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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팔사구생
작가 : 시후
작품등록일 : 2016.9.10

죽지 않는 무공. 죽을 수 없는 무공을 익힌 한 사내의 이야기.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2
작성일 : 16-09-11 06:59     조회 : 455     추천 : 1     분량 : 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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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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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기가 나이를 먹을수록 남궁환의 근심은 깊어졌다.

 

 올해로 열여섯이 된 영기의 게으름은 끝이 없었고 변함도 없었다.

 

 걱정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범상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영기는 진정 천재였다.

 

 진성이를 시켜 영기의 마음가짐을 바꿔 보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삼년이 지난 후.

 그간 열심히 수련한 진성이와 다시 대련을 시켰다.

 어린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자그마치 삼 년이다.

 이번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성이도 복수의 칼을 갈았는지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기세만 좋았다. 기세만.

 연신 하품을 해대며 내민 영기의 발에 걸려 구르기만 수십 번.

 진성이는 울면서 연무장을 뛰쳐나갔다.

 보는 사람도 욕이 나올 정도로 무성의한 영기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계속 땅을 구르니 분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말도 안 돼는 일이었다.

 무공을 수련하는 꼴을 본 적이 없거늘. 자식 놈만 아니었으면 사술을 익혔냐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하여튼 무공이면 무공. 학문이면 학문. 뭐하나 꿀리는 게 없었다.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독학으로 어느 또래의 아이들 보다 높은 무공과 학문을 깨우친 아이였다.

 

 그런 자식이면 뭐가 문제냐?

 노력을 하지 않았다. 노력은커녕 희대의 게으름뱅이였다.

 당장은 또래의 어느 누구보다 앞서나갈지 몰라도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언제고 뒤쳐지기 마련이다.

 

 이건 진리였다.

 

 그러니 어찌 속이 터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식이 바보 같았어도 속이 터졌겠지만 저런 좋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썩히고 있으니 더 속이 터졌다.

 

 "하..."

 

 남궁환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신 한숨을 내쉬자 정예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한숨을 너무 자주 쉬세요."

 

 "이대로는 안 되겠소.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듯싶소."

 

 "영기 말씀이신가요?"

 

 "그렇소."

 

 "무슨 좋은 수라도 있으신 건가요?"

 

 남궁환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내란 자고로 혼인을 해야 어른이 되는 법."

 

 "그 말씀은..."

 

 "혼인을 시켜야겠소."

 

 

 

 ***

 

 

 

 "예? 뭘 하라고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와 마주한 영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혼인을 하란 말이다."

 

 "제정신이세요? 저 이제 열여섯인데요?"

 

 남궁환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제정신이 아니면? 이 나이에 노망이라도 들었을까?

 일단은 눈을 지그시 감고 화를 눌러 참았다.

 여기서 드잡이 질을 하면 대화가 진행이 안됐다.

 

 "열여섯이면 양반가에서는 아버지가 될 나이다."

 

 "전 양반이 아닌데요? 아버지 양반 아니잖아요."

 

 "네 어미가 양반이니 너도 반은 양반이다."

 

 혼인은 곧 남자의 무덤이다.

 혼자 일 때와 달리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에야 마누라 한 명뿐이겠지만 몇 명이 더 불어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지만 남자 더하기 여자는 셋이 될 수도 있고 열도 될 수 있는 기적을 부른다.

 유유자적한 좋은 생활을 버리고 고생길이 훤한 혼인을 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면 또 모를까.

 

 "안합니다. 못합니다."

 

 "억지 부리지 말거라. 이미 결정된 일이다."

 

 "억지는 아버지가 부리시는 거죠! 반은 양반이라는 말이 뭡니까 대체. 그리고 갑자기 혼인이라니요! 이런 법이 어디있냐고요!"

 

 "어디 있긴. 여깄지. 세가 내에선 내말이 곧 법이다 이놈아."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가주직이나 물려주시는 건 어떠세요? 세가는 제가 잘 이끌겠습니다."

 

 "이놈! 말을 가려서 하지 못할까! 말이라고 다인줄 아느냐!?"

 

 "말씀 잘하셨습니다. 가주는 안 된다면서 가장이 되라고 하시는 겁니까? 가주나 가장이나 솔직히 그게 그거잖아요? 아니에요?"

 

 남궁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새끼. 진짜 천잰데?'

 

 가주직을 달라는 어이없는 요구는 저 말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가주나 가장이나 똑같았다.

 단지 분류가 크고 작을 뿐이지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걸 미처 생각 못했다.

 정말이지 말로는 당할 수가 없는 놈이었다.

 남궁환은 당황한 내색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해댔다.

 

 "어흠! 흠흠."

 

 "괜히 헛기침 하지 마시고 포기 하시죠? 할 말 없는 거 다 압니다."

 

 "이 새끼가 진짜! 하라면 할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냥 해!"

 

 "못 해요!"

 

 "해!"

 

 "안 해!"

 

 "뭐? 너 지금 나한테 반말 했냐?"

 

 "요."

 

 뒤늦게 한 글자 덧붙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반말은 남궁환이 하고 있는 거다.

 영기는 여덟 번의 전생을 기억하기에 신체나이는 열여섯일지 몰라도 정신적인 나이는 대충 오백년이 넘었다.

 그에 비하면 이제 불혹의 나이는 십분지 일도 안 돼는 나이였다.

 여든 살 넘은 노인과 일곱 살 먹은 아이 정도의 차이란 말이다.

 

 남궁환이 영기를 노려봤다.

 눈초리가 뜨거웠다.

 

 앞에 날달걀을 가져다 놓으면 삶은 달걀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는 끝이 안 났다.

 

 영기는 협상을 시도했다.

 

 "아버지. 제가 그동안 너무 못난 모습만 보여 드린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릴 테니 혼인은 없던 거로 해주시지요."

 

 "영기야."

 

 "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잘 듣고 네가 느낀 대로 답해 보거라."

 

 "말씀해 보시지요."

 

 "이 아비가 죽을병에 걸렸다. 의원 말로는 일 년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구나."

 

 그래서 자식의 혼인을 서두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

 

 "그래. 느낀 대로 말해 보거라."

 

 "거짓말인 거 다 압니다."

 

 "그게 내 대답이니라."

 

 "하. 하. 하. 하. 너무하시네. 정말."

 

 내일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했더니 구라까지 말라는 거다.

 이건 뭐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좋습니다. 좋아요. 혼인해요. 근데 혼인을 혼자 합니까?"

 

 "이 아비의 친한 벗이 딸과 함께 세가로 오고 있다. 그 아이와 이어줄 것이니 그리 알고 있거라."

 

 "그분이 허락을 했어요?"

 

 "옛날에 우스개 삼아 그런 말을 했었다. 서로 자식의 성별이 다르면 혼인을 시키자고. 내가 말을 꺼내면 아마 거절치 않을 것이다."

 

 태중혼약 비스무리 했다.

 

 영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분 혹시 벗이 아니라 원수 아닙니까? 아니면 아버지께 뭔가 큰 잘못을 했다거나."

 

 "그런 거 없다. 우린 둘도 없는 벗이다."

 

 "근데 왜 그분 뒤통수를 치려고 하십니까?"

 

 "무슨 말이냐."

 

 "아버지 같으면 저 같은 사위를 보고 싶으세요?"

 

 남궁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공감이 갔다.

 

 "그쵸? 그러면 안 되겠죠? 둘도 없는 친우 얼굴을 앞으로 어떻게 보시려고요. 다시 생각해 보세요."

 

 퍼뜩 정신을 차린 남궁환이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참았다.

 영기의 분위기에 휘말려선 안됐다.

 드잡이 질을 했다간 혼인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부자지간에 불화가 시작되면 혼인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었다.

 터지는 울화통을 꾹 눌러 참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 했다.

 

 "괜찮다. 내가 그 친구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마. 그러니 넌 그냥 혼인해라."

 

 "아씨. 이것도 안 통하네."

 

 혼자 중얼거리는 영기를 보며 남궁환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방금 전에도 '그러네?'라는 말이 툭 튀어 나올 뻔했다.

 자식이지만 진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놈이었다.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반응을 보니 고지가 멀지 않았다.

 

 영기는 마지막으로 발악했다.

 

 "좋아요. 아버지하고 벗이라는 분하고 저하고야 그렇다 쳐요. 그분 딸은 대체 무슨 죄예요? 한 여자의 인생을 시궁창에 처박을... 생각이십니까?"

 

 막상 스스로를 시궁창이라고 표현하려니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도 꾹 참고 말을 끝마쳤다.

 

 더러운 기분은 잠시다.

 잠시만 참으면 안락하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참은 보람이 있었다.

 

 "그래. 네 말도 옳다. 혼인이란 무엇보다 당사자의 마음이 중요한 일이지."

 

 영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야~! 우리 아부지! 뭘 좀 아시네. 그렇죠? 무조건 부모님들이 이어준 짝과 혼인하는 그런 구시대적인 발상은 정말 아닙니다. 평생을 같이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서로 마음에 안 들어 봐요. 그보다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단. 네 마음은 무조건 거절 된다. 그 아이의 마음만 혼인에 반영 된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이 나왔다.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문제도 아니었다.

 상대방의 미움만 사면 만사형통이었다.

 

 "만약 그 아이가 혼인을 하겠다고 하면 넌."

 

 "당연히 해야지요. 대신 그 아이가 싫다면 당분간 혼인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십시오."

 

 "좋다. 남아일언."

 

 "중천금이죠."

 

 "중생(生)이다."

 

 목숨과도 같다는 뜻이다. 반대로 어기면 죽는 다는 말이다.

 부자지간에 정말 죽이기야 하겠냐만은 딱 죽기 직전까지 때릴 수는 있었다.

 

 "좋습니다."

 

 "그래. 늦었으니 이만 가서 쉬거라."

 

 "예."

 

 남궁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영기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부러 벗의 딸아이에게 미움을 받으려는 영기의 잔수작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벗의 딸은 효녀라는 말을 귀에 닳도록 들어서다.

 영기때문에 하도 속을 썩어 벗에게 하소연을 했었다. 그랬더니 벗은 딸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버지의 말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고 뭐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준다며 세상에 이런 딸이 없단다.

 한마디로 벗만 수락한다면 혼인은 무조건 이루어진다.

 나중에 영기가 알면 사기라고 난리를 피우겠지만 상대에 대해 알지 못하고 덥석 문 본인의 잘못도 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다.

 

 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영기는 침상에 누워 고민에 빠졌다.

 

 "흠. 어떻게 해야 정색을 하고 도망가려나."

 

 남궁환의 예상대로 미움 받을 방법을 생각해 내는 중이었다.

 대놓고 일부러 미움을 받으려고 행동하는 건 용납이 안 될 테니 은연중 알게 모르게 미움을 받아야 했다.

 

 "뭐.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 주면 되겠지."

 

 그러다 안 도망가면?

 그럴 리야 없겠지만 한량 같은 모습을 보고 한 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것 같다는 개소리라도 지껄이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답이 없었다.

 

 "뭔가 확실한 대비책이 필요해."

 

 만약을 위해서라도 꼭 생각해 둬야 했다.

 귀찮았지만 궁리를 해야 했다.

 한창 고민을 하다 문득 깨달았다.

 여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을 하는 집안인지 미색은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 등등.

 얼굴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마주보고 밥은 넘어가야했다.

 성격도 마찬가지다.

 살인충동을 느낄 정도로 더러운 성격이라면 혼인은 아버지와의 약속이고 뭐고 다시 생각해야 했다.

 심지어 몇 살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대충 또래겠지."

 

 이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문제 같았다.

 설마 이제 갓 태어난 아이를 가지고 혼인을 하라고 시키진 않을 테니까.

 연상일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의 벗이라고 했으니 차이가 많이 날 것 같진 않았다.

 

 "에혀. 모르겠다. 만나보고 생각하자. 봐야 뭘 싫어하는지도 알 수 있을 테고. 애초에 내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는 일이니까."

 

 편하게 생각하기로 결정한 영기는 잠에 빠져들었고 날짜는 빠르게 지나갔다.

 

 이윽고 아버지의 벗이 도착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

 

 

 

 세가가 시끄럽건 말 건 영기는 오늘도 꽃밭에서 뒹굴고 있었다.

 살짝 잠에 취하려는 찰나.

 

 "도련님~ 도련님~"

 

 전담시녀 미미였다.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도련님 여기 없으니까 다른데 가서 찾아 봐."

 

 "도련님도 참. 어서 나오세요. 가주님이 찾으세요."

 

 "아버지가? 왜?"

 

 "친우분이 오셨다고 오셔서 인사하시래요."

 

 "아. 오늘인가? 어디 계시는데?"

 

 "청운각요."

 

 청운각은 남궁세가의 가주가 업무를 보는 전용 전각이었다.

 

 "귀찮네. 약속은 했으니 우선은 가봐야겠지? 끙차."

 

 꼭 약속이 아니더라도 인사는 하러 가야 했다.

 아버지의 벗이 오셨다는데 얼굴도 안 비쳤다간 어떤 피해가 올지 몰랐다.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청운각으로 향했다.

 

 똑똑.

 

 "아버지. 저 영기입니다."

 

 "들어오너라."

 

 방으로 들어가자 문사차림의 아저씨와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

 

 "인사드리거라. 이 아비의 벗이자 소향상단의 단주이신 소진태단주다."

 

 "안녕하세요. 남궁영기입니다."

 

 "오냐. 네가 영기구나. 말은 많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분명 좋은 말은 아닐 터.

 

 영기는 슬쩍 아버지를 봤다.

 시선을 피한다.

 짐작은 확신이 됐다.

 

 자식을 흉봐서 좋을 게 뭐있다고.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제가 부족하여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시죠."

 

 "하하하. 알긴 아는구나. "

 

 아니. 이양반이.

 알긴 뭘 알어.

 예의를 밥말아 드셨나.

 

 아무리 어리다지만 이건 아니었다. 거기다 아버지까지 계시는 자리였다.

 이럴 땐 보통 아니라고 해주는 게 예의 였다.

 

 "그 입은 여전하군."

 

 "상인은 정직과 신용이 생명일세."

 

 남궁환의 핀잔에 대꾸한 소진태가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영기 너도 참 불쌍하구나."

 

 대뜸 불쌍하다니. 뭐가?

 

 "형수님을 닮았으면 절세미남이 됐을 텐데 하필 이 친구를 빼다 박았군 그래."

 

 이 양반이 진짜... 마음에 드는데?

 

 "그렇죠? 그게 제 한 입니다. 이 밋밋한 얼굴이 참. 하... 자식 된 도리로 꺼내지 못하는 말을 대신 해주시니 참 시원하네요. 감사합니다."

 

 "풋..."

 

 조용히 앉아 있던 소녀가 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빵 터진 웃음을 힘들게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힘들게 참지 말고 마음껏 비웃어주렴.

 

 영기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만 약 올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것들이 진짜.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자네 여식이나 소개시켜 주게."

 

 "인사드리거라. 아영아."

 

 급히 신색을 바로 한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했다.

 

 "소아영입니다."

 

 남궁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진태에게 물었다.

 

 "아영이가 올해 열아홉이라고 했던가?"

 

 "그러네."

 

 "자네. 나와 했던 약속 기억하나?"

 

 "무슨 약속 말인가?"

 

 "내 아들 놈 어떤가."

 

 소진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 것이다.

 

 "왜? 영기가 성에 차지 않는 겐가?"

 

 상인은 정보가 빠삭했다.

 소진태도 영기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

 

 타고난 재주는 좋으나 게을러빠진 남궁세가의 한량.

 

 굳이 남궁환의 신세한탄을 듣지 않았어도 다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마음에 썩 들진 않네. 하지만 말하지 않았나 상인은 정직과 신용이 생명이라고. 나 소진태.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일세. 혼인 합세."

 

 "정말인가?"

 

 "이 친구 아직 나를 잘 모르는구먼. 언제가 좋겠나? 당장 날 잡지."

 

 "좋지!"

 

 얼씨구.

 이 양반들 좀 보게.

 잡긴 뭘 잡아?

 

 어처구니가 없는 영기는 소아영을 바라봤다.

 

 수줍은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위험했다.

 

 "잠깐! 잠시 만요! 혼인하는 당사자는 저희인데 왜 두 분이 모든 걸 결정하십니까?"

 

 소진태가 발끈했다.

 

 "넌 내 딸이 싫다는 것이냐?"

 

 "당연히... 아니죠. 아닌데. 제가 문제가 아니라 아영누이의 의견도 들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됐다. 아영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내 의견을 거스른 적이 없다. 내가 한다면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야?

 무조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딸이라니.

 이봐요. 아버지.

 그런 말은 없었잖아?

 

 얼이 빠진 영기의 시선이 남궁환을 향했다.

 

 남궁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당한 걸 자각한 영기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혼이 탈탈 털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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