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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16페스트
작가 : 왕섭
작품등록일 : 2016.9.8

2016년 대한민국. 페스트가 창궐했다.
페스트 바이러스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대한민국. 공권력도 치안도 무너진 상황.
사이비종교에 광신도가 되버리거나 범죄자가 넘쳐나는 무질서한 사회.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피말리는 생존이야기. 그리고 후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1화
작성일 : 16-09-11 12:20     조회 : 566     추천 : 0     분량 :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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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를 대

 참호안에서는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여해는 답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봐요. 정말 당신말대로 페스트에 걸렸다면 이렇게 소리조차 낼 수 없었을 거라구요. 제발 좀 들여보내줘요.

 제대로 씻지도 못한 듯 머리가 눌리고 핏자국과 때로 더럽게 얼룩진 남성이 참호앞에서 간절하게 출입을 애원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역시 초췌한 얼굴의 젊은 여성이 불안한 얼굴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보균자일 수도 있지. 너 스스로도 모르잖아. 너 같은 놈이 한둘인 줄 알아?

 -정말 이라구요...제발 부탁이에요. 살려줘요. 우린 정말 멀쩡한데 이러다가 감염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요? 부탁입니다.

 -네가 어디가서 병에 감염돼 뒤지건 나랑 무슨 상관이지? 어서 꺼져.

 안에서 들려오는 낮고 굵은 목소리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정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의 냉정한 말에 여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기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벌써 일주일을 계속 떠돌아다니고 있는 상황. 이 긴박한 상황에서

 여해는 다급히 지갑에서 갖고 있는 돈을 모두 꺼냈다. 급한대로 출금해온 돈. 자신도 얼만지 모르는 돈을 손에 집히는대로 그에게 흔들어보였다. 그러나 그는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까짓 푼돈으로 지금 돈 자랑하고 있는 거냐?

 여해는 자신이 끼고 있던 결혼반지까지 꺼내어 건네주려했다.

 -그 더러운 손 치워!

 참호속의 남자가 소리쳤다.

 -네가 뭘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금 그것들은 한낱 종이쪼가리,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보균위험이 있는 쓸모없는 그까짓 것들에게, 위험을 하라는 거냐?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꺼져.

 -부탁입니다. 제발...벌써 며칠째 방황 중이라구요. 식량은커녕 마실물 조차 부족하고 편히 쉴 곳조차 없어요. 제발. 한번만 한번만.

 -분명히 말했다. 어서 돌아가.

 -그럼 마지막으로 식량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제발 물이라도 조금만 나눠 주세요. 더러운 물로 계속 연명하고 있단 말입니다.

 -하...거보라지. 네 입으로 그 더러운 물을 마시고 살아왔다고 했지? 감염된 물인지도 모를 그 더러운 물을 말이야.

 -그러면 우리한테 어쩌란 말입니까? 당장 탈진해 죽으란 겁니까? 제발 물이라도 좀 나눠주세요.

 그는 무릎을 끓고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끝내 참호는 열리지 않았다. 여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문을 때려 부실기세로 쾅쾅 두두리다 이내 제풀에 지쳐 털썩 주저 않았다. 참호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만 다른곳 으로 가자 여보.

 민정이 힘없이 주저앉은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혹시나 보균자일지도 모르는 다른 생존자들을 경계하면서 며칠을 발품을 팔아 지칠대로 지친 그들은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속도 좋은 년놈들이지. 어떻게 남의 집 대문에서 잠이 들 생각을 해?

 -꼬라지를 봐서는 확설히 보균자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건 모를일이야.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해?

 웅성웅성 대는 소리에 여해가 살며시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포박당한 상태로 한쪽 구석에 앉혀있었다.

 -어라. 이자식 드디어 눈을 뜬 모양이네. 남이 업어가도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자고 있더니.

 뚱뚱하고 머리가 반쯤은 벗겨진, 그러나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남성이 빈정거렸다.

 -어이 형씨 좋은 꿈 좀 꿨어?

 K-2로 보이는 총을 든 남성이 총 머리로 여해를 쿡쿡찌르며 말했다. 나이는 여해와 비슷해보이며 작고 차가운 눈매를 갖고 있었다. 옆에는 아내가 역시 손이 묶인채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우리는 진짜로 보균자가 아니에요.

 지칠대로 지친 여해가 말했다.

 -우리도 대충 니몸을 봤거든. 일단은 괜찮아 보이더라. 네 아내도 말이야.

 그가 씨익 웃었다.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듯 했다.

 -보균자가 아니면 오히려 더 반갑지. 쓸모가 많거든. 근데 오직 여자만이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그의 말뜻을 이해한 여해가 발버둥치며 소리쳤다. 아내 역시 본능적인 두려움에 즉각 몸을

 -야 이새끼야. 털끝하나라도 건들지마 진짜 죽인다.

 남성이 호탕하게 웃으며 여해를 비웃었다.

 -죽여? 날? 내가 너를 죽이는게 아니고?

 이내 차갑게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어떻게 죽일껀데? 교수형에 처할 거야? 총살이라도 시키게? 억울하면 어디든 가서 따져봐. 경찰서든 법원이든 좋으니까. 지금 이 상황에선 건강한 신체. 그리고 이게 법이니까.

 그가 여해의 목에 칼을 대며 말했다. 붉은 핏방울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성은 조금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지만 딱히 저지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홀몸도 아니란 말이야. 제발...부탁이다.

 여해는 어느 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만 해라

 여해와 입구에서 입씨름을 버렸던 목소리가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보스?

 교활한 눈빛의 사내가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한마디에 바로 칼을 거둔 것으로 보아 상화관계가 분명한 듯 했다.

 -우리 역시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들이지, 남을 죽이려고 발버둥치는 건 아니지 않냐?

 -그래도 얼마만의 여잡니까?

 그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하자 보스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보스의 눈 빛을 보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봐 너 지금까지 있었던일을 전부다 말해봐라. 네가 정상적인 사회에선 뭘하던 놈이였고...그리고 이 일이 터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부다. 거짓말하면 알지?

 보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작은 눈매의 남성이 위협적으로 총을 흔들어 보였다.

 여해는 보스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페스트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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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016 / 9 / 11 567 0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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