가 귓속말을 주고 받자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마이클 왕은 한동안 유쾌하게 웃다가 웃음을 멈춘 후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에바야, 이제 너는 왕비와 나의 친딸이나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무엇이든지 말해보거라."

 

  마이클 왕은 지금 눈 앞에 있는 그녀가 복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궁전에 온 후 자신이 안젤리카 왕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되찾았으니 이보다 더 큰 복이 어디에 있겠는가.

 

  에반젤린 공주는 지금이야말로 레이디 제인을 궁전에서 내쫓을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폐하께서 저를 친딸로 여기신다면, 왕비님과 저를 모욕한 레이디 제인을 궁전에서 내쫓아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순간 안젤리카 왕비의 처소에 긴박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에반젤린 공주와 안젤리카 왕비 모두 마이클 왕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가슴이 두근두근 떨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레이디 제인과 마이클 왕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위니까지 가슴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채 마이클 왕의 반응을 주시했다.

 

  마이클 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안젤리카 왕비, 에반젤린 공주, 위니 모두 숨소리마저 죽인 채 마이클 왕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마이클 왕은 한동안 턱에 손을 궨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입을 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장 초초한 사람은 에반젤린 공주였다.

 

  마이클 왕에게 레이디 제인을 궁전에서 내쫓아주기를 간청했던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이클 왕의 침묵이 계속 되자 초조해지다 지친 에반젤린 공주는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마이클 왕이 입을 열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초조한 나머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께서 이렇게 오래 말씀하지 않으시는 걸 보면 무슨 말로 거절할지 고민하시는 모양인데, 공연히 말을 꺼내 어머님께 실망만 끼쳐 드리게 될 것 같구나.'

 

  이때였다.

 

  "음......"

 

  마이클 왕이 눈을 뜨며 외마디를 내뱉은 것이다.

 

  '음'하는 외마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눈을 뜬 에반젤린 공주는 어찌나 조마조마한지 가슴에 손을 댄 채 마이클 왕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지금 이 순간, 가슴에 손을 댄 채 조마조마해하는 사람은 에반젤린 공주 뿐만이 아니었다.

 

  안젤리카 왕비도 가슴에 손을 댄 채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다.

 

  원래 조마조마해질 때 가슴에 손을 대는 것은 안젤리카 왕비의 습관이었다.

 

  에반젤린 공주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의 습관을 따라 배운 것이니, 두 모녀가 똑같이 가슴에 손을 댄 채 마이클 왕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폐하께서 레이디 제인을 궁전에서 내쫓기가 싫으시다면, 구태여 내쫓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폐하께서 저를 처음처럼 사랑해 주신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마이클 왕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다 지쳐 먼저 입을 연 안젤리카 왕비는 처음처럼이란 말을 힘주어 강조했다.

 

  안젤리카 왕비는 자신의 처녀 시절에 마이클 왕이 뜨겁게 구애하며 청혼했을 때처럼 사랑해달라는 말이었다.

 

  왕비의 말에 감격한 듯 마이클 왕은 잠시 눈을 감은 채 회상에 잠겼다가 이내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왕비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왕비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왕위를 버려도 조금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었소. 그랬던 내가 아주 오랫동안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주고 왕비에게는 소흘해왔으니, 이제와서 무슨 말로 용서를 구해야할지 모르겠구려."

 

  이미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안젤리카 왕비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말 대신에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몇 걸음 걸어 다가온 마이클 왕이 손으로 안젤리카 왕비의 뺨을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왕비께 청혼했을 때처럼 사랑해준다면 나를 용서해 주시겠소?"

 

  안젤리카 왕비는 너무도 기뻤지만, 목이 메어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안젤리카 왕비를 대신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께서 청혼하셨을 때처럼 어머님을 사랑해주신다면, 어머님께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실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변장한 사실조차 잊고 마이클 왕을 아버님이라, 안젤리카 왕비를 어머님이라 부른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말을 다 하고서야 자신이 지금은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마이클 왕의 양녀가 된 만큼, 아버님이라 불러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젤리카 왕비는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는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혹시나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마이클 왕이 못 봤을까봐서인지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에반젤린 공주의 말대로 마이클 왕이 청혼했을 때처럼 자신을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라!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개만 끄덕이는 안젤리카 왕비의 모습이 마이클 왕의 눈에 너무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마이클 왕은 안젤리카 왕비, 에반젤린 공주, 위니, 세 사람 모두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보는 앞에서 안젤리카 왕비에게 키스한 것이다.

 

  "어머나!"

 

  마이클 왕의 돌출 키스에 화들짝 놀란 안젤리카 왕비가 '어머나'하고 외마디를 질렀지만, 마이클 왕의 키스에 입이 막혀 더 이상의 말이 나오지 못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한손으로 눈을 가린 채 재빨리 위니의 손을 잡고 처소 밖으로 나와버렸다.

 

  쾅!

 

  에반젤린 공주가 키스 중인 두 사람에게 나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쾅 소리가 나도록 방문을 닫은 것이다.

 

  처소 밖으로 나오자마자 에반젤린 공주는 너무도 기쁘고 행복한 나머지 위니를 포옹하며 속삭였다.

 

  "나의 소원대로 어머님에 대한 아버님의 사랑이 처음처럼 뜨거워져 너무 기뻐요. 위니도 기쁘지요?"

 

  남녀가 키스하는 걸 처음 본 위니는 아직도 멍한 얼굴이었다.

 

  위니는 잠시 멍한 얼굴로 있다가 동문서답하듯 속삭여 되물었다.

 

  "남녀가 사랑하면 키스를 해야하나요?"

 

  남녀가 뜨겁게 키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위니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든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한 위니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듯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속삭였다.

 

  "키스가 남녀간의 애정의 표시이긴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꼭 키스를 해야하는 건 아니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아직 열다섯 살인 위니에게 키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 말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듣자 위니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수줍은 얼굴로 속삭였다.

 

  "정말 다행이네요. 전 키스 못 하거든요."

 

  에반젤린 공주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소곤거렸다.

 

  "키스는 결혼하면 저절로 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니, 키스 못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이 믿겨지지 않는 듯 물었다.

 

  "그럼, 저도 정말 결혼하면 저절로 키스할 줄 알게 될까요?"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요."

 

  이때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지만, 가면에 가려 목만 빨갛게 물든 것이 보였다.

 

  아직 키스해본 적이 없는 에반젤린 공주가 키스에 대해 설명하자니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목까지 빨갛게 물든 것이다.

 

  이를 본 위니가 걱정이 되어 에반젤린 공주의 빨갛게 물든 목을 가리키며 물었다.

 

  "열이 나시나요? 아가씨의 목이 빨갛네요."

 

  에반젤린 공주는 어쩐지 수줍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열이 나는게 아니예요. 목이 빨간 건 너무 기뻐서 흥분해서 그런 거예요. 전 흥분하면 목이 빨개질 때가 있거든요."

 

  뭐라 설명해야할지 몰라 적당히 둘러댄 것이다.

 

  어느새 에반젤린 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것이다.

 

  밀가루 가면은 눈물이 흐르면 망가질 수 밖에 없어 에반젤린 공주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면 때문에 눈물이 나오면 안 되는데 어쩌지......'

 

  에반젤린 공주는 눈물을 멈추려 했지만, 계속 흐르는 눈물을 멈출래야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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