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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레이디 제인의 거짓 편지
작성일 : 18-04-22 15:00     조회 : 467     추천 : 0     분량 : 7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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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끝에 샬롯 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위니가 당신의 생명을 나누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친구라니, 위니가 저보다 소중하다는 말씀 같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샬롯 공주, 절대 그렇지 않아요. 만약 샬롯 공주께서 위니와 리처드의 혼담이 진행되기 전에 제게 리처드 경과의 혼담을 도와달라 말씀하셨더라면, 저는 기꺼이 도와드렸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위니와 리처드 경의 혼담이 성사되기 일보 직전까지 온 상태예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은 논리정연했지만, 샬롯 공주는 반박하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리처드 경의 장래를 위해서 일국의 공주인 저와 평민인 위니 둘 중, 누가 더 아내로서 적합한지 생각해 보셨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가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에 대답하지 않았다.

 

  샬롯 공주가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리처드 경과 결혼해 자식을 낳으면 스코틀랜드의 왕위 계승 후보자가 될 거라고요!"

 

  에반젤린 공주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말을 잠시 멈춘 에반젤린 공주는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리처드 경은 무엇보다 자신의 사랑과 신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랍니다. 리처드 경은 이미 위니를 사랑하고 있고 또한 이미 위니에게 청혼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거예요."

 

  리처드는 위니 이외에 다른 사람을 신부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 정도로 말했으니 샬롯 공주가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샬롯 공주의 말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선택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저와 위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주세요."

 

  "샬롯 공주......"

 

  에반젤린 공주는 말문이 막혔다.

 

  무슨 말로 설득해도 샬롯 공주를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정말 저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예요."

 

  에반젤린 공주가 부탁조로 말했음에도 샬롯 공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에반젤린 공주야말로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는 말이예요!"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니!

 

  에반젤린 공주가 깜짝 놀라 물었다.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니요?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지요?"

 

  샬롯 공주가 작심한 듯 말했다.

 

  "에반젤린 공주가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레이디 제인의 말을 듣겠어요. 레이디 제인이......"

 

  샬롯 공주는 레이디 제인의 음모를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 한마디만 했다.

 

  "저와 리처드 경을 결혼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레이디 제인이 또 다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 수 있었다.

 

  '레이디 제인이 샬롯 공주께 리처드와 결혼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니! 이번엔 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샬롯 공주, 레이디 제인은 나쁜 사람이니, 절대로 레이디 제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되요."

 

  샬롯 공주는 자신의 손을 잡은 에반젤린 공주에게 애원하듯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도 레이디 제인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요. 제발, 부탁이예요. 저를 도와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의 애원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눈물을 글썽인 채 고개를 저었다.

 

  "저는 도와줄 수 없어요. 부디, 제 입장을 이해해 주시기 바래요."

 

  샬롯 공주는 레이디 제인과 손잡기로 작심한 듯 에반젤린 공주의 손을 뿌리쳤다.

 

  "끝내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시는군요. 이만 가보겠어요."

 

  샬롯 공주가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면 샬롯 공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이때 위니가 들어와 근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공주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지요. 레이디 제인 때문인가요?"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가 레이디 제인 때문에 근심하는 줄 알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레이디 제인 때문이 아니라 샬롯 공주 때문이예요. 샬롯 공주가......"

 

  사실대로 말하면 위니가 걱정할까봐 말을 멈춘 것이다.

 

  위니는 짐작가는 구석이 있다는 듯 물었다.

 

  "샬롯 공주님께서 리처드 경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샬롯 공주는 리처드 경과 결혼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리처드 경은 위니와 결혼하고 싶어하니, 마음쓰지 마세요."

 

  "그럼, 공주님께서 샬롯 공주님의 뜻대로 리처드 경과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세요. 전 괜찮으니까요."

 

  위니는 리처드만 행복하다면 괜찮다는 생각에 조금도 주저없이 말할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위니를 위해서도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위니 뿐만 아니라 리처드 경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러고는 위니의 손을 꼭 잡았다.

 

  "리처드 경이 사랑하는 사람은 샬롯 공주가 아니라 위니예요. 그런데, 어떻게 리처드 경이 샬롯 공주와 결혼할 수 있겠어요?"

 

  위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리처드 경이 세상에서 공주님 다음으로 아름다우신 샬롯 공주님과 결혼하신다면, 저와 결혼하시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시지 않을까요......"

 

  샬롯 공주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에반젤린 공주 다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히 아름다웠다.

 

  위니 역시 스코틀랜드 사람들처럼 샬롯 공주가 에반젤린 공주 다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어 말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세상에서 공주님 다음으로 아름다우신 샬롯 공주'라는 말에 수줍음을 탄 듯 얼굴을 붉혔다.

 

  "전 샬롯 공주가 저보다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손을 꼭 잡아주며 한마디 덧붙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리처드 경이 위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위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위니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전 잘 모르겠어요. 리처드 경이 저와 샬롯 공주님 둘 중 누구와 결혼하시는 것이 더 행복하실지......"

 

  위니는 오직 리처드의 행복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리처드만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과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한 위니가 안쓰러운 듯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위니, 제 말을 믿으세요. 리처드 경은 위니와 결혼하는 것이 샬롯 공주와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저는 확신해요."

 

  "저는 공주님의 확신이 맞기를 바랄 뿐이예요. 공주님의 말씀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위니는 리처드가 자신과 결혼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면, 리처드를 위해서라도 리처드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한 위니가 사랑스러워 껴안았다.

 

  "제 말을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위니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에반젤린 공주에게 껴안긴 채 말했다.

 

  "공주님, 리처드 경이 샬롯 공주님의 호감을 아신다면 중간에서 괴로우실 것 같아요. 리처드 경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궁전을 떠나 지내는 것이 어떨까요?"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예요. 그럼, 샬롯 공주도 리처드 경을 빨리 잊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고는 위니를 껴안았던 손을 놓았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지금 당장 왕자님께 허락을 받아올게요."

 

  에반젤린 공주는 곧바로 로버트 왕자를 찾아갔다.

 

  집무실에서 공무를 보고 있던 로버트 왕자는 사전에 통보도 없이 찾아온 에반젤린 공주가 말문을 열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소?"

 

  로버트 왕자는 안색이 좋지 않은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근심할까봐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다만, 낯선 궁전에서 지내는 것이 갑갑하니, 저와 위니가 별장으로 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로버트 왕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철없는 내 누이 샬롯 때문에 공주께서 별장으로 가시려는 것이 아니오?"

 

  에반젤린 공주는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는 로버트 왕자에게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사실대로 말했다.

 

  "샬롯 공주께서 제게 이미 위니에게 청혼한 리처드 경과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거절했는데, 샬롯 공주께서는 제가 어쩔 수 없는 입장이란 사실을 이해하여 주시지 않으시고, 레이디 제인의 도움을 받아 리처드 경과 결혼하시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샬롯 공주께서 리처드 경을 잊으실 때까지 위니와 리처드 경과 함께 궁전을 떠나는 것이 최선인 같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샬롯 공주가 철이 없음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공주께서 편하신 대로 하시오."

 

 

  이때 샬롯 공주의 처소에서는 레이디 제인, 마리 공주, 샬롯 공주 세 사람의 밀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공주님들께서 제 말대로만 하시면, 로버트 왕자님은 마리 공주님과 결혼하시게 되고, 리처드 경은 샬롯 공주님과 결혼하게 될 것입니다. 제 말대로 하시겠습니까?"

 

  레이디 제인의 물음에 마리 공주가 먼저 말했다.

 

  "레이디 제인의 말대로 하겠어요."

 

  이어 샬롯 공주가 말했다.

 

  "저도 레이디 제인의 말대로 하겠어요."

 

  마리 공주와 샬롯 공주가 레이디 제인과 손잡은 것이다.

 

  마리 공주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 레이디 제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레이디 제인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도우실 생각이지요?"

 

  레이디 제인은 품속에서 펜촉이 금으로 된 만년필과 편지 봉투를 꺼냈다.

 

  "샬롯 공주님과 리처드 경의 결혼을 주선하는 일은 편지 한통이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만, 마리 공주님과 로버트 왕자님의 결혼을 주선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순간 샬롯 공주와 마리 공주의 안색은 극명히 엇갈렸다.

 

  샬롯 공주의 안색은 햇살처럼 밝아졌지만, 마리 공주의 안색은 그림자처럼 어두워졌다.

 

  샬롯 공주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레이디 제인의 편지 한통이면 제가 리처드 경과 결혼할 수 있나요?"

 

  레이디 제인은 당연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제 편지 한통이면 샬롯 공주님은 리처드 경과 결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샬롯 공주는 만년필을 잡은 레이디 제인의 오른손을 잡으며 재촉했다.

 

  "그럼, 편지를 빨리 써주세요! 리처드 경이 위니의 청혼을 받아들이기 전에요!"

 

  레이디 제인은 편지 봉투를 든 손을 내저었다.

 

  "서두를 필요없어요.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만 잉글랜드 국왕 폐하의 서신이 도착하면 되니까요."

 

  샬롯 공주는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만년필을 잡은 레이디 제인의 오른손을 잡은 채 계속 재촉했다.

 

  "그래도 편지를 빨리 써주세요. 이런 일은 빠를수록 좋을 거예요."

 

  레이디 제인은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재촉하는 샬롯 공주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지금 당장 잉글랜드 국왕께 보낼 편지를 쓰도록 하지요."

 

  그러고는 샬롯 공주가 잡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잠시만 제 손을 놓아주시겠어요."

 

  샬롯 공주는 어찌나 흥분되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만년필을 쥔 레이디 제인의 오른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이때서야 샬롯 공주는 손을 놓았다.

 

  "어머, 죄송해요."

 

  레이디 제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편지를 쓸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고는 편지 봉투에서 편지지를 꺼내 만년필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왕 폐하께,

 

  지금 저는 스코틀랜드 공주이신 샬롯 공주님과 함께 있는데, 샬롯 공주님께선 공주님의 호위기사 리처드 경과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샬롯 공주님과 리처드 경의 결혼이 성사된다면, 우리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양국의 우의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터, 샬롯 공주님과 리처드 경의 결혼을 윤허해 주시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추신.

 

  샬롯 공주님의 말씀에 의하면, 스코틀랜드 국왕께서도 이미 샬롯 공주님과 리처드 경의 결혼을 윤허하셨다고 하시니, 국왕 폐하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샬롯 공주는 레이디 제인이 추신에 쓴 글을 읽자 깜빡 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참, 먼저 아버님께 리처드 경과의 결혼에 대해 말씀드려야겠군요."

 

  레이디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샬롯 공주님께서 스코틀랜드 국왕 폐하께 윤허받으시는 대로 저희 국왕 폐하께 이 편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샬롯 공주가 떠나자마자 마리 공주가 레이디 제인에게 물었다.

 

  "저를 도와주실 좋은 방법이 있으신가요?"

 

  레이디 제인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에반젤린 공주님과 로버트 왕자님의 결혼을 깨기만 한다면, 마리 공주님께선 로버트 왕자님과 결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마리 공주는 뛸뜻이 기뻐했다.

 

  "정말 그렇군요. 사촌 오빠와 에반젤린 공주와의 결혼을 깨기만 한다면 제가 사촌 오빠와 결혼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리 공주님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지요."

 

  레이디 제인이 여기서 말을 멈추자 마리 공주가 물었다.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되지요?"

 

  레이디 제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제가 마리 공주님께 부탁드리는 일은 무슨 일이든지 협조해 주시겠다고 약조해 주셔야 제가 마리 공주님을 도울 수 있습니다."

 

  마리 공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떤 종류의 일이지요?"

 

  레이디 제인은 손을 내저었다.

 

  "지금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마리 공주님께 해가 되는 일은 부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우선은 마리 공주님께서 시시각각으로 에반젤린 공주님의 동태를 제게 알려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어떻게 로버트 왕자님과 에반젤린 공주님과의 결혼을 깰지 방도를 생각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마리 공주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에반젤린 공주의 동태를 시시각각으로 레이디 제인께 알려드리지요."

 

  레이디 제인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 주세요."

 

  마리 공주는 조금의 주저없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하지요. 레이디 제인을 믿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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