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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의 나라: 신수의 땅
작가 : 유람중
작품등록일 : 2016.9.3

5년째 계속된 폭설로 위기에 처한 동목국(東木國).
설상가상으로 수호신 청룡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

쇠약해져 동면에 들어버린 청룡을 위해 해결책을 찾아 떠난 그들은,
과연 수호신을 깨우고 이 땅에 잃어버린 봄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
.
.
왕실의 비극에도 눈물을 삼키며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왕자, 인수
지독한 겨울의 길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틴 거지 소녀, 베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하는 소년 무인, 미자르

#모험 #성장 #우정 #사랑

+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동양 신화를 중심으로 하지만 서양풍의 내용도 적절히 섞인 글입니다. 앞으로 완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2-1. 검은 바다와 하늘
작성일 : 16-09-11 09:55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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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안개가 피어 오른 이른 아침, 칼을 품은 바람이 눈 덮인 길 위로 스쳐 지나간다.

 

 베라는 솜옷을 코 아래까지 가까스로 끌어올려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을 애써 막았다. 추위가 익숙하다 해서 고통마저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베라는 앞서 걷고 있는 김연철의 뒷모습을 보며 양손을 주물럭거렸다.

 

 ‘이게 아닌데...’

 

 본래 계획은 김연철을 몰래 따라가다 그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빚의 약속을 갚고 수도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릴없이 숙소 앞을 어슬렁거리던 베라를 수상히 여긴 늙은 주모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 없었고, 도둑으로 오해받기 전에 이리저리 둘러대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따라왔노라고 내지른 것이다.

 

 ‘아, 정말 이게 아닌데...’

 

 덕분에 손쉽게 김연철과는 동행하게 되었지만, 베라는 어젯밤부터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잠을 설치는 바람에 정신마저 몽롱해지고 있었다.

 

 숙소를 나서기 전, 미안한 마음에 고아원에서 모았던 약간의 돈을 보태려 했지만 그는 결코 받지 않았다.

 

 ‘여비는 충분하단다. 그것은 네 자신을 위해 남겨두어라.’

 

 김연철은 담담한 얼굴로 돈주머니를 베라의 손에 다시 쥐어주었다.

 

 ‘어휴- 이 바보 멍청이. 거기서 아빠라는 말이 왜 나와서는...’

 

 아무리 후회하고 스스로를 욕해봐야, 뱉어 버린 말은 주어 담을 수 없고 흘러 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뒤따르는 베라의 양어깨가 축축 처지고 발은 질질 끌렸다.

 

 한편 이러한 베라의 속사정은 짐작지도 못한 김연철의 상념은 천왕산의 목탑사를 지나 사막을 건너 페일란드의 수호신인 샴슨에게로 흐르고 있었다. 어떠한 단서도 얻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디로 가야만 한단 말인가. 답 없는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저씨, 죄송해요!”

 

 결국 침묵을 참지 못한 베라가 멈춰 서서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무엇이 말이냐?”

 “제가 함부로 따라 온 것이요! 저는 빚의 약속을 지키려 한 것이지, 아저씨를 괴롭히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따라오면 안 되는 거였는데...”

 

 베라는 차마 연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옹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김연철은 그제야 자신이 어린 소녀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실 그는 이미 베라의 만만치 않은 고집을 헤아려 수도로 보내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설사 돌려보낸다 하더라도 다시 쫓아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차라리 곁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긴 것이다.

 

 그의 단정하지만 단단한 손이 베라의 어깨에 닿았다. 두꺼운 옷 너머 미세한 떨림이 손으로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전해졌다.

 

 “아니다, 얘야. 내가 생각할 것이 있어서 미처 너를 챙기지 못하였구나.”

 “제가... 제가... 아저씨께 방해가 되었죠?”

 

 연철은 베라의 어깨를 양손으로 더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

 

 “아니다. 만일 네가 귀찮았다면 나는 진즉에 너를 돌려보냈을 거야.”

 “그러고 싶으셨어도... 아저씨는 친절하셔서...”

 

 베라가 양손을 그러쥐고 조심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행여 그가 불쾌하게 여기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아니, 난 그리 친절한 사람이 아니다.”

 “그건 아닌 것 같은걸요!”

 

 김연철의 말에 베라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대했다.

 

 “그리 여겨준다면 고맙구나. 음... 스승님의 말씀처럼 나는 이런 장거리 여행이 처음이란다. 너는 분명 이전에 길안내가 자신 있다고 했지?”

 “네! 어릴 때부터 길눈이 밝은 편이라고 칭찬 받았어요. 그리고 저는 이런 추위에도 익숙하거든요!”

 “좋다. 그럼 너는 나를 도와줄 수 있겠구나.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네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거다.”

 “그건 걱정 마세요! 그러려고 따라온 거니까요.”

 

 아저씨가 저를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베라가 연철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김연철이 베라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옆으로 이끌었다. 손은 천으로 두껍게 말아 놓은 탓에 온기가 느껴질리 만무하건만, 이상하게 가슴으로 따스함이 녹아들었다.

 

 사제의 삶은 규율의 연속이다. 김연철은 일찍이 차기 대사제로 예정되었기에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히 굴었다. 오로지 수호신과 별만이 세상의 중심이요 전부인 듯 행동했다. 그러다보니 보통의 인간적인 삶에서 자연스레 멀어졌고 감정들은 흐릿해져 사라졌다. 대신 정제된 고요함이 주변을 채우고 신실함이 그를 채워갔다. 분명 궁을 나섰을 때까지는 그러하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뜻하지 않았던 손님이 김연철을 세상 속으로 다시 떠밀었다. 잊혔던 어떤 것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퍽 유쾌해져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내가 왜 너를 싫어하겠니? 우습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너와의 동행이 나쁘지 않은 것 같구나.”

 “우스운 일이 아니에요. 저도 마찬가지인 걸요? 전 오히려 좋은 편이에요.”

 

 짐을 싣고 힘없이 서있는 나귀의 등을 쓰다듬으며 베라가 수줍게 답했다.

 

 “그럼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네...”

 “음, 그럼 다음 마을에 도착할 때 까지 이야기를 좀 할까?”

 “이야기요? 무슨 이야기요?”

 

 베라가 호기심을 담아 천진하게 물었다.

 

 “먼저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어떻게 믿고 함께 갈 수 있겠니?”

 “그건 맞아요!”

 “우선 내 이야기를 먼저 해주마. 이름이야 알 터이고... 나는 어릴 적, 그러니까 열 살 무렵에 궁에 들었단다.”

 “궁이라고요!”

 

 소스라치게 놀란 베라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 질렀다.

 

 짐레알다의 궁은 얼음산 나르푸나의 꼭대기에 있으며, 오로지 수호신 킬바하와 왕족만이 머무는 신성한 영역이다. 허락되지 않은 자는 감히 오를 수도 없는데, 만일 이를 어긴다면 킬바하를 수호하는 7명의 기사들에게 쫓겨 종국에는 영원히 얼음 감옥에 갇힌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평민들에게 왕궁은 평생 볼 수도 가볼 수도 없는 선망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렇단다. 나는 궁 안에 있는 첨성각이라는 곳에서-”

 “맙소사! 첨성각이라고 하셨어요? 아저씨! 저는 첨성각의 사제님이 계시던 고아원에서 생활 했었어요!”

 “정말이니? 이것 참 놀라운 인연이구나. 아무래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이제는 연철마저 놀랄 차례였다. 흥분으로 얼굴이 빨개진 베라가 맞잡은 손을 붕붕 휘둘렀다.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그러게, 무척 신기하구나. 고아원에 계셨다는 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니?”

 “마 석자 동자 되세요. 덩치가 엄청 크시고 되게 크게 웃으시는 분이에요!”

 “아! 그 분이시라면 나도 잘 알지. 워낙 활동적이신 데다 아이들을 귀여워하시기는 했지만, 그렇게 뜻 깊은 일을 하고 계시는 줄은 미처 몰랐구나.”

 

 김연철이 마석동을 생각하며 웃었다. 대체로 딱딱하게 행동하는 사제들과 달리 마석동은 항상 활기차고 어린 시동에게도 친절하여 첨성각의 사람들에게 두루 인기 있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은 마석동과 첨성각, 별과 수호신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며 걸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그들의 그림자가 길 위로 길게 늘어졌을 때 까지. 그렇게 서로를 차츰 알아가는 동안 그들의 맞잡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

 

 “으엑취! 으헉!”

 

 요란한 기침 소리를 내며 미자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초반에 눈밭 위에서 수련을 몇 번하다 증상이 심해져 결국 인수의 손에 잡혀 방안으로 질질 끌려왔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감기는 처음에 조심해야 하는 거야.”

 “내가! 으엑! 큽! 으엑취!”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터져 나오는 기침에 지친 미자르가 뒤로 벌러덩 누웠다. 이제는 앉아있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 하고 눈앞이 팽팽 돌았다.

 

 “내 평생, 컥! 엑취! 이런, 큽! 이런 굴욕은 처음, 으엑취! 처음이야! 으아악!”

 

 인수는 감기가 옮지 않도록 멀찍이 서서 눈물에 콧물, 심지어 침까지 튀며 발악하는 미자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기운도 참 좋지.’

 

 곧 죽어도 하고픈 말을 다하는 미자르가 인수는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오늘은 운동도 하지 말고 방안에서 쉬는 게 좋겠다.”

 “엑취! 아, 이거, 컥! 정말 우울하네. 큽! 흐엑취!”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 모든지 적당히 해야 하는 거야. 수련도 좋지만 과욕을 부리니 결국 스스로 고생만 하잖아. 넌 좀 조심하는 법도 배워야 할 거 같아.”

 

 평소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핀잔들을 늘어놓으며 인수는 퍽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건강하던 미자르가 심하게 기침을 반복하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 새끼! 흐엑취! 큼큼. 컥! 잔소리는! 큽! 너 왠지! 컥! 좋아 보인다? 헥취!”

 “무슨 말이야. 네가 걱정이 되니 그러는 거지. 오늘은 일단 내가 계곡에 다녀 올게. 우선은 잠이라도 자고 있어.”

 “그래! 엣취! 다녀오시오. 컥! 난 잠이나 자야겠- 에에엑취!”

 

 인수가 자신을 대신하여 나간다하니 기운 없는 와중에도 미자르가 한 팔을 쑥 빼고 흔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힘이 없어 보이던지 인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마쳤을 때, 미자르는 고새 잠들어 있었다. 인수는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문을 열고 나갔다.

 

 ‘빨리 갔다 와서 생선죽이라도 끓여 줘야겠어.’

 

 며칠 전 내린 눈에 무릎 까지 푹푹 빠졌다. 걷는 것 자체가 쉬운 게 아니었다. 계곡까지 가는 길이 힘들어서 사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러나 한동안 사냥감도 없었던지라 사찰에는 먹을 것이 딱히 더 없었다.

 

 크아아앙-

 

 ‘헉!’

 

 멀리서 호랑이가 포효했다. 천왕산을 깊이 들어가면 집채만 한 호랑이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토록 가깝게 울음소리가 들린 적은 처음이었다. 어느새 겁을 집어먹은 인수의 걸음이 빨라졌다.

 

 계곡물은 가장자리를 제외하고 얼지 않기때문에 그물을 넣어두기가 어렵지 않았다. 인수는 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물을 걷어 올렸다. 운 좋게도 팔뚝만한 물고기가 두 개나 들어있었다. 인수는 미자르에게 배운 대로 생선을 빠르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궁!

 

 그때 갑자기 천지를 진동시키는 어마어마한 소리가 산을 뒤흔들었다. 인수는 혹시 눈사태가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생선을 급히 집어 들고 사찰로 달음질쳤다.

 

 처음 눈사태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뽑혀서 갈기갈기 찢어진 나무들, 목이 부러져 널브러진 동물들, 사라져 버린 길, 무너진 탑.

 

 ‘동굴이! 이 근처에 동굴이 있었는데!’

 

 곧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귀가 멍멍해졌다. 배가 아파오고 더운 숨들이 눈앞에 산란했다. 나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눈이 휘몰아쳐 흩날렸다.

 

 '헉! 헉! 제발! 제바알!'

 

 이제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인수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산꼭대기에서부터 눈이 노도와 같이 아래로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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